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계단으로 다니는 이유
회사에 다닐 때, 저는 엘리베이터를 타는 게 두려웠어요. 문이 열릴 때 그 안에 어떤 사람이 타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죠. 2012년 MBC 노조 부위원장으로 일하며 170일 동안 파업을 했어요. 그렇게 길게 싸우고 나면 사람들의 삶이 갈립니다. 파업 중 노조를 탈퇴하고 복귀해 보직 부장이 된 사람도 있고요. 파업 후 좌천되어 현업에서 쫓겨난 조합원도 많아요. 엘리베이터에서 사람을 만나면 그런 생각을 해요. 둘 중 어느 쪽일까? 나를 미워할까, 나를 원망할까? 그런 생각을 하며 사는 삶은 너무 괴롭습니다. 결국 저는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다녔어요. 13층 휴게실도, 2층 자료실도, 다 걸어서 다녔어요.
2012년 파업을 이끌 때, 검찰은 저를 업무방해죄로 기소하고 제게 징역 2년형을 구형했습니다. 피고 최후 진술에서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기 계신 검사님은 제가 불법 폭력 파업을 선동하는 종북좌파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검사님의 말씀을 들으며 당황스러웠습니다. 저는 뼛속까지 자유민주주의자거든요. 언론사 직원인 내게 가장 소중한 자유는 언론의 자유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영방송사의 주인은 국민이라고 믿습니다. 그런 믿음을 지키기 위해 저는 싸웠습니다.”
2014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은 무죄를 판결했습니다. MBC 파업은 언론의 자율성을 지키고 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었어요. 이는 언론사 구성원들의 기본적인 책무와 관련이 깊고, 그 의무를 지키기 위한 파업은 업무방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거죠. 지난 금요일 (12월 16일)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며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미디어 오늘에 올라온 기사입니다.
‘2012년 1월30일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쟁취를 위해 돌입했던 파업의 정당성이 법적으로 인정받기까지 3973일이 걸렸다.
앞서 서울고법은 2015년 정영하, 김민식, 강지웅, 장재훈, 이용마 등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집행부 5명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 등과 관련해 “공정방송 의무를 실현하는 것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었는지 여부는 근로조건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며 파업이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또 “방송 공정성 실현을 위해 마련된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면, 부득이 쟁의행위에 나아가는 것은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기사를 보며, 문득 2014년에 찍은 사진이 떠올랐습니다. 재판장으로 향하던 노조 집행부 동료들의 모습입니다. 대법의 판단을 기다리던 이용마는 끝내 무죄 선고를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용마와 함께 이 기쁜 소식을 나누지 못하는 게 너무 아쉽습니다.
언론 자유 수호의 역사에 길이 남을 판례를 남겼습니다.
불세출의 전략가 덕분입니다.
용마야,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