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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날라리 영화 감상문62

중년의 위기가 찾아올 땐 <미성년> (에 기고한 글입니다.) 영화 이 극장 개봉했을 때, 영화가 참 잘 빠졌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배우 매니저들을 만날 때마다 김윤석 감독님의 데뷔작이 기똥차게 나왔다고 했다. ‘아, 진짜, 그 분은 그냥 연기만 하시지......’ 극장에 가지 않은 건, 직업적 자존심 때문이다. 직업이 드라마 피디라, 나름 감독이라는 자부심으로 먹고 산다. 연기 잘하는 배우가 심지어 연출도 잘한다는 걸 내 눈으로 확인하면, ‘아, 외모도 딸리고 연출도 못하는 나는 이제 어떡하지?’하는 자괴감이 들 것 같았다. 어린 시절부터 영화광으로 살았지만 감히 영화배우를 꿈꾼 적은 없다. 집에 거울이 있었기 때문이다. 타고난 재능은 없어도, 열심히 영화를 보고 책을 읽다보니 드라마 피디라는 직업을 얻을 수 있었다. 나처럼 겸손하게 생긴.. 2020. 4. 29.
바이러스로부터 나를 지키고 싶을 때 (왓챠의 브런치에 기고한 글입니다.) 영국은 자존심이 강한 나라다. 미국이 잘나봤자 영국의 식민지였다. 독일과 프랑스를 히틀러로부터 구한 게 영국이다. 셰익스피어와 비틀즈, 그리고 해리 포터를 만든 나라다. 2016년, 콧대 높은 영국의 자존심이 무너졌다. 그해 6월, 브렉시트 국민 투표로 영국은 유럽 연합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했다. 금융 산업의 허브, 관광산업의 중심지, 세계적 문화 강국인 영국이 그냥 섬나라가 되겠다고? 그들의 자살골에 모두가 경악했을 때 영국을 구원한 건 미국이었다. 2016년 11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미국은 이제 멕시코와 미국 사이에 장벽을 쌓아야 할 참이다. 세상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자존심이 상했을 때, 영국인들은 블랙코미디를 만든다. 자학 개그가 곧 .. 2020. 4. 8.
나 자신이 초라하다고 느껴질 때 (왓챠의 브런치에 기고한 영화 감상문입니다.) 공대를 나와 영업사원으로 일하다 MBC에 입사했다. 드라마 PD로 일하지만, 영상문법을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어 일을 하다 주눅이 들 때가 많다. 나 자신이 초라하다고 느껴질 때, 나는 를 본다. 뉴욕의 꼴통 형사 존 맥클레인이 나오는 시리즈를 보면, 내가 삶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내 인생, 어쩌면 좋지?’가 아니라 순식간에 ‘아이구, 저 아저씨 이번에도 망했네? 어쩌면 좋지?’가 된다. 이 아저씨 인생도 참 기구하다. 별거중인 아내를 만나러 갔더니 테러범이 인질극을 벌리고(), 공항에 아내 마중 나갔더니 용병들이 공항을 접수한다(). 새로운 영화를 보는 것보다, 이미 본 영화를 다시 보는 게 내게는 공부다. 극장에서 처음 보는 영화의 경.. 2020. 4. 1.
새해 결심이 약해질 때 <귀타귀> 요즘 아이들의 히어로가 라면, 내가 어렸을 때는 이소룡이었다. 이나 를 본 아이들이 쉬는 시간만 되면 “아뵤오!” 괴성을 지르며 쌍절곤을 휘둘렀다. 이소룡의 뒤를 이어 인기를 끈 영화 주인공은 엉뚱하게도 귀신이었다. 내가 중학생이던 시절, 아이들은 부적이라고 종이를 이마에 붙이고 두 팔을 들고 콩콩 뛰어다녔다. 1981년 홍금보 주연의 가 극장 개봉했을 때 일이다. 의 주인공, 장대담(홍금보 분)은 대담하기로 동네에서 명성이 자자하다. 어느 날 낯선 사람이 찾아와 담력 내기를 제안한다. 외딴 산 속, 관 속에 있는 시체와 하룻밤을 보내면 거금을 주겠다고. 장대담의 아내와 바람이 난 마을 부자가 꾸민 흉계다. 부자에게 돈을 받은 사악한 도사가 장대담을 해치우기 위해 시체에 주술을 건다. 이제 장대담과 강시.. 2020. 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