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식pd 2020. 7. 16. 05:56

우리 가족은 2020년을 애타게 기다렸어요. 수험생인 큰 딸이 대학에 들어가면, 다시 넷이서 여행을 다니려고요. 둘째가 고등학교 올라가기 전에 빡세게 놀아보자! 그랬는데........ ㅠㅠ 코로나가 터졌어요. 큰 아이는 여행은커녕 대학 캠퍼스 구경도 못하고 지냅니다...  

해외가 막혔다면, 우리에게는 제주도가 있다! 했어요. 5월 황금 연휴를 맞아 가려고, 1월에 숙소랑 항공권도 다 예약했지 말입니다.

제주도 여행을 자제해달라는 호소가 뉴스에 나오지 말입니다. 눈물을 머금고 여행을 취소했지 말입니다. 올레길을 걷는 대신, 대부도 해솔길을 걷습니다. 서해는 뻘밭이라 제주바다의 푸른 느낌이 없지 말입니다. 그래도 둘째는 물가에 앉아 한참을 노네요. '네가 뻘밭을 좋아하는구나, 그렇다면 다음 주말에는...' 

제부도로 갔지 말입니다. 주말 아침에 일어나 네비를 찍으니 집에서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뜨네요. 제부도 해수욕장 공영 주차장에 차를 댑니다. 사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뻘에서 무언가를 캐고 있어요. 꽃삽과 장화를 빌립니다. 두 아이는 꽃삽을 들고 신이 나서 뻘밭으로 향합니다.   

저는 혼자 제부도 해안산책로를 걷습니다. 아이들이 크니까 이게 편해요. 아이들이 가자는 곳으로 차를 몰고 가고요. 도착해서 아이들끼리 놀라고 하고, 저는 혼자 산책을 즐깁니다. 대학생이 된 민지는 동생을 잘 챙기거든요.

혼자 답사를 다니다 풍광이 좋은 곳을 만나면 사진을 찍어 돌아가 아이들에게 보여주죠.

제부도 해수욕장 끝에 가면 이런 멋진 해안산책로가 있는데, 같이 갈래?

언덕을 오르는 계단을 보면 힘들 것 같지만, 오르막은 저게 전부에요. 이곳 산책로는 전체를 돌아보는데 한 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저는 두 번 걸었지요. 제주 올레길의 미니어처 버전이라고 할까요?

데크로 길을 놓아 바다와 섬의 풍광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요. 

아이들을 찾으러가는 길에 모래사장에 뭔가 써있어요. 데이트 온 연인들의 애정 행각인가? 싶어 가서 보니...

'민지 ♡ 민서'

악! 우리 애들이 써놓은 거군요. 큰 딸 여섯살 때 둘째를 가졌어요. 큰 아이는 혼자 자라다 동생이 태어나자 무척 반겼지요. 어른이 된 민지와 이제 청소년이 된 민서, 두 자매는 사랑하는 사이처럼 지내요. 두 분 오래오래 예쁘게 사랑하세요~

제주도 여행을 가지 못해 아쉽지만... 집에서 한 두 시간이면 바로 갈 수 있는 제부도도 좋네요. 모세의 기적처럼 바다가 갈라지는 도로도 신기하고요. 제주도건 제부도건, 가족이 함께 하는 여행이라면, 어디라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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