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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552

수능을 마친 고3 여러분에게 (요즘 수능 마친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다닙니다.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글로 옮겨봅니다.) 여러분, 수능 보느라 고생많았어요. 지난 십여년 동안 주위 어른들에게 이런 말을 많이 들었을 거에요. "네가 나이 스물에 어느 대학, 어느 학과를 다니느냐로 네 남은 인생이 결정난다." 그거 다 거짓말이에요. 대학 전공과 인생은 별 상관이 없어요. 저는 대학에서 석탄채굴학과 석유시추공학을 공부했지만, 서른살에는 동시통역사 출신 예능 피디가 되었고, 마흔살에는 드라마 피디가 되고, 쉰살에는 작가가 되었어요. 인생은 생각보다 길어요. 우리는 100세까지 살아요. 나이 스물에 어느 대학을 다니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30대나 40대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느냐 마느냐에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2023. 12. 4.
죽을 때까지 일하는 게 소원입니다. 일하다 죽을까 무서웠는데, 이제는 죽을 때까지 일하는 게 꿈입니다. 드라마 피디로 일할 때, 이렇게 일하다 죽는 게 아닐까 불안했던 적이 많습니다. 미니시리즈를 연출할 때는 하루 두 시간 세 시간을 자면서 날밤을 새워 일했어요. 그렇게 죽어라 고생 해서 만들어도 시청률은 안 나옵니다. 이제 슬슬 배우들과 제작진 눈치가 보여요. ‘밤을 새우면 뭐하나. 재미가 없는데...’ 그런 상태에서도 계속 밤을 새며 찍습니다. 그러다 문득 깨닫습니다. ‘아, 과로사한 드라마 감독들도 다 이런 상황이었겠구나.’ 그나마 촬영하며 밤을 새울 때는 억울하지가 않아요.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하고 싶은 일이니까요. 주조정실로 발령이 나서 교대근무를 할 때는 더 힘들었어요. 새벽 2시 넘어 방송 송출을 하고 잠깐 눈을 붙입니다... 2023. 11. 20.
동생이 만드는 유튜브에 출연했어요 지난 추석에 아버지랑 여동생이랑 셋이 모여 점심을 먹었습니다. 캐나다에 사는 동생이 한 달 전에 잠깐 들리러 들어왔고요. 아버지 추석상을 직접 차려드렸어요. 보면서 속으로 감탄했습니다. 나는 항상 아버지 모시고 외식을 다니는데, 동생은 직접 상을 차려드리는구나. 역시 아들보다 딸이 나아. ^^ 점심을 먹고 동생에게 카페에 가서 차 한 잔 할까? 했더니 새로 생긴 단골 무인 카페가 있다고 가자고 하더군요. 추석날 점심이라 그런가 무인 카페에 우리 빼고 아무도 없었어요. 무인이니까 주인도 안 계시고. 문득 동생이 "오빠, 우리 유튜브 찍자."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둘이서 유튜브 영상 한 편 찍었어요. https://youtu.be/qQpMJuvchu8?si=WUnRmprOeF35xr8K 동생이랑 저랑 영어.. 2023. 10. 9.
타인을 수단으로 대하지 않기 오래 전에 만난 적이 있는 분에게 연락이 옵니다. "새 책 나온 거 잘 봤어요! 우리 밥이나 한번 먹을까요?" 만나서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를 하다 그분이 그럽니다. "혹시 MBC 모 예능 프로 연출하는 피디 알아요?" 같은 직장을 24년을 다녔으니 모른다고 하면 거짓말이지요. 친하지는 않아도 아는 후배가 많으니까요.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힙니다. 저는 무척 난감합니다. 피디로 일할 때, 제가 제일 싫었던 게 일반인 출연 청탁하는 선배였거든요. 예능 피디는 사람 장사하는 사람입니다. 무수하게 많은 사람들을 찾고, 보고, 만나서 그중 어떤 사람이 진짜 매력적인 사람인지 가려내는 게 일이에요. 부지런한 예능 피디들 덕분에 우리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TV에서 만나게 됩니다. 예능 프로에 소.. 2023. 9.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