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로 즐기는 세상

동생이 만드는 유튜브에 출연했어요

김민식pd 2023. 10. 9. 04:01

지난 추석에 아버지랑 여동생이랑 셋이 모여 점심을 먹었습니다. 캐나다에 사는 동생이 한 달 전에 잠깐 들리러 들어왔고요. 아버지 추석상을 직접 차려드렸어요. 보면서 속으로 감탄했습니다. 나는 항상 아버지 모시고 외식을 다니는데, 동생은 직접 상을 차려드리는구나. 역시 아들보다 딸이 나아. ^^

점심을 먹고 동생에게 카페에 가서 차 한 잔 할까? 했더니 새로 생긴 단골 무인 카페가 있다고 가자고 하더군요. 추석날 점심이라 그런가 무인 카페에 우리 빼고 아무도 없었어요. 무인이니까 주인도 안 계시고. 문득 동생이 "오빠, 우리 유튜브 찍자."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둘이서 유튜브 영상 한 편 찍었어요. 

https://youtu.be/qQpMJuvchu8?si=WUnRmprOeF35xr8K 

동생이랑 저랑 영어 공부한 방식이 완전 달라요. 저는 독학으로 엄청 열심히 했던 케이스고, 동생은 그런 내가 공부하는 걸 보고 '아, 저런 식으로 해야 영어를 잘하게 된다면 나는 그냥 아예 하지 말자.'하고 포기한 케이스. ^^ 그런 동생이 회사 생활하며 힘들어하는 걸 보고 유럽 가서 머리 좀 식히고 와. 그러면서 여행 경비를 대어줬지요. 93년 당시 돈으로 300만원이었던가? 항공권 포함, 한 달 간 유럽 배낭 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돈. 

저는 당시 대학 졸업과 동시에 외국계 기업에서 영업사원으로 취업했어요. 그래서 열심히 일을 하던 시절인데요.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에서 절반을 떼어 저축을 하고 남은 돈으로 생활했는데... 그 돈도 많이 남았어요. 직장인이 되었다고 해서 제 삶이 크게 변하진 않았어요. 대학생때랑 똑같이 취미는 여전히 도서관에 가서 책 빌려 읽는 정도? 그러다보니 경제적 여유가 있었고, 동생에게 한 턱 쏠 수 있었지요. 

유럽을 다녀온 후, 동생의 인생은 180도 달라집니다. 아, 세상이 이렇게 넓구나! 넓은 세상을 제대로 알려면 영어를 공부해야겠구나.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떠나고요. 그후엔 아예 캐나다로 이민을 가서 지금은 밴쿠버에서 살면서 해외 여행과 한국 방문을 번갈아 하며 살고 있지요. 

동생이랑 카페에서 20분 남짓 수다를 떨고, 그 장면을 휴대폰으로 촬영했어요. 집에 돌아오니 동생에게 톡이 왔어요. 유튜브 영상 업로드했어~ 와우, 그새? 보니까 편집 전혀 없이 그냥 바로 올렸더군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요? 동생은 <내가 빌린 책> 팟캐스트&유튜브를 보고 깨달았데요. 아, 편집이나 자막에 신경쓰지 않고 저렇게 간편하게 콘텐츠를 만들 수도 있구나, 하고요. 

참고로 제가 만드는 여러 콘텐츠 중에 실시간 정보를 가장 빠르게 업로드하는 건 <내가 빌린 책>입니다. 블로그에서는 지금 유럽 여행기를 올리고 있지만, <내가 빌린 책>에서는 이미 지난주에 시작한 베트남 나뜨랑 여행편이 올라왔거든요. 

https://youtu.be/RF_7ugMw2ZE?si=js1vuSfA3NwVA7ZK 

피디로 생활하면서 너무 행복하다는 걸 동생에게 종종 이야기했어요. 나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재미가 있다고. 내가 하는 걸 보고 블로그도 하고 유튜브도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는 즐거움을 찾아가는 동생을 보면서 느낍니다. '이야, 그걸 다 혼자서 해내네?' 

저는 MBC 입사해서 수십년 동안 연출에 대해 배우고, 주위의 전문가들의 도움을 얻어 익힌 콘텐츠 제작의 노하우, 동생은 어깨 너머로 보고 따라하는데 정말 잘 하더군요. 동생이 그래요. "오빠는 참 뿌듯하지 않아? 이렇게 훌륭한 수제자를 곁에 둬서?" 응, 네가 내 수제자다. 인정. ^^

동생의 유튜브에 댓글이 달렸어요. '남매가 정말 친해보여서 보기 좋아요.' '밝은 모습 보기 좋습니다.' 다행입니다. 저희 둘 다 나름의 상처가 있어요. 살면서 어려움을 겪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다만 그 상처가 우리의 삶을 정의하도록 놔두고 싶지는 않아요. 고난과 시련에서 배울 수 있다면, 우리는 또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유튜버로 살아가는 동생의 삶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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