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잘 자도 참 좋은 삶
좋은 삶이란 어떤 삶일까요? 한때 제가 불면증으로 심하게 고생한 적이 있는데요. 그때는 잠만 잘 자도 참 좋은 삶이라고 생각했어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3분의 1이 인생에서 한 번쯤 또는 지금 수면 문제 때문에 힘들어한답니다. 우리는 왜 점점 더 잠들지 못하며, 어떻게 해야 잘 잘 수 있을까? 오늘은 그 질문에 답하는 책을 소개합니다.
<매일 숙면 :못 자는 이유부터 잘 자는 방법까지> (주은연 / 유노라이프)
이 책은 20여 년 동안 2만 명 이상의 수면장애 환자들을 치료한 저자의 경험을 녹여낸 책입니다. 불면증, 수면호흡장애, 렘수면 행동장애, 하지불안증후군 등 우리가 잠들지 못하는 이유부터 잘 자는 방법까지 알차게 소개해주십니다. 저자는 우리에게 필요한 잠은 ‘건강한 잠’이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연령에 따라, 성별에 따라, 주변 환경에 따라 나에게 필요한 잠은 다르다고요. 우리가 원하는 ‘한 번도 깨지 않고 푹 자는 잠’은 10대 중반이 지나서부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잠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줄이고 나만의 수면 루틴을 만드는 것,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건강한 잠을 자는 비결입니다.
우리는 왜 건강한 잠을 자야 할까요? 매일 밤 잠이 들면 다음과 같은 중요한 기능을 충족하기 때문입니다.
첫째, 몸의 성장과 회복을 돕습니다
성장기 아동은 자는 동안 키가 쑥쑥 자라며, 아프거나 다쳐도 잠만 잘 자면 금방 회복됩니다. 암 환자 회복 클리닉에서도 수술 또는 항암 치료 후 잘 자는 것을 강조합니다. 깊은 잠은 성장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켜서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 생성을 돕고, 아미노산의 분해를 막아 줍니다. 양질의 잠을 자는 동안 동화 작용에 관여하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뼈와 적혈구를 형성하는 등 상처의 빠른 치유와 회복을 돕습니다.
둘째, 면역 기능을 유지합니다
자는 동안 우리 몸은 외부 감염 물질에 대항하는 항체를 만들어서 신체를 보호합니다. 잠이 부족하거나 품질이 나쁘면 면역 반응이 떨어져서 여러 질환에 쉽게 걸리고 치료도 잘 되지 않습니다.
셋째, 신체대사를 조절합니다
자는 동안 에너지를 보존하여 다음 날 활동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 몸은 자는 동안 음식을 섭취하지 않아도 혈당 수치가 정상으로 유지되는데, 이것은 수면 중 신체의 포도당 소모가 현저히 줄기 때문입니다.
넷째, 뇌 건강, 특히 기억력 보존을 돕습니다
우리가 깨어 있을 때 뇌 활동에 의해 쌓인 뇌 폐기물들은 자는 동안 뇌 안의 공간을 통해 뇌척수액으로 빠져나갑니다. 만약 지속적으로 잠을 못 자면 뇌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아 위험하지요. 아밀로이드 같은 부산물이 쌓이게 되고, 나중에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낮에 활동하면서 들었거나 학습한 정보는 깊은 잠을 자는 동안 뇌 안의 해마에 저장됩니다. 깊은 잠이 부족하면, 정보가 제대로 저장되지 않기 때문에 다음날 꺼낼 정보가 없습니다. 따라서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느끼지요. 다행히 수면장애에 의한 기억력 저하는 잠만 잘 자도 회복이 가능합니다.
나이가 들면 예전처럼 푹 잘 수 없습니다. 그건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이니 너무 불안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젊은 세대의 경우 수면의 질이 나빠지는 이유는 잘못된 생활 습관입니다.
잘못된 생활 습관의 첫 번째는 알코올입니다. 남자는 하루 2잔 이내, 여자는 1잔 이내의 음주도 수면의 질을 9.3퍼센트 낮춥니다. 남자 하루 2잔 이상, 여자 하루 1잔 이상의 음주는 수면 품질을 무려 39.2퍼센트나 떨어뜨린다고 하네요.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 술의 도움을 청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알코올은 뇌를 진정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쉽게 잠들게 합니다. 하지만 체내에 흡수된 알코올은 정상적인 수면을 망가뜨립니다. 정신적 피로를 풀어 주고, 감정을 순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반면, 수면 초반부의 렘수면을 억제합니다.
또한 알코올은 수면 중 호흡장애를 더 악화시켜서 산소포화도를 더 심하게 떨어뜨립니다. 시간이 지나 알코올이 체내에서 점차 씻겨나가면서 수면 중 후반부의 렘수면을 반동적으로 증가시키고, 이로 인한 호흡장애가 더 악화되어 잠을 더 자주 깨게 하는 등 수면의 품질이 악화됩니다.
잘못된 생활 습관의 두 번째는 ‘카페인’입니다. 수많은 매스컴에서 카페인의 효능을 찬양합니다. ‘심장에 좋다’, ‘뇌졸중을 예방한다’, ‘항암 성분도 들어 있다’라고 보도하기도 하지요. 카페인의 효능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확실한 점은 카페인은 ‘수면 건강에는 치명적’입니다. 조금이라도 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분들은 오늘부터 카페인을 중단해 보세요.
제가 지난 여름에 유달리 밤잠을 설쳤습니다. 10시 전에 잠들었다가 새벽 한 두시면 꼭 깨어요. 더운 여름밤에 중간에 깨어 땀에 젖은 베갯잇을 보며 열대야 때문에 잠을 깬 줄 알았는데요. 지인이 중국에서 사 온 차를 끓여 생수 대신 마셨는데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보리차로 바꾸니 바로 불면증이 사라졌어요. 범인은 열대야가 아니라 차였습니다. 커피, 녹차, 홍차, 보이차, 콜라, 에너지 음료, 초콜릿 등 모두 다 카페인을 포함합니다. 수면에 문제가 있다면 최소 2주 이상 끊어야 합니다.
잘못된 생활 습관의 세 번째는 바로 ‘빛 공해’입니다. 저녁 시간에 거실과 침실의 조명을 환하게 켜 두는 것도 문제입니다만, 무엇보다 치명적인 빛 공해는 자기 직전까지, 심지어 침대 안에서도 보고 있는 ‘스마트폰 빛’입니다. 저녁 시간의 빛 노출은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 시각을 늦춰 잠들기 어렵게 만들고, 분비량을 줄여서 잠의 품질도 떨어뜨립니다.
충분한 수면 시간, 우수한 수면 품질, 규칙적인 수면과 각성 주기, 이 세 가지 조건이 만족되어야 건강한 잠이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달성되어야 할 요인은 바로 ‘규칙성’입니다. 규칙성이 지켜져야 수면 시간도 확보되고, 수면 품질도 올라갑니다.
첫째, 침상의 머무는 시간을 정합니다
침대에 들어가는 시각과 나오는 시각을 정해 두고 평일과 휴일 모두 동일하게 지키는 게 좋습니다. 낮에 그냥 침대에 누워서 스마트폰을 보거나 TV를 보면서 생활하는 것도 불면증을 부르는 습관입니다.
둘째, 사회적 시차를 2시간 미만으로 줄입니다
아침잠이 부족한 학생이나 직장인은 주말에 늦잠이나 낮잠을 통해 수면 시간을 보충하려고 하는데요. 이렇게 발생하는 평일과 주말의 수면 패턴의 변화를 저자는 사회적 시차라고 부릅니다. 평일보다 휴일에 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면 평일의 생체 리듬과 휴일의 생체 리듬이 달라집니다. 이는 마치 외국에 나가 시차를 느끼는 현상과 비슷합니다. 휴가를 끝내고 회사에 복귀한 후에도 원래 내가 자던 시간에 자려고 해도 잠이 쉽게 오지 않는 것처럼 말이지요.
수면 품질도 떨어지고 다음날 하루 종일 낮에 졸리고 피곤하니 당연히 학교생활, 직장 생활에 지장이 생깁니다. 우리는 이걸 월요병이라고 부르지요. 이 사회적 시차가 반복되면 고지혈증, 당뇨와 같은 대사성 질환부터 비만, 심혈관계 질환, 우울증 등의 발생 위험까지 높아집니다. 가능한 휴일의 취침 시간을 평일과 동일하게 맞춰야 합니다. 기상 시간을 조절하되 평일과 휴일의 중간 시간 차이를 2시간 미만으로 맞추려고 노력해 보세요.
운동 또한 수면에 영향을 줍니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함께 하는 것이 숙면을 위하는데 있어 꼭 필요한데요. 언제 운동하는 것이 수면에 도움이 더 되는지 질문을 받으면 저자의 대답은 늘 같습니다.
“언제라도 좋습니다. 시간 날 때마다 하세요. 규칙적으로 하면 더 좋겠지만 각자의 형편에 맞춰서 하세요.”
처음에는 땀이 조금 날 정도, 숨을 약간 헐떡일 정도의 유산소 운동으로 시작하고, 익숙해지면 근력 운동까지 병행하면 좋습니다. 근력과 수면 품질은 비례합니다. 시간이 있다면 하루에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오전과 오후로 나눠서 하면 효과는 더욱 좋습니다.
“무엇을 먹어야 잘 자나요?”라는 질문 역시 저자가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건강한 잠의 관점에서는 무엇을 먹는지가 아니라, ‘언제 먹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취침 시작 3~4시간 전까지는 음식과 수분 섭취를 끝내는 것이 좋습니다. 밤 11시에 잔다면 적어도 저녁 8시, 가능한 7시까지는 식사 포함 후식까지 모두 마쳐야 숙면을 취할 수 있습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설하는 것이 건강으로 가는 첩경입니다. 모쪼록 잠의 소중함을 매일 삶에서 느끼며 사시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