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의 세 가지 기준
요즘 저는 경제 공부를 다시 하면서 평생 읽은 책들을 다시 찾아보며 정리하고 있어요. 우리 동네 도서관에서 <시골 의사의 부자 경제학>(박경철/리더스북)을 빌려왔어요. 보니까 2006년 7월 5일에 나와 같은 해 11월 4일에 찍은 39쇄입니다. 당대 최고의 베스트셀러였지요. 아마 저도 그 시절에 이 책을 읽었을 거예요. 책의 앞부분에 '재테크의 세 가지 기준'이 소개됩니다.
‘첫째, 자기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부자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재테크란 상대적 개념이 아니라 나의 만족도를 기준으로 하는 절대적 개념이다. 내가 만족할 수 있는 목표를 먼저 정하자.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평생 돈의 노예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둘째,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켜 자산가치를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나의 자산은 통장의 예금이나 부동산 같은 고정자산만이 아니다.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의 가치와 나의 생산성이야말로 중요한 자산가치를 형성한다. 따라서 가능하면 안정적이고, 오래 할 수 있으며 앞으로도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능력과 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까지 읽고, 아, 나는 일단 두 가지 기준에 충실하면 되겠구나, 하고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20대에 깨달았어요. '아, 나는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책만 읽어도 행복한 사람이구나. 그렇다면 나는 살면서 큰돈이 필요하진 않겠다.' 씀씀이가 크지 않기에 MBC 입사 이래 매월 급여의 절반을 저축하고 있었고요, 상당한 돈을 이미 모았기에 돈에 대한 아쉬움이 크지 않았어요. 굳이 손실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주식 투자를 할 이유가 없었지요. 대신 재테크보다 나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했어요.
책을 읽다 문득 든 생각... 어쩌면 내가 2007년 드라마 피디 공모에 지원한 건 2006년에 이 책을 읽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 시절에는 예능 피디보다 드라마 피디가 몸값이 더 비쌌어요. 대장금을 연출한 이병훈 피디는 1944년생인데요. 2004년, 즉 나이 60에 연출한 대장금으로 스타덤에 오르고요. 이후에 비싼 연출 개런티를 받으며 60대에도 부지런히 사극을 연출하셨어요. 예능 피디는 당시 30대에 주로 전성기를 맞이하는데, 드라마 피디는 나이 60이 넘어서도 대박을 내는 걸 보고 생각했어요. 어쩌면 오랜 시간 나의 몸값을 올릴 수 있는 길은 드라마 연출에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이직으로 이어집니다.
물론 드라마 연출로서의 저의 경력은 순탄하지 못했어요. 몸값을 올리는 데는 실패합니다. 저는 항상 ‘이 정도면 충분히 먹고 살 만한데, 뭐.’하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몸값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부수입이라도 올리겠다는 생각에 블로그를 열어 매일 아침 글을 올렸습니다. 덕분에 전업 작가라는 인생 이모작에 성공했지요.
책에서 박경철 저자는 ‘일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높여서 부자가 되는 것이 자산의 부가가치가 낮은 상태에서 재테크로 부자가 되려는 것보다 훨씬 윗길이다’라고 하시는데요. 저도 백번 공감합니다. 코로나가 터지고, 자산 인플레가 오면서 코인이나 주식 투자로 돈을 벌려고 하는 이들이 늘어났는데요. 최고의 재테크는 자기계발입니다. 자신의 역량을 개발하여 나의 몸값을 올리는 게 우선입니다.
주식 열풍이 일어 주위에서 다들 재테크에 빠져있던 2000년대 초반에 책을 읽고 직장인이라면 금융 투자보다 우선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 본업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에 '그럼 나는 연출을 열심히 해야겠다.'하고 책을 덮은 기억이 납니다. 이제 그 다음 내용이 궁금해 다시 책을 읽습니다.
박경철 저자가 말하는 재테크의 세 번째 기준은 ‘은퇴 후 노후자금은 투자수익률을 올리는 비율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게 요즘 제가 경제 공부를 하는 이유입니다. 2020년 말 MBC에서 나올 때 받은 퇴직 연금의 수익률이 마이너스 30%를 기록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요? 얼마 전에 은행 앱에 들어가 확인해보니 퇴직 연금 자산규모는 50대에서 상위 5%랍니다. (최저 3만 원, 중간값 515만 원, 최고 1억 2,247만 원) 저는 이중 최고치를 넘긴 상위 5%입니다. 그런데 연금 운용 수익률은 1.5%로 50대에서 상위 95%, 즉 최하위 5% 구간입니다. (최저 0.4%, 중간값 3.2%, 최고 16.4%)
제가 살면서 성적으로 최하위 5%를 기록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데,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연금 수익률로 꼴찌를 기록할 줄은 몰랐어요. 친구에게 이야기하며 웃었어요. “야, 그래도 반대인 것보다는 낫지 않아? 수익률은 1등인데 정작 자산규모가 꼴찌인 것보다는 말이야.” 제가 퇴사한 시점, 2020년 12월 31일은 코로나로 인한 양적 완화로 자본시장이 미친 듯이 급등한 직후였어요. 그때 연금 자산을 펀드로 갈아탔으니 이후 폭락을 피할 길이 없었던 거죠. 결국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기입니다. 조금이라도 쌀 때 들어가야 합니다.
2006년에 읽다가 ‘내 인생에 투자는 무슨, 그냥 일이나 열심히 하자.’하고 덮은 책을 2024년에 다시 읽는 이유. 아직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퇴직 연금은 60세 이후에 수령할 생각이고요. 5년이라는 시간이 있어요. 자산규모 상위 5%에 걸맞은 수익률을 기록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일을 하고 있기에 남은 기간 동안 꾸준히 퇴직 연금에 세제 혜택 상한선까지 추가 입금을 하려고요. 지금은 개인 연금을 수령해 퇴직 연금을 붓고 있어요. 연금 받아 연금 붓는 사람. ^^ 몸값을 올려 작가로서 일을 계속 할 수 있기에 가능한 거죠. 역시 재테크보다는 자신의 가치를 키우는 게 더 중요합니다. 나이 쉰 다섯에도 마찬가지에요. 자기계발은 꾸준히 해야 합니다.
재테크의 세 가지의 기준을 30, 40, 50의 나이에 적용해보면 어떨까요? 서른 살에는 부자의 기준을 세우고, 마흔 살에는 몸값을 올리고, 쉰 살에는 은퇴 자금의 수익률을 높이는 삶. 퇴사했으니 어떻게 하면 나의 퇴직금을 잘 지키고 키울 수 있을까, 그 공부를 계속하고 싶습니다.
짠돌이의 경제 공부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