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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8

신인을 스타로 키우는 법 나의 연출 데뷔작은 청춘 시트콤 '뉴논스톱'이다. 대학에서는 자원공학을 전공하며 석탄채굴학을 배웠고, 첫 직장에서는 영업사원으로 일하며 치과에 세일즈를 다녔다. 나이 서른에 시트콤에 꽂혀서 피디가 되었는데 첫 연출작이 '뉴논스톱'이었다. 어떤 일을 맡았는데 그 일에 경험도 없고 지식도 없다면 무엇을 가지고 일에 도전할까? 열정이다. 난 열정을 가지고 논스톱 연출에 임했다. 나의 목표는 당대의 톱스타, 정우성 같은 이를 시트콤에 캐스팅하는 것이었다. '왜 시트콤에는 늘 신인만 나올까, 스타 캐스팅을 왜 아무도 시도하지 않을까?' 정우성을 섭외하겠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다. 그때 캐스팅의 달인이라는 어느 선배가 나를 불렀다. "민식아, 너 요즘 시트콤에 정우성 캐스팅한다고 다닌다며?" "네." "그게 되겠.. 2014. 1. 6.
아이를 위한 선물 제레미 립킨의 '노동의 종말'을 보면 21세기는 인류에게 노동의 기회가 사라지는 시대다. 19세기에 시작된 산업 혁명의 결과, 인간의 육체 노동을 기계가 대신하고 20세기 정보 혁명의 결과, 정신 노동을 컴퓨터가 대신하는 시대가 온다. 그렇다면 21세기는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힘든 육체노동은 기계에게, 단순 반복 작업은 컴퓨터에게 맡기고 인간은 노동으로부터 해방되는 천국인가, 아니면 소수의 자본가가 생산 시설을 독점하고 대다수 인류는 실업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지옥인가. 21세기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직종은 무엇일까? 그것은 창작자다. 컴퓨터의 언어 정보 처리 기술이 발달하면 언젠가 번역을 컴퓨터가 대신해주는 시대가 올 지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컴퓨터가 발달해도 소설을 대신 써주는 시대는 오지.. 2013. 12. 19.
짠돌이 아빠의 육아법 87년에 서울에 처음 왔을 때 일이다. 대학 신입 원서에 주소를 적는 난이 두 개가 있어 총무과 사무실 경비 아저씨에게 물어봤다. "아저씨, 여기 이 빈칸은 뭔교?" "거기다 시골 주소 적으면 돼." "시골예? 전 시골 출신 아닌데예?" "학생 집이 어딘데?" "울산입니더." 아저씨는 황당한 얼굴로 날 쳐다봤지만 정작 당황한 건 나였다. '울산은 시골 아닌데? 농서나 호계가 시골이지, 울산은 도시인데?' (울주군 농서면이나 호계면에서 온 친구들에게 시골 출신이라고 놀리던 고교 시절이 새삼 후회되더라. 젠장) 나중에 알았다. 서울 사람에게는 서울 외 모든 도시는 다 시골이라는 걸. 서울 사람들은 정작 도시와 농촌의 구분은 못하면서, 강남 강북 구분은 정확하더라. 강남 강북이 그렇게 다른가? 나같은 촌놈이 .. 2013. 12. 18.
팬이냐, 훌리건이냐 나는 어려서 책읽기를 좋아해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글쓰는 직업은 배곯기 딱 좋다며 무조건 의대 진학을 고집하셨다. 적성도 안 맞고 성적도 안 된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결국 아버지의 뜻에 따라 고등학교 때 이과를 선택했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아 정말 고생 많이 했다. 내신등급은 15등급 중 7등급, 고3 1학기 중간 고사 성적이 50명 중에서 22등이었다. 아버지는 성적표가 나올 때마다 동기부여가 덜 된 탓이라며 매를 드셨다. '이게 다 네가 잘되라고 하는 거다. 어른 되면 알 거다. 내가 왜 이러는지.' 이렇게 살다가 맞아죽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내 성적으로는 집 근처 지방대학에 입학해야 했는데, 대학 시절을 아버지와 보내는 것이 너무 끔찍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2013. 1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