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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1

되고 싶은 건 없고, 하고 싶은 건 많고 예전에 대학에서 제안이 왔어요. "피디님, 방송사에서 오래 일하셨는데, 이제 새로운 도전은 어떠세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요?" "저희 학교 교수직을 제안하고 싶습니다만..." 조건을 들어보니 너무 과분한 제안이라, 깜짝 놀랐어요. 고민 끝에 현재로서는 회사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어 사양하겠다고 했어요. 연락 주신 분이 놀랐어요. "이건 정말 좋은 기회에요, 피디님. 평소 학생들을 가르치는 걸 좋아하시잖아요. 잘 맞는 일이라 생각하는데요." 부족한 게 많아 힘들 것 같다고 말씀드렸는데, 나중에 아내에게 혼났어요. 정년 연장의 기회를 왜 거절하냐고. 글쎄요, 저는 교수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거든요. 저는 되고 싶은 건 없어요. 하고 싶은 게 많지. 재미난 드라마를 만들고 싶어요. 책도 쓰고 싶고요. 여.. 2020. 8. 13.
돈보다 소중한 것 요즘 수입이 줄어 힘든 분들 많지요? 이럴 때 돈많은 친구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부자 친구에게 손을 벌리기보다, 그냥 물어보고 싶어요. 돈을 어떻게 버는지. 부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까요? 부자 친구를 사귈 때, 잘못 만나면 돈 버는 방법 대신 소비 습관만 배웁니다. 예전에 잘 나가는 부자 친구를 사귄 적이 있어요. 이 친구는 만날 때마다 와인바에 가서 최고급 와인을 시켰고 술값이 4~50만원이 나왔어요. 당시 제 한 달 용돈이 50만원이던 시절이에요. 물론 부자 친구는 자신이 사니까 부담없이 마시라고 하지요. 그래도 얻어먹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미안하잖아요? 그래서 치킨집에 가서 맥주를 마시자고 하니까, 괜찮다고 그냥 바에 가자는 거예요. 결국 나중에는 연락이 와도 바쁘.. 2020. 8. 12.
요즘 시대 학교 풍경 (오늘 자 한겨레 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1년 전, 대학에 인문학 특강을 갔다. 수업을 듣던 학생들이 졸음을 참지 못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수준 이하의 강의를 하는 바람에 괜히 학생들의 시간만 빼앗은 것 같아 부끄러웠다. 담당 교수가 민망해하는 나를 위로해줬다. 요즘 대학생들이 많이 힘들다고. 스펙도 쌓고 과제도 하고 알바도 해야 해서 잠이 부족하다고. 외부 강사 특강은 성적에 반영되지도 않고, 취업 추천서와도 관계가 없어 그 시간에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는 이도 있다고. 위로삼아 하신 말씀에 나의 절망은 더욱 깊어졌다. 이건 구조적인 문제로구나. 고등학교에서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농땡이를 피우거나 엎드려 자는 아이를 혼내는 방법이 뭘까? 칠판에 문제를 적고 풀이 과정을 알려준 다음, 졸고 있는 학.. 2020. 8. 11.
여름밤의 호러 미스터리 제가 좋아하는 3대 장르 소설이 있어요. SF, 공포, 추리입니다. 셋 다 몰입감이 대단한 장르입니다. SF의 경우, 이야기를 쫓아가려면 아예 다른 세계로 가야 합니다. 공포물의 경우, 살아남기 위해 집중하고요. 추리물은, 머리싸움입니다. 잠시 놓친 순간, 책을 다 읽은 후, 앗! 하고 다시 앞으로 돌아가야 할 때도 있어요. 어려서부터 장르 소설을 좋아한 이유는, 제게 독서가 엔터테인먼트기 때문입니다.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상상력의 쾌감! 힘든 현실로부터 달아나고 싶을 때 최고입니다. 때로는 세 장르 중 서로 이종교배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이번에 읽은 책이 그랬어요. 공포와 미스테리의 결합. (찬호께이 / 강초아 / 한스미디어) 2016년에 (찬호 께이 / 한스미디어)을 읽었어요. 2015년 최고의 추리 .. 2020. 8.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