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돌이의 경제 공부

하와이 대저택 인생 강의

김민식pd 2025. 2. 24. 05:00

작년 가을에 유튜브 채널 <하와이 대저택>에 출연했는데요. 그 이후, 강연을 다니며 인사를 참 많이 받았습니다. "피디님, 하와이대저택 영상 잘 봤습니다." 순간 깨달았어요. 아, 이 채널의 구독자는 나와 코드가 맞는 분들이구나. 나처럼 자기계발을 중요시하고 목표를 가지고 달리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구나. 그렇다면 새 책이 나온다면 홍보는 여기서 해야겠다. 마침 채널 제작진이 다시 연락을 주셨어요. <인생 강의>라는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출연할 수 있느냐고. <월급 절반을 재태크하라> 책 출간에 맞춰 촬영 일정을 잡았습니다. 사전 질문지를 받으면 항상 미리 답변을 글로 써봅니다. 그래야 인터뷰를 할 때 수월하게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거든요. 그때 적은 답변을 공유합니다. 좋은 질문으로 많은 이야기를 끌어내주신 오선예 작가님, 고맙습니다!


Q. 2020년 가을, MBC 드라마 본부장이 회사의 어려움을 언급하면서 드라마를 예전처럼 많이 제작할 수가 없다, 말 그대로 폭탄선언을 합니다. 그 자리에서 PD님께서 바로 손을 들고 "그렇다면 저는 명예 퇴직을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은데, 그때의 상황과 심정에 대해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A : 세상의 변화에 늘 촉각을 세우고 사셔야 합니다. 그리고 세상이 주는 메시지를 잘 읽고 대비를 해야 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주된 직장에서 퇴사하는 연령이 49.3세랍니다. 50 언저리에는 회사에서 나오는 게 평균이라는 거죠. ‘아, 나는 평균보다는 더 오래 갈거야.’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평균이 왜 평균이냐, 대부분 그걸 피해갈 수 없으니까 평균이고요, 심지어 그보다 짧은 경우도 있는 거죠. 전 오래전부터 나이 50에 퇴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대비를 해왔어요. 

Q. 무려 24년 동안 몸담았던 직장을 그만두고, 어떤 걸 깨닫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 결정을 통해 바라보게 된 새로운 관점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후회는 안 하셨나요?

A: 모든 것은 해석하기 나름입니다. 부정적으로 해석하느냐, 긍정적으로 해석하느냐.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적이 있어요. 회사에서는 벌이라고 줬는데 저는 그걸 6개월의 휴가라고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잘 나가는 피디라면, 휴가 쓰기 힘듭니다. 계속 일이 들어오니까요. 휴가를 가고 싶어도 못 가는데, 나는 정직 6개월이라는 귀한 선물을 받은 겁니다.

구조조정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에서 구조조정 할 때 안 나가고 버티면 이후로는 회사에서 어떤 발령을 하든, 어떤 업무를 주든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럼 사람이 수세에 몰립니다. 방어보다는 공격입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입니다. 자르기 전에 내 발로 나가는 게 행복입니다. 잘리면 불행이지만, 내 발로 나가는 건 행복입니다. 당시 저는 파이어 FIRE 족의 삶에 대해 쓴 책을 읽고 있었는데요. FIRE는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약자입니다. 재정 독립을 이루고 이른 나이에 퇴사하자. 요즘은 이른 나이에 퇴직하는 게 젊은 사람들의 꿈이라고 하더라고요. 생각을 고쳐먹었어요. 정년퇴직까지 버티지 못하고 나왔다고 자괴감을 느끼는 대신, 나는 파이어족이 되었다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결국 모든 것은 관점의 차이입니다.

Q. PD님의 이력은 그야말로 다채롭습니다. 영업사원을 시작으로 영어 통역사, 예능 PD, 드라마 PD, 작가로도 활동 중이시고, 지금은 교수와 강사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신데요,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활동하시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때마다 동기를 유지하고,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A: 제가 낸 새 책의 제목이 <월급 절반을 재태크하라>입니다. 이게 비결입니다. 저는 술 담배 커피를 하지 않습니다. 취미는 도서관에 가서 책 읽기나 서울 둘레길 걷기에요. 둘 다 돈 한푼 들지 않아요. 취미 생활을 돈 안 들이고 즐기니 지출이 적습니다. 첫 직장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했는데요, 월급 절반을 저축했습니다. 급여일 다음날 통장에 자동이체로 절반을 적금으로 붓고요, 남은 돈으로 생활했습니다. 그래도 대학 시절 용돈 받아서 쓰는 것보다 훨씬 풍족했어요. 그러니 월급 절반을 모아도 별로 힘들지가 않았어요. 2년 일하니까 1년치 연봉이 모였어요. 순간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 돈이면 2년 정도 돈을 벌지 않아도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할 수 있겠구나. 그래서 나와서 외대 통역대학원 입시를 준비했습니다. 동시통역사가 되니 영업사원으로 일할 때보다 수입이 몇 배로 늘었습니다. 돈을 벌면 일단 절반을 저축하고 남은 돈으로 생활했습니다. 쉽지요. 소득이 늘었으니까. 통역사로 2년 일하니, 또 4년 정도 돈을 벌지 않아도 먹고 살 만큼 큰돈이 모였어요. 그때 피디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떨어져도 괜찮아요. 모아둔 돈이 있으니. 즉, 제가 다양한 직업에 도전할 수 있었던 든든한 뒷배는 저축입니다. 일단 돈을 벌면 절반은 저축하고 남은 돈으로 삽니다. 2020년 코로나가 터지고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실시했습니다. 저는 30년 동안 월급 절반을 재태크했어요. 30년 동안 월급의 절반으로 생활했고, 절반을 모았으니 이제 퇴직하고 돈을 벌지 않아도 남은 30년 동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표를 냈습니다. 월급 절반을 재테크하기, 이게 제가 인생을 즐겁게 사는 비결입니다.



Q. 2017년부터 정말 꾸준히 책을 출간해 오고 계십니다. 평소 블로그를 통해서 리뷰나 여행기를 공유하는 등 말 그대로 글쓰기를 생활화하고 계신데요, 이렇게 지속적으로 글을 써오면서 PD님에게 어떤 변화와 성장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아침에 블로그 들어가서 확인하니 2800편 정도의 글을 썼더라고요. 독서, 여행, 운동, 건강, 재태크 등 온갖 주제에 대해 다양한 글을 15년 넘게 쓰고 있어요. 매년 한 권씩 책을 내고요. 지나고 보니 글쓰기가 최고의 노후대비였어요. 요즘 저는 다양한 곳에서 강의를 하는데요. 어떤 질문이 나와도 당황하지 않아요. 오늘처럼 이렇게 인터뷰를 하면서도 긴장하지 않아요. 2800편의 글을 쓰면서 한번은 고민해본 문제가 나오거든요. 저는 양질전환의 법칙을 믿습니다. 글쓰기 실력이 좋지 않아도, 많이 쓰다보면 언젠가 양이 넘치면 질적인 변화가 찾아온다고 믿어요. 물론 아직도 많이 부족합니다. 더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믿어요. 그러기에 저는 오늘도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Q. 매년 200권 이상 책을 읽고 계신 거로 알고 있는데요, 정말 놀라운 독서량입니다. 이렇게 많은 책을 읽는 데 있어서 책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을까요?

A : 두 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재미와 의미. 우선 재미있는 책을 읽습니다. 어려서 책을 많이 읽게 된 비결은 무협지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 무협지는 꿀꿀한 현실로부터 달아나는 데 있어 최고의 탈출구였어요. 대학생 때 김용의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소오강호를 즐겨 읽었어요. 이야기의 전개가 궁금해 빨리 읽게 되고 자연스레 속독의 기술을 익혔습니다. 무공이 없던 찌질이 곽정이 구음진경과 항룡십팔장을 익혀 무림의 고수가 되는 과정은 흥미진진하지만, 나의 삶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는 게 문제죠. 어느 순간 허무했어요. 나는 무협의 세계로 현실도피를 하고 있구나. 나도 곽정처럼 고수가 되고 싶다. 현실 세계에서 구음진경은 어디에 있을까? 있더라고요. 바로 도서관에서 만나는 자기계발서. 그래서 저는 자기계발서의 세계에 빠져들었어요. 내 삶의 의미를 찾아주는 책을 이어 읽었어요. 하와이대저택님의 <더 마인드>도 어떻게 보면 무협소설입니다. 평범한 월급쟁이가 매달 연봉보다 더 많은 돈을 세금으로 내는 고액 납세자로, 즉 재테크의 고수로 거듭나는 이야기잖아요? 저는 하와이대저택님의 영상을 볼 때마다 운기조식하는 기분이에요. 고수가 제 뒤에 턱하니 앉아서 “자, 내공을 단전에 모아봅시다. 당신은 할 수 있어요. 당신도 재테크의 고수가 되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이렇게. 영어 학습서를 읽으며 영어 잘 하는 비결을 찾았어요. 영어를 잘 하잖아요? 없던 무공이 생깁니다. 글쓰기를 익히잖아요? 내공이 몇 갑자 상승합니다.


저는 지금도 재미난 책과 의미 있는 책을 번갈아 읽습니다. 차인표 작가님의 <그들의 하루>라는 코믹 감동 소설을 읽고요, 경제 관련 서적도 읽습니다. 재미있는 책만 읽다 보면 독서량은 많은데 허무할 수 있고요, 의미가 있지만 재미없는 책만 읽다 보면 독서와 멀어지기 쉽습니다. 기준은 하나입니다. 재미있는 책과 의미를 주는 책을 번갈아 읽으십시오.

Q. 수년 전 영상에서 “세상에 해도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은 없다. 누군가에게 허락을 구하지 마라. 일단 저질러라”,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도전과 실행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말씀이 인상 깊었는데요, 이 생각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가요? 

A: 안톤 체홉의 연극 <벚꽃 동산>에 나오는 마지막 대사가 있어요. “살긴 살았지만, 도무지 산 것 같지 않아.” 한번 사는 인생, 제대로 살아야 합니다. 저는 인생을 극단적으로 삽니다. ‘해야 한다’ 혹은 ‘하고 싶다’라는 조건만 맞으면 미친 듯이 합니다. 영어 공부에 빠져 살 때는 하루 15시간씩 영어 공부만 했고요. <논스톱>이라는 시트콤을 만들 때는 2년 반 동안 500편의 에피소드를 연출했습니다. 거의 시트콤 연출에 중독된 수준이었지요. 왜 이렇게 극단적으로 인생을 사느냐, 인생에서는 적당히 스리슬쩍해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인생은 추의 진자 운동과 같습니다. 반경이 작은 사람은 진짜 자신의 인생의 최대치를 죽을 때까지 알 수 없습니다. 한쪽 방향으로 달려서 끝까지 가보고, 다시 반대방향으로 달려 끝까지도 가 보고 그 사이 어디에선가 편안한 지점을 만난다면, 그곳이 내가 있어야 할 자리입니다. 그런 곳을 만나는 게 인생의 행복입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 눈치보느라, 세간의 평가를 신경쓰느라 움직이지 않다보면 마지막에 이런 대사를 하게 될 겁니다. “살긴 살았지만, 도무지 산 건 같지 않아.” 이런 결말을 피하려면 남 눈치 보지 말고 내키는 대로 막 살아야 합니다.


Q.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단순히 노후를 위해 몇 억 원을 모으는 것이 해답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일이 없는 상태에서 모아둔 돈만 소비하며 살아가는 삶이 아닌, 자신만의 평생직업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작가님께서는 이 시대에 맞는 평생직업을 찾기 위해 어떤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A: 둘 중 무엇이 맞을까요? 1, 돈이 많은 게 행복인가요, 2, 돈을 쓰지 않고도 즐겁게 살 수 있는 게 행복인가요. 1번과 2번은 다른 이야기 같지만, 긴 시간이 흐르면 같은 이야기가 됩니다. 2번의 자세로 살면, 돈이 없어도, 돈을 못 벌어도 행복하다는 믿음을 갖고 살면, 좋아하는 일을 찾아 열심히 하루하루 즐겁게 살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돈이 많아집니다. 일단 지출도 적고,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다보니 소득이 늘어나거든요. 

1번, 즉 돈이 많은 게 행복이라고 믿으면, 돈이 없는 지금 나는 불행해집니다. 돈을 벌기 위해 불행을 감수합니다. 일하는 게 힘들고 괴로워서 돈이 생기면, 돈으로 행복을 삽니다. 지출이 늘어나 돈이 모이지 않습니다. 

돈을 많이 벌거나 모아도, 1번 돈이 많아야 행복하다고 믿으면 불안과 공포를 피할 수 없습니다. 돈은 언제든 사라질 수 있으니까요. 2번이 중요한 이유. 돈이 많아져도 불안하지 않고요, 적어도 불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https://youtu.be/6Zhg6cBd03k?si=5BoJTKBtTtidouMd

 


유튜브 촬영을 할 때 사전에 써둔 원고를 보며 그대로 읽지는 않습니다. 그럼 말의 맛이 사라지거든요. 원고와 영상이 어떻게 다른지는 따로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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