오키나와 여행, 7일차 이야기입니다.

 

전날 오후 4시에 자마미 섬에서 페리를 타고 나하 토마린 항에 도착하니 6시, 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호텔로 와서 짐을 풀고 쉬었어요. 이제 내일이면 서울로 돌아갑니다. 아껴뒀던 나하 시내 관광을 다니는 날입니다. 

비행기로 왕복하는 경우, 공항이 있는 도시는 마지막날 구경합니다. 배를 타고 오는데 혹 일정에 차질이 있으면 비행기를 놓칠 수 있으니, 하루 정도 여유를 두는 게 좋거든요. 오키나와는 9월까지 태풍이 잦아 배가 안 뜰 수도 있으니까요. 

유이레일 1일 승차권을 샀습니다. 유이레일의 종점은 나하 공항과 슈리성입니다. 공항 갈 때도 편하고, 슈리성에 갈 때도 편하지요.

아버지와 저는 운전석 바로 뒤에 앉아 갔습니다. 이 자리가 재미있어요.

종점인 슈리성 근처에 가자 전철 안이 텅텅 빕니다. 지상 모노레일인지라 시내 구경하기에 참 좋네요.

전철 역에 내렸더니, 슈리성까지 가는 지도가 있습니다. 지도에 한글도 병기되어 있어요.

일본어 영어 중국어 한국어 4개 언어로 표시되어 있네요.

표지판을 따라 길을 걸으며 성 아래 마을을 지나니

꽤 큰 규모의 슈리성이 나옵니다. 이 작은 섬 안에 저렇게 큰 성을 지을 이유가 있었을까? 궁금했는데... 원래 오키나와는 1800년대까지도 류큐라는 이름의 독립국이었어요.

'단박에 한국사'라는 책을 읽어보니, 청나라의 조공국이던 류큐국을 1800년대 후반, 일본이 뺏은 거랍니다. 청나라와 일본의 힘의 역학 관계가 뒤집힌 걸 반영하는 역사지요. 수백년 동안 독립 왕조를 유지했던 오키나와이기에 성도 있고 궁궐도 있어요.

관람료 (800엔)를 내고 궁궐 내부에 들어가 실내를 구경합니다. 혼자 배낭여행 왔다면 무료 구역까지만 보고 돌아갔을지도... ^^ 그래도 오키나와의 역사와 전통 문화를 보려면 궁궐 내부 관람까지 해줘야합니다.

다다미 방 너머 정원도 보고요.

왕이 앉던 의자 앞에서 기념사진도 찍습니다.

사방으로 적의 침범을 감시할 수 있는 지정학적 위치 덕에, 성 내부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좋습니다.

내부 관람로 루트를 잘 짰는데요, 제가 감탄했던 것은...

오래된 궁궐 안이지만, 휠체어를 위한 루트나 시설을 따로 증설하여 몸이 불편한 분들도 구경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도록 만들었다는 거지요.

일본은 장수 사회입니다. 우리보다 더 빨리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지요. 그러기에 어디를 가든 노인을 위한 복지 시설이 잘 되어 있어요. 늙어서 몸이 불편하다면, 일본 여행을 다닐 겁니다. 노인도 여행하는데 지장이 없게끔 해놓은 나라거든요. 가깝기도 하고, 편하기도 하고, 노년의 여행지로 딱이네요.

이렇게 휠체어를 밀고 여행하는 가족이 많았어요.  

전망대에 올라 나하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어요.

이제 성을 나와 긴조초 돌길로 갑니다.

옆으로 예쁜 가게들과 전통가옥이 있는, 아기자기한 돌길이에요.

더우면 잠깐 쉬어가는 마을 정자도 있고요.

오래된 일본 마을의 형태를 볼 수 있는 곳이지요. 여기서 다시 유이레일 슈리성까지 걸어가려고 행인들에게 길을 물었더니 다들 너무 멀어서 설명이 쉽지 않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네, 바로 택시를 잡아탔어요. 그리 멀지는 않지만 고개를 넘어야해서...

유이레일 겐초마에 역에 내리면 바로 오키나와의 명동 거리라 할 수 있는 국제거리 (고쿠사이 도리)가 나옵니다. 쇼핑의 명소이지요. 오키나와 여행 마지막 날에는 또 쇼핑을 해줘야지요. 온갖 기념품 가게가 몰려있습니다.

마키시 제1 공설 시장.

아버지가 해산물을 좋아하시는데, 그렇다고 비싼 횟집을 가는 건 싫어하셔서 이곳에 있는 수산물 시장으로 왔어요.

새우와 문어 회가 접시 당 500원, 둘이 합해 1000엔이라는 저렴한 식사가 오늘의 저녁 만찬입니다. (아, 짠돌이 부자...)

시장 한쪽에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 그자리에서 앉아 먹을 수가 있어요. 여기서 먹는다고 하면 생선가게에서 간장을 줍니다. (50엔 추가)

일본식 카레 가게에서 밥을 먹은 적이 있는데요. 카레 세트에 나오는 음료로 차를 시켜드렸어요. 아버지가 한모금 마시더니 버럭 하시더군요.
"여기서는 맹물을 돈 받고 파냐?"
제가 마셔보니, 맛이 아주 일품인 자스민차였어요.
"그러네요. 맹물이네요. 죄송해요. 제가 잘못시켰나봐요."


아버지 올해 나이 76세, 이제는 혀의 미각이 둔해져서 맛을 잘 못 느끼십니다. 여행의 즐거움에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있는데, 나이가 드니 그 즐거움이 사라지더군요.  

여행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가야 하는 것 같습니다.

 

낯선 곳에 대한 동경도 있고, 미지의 것에 대한 호기심도 있고, 이상향에 대한 열망도 있어야
여행이 즐겁거든요. 여행, 무조건 한살이라도 젊고 어릴 때 가야합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은 바로 오늘입니다.

그래서 여행은 지금 떠나야합니다.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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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첨밀밀88 2016.09.27 07: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본은 참 아기자기한 전통이 매력적이군요....

    • 김민식pd 2016.09.28 09: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초밥이라는 음식도 그렇지 않나요?
      참 다양한 재료를 가지고 아기자기하게 만들지요.
      참 볼수록 매력적인 나라에요.

    • 첨밀밀88 2016.09.28 09: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저도 이것저것 왕창 넣고 재료가 뭔지 알수도 없게 만드는 것 보다는. 이거는 뭐로 만들었다가 보이는 깔끔하게 좋은것 같고. 그런 면에서는 초밥이 제격인것 같습니다.^^

  2. 섭섭이 2016.09.27 09: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벌써 오키나와 여행기도 마지막으로 가고 있군요.. 아쉽네요..

    "여행, 무조건 한살이라도 젊고 어릴 때 가야합니다."

    네, 정말 공감가는 말씀입니다. 젊었을때부터 여행 가는건 좋은거 같아요. ^^
    대학교때 너무 공부만 했던게 좀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최근에는 무조건 연휴 있으면 여행을 가려고 하고 있어요. 세계는 넓고 갈 곳은 많은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