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로 즐기는 세상

착한 사람이 버림받는 이유

김민식pd 2024. 5. 24. 05:45

유튜브 채널 ‘놀면서 배우는 심리학’에 출연했습니다. <외로움 수업>을 소개하기 위해 전에도 나갔던 곳인데요. 주인장님이랑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게 너무 즐거워 또 불러주시기에 냉큼 달려갔어요. 

‘남들과 잘 지내려고 애쓰는 착한 사람이 결국 버림받는 이유’에 대해 물어보셨어요. 

제가 딱 그래요. 제가 착한 사람인 건 모르겠고요, 다만 남들과 잘 지내려고 애쓰는 사람이에요. 드라마 피디로 살면서도 술 담배 커피는 멀리하고, 돈이나 다른 어떤 유혹으로부터 자유롭게 살려고 했거든요? 노조 부위원장으로 일하며 조직을 위해 여러 모로 노력도 했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저는 처절하게 외로운 처지에 놓이더라고요. 나는 왜 남들과 잘 지내려다 이렇게 버림을 받는 걸까? 그런 고민이 들었지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한번 해볼게요. 

대의나 사회적 관계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이 있어요. 사람들과 잘 어울려야 한다는 생각에 자신의 취향은 무시하고 타인에게 맞춰주지요. 그렇게 열심히 노력했는데, 어느 순간 남들이 나를 배려해주지 않는다고 느끼면 상처를 입습니다. 사람은 언제 상처를 입을까요? 기대치가 높을 때입니다. 기대치는 언제 높아질까요? 자기 희생까지 감수하며 노력할 때입니다. 즉, 나를 죽이며 노력했다가 타인에게 버림받고 상처받을 수 있어요. 착한 사람이 버림 받는 첫번째 이유, 타인에게 과도한 기대를 했다가 스스로 상처받고 사람을 멀리하기 때문입니다.

외로움을 못 견디는 사람도 있는데요. 평소 외로움을 형벌로 오해했기 때문일 수 있어요. 외로운 사람을 보면 ‘아, 저 사람은 불행하겠구나.’ ‘아, 저 사람은 무언가 잘못을 해서 사람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구나.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지 마세요. 그 사람은 그냥 혼자 있는 게 편해서 그런 걸 수도 있어요. 외로움이 형벌이라는 망상은 정작 나중에 내가 외로워 질 때 마음의 부담이 됩니다. ‘나는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렇게 혼자인 걸까?’ 잘못을 해야 외로워지는 게 아니에요. 인생의 기본값이 고독입니다. 우리는 늘 외로워요. 외로움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외로움을 무조건 피하려고만 하면, 타인에게 다가가기 위해 과한 노력을 하게 되고요, 주위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게 되어 역효과 탓에 더 외로워질 수 있어요. 착한 사람이 버림 받는 두번째 이유, 외로움을 피하려고 대인관계에서 무리하다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거나 부담을 주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 챙겨주고 남이 하기 싫어하는 일 솔선수범하는 좋은 사람도 있어요. 참 훌륭한 분이지요. 다만 조심해야 할 점은 있습니다. 그렇게 살면 눈에 띄게 됩니다. 누구 눈에? 나쁜 사람 눈에. ‘아, 저기 호구가 한 명 있구나.’ 와서 아쉬운 소리를 하며 도와달라고 해요. 능력이 되면 힘든 사람 도와주는 것도 괜찮겠지요? 문제는 혼자 호구가 되면 괜찮은데, 그 바람에 주위 사람들 피해를 입힙니다. 예전에 동창 빚 보증 섰다가 아파트 날리고 온 식구가 쫓겨나 거리를 전전하며 사는 일이 많았어요. 친구 도와주려다 정작 내 가족을 고생시키는 거지요. 좋은 일을 하고, 남을 도와주는 건 좋은데요, 너무 훌륭한 사람이 되려고 하지는 마세요. 그 과정에서 자칫 심한 고생을 할 수 있어요. 본인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까지. 착한 사람이 버림 받는 세번째 이유, 남 도와주려다 본인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까지 피해를 입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자세는 좋은 자세입니다. 다만 너무 과도한 희생은 피해야 합니다. 남들에게 맞춰주려고 너무 자신을 죽이며 살 지는 마세요. 우리가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나 자신입니다. 나를 챙겨주고, 내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타인이나 사회를 위해 배려도 하고 봉사도 할 수 있어요.

둘째, 외로움도 적당히 즐기며 사셨으면 좋겠어요. 혼자서도 잘 지내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도 편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요. 혼자 잘 지내지 못하는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종속되거나 상대를 독점하려는 욕심을 내다 상처받을 수 있거든요.

셋째, 타인에게 잘 해주는 건 좋은데요. 그 과정에서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 1순위는 나 자신입니다. 20년 후, 30년 후, 아프고 힘들 때 나를 지켜주는 건 평생 모은 자산입니다. 또 사랑하는 가족에게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가 생길 수도 있어요. 그럴 때 가장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려면, 때로는 독하게 마음먹고 평생 모은 자산을 지켜야 할 때도 있어요. 그걸 못하면, 늙어서 가족들에게 원망을 사고 외로운 지경에 처할 수 있어요. 평생 친구들에게 돈을 펑펑 쓰고 사는 좋은 사람이 늙어서 외로워지는 경우지요. 

제가 스스로를 경계하면서 하는 생각이 있어요. '열 명의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중 한 두 명이 나쁜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나쁜 거다. 그런데 열 명이 다 나쁜 사람이라면, 정작 나쁜 사람은 나다.' 모든 사람이 다 나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내가 타인에게서 부정적인 면만 들여다보고 그걸 찾아내고 불편해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이지요. 이럴 때 저는 타인에게서 긍정적인 면을 찾아보는 연습을 다시 시작합니다. 우선 나의 매력부터 발굴하고 발전시켜 나갑니다. 내가 나를 좋아하게 되면, 다른 사람도 좋아하게 됩니다. 남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실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거든요. 

사람 때문에 힘들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우선, 내가 나를 힘들게 만들지는 않을고요. 오늘도 모쪼록 사람을 만나 자주 웃고 웃기고 즐거움을 함께 나누며 사시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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