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식pd 2022. 3. 31. 05:54

2021년 3월 31일에 다녀온 '강릉 바우길' 여행기입니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전자책을 읽습니다. 그러다 창밖이 어슴프레 밝아오는 걸 보고 구글에서 일출 시간을 검색합니다. 오랜만에 숙소에서 동해 해돋이를 볼까?

'오전 6:12
2021년 3월 31일 수요일 (GMT+9)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읍 주문로 일출' 

이라고 뜨네요. 빨라졌네요. 지난달 제주 모슬포에서는 6시 45분이었는데 말이죠. 해가 부지런한건가, 지구가 부지런한건가?

저멀리 빠알간 해가 빼꼼 고개를 내밉니다.

일출을 보며, 마그마의 노래 '해야'를 흥얼거립니다.

"해야, 떠라, 해야, 떠라, 빨갛게 솟아올라라~"

추억속의 노래죠. 연세대학교 지질학과에 재학 중이던 조하문이 1980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부른 노래인데요. '연세대 치질학과 조항문'이라고 자기 소개를 했다는 개그가 떠올랐어요. (너무 오래된 아재 개그... ^^)

 
밤새워 조업을 한 오징어배가 주문진항으로 돌아옵니다. 오징어배에서 쏟아내는 오징어의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오늘의 질문 : 왜 오징어들은 밝은 빛에 이끌려 수면 가까이 올랐다가 그물에 잡히고 마는 걸까?

내가 오징어라면, 나는 늘 어둠속에서 살아갈 겁니다. 한낮에도 바닷속은 어두운데, 칠흑 같은 밤바다는 얼마나 어두울까요? 캄캄한 밤바다를 떠다니는데 어디선가 눈부신 빛이 비친다면 나도 모르게 끌려가지 않을까요? 그 강한 자극을 과연 나라고 피할 수 있을까? 오징어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욕망을 절제하는 게 오래 사는 비결일 것 같은데요. 막상 실천은 참 어렵다는 걸, 오징어 배를 타고 오는 오징어들을 보며 느꼈어요. 화려한 불빛에 나도 모르게 끌려가기 보다, 캄캄한 바닷속을 자유롭게 헤엄치고 다니는 오징어가 되고 싶어요.

본격적으로 걷습니다. 오전 8시 주문진 등대마을.

주문진 항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조망명소입니다.

공원 한쪽에 나무 기둥들이 줄지어 서 있어요. 당신의 뱃살을 체크하라는 거죠.

건강체크 헬스 게이트 (health gate)라고 되어 있는데, 소리나는대로 읽으면 지옥문? (Hell's Gate) ^^

아기자기한 산책로를 따라 걷습니다.

소돌해안일주 산책로입니다.

주문진에서 북쪽으로 1.5km에 있는 소돌해변.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여러 형상의 바위들을 감상할 수 있어요. 

소돌해안 산책로, 아기자기하니 좋네요.

소돌 해변을 따라 걷는 이 길은, 바우길 12구간. 사천진 해수욕장에서 주문진 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해안 산책로입니다.

오전 8시 40분. 
주문진 해수욕장에 도착했어요.

청시행, 청춘의 시작은 여행이다.

나이 스물이 될 때까지 수험생으로 사느라 청춘을 유예한 젊은이들이 강릉에 와서 서핑을 하고, 커피를 즐겨요. 여행은 먹고 자는 모든 걸 본인이 책임지고 하는 거죠. 혼자 여행을 떠난 순간 우리는 진짜 어른이 되는 게 아닐까요?

오전 10시, 양양군에 도착했어요. 주문진항에서 여기까지 걸어서 2시간 걸렸네요. 오늘의 반환점입니다. 다시 2시간을 걸어 숙소까지 돌아갑니다.

12시, 주문진 시장에서 고기만두를 삽니다. (4000원) 포장한 만두를 숙소에 가서 먹는 게 오늘의 점심입니다. 시장에서 꽈배기 3개도 사요. (2000원) 이건 내일 아침입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경비를 극단적으로 아낍니다. 저녁은 굶고 점심은 간단하게 해결해요. 카페를 들르지도 않아요.

숙소에서 연박을 하면 좋은 점. 둘째날 점심을 호텔방에서 간단히 먹고 창밖 바다전망을 즐기며 쉽니다. 책을 읽다 졸리면 드러누워 자고, 깨면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영화 보고 놀아요. 3시간을 걸은 후에는 푹 쉽니다. 빈둥대다 질리면 다시 산책을 나가죠.

오후 3시, 주문진 솔바람길 걷기 코스를 걷습니다.

지역마다 특색있는 걷기 여행 코스가 많아 좋아요. 전국방방곡곡을 누비며 다니고 싶어요.

주문진 사임당교육원 주위 솔숲길인데요. 강릉바우길과도 만납니다.

40분 정도 숲길을 걸으니 영진해변이 나오네요. 모래사장을 거닐다 다시 숙소로 갑니다. 저녁에는 책을 읽고 쉴 거예요.  

이날 경비는요.

편의점 6,000원

꽈배기 2,000원

숙박 35,000원

 

총 43,000원 

 

짠돌이 여행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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