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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9.24 진정성의 시대 (18)

1997년 MBC 신입사원이던 시절, <인기가요 베스트 50> 조연출로 일했어요. 그해 여름, 캐리비안 베이에서 특집 방송을 하는데, 그날의 1위는 박진영의 <그녀는 예뻤다>. 소속사에서 3주 연속 1위를 한 기념으로 제작진에게 밥을 샀습니다. 연출 선배가 앉은 테이블에 나랑 조연출 선배랑 박진영, 넷이 앉아 저녁을 먹었죠. 그때 선배가 나를 가리키며 "이 친구가 작년에 막 MBC 입사한 신입 피디야." 했더니 박진영이 나를 보고 물었어요. "피디 시험은 어떻게 보는 거예요? 저도 장래 희망이 프로듀서거든요." 진지한 그의 표정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다 말렸습니다. '피디는 밤에 잠도 잘 못자고, 주말에 편집하느라 연애도 못한다. 그냥 가수가 최고다. 뭐하러 피디를 하느냐'. 나중에 알았어요. 그가 말한 피디는 노래를 만들고, 가수를 키워내는 음반 프로듀서였다는 걸. 요즘 TV에 출연하는 박진영을 보면, 23년 전 MBC 신입 피디이던 저를 붙들고 '피디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요?'하고 묻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래, 저 사람이야말로 진짜 프로듀서지.' 신인이 가수로 성공하려면 먼저 인성부터 길러야한다는 박진영의 어록이 화제지요. 최재붕 교수님의 새 책에서 그 이야기를 만났어요.

<체인지 9 : 포노 사피엔스 코드> (최재붕)

박진영은 신인에게 '진실, 성실, 겸허'라는 세 가지 덕목을 강조합니다.

'진실하다는 것은 무언가 숨기고 조심할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가수가 되면 카메라 앞에서 조심해야 한다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의 삶이 드러난다고 해도 부끄러울 것이 없어야 하는 겁니다.

성실하다는 것은 자기와의 싸움입니다. 매일 해야 하는 것을 하는 것이죠. 그것이 쌓여 꿈을 이루게 됩니다.

겸허란 행동의 겸허함이 아니라 마음의 겸허함입니다. 자신의 단점을 진심으로 깨닫고 다른 이의 단점을 보기보다 장점을 보고 배우려는 마음가짐입니다.'

(322쪽)

문명을 읽는 공학자, 최재붕 교수가 작년에 <포노 사피엔스>라는 책을 냈을 때만 해도, '그렇지, 이제는 스마트폰을 쓰는 인류가 세상을 바꾸는 시대지.' 했거든요? 그런데 코로나 이후, 스마트폰 문명의 약진은 거의 혁명적입니다. 앞으로 언택트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포노 사피엔스의 문화를 이해해야 할 것 같아요. 이 시대에 필요한 경쟁력을 최재붕 교수는 9가지 포노 사피엔스 코드로 정의합니다.

'메타인지 -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알면 한계가 사라진다.

이매지네이션 - 생각의 크기가 현실의 크기를 만든다.

휴머니티 - 자기 존중감은 모든 사람의 권리다.

다양성 - 다른 것이 가장 보편적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 모든 부는 디지털 공간으로 모인다

회복탄력성 - 냉정한 낙관주의자의 길을 간다

실력 - 데이터가 한 사람의 모든 것을 증명한다

팬덤 - 가장 큰 권력의 지지를 받다

진정성 - 누구나 볼 수 있는 투명한 시대를 살고 있다'

이 9가지 코드 중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요?

'아홉 가지 포노 사피엔스 코드에서 가장 중요한 하나만을 고르라고 한다면, 저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진정성'이라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지난 책 <포노 사피엔스>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시대를 슬기롭게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인의예지'라고 생각합니다.

따뜻한 마음을 가슴에 품고 (인).

당당하게 의로운 마음으로 무장하고 (의)

모든 이에게 예를 갖추되 (예)

늘 생각하고 공부하며 지혜롭게 (지) 살아가는 것.'

(319쪽)

박진영은 나이 스물에 유명 가수가 되어 험난한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어요. 어린 시절 가수로 경험하는 인기는 마약과 같아서 이후 삶이 순탄하기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30년을 꾸준히 일관적인 자세로 살아오다 이제 나이 40대 후반에 본받을 만한 멋진 인생을 살게 된 거죠.

최재붕 교수는 스마트폰 문명을 이렇게 찬양합니다.

'유튜브는 크리에이터에게 조회 수에 따라 돈을 지급합니다. 팬덤의 가치를 금전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죠. 이것이 성공의 절대적 핵심요인이 되었습니다. 다양한 취향의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모여 작은 팬덤을 만들어내고 거기서 돈까지 벌 수 있도록 해준 것이죠. (...) 엄청난 자본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약간의 재능과 뜨거운 열정만 있으면 됩니다. 어떤 제한도 없습니다.

경쟁은 공정합니다. 많은 팬덤을 만들어내는 자가 많이 가져갑니다. 혈연, 학연, 지연, 자본, 돈 많은 부모, 어느 것도 도움되지 않습니다. 오직 사람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사람만이 성공합니다. 이것이 포노 사피엔스 문명의 가장 기본이 되는 룰입니다. 멋지지 않나요?'

(176쪽)

유튜브 초창기에는 자극적인 영상으로 사람의 눈길을 끄는 영상도 있었어요. 조회수는 늘었지만, 오래가지는 못했어요.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들은, 꾸준함으로 무장한 사람들, 진정성을 지닌 사람들이었어요. 박진영 같은 크리에이터가 되기로 결심했다면, 진정성을 강력하게 구축해야 합니다. 모든 생활에서 일관성이 있어야해요. 모든 족적이 데이터로 남는 시대에 일관성의 부재는 훗날 족쇄가 됩니다. 그래서 미디어를 시작하는 첫 단계는 철학의 정립이라 생각해요. 나만의 철학이 있어야 하고요. 그걸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합니다. 

9가지 코드를 살펴보다 느꼈어요. 이건 스마트폰과 함께 새로 생긴 규범이 아니에요. 오래된 규범이 새로운 문명을 만나 더욱 강력한 힘을 갖게 되었어요. 

진정성으로 승부하는 삶, 어떻게 살아야할까, 고민은 다시 시작됩니다.

책과 함께, 늘 새로운 질문을 찾는 삶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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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대문의 2020.09.24 06: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점에 가기만하면 책을 샀는데 이젠 나름 절약한다고 밀리의서재로 보고있습니다. 감사하게도 이 책이 있네요 ㅎㅎ 아무래도 종이책이 더 좋지만 편하게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게 어딘가요. 재밌어 보입니다. 감사합니다~*

  2. 보리랑 2020.09.24 06: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마나 진실에서 탁 걸리네요. 다행히 예전에는 밖에서의 나와 집에서의 내가 너무 달라 괴로웠는데 지금은 좀 비슷합니다. 20살에 이미 깨닫고 독서와 실력 인격에 투자하신 피디님 진영님 두분 대단하십니다

  3. 달빛마리 2020.09.24 07: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글을 읽고 오늘은 한참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었어요. 단 하나의 글에 피디님 경험과 함께 수많은 책이 담겨있어서요. 많은 고민을 하시고 여러 번 고치셔서 올리신 글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감사해요. 이런 글 정말 좋아요.

    이 책도 눈여겨 볼게요. 피디님 감사해요!

  4. 아솔 2020.09.24 07: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박진영씨가 티비에서 진실, 성실, 겸허를 이야기할 때는 그런가보다 했었는데, 이렇게 딱딱 짚어주시니 마음에 더 와닿네요. 저에게 꼭 필요한 덕목들인 것 같아요. 피디님의 세바시 북클럽 참여하고 싶은데 퇴근 시간이 안 맞아서 못해서 아쉬워요ㅠ 다음엔 주말 북클럽도 한 번 생각해 주세요~ㅎㅎ

  5. 오달자 2020.09.24 08: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정성으로 승부하는 삶!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변하지 않는 하나의 철칙이 있다면....
    그건 바로 진실된 자세 아닐까요.
    항상 삶에 대해 진지한 자세로 살아가시는 김민식, 박진영 피디 .
    두 분께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

  6. 섭섭이짱 2020.09.24 10: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녕하세요.

    인성을 얘기하시니..,,
    요즘 인기있는 그 유튜브 유행어가 생각나네요..
    "너 인성 문제 있어?"

    인성.. 진실.. 진정성.. 일관성.. 철학...
    결국 이건 내가 어떻게 살아가느냐와
    일맥상통하는것들 같네요.
    모든게 다 디지털로 보존되는 시대
    말하나 행동 하나하나가 중요한 시대 같아요...

    나는 어떻게 살고 있나.... 를 되돌아 보게됩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여러 생각이 드네요..

    오늘도 좋은 글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섭섭이짱 2020.09.24 15: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앗....중요한 사실을 빼먹을뻔했네요...
      30년이 되었지만 꾸준히 앨범내는
      박진영 피디의 최신곡을 알려드리려고요.

      몸 관리를 잘해서 그런지 춤도 잘추고
      공기반소리반 노래도 잘하고...
      입에 착착 감기니 함 들어보세요.

      그러고보니 디스코하면
      한 춤 하시는 김민식 피디님 주종목인데....
      다음번 꼬꼬독 라이브때 이곡으로 ..
      춤 한번 🕺🕺🕺.... 어떠세요? ^^



      🎶🎵🎶🎵🎶🎵🎶🎵🎶🎵🎶🎵

      <When We Disco (박진영, Duet with 선미)>

      마법 같았지 When we disco when we disco
      그래서 잊지를 못해 아직도
      너무 그리워 When we disco when we disco
      너도 기억하고 있는지 지금도

      너 빼고 나머진 다 Blur
      너만 보였지 (When we d.i.s.c.o.)
      빨려 들어갔어 Rapture
      밤이 새도 몰랐지
      넌 지금 어디에 있는지
      날 가끔 생각은 하는지
      아름다웠던 그 시절의 우릴
      Do you remember baby

      마법 같았지 When we disco when we disco
      그래서 잊지를 못해 아직도
      너무 그리워 When we disco when we disco
      너도 기억하고 있는지 지금도

      춤을 추는 우리를 다
      바라보았지 (When we d.i.s.c.o.)
      움직임 하나하나가
      전율을 일으켰지
      넌 그걸 잊을 수 있는지 나처럼
      잊지 못하는지
      아름다웠던 그 시절의 우릴
      Do you remember baby

      마법 같았지 When we disco when we disco
      그래서 잊지를 못해 아직도
      너무 그리워 When we disco when we disco
      너도 기억하고 있는지 지금도

      찌른 건 하늘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이었었지
      기억하니 Do you remember
      흔든 건 골반이 아니라 서로의 인생이었었지
      Do you, do you remember baby

      마법 같았지 When we disco when we disco
      그래서 잊지를 못해 아직도
      너무 그리워 When we disco when we disco
      너도 기억하고 있는지 지금도

      🎶🎵🎶🎵🎶🎵🎶🎵🎶🎵🎶🎵

    • 꿈트리숲 2020.09.24 15: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님 좀 짱인 듯😅🤣😂👍👍👍

    • 옥포동 몽실언니 2020.09.25 09: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꿈트리숲님 말씀에 저도 동감이요!^^

  7. 모험생띠띠 2020.09.24 10: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오늘도 좋은 책을 피디님의 경험과 녹여 잘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인의예지 마음 속에 품고 실행하며 오늘 하루도 보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8. 새벽부터 횡설수설 2020.09.24 10: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PD님의 일관성은 개쩔어요ㅎㅎ

  9. 아프리칸바이올렛 2020.09.24 13: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즐세 블로그에 꾸준히 들어오는 이유도
    피디님의 진정성,꾸준한 성실함의 힘에
    끌려서 입니다
    박진영프로듀서가 신인에게 원하는 인성의
    교과서같은 분이죠
    오늘 글도 여러 번 읽고 있어요
    저 역시 이런 삶에 다가가고 싶습니다

  10. 아빠관장님 2020.09.24 14: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최재붕 작가님에게 좋은 가르침 받을 수 있어서 참 좋네요!!!^^

    진정성!! 가장 중요하지만 또가장 어렵기도한 덕목이네요.^^

    좋은 책 소개 감사드립니다!!

  11. 꿈트리숲 2020.09.24 14: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우 소오름^^
    저 오늘 책리뷰로 박진영씨의 책
    <무엇을 위해 살죠?>를 썼거든요.
    그리고 지금 <포노사피엔스 코드>를
    읽고 있습니다요.

    박진영씨 책 읽을 때 가수 데뷔한 이야기랑
    음악방송 1위한 이야기들이 나와서 내심
    MBC 얘기(피디님 성함이라도) 나올까 했는데
    안나오더라고요 ㅎㅎ

    진정성과 성실 그리고 공부 이 삼박자가
    갖춰지면 10년 뒤 20년 뒤도 당당하게
    승승장구 할 것 같아요. 체인지9 정주행
    달려보겠습니다^^

  12. notom 2020.09.24 16: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와우 충격적인 글이네요 ㅎㅎㅎ 책을 꼭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좋은 리뷰 감사해요

  13. 아리아리짱 2020.09.24 18: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 피디님 아리아리!

    최재붕 교수의 <포노 사피엔스>를 읽고
    고정관념을 많이 깨트렸는데
    새로운 책 읽고 또 생각의 지평을 넓혀야 겠어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

  14. 대링 2020.09.25 03: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는말이긴하지만 진정성없는사람들이 꼭 진정성을 요구할때는 참 모순적인 생각이듭니다.
    자기들은다 진정성이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데이터로 남는다는것도 각자의 의견이담긴 데이터라는건데 그것도 이해관계에따라 방향이 다르게되죠.

  15. 김주이 2020.09.25 17: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의예지
    진정성

    저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고 제 삶에서 지키려고 노력하는 가치입니다.
    박진영씨의 진실 성실 겸허를 설명한 부분이 참 좋네요.

    진실하게 성실하게 겸허하게 살아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