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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551

드라마 피디는 예술가일까? 노동자일까? 작년에 내가 MBC 노동조합에서 집행부 일을 맡게 되었다고 하니, 어느 동료 드라마 피디가 그랬다. "형, 왜 드라마 피디가 노동조합 일을 하는거야? 우린 노동자가 아니잖아." "노동자가 아님, 그럼 우리가 고용주냐?" "감독이잖아. 우린 예술가지." 드라마 피디는 예술가일까, 노동자일까? 한때 '조선에서 왔소이다'란 시트콤을 만들었다가 쫄딱 망한 적이 있다. 그때 위에서 시청률 저조, 광고판매 부진, 제작비 초과를 이유로 조기종영을 요구했을 때, 결사반대하고 부딪혔다. 작품으로서의 완결성을 보장하기 위해 약속한 방송분은 다 내보내야 한다고 우겼다. 그랬더니 그러더라. "민식아, 예술할거면 집에가서 네 돈 가지고 해라." 그때 깨달았다. 자신의 돈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은 예술가고, 회사의 자본으로 무.. 2012. 11. 6.
국회 환노위에 스님들이 떼거지로 나타난 까닭? 삭발 투쟁중인 MBC 노조 집행부는 어제 국회 환노위 회의장으로 출동했습니다. 김재철 사장이 증인으로 채택되어 출두하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죠. 물론 김재철 사장은 또 베트남으로 달아나 국회에는 나타나지도 않았고 새누리당 국회의원들 역시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삭발한 다섯명의 집행부가 회의장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직원분이 앞을 막더군요. "스님들께서 여기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저도 모르게 폭소가 터져나왔습니다. "방청 신청한 MBC 직원들입니다." '소승은 재철법사의 악행을 고하러 왔소이다.'라고 할 걸 그랬나요? MBC 로비에 앉아 철야농성하는 우리를 보고 지나가는 선배들이 놀립니다. "스님들이 법란 일으키러 온 거 같다, 야." "와, 눈이 부셔서 앞을 못 지나가겠네." 어떤 분은 사진을 카톡으로 .. 2012. 11. 3.
라디오 피디가 찬양하는 김재철 사장의 경영술 오늘은 MBC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한 편 싣습니다. 네, 자유게시판은 모 아나운서만 쓰는 곳이 아니라 모든 MBC 직원에게 열린 공간이죠. ^^ MBC 라디오국 한재희 피디의 글입니다. 배웁시다. 사장님의 경영술을 주제넘게 간추려 본 사장님의 경영비법. 하나. 감이 최고다. 사장님은 데이터와 보고서에 의존하지 않으십니다. 오로지 사장님의 범접할 수 없는 '감'으로 어마어마한 일들을 처리하십니다. 그리하여 몇년간 범부들이 입씨름만 하던 뉴스데스크 이동 같은 천지개벽 개편을 말씀 하나로 전광석화 실천하십니다. 마침 감이 무르익을대로 무르익는 계절입니다. 아, 익다 못해 이제 다 떨어져 버리는 11월이 되었군요. 둘. 박힌 돌은 빼야 한다. 사장님은 한 곳에 푹 박혀 한 우물만 판 사람을 믿지 않습니다... 2012. 11. 2.
책으로 깨닫는 인연의 소중함 세상을 살면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인연이라 생각합니다. 마흔 다섯살의 김민식이 무언가 하는 것은 지금 현재의 내가 아니라 지난 수십년간 만난 인연이 하는 일입니다. 1996년에 외대 통역대학원에 재학하던 저는 인터넷 통신 동호회에 SF소설을 번역해서 올렸어요. 그렇게 번역한 책을 출판하고 싶어 박상준 님을 찾아갔죠. SF 출판 기획에서는 박상준 님이 우리 나라 최고의 전문가시거든요. 그 분께 제가 나우누리 통신에 올린 원고를 보여드리고 출판을 부탁했습니다. 그렇게 아이작 아시모프의 유작 '골드'를 번역 출판했답니다. 우연히 MBC에 피디로 입사하고 10년을 바쁘게 살다, 박상준님이 '오멜라스'라는 국내 최초 SF전문 출판사를 차렸다기에 인사하러 갔어요. 갔다가 'SF 명예의 전당'이라는 .. 2012. 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