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151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 (왓챠의 브런치에 기고한 글입니다.) 고백하자면 나는 노력 중독자다. 어쩌면 자기착취에 길들여진 사람인지도 모른다. 20대에 공대를 나와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던 나는 퇴근하면 외국어학원에서 영어공부를 했다. 7시에 시작한 학원 수업이 9시에 끝나면 집 앞 도서관에 가서 12시까지 그날의 공부를 되새겼다. 아침 6시에 일어나면 회사 옆 수영장으로 가서 7시부터 운동을 하고 8시 반에 출근했다. 매일 양복차림에 넥타이를 매고 나타나는 내게 어느 날 학원 선생님이 물으셨다. “김민식 씨, 혹시 통역대학원 입학시험 볼 생각은 없어요?” 마침 직장 내 괴롭힘으로 퇴사를 고민하던 시절이라 미련 없이 사표를 던졌다. 6개월 동안 하루 15시간씩 영어를 공부해서 그해 외대 통역대학원 입시에 합격했다. 하루 24시간을 .. 2020. 9. 1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