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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552

책으로 깨닫는 인연의 소중함 세상을 살면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인연이라 생각합니다. 마흔 다섯살의 김민식이 무언가 하는 것은 지금 현재의 내가 아니라 지난 수십년간 만난 인연이 하는 일입니다. 1996년에 외대 통역대학원에 재학하던 저는 인터넷 통신 동호회에 SF소설을 번역해서 올렸어요. 그렇게 번역한 책을 출판하고 싶어 박상준 님을 찾아갔죠. SF 출판 기획에서는 박상준 님이 우리 나라 최고의 전문가시거든요. 그 분께 제가 나우누리 통신에 올린 원고를 보여드리고 출판을 부탁했습니다. 그렇게 아이작 아시모프의 유작 '골드'를 번역 출판했답니다. 우연히 MBC에 피디로 입사하고 10년을 바쁘게 살다, 박상준님이 '오멜라스'라는 국내 최초 SF전문 출판사를 차렸다기에 인사하러 갔어요. 갔다가 'SF 명예의 전당'이라는 .. 2012. 11. 1.
단식 농성한다고 했더니 마누라 하는 말... 그러니까 단식만은 정말로 하고 싶지 않았다. MBC노조 집행부가 올해 초 파업을 시작하고 170일을 싸울 수 있었던 건 우리가 즐겁게 싸운 덕분이라 생각한다. 삭발이나 단식, 점거 농성을 했다면 체력이 떨어져 절대 6개월씩 파업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단식을 싫어하는 건 나의 몸은 나의 정신이 깃드는 신전이므로 늘 숭배해야 한다는 평소의 지론 때문이다. 나는 드라마 피디로서 체력을 관리하기 위해 술 담배 커피를 하지 않는다. 나의 기분을 다른 무언가의 도움을 통해 더 좋아지게 한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기분 정도는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거의 조증으로 살기 때문에 별로 우울한 날이 없기도 하지만... 가능하면 몸은 깍듯하게 모시고 싶다. 건강해야 .. 2012. 10. 30.
미친 경쟁의 시대에 게으름도 공부다 방명록에 올라온 사연입니다. "곧 졸업을 앞둔 25살 학생입니다. 그러나 이제껏 아무것도 해놓은게 없고 불안하기만 합니다. 신입생부터 복학 3학년까지는 통학하면서 학교 무리없이 다녔는데 4학년 기숙사 입사하고나서 그냥 이유없이 수업에 들어가고 싶지 않고 지금은 몇몇 수업조차 한달째 째고 있습니다. 왜 그런것인지 진심어린 조언 부탁드립니다. 지금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구요 왜 그럴까요?" 얼마전 어떤 남학생을 만났는데, 애띤 얼굴인데 몇 달 뒤 군에 입대한다기에 몇학년이냐고 물었더니 1학년 신입생이라 하더군요. "아니 그럼 좀 더 대학생활을 즐겨야지, 왜 벌써 군에 입대하나요?" 하고 물었더니 "친구들은 1학년 1학기 마치고 갔구요. 저는 좀 늦은 편입니다."라는 답을 하더군요. 요즘 청춘들의 삶을 생각.. 2012. 10. 26.
조 파이크처럼 존재감을 키우는 법 학교 진로 특강을 자주 다니며 '피디로 사는 즐거움과 독서의 필요성'을 아이들에게 알려주려 하는데, 때론 아주 고역인 강의가 있다. 방송에 대한 꿈을 가진 아이가 아니라 억지로 특강을 들으러 나온 친구들이 모인 자리가 그렇다. 자리에 앉아 있기는 한데, 쉼없이 옆자리 친구랑 장난치고 떠든다. 어떤 아이는 아예 강사인 내게 등을 돌리고 뒷자리 친구와 게임을 하기도 한다. 얌전하게 앉아 있는 아이들에게 좌절하는 경우도 있다. 나름 웃기는 멘트를 휙 날렸는데 웃음이 터져나오지 않아 하나하나 눈동자를 들여다보면 멍한 표정이다. 앞에 백여명의 아이들이 앉아있지만 마치 허공을 마주하고 있는 느낌, 이건 뭐지? 지난 주 고미숙 선생의 강연을 들으러 갔다가 '몸과 마음의 교집합만큼이 존재감'이라는 말씀을 듣고 무릎을 .. 2012. 10.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