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ar 1. 1992년 유럽

테마: 대학 4학년 여름방학, 마지막 방학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 무작정 떠난 첫 배낭여행.
총경비 : 200만원 (영어토론대회 상금과 영어 과외한 돈으로 경비 마련
)
런던 왕복 항공권 80만원, 유레일 패스 40만원,
고로 숙식 포함 순수 여행경비는 80만원...(그 시절엔 이게 가능했음. ^^)

일정: 45
일간

유럽 배낭 여행은, 모든 배낭족들이 처음 거쳐야하는 관문이다. 짧은 기간 동안 가장 많은 나라를 돌 수 있다는 장점에, 비교적 안전하고 또 편의시설이 잘 되어있기에 배낭 여행 입문 코스로 최적
.

런던, 파리, 베를린, 로마 등등 유럽의 수도를 도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차고, 유레일 패스 하나면 교통이 해결되기에 편리하기까지... 벨기에의 브뤼헤같은 작은 도시도 좋고, 파리의 낭만도 좋았지만
...

베스트 여행지는, 프라하
!
내가 유럽 여행지 중 강추하는 도시는 체코의 수도인 프라하이다. 최근 대한항공 직항도 생길 정도로 관광지로 인기... 그 인기의 비결은? 유럽 대부분의 수도는 세계 1,2차 대전을 통해 공습에 시달렸다. 유일하게 프라하만이 공습을 받지않아 지금도 중세때, 도시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벽돌로 된 차도이며 수백년된 성당, 석조 건물들, 프라하에선 도시 골목 어디를 헤매어도 다 관광지다. 길가에 멍하니 서서 주위를 둘러보면 마치 중세로 시간 여행을 떠나온 느낌... 92년 당시엔 사회주의 국가에 직접 와봤다는 것만으로도 감개무량했던 도시. 그리고 물가 역시 서구에 비해 현저히 저렴하기에 일주일 정도 묵으면서 간만에 고기를 먹어본 고마운 도시... (
프랑스에선 배낭에 꽂아둔 바게트로 세끼를 연명하기도 했으니까)

(기차에서 만난 체코 아이들. 동구 문호 개방 직후라, 처음 본 동양인 모습에 무척 신기해했다. 이때만해도 프라하 인심 참 좋았는데!)

베스트 추억
, 나만의 프라하 영화제.
당시 동구권 국가들은 문화 지원 정책이 잘 되어있어 극장 시설이 좋았다. 영화 한 편에 500원인데 (당시 한국은 4000). 매 상영시간마다 다른 영화를 틀어주어, 하루 종일 앉아서 네 다섯편의 영화를 봤다. 공산권 영화와 미국의 최신 블록버스터가 공존하는 상영표... 일본 애니메이션 걸작 '아키라'를 스크린으로 본게 프라하에서의 소중한 추억. (아키라를 본 후, 난 재패니메이션 매니아가 되었다
.)

(숙소에서 만난 노르웨이 친구들. 배낭족 특유의 유쾌함과 장난기! 이 문화, 한번 맛 보면 중독된다. 유스호스텔에서 외국 배낭족들과 모여 음식 만들고 노는 문화.)

짠돌이 여행 비법

1. 처음엔 걸어라.
론리 플래닛이나 여행 정보 책자에 보면 도시별로 도보 여행 추천 코스가 있다. 처음 방문한 도시에서는 무조건 2~3시간 걸어라. 그래야 그 도시만의 문화와 정서를 알 수 있다. 지도 한 장 들고 걷다보면 대략적인 정보가 입력된다. 길은 어디로든 통한다. 배낭족의 기본은 걷기다.

2. 현지식을 즐겨라.
어느 나라든 그 나라만의 싼 길거리 음식이 있다. 프랑스엔 바케트, 영국엔 피쉬앤칩스, 독일엔 브랏앤부르스트. 한국으로 치면 김밥이다. 이런 음식 즐겨줘라. 유럽은 한식당이 비싸다. 김치찌개와 육개장은 좀 참아도 된다. 현지화, 배낭족의 또다른 기본이다.

3. 비싼 건 패스해라.
런던에서 뮤지컬 보고, 파리 가서 쇼 보고, 로마 가서 오페라 보면... 금방 거지 된다. 하나만 정해서 올인해라. 나머지는 다음에 와서 또 해도 된다. 비싼 건 아껴둬라. 그래야 다음에 다시 오지 않겠는가.

 
(숙소에 앉아 융프라우 가는 기차 탈 돈이 없어 고민중인데 홍콩 친구가 다가왔다.
'친구야. 융프라우를 공짜로 보는 방법이 있는데 같이 갈래?' 귀가 번쩍 했다. '어떻게?'
'걸어서 산등성이까지 오르는 거지.' '거기서도 융프라우 정상이 보여?' '저 멀리 보이긴 하지.'
 그래서 우린 둘이서 걸어서 알프스를 올랐다.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친구야. 우리 다음엔 꼭 돈 벌어서 기차타고 오르자.')

배낭 여행이 패키지 여행보다 좋은 이유?
돈은 덜 들고. 재미는 더 있다.
인생은 이래서 살만하다.
없는 이는 없는 대로 방도가 있다는 거.
세상을 즐기는 데 필요한 건 더 많은 돈이 아니다. 의지다.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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