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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8.07 기름에 튀기면, 과학도 맛있다 (12)

영화 <집으로>를 보면, 시골 할머니 집에서 지내는 손주가 가장 그리워하는 음식이 치킨입니다. 닭고기 먹고 싶다고 노래를 하자 할머니가 씨암탉을 잡아 삼계탕을 끓이지요. 다소곳이 팔짱 낀 자세로 솥안에서 끓고 있는 닭을 보고 손주가 울부짖습니다.

"이건 아니야!"

닭을 삶는 것과 튀긴 것은 많이 다르지요. 원래 닭은 삶아 먹는 고기였는데요. 어린 시절, 경주 시장에 튀김닭집이 처음 생겼을 때, 기억이 나요. 그 오묘한 맛에 반했지요. 고기도 고기지만, 껍질에 붙어있는 밀가루 튀김옷이 어찌 그리 맛있던지. 맛있는 튀김의 비밀을 과학자가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책이 나왔어요.

<튀김의 발견> (임두원 / 부키)

'튀김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튀김이 전 세계인의 '소울 푸드 soul food'이기 때문입니다. 몹시 지치고 힘들 때 튀김을 한 입 베어 물었다고 상상해 보세요. 튀김옷의 바삭함이 스트레스를 날려 주고, 그 속에 들어찬 따뜻함과 촉촉함이 몸과 마음을 달래 줄 것입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프라이드치킨에는 신대륙으로 이주한 아프리카 흑인의 비애가, 피시앤칩스에는 영국 노동자의 고단한 삶이, 탕수육과 돈카츠에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수난사가 숨어 있습니다. 즉 각각의 튀김 요리에는 역사의 한 장면과 주인공들의 한과 혼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튀김'은 '진짜' 소울 푸드인 셈입니다.'

(21쪽)

튀김을 좋아하지만, 이게 왜 맛있는지는 몰랐는데요. 돈까스집 사위가 된 과학자가, 튀김 박사가 되어 재미나고 신기한 튀김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조리법에는 불을 사용하는 가열식과 그렇지 않은 비가열식이 있는데요. 요즘 우리가 좋아하는 요리는 대부분 가열식입니다. 그 이유는...

'첫째, 가열 처리는 멸균 및 저장성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둘째, 식감과 풍미가 개선되고 영양분의 소화 흡수가 촉진된다는 점입니다. 

가열식은 건식 조리법과 습식 조리법으로 나뉩니다. 건식 조리법은 열을 전달하는 매체로서 물을 사용하지 않는 조리법을 말합니다. 여기에는 기름을 사용하는 튀기기와 볶기, 가열된 공기를 이용하거나 불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식재료에 열을 전달하는 굽기가 포함됩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열전달 매체로서 물이 사용되는 경우를 습식 조리법이라 합니다. 대표적으로는 삶기, 데치기, 찌기 방식이 있습니다. 

튀기기는 '고온의 기름에 식재료를 넣어 부풀어 오르게 만드는 것'입니다.'

(22~23쪽 정리)

요리를 취미삼아 하시는 분들, 맛집 탐방 즐기는 분들에게 이 책을 강추합니다. 요리에 대해 정말 재미나게 이야기를 해주시고요. 음식의 맛을 과학의 언어로 풀어냅니다.

'아시아에 진출한 중세 유럽의 야채튀김 : 덴푸라

세 겹의 튀김옷을 껴입은 돼지고기 : 돈카츠

기름과 건조 기술로 세상을 구출하다 : 라면

신대륙에서 닭튀김의 신세계가 열리다 : 프라이드치킨

이름만 프랑스인 국적 불명의 감자 요리 : 프렌치프라이

소스가 없으면 성립되지 않는 요리 : 탕수욕'

목차의 부제만 읽어도 입에서 군침이 돌고 입맛이 당기지 않나요? 서울대에서 고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으신 분이 튀김에 대해 소개하면, 이런 책이 나옵니다. 물론 국립과천과학관에서 과학 대중화를 위해 힘쓰며 스토리텔링에 대해 공부를 하신 티가 팍팍 납니다. 과학, 역사, 인문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튀김을 살펴보는 일은 단순히 요리를 더 맛있게 즐기는 것뿐 아니라 삶의 행복과 추억까지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고 하시네요. 완전 공감합니다.

튀김은 왜 맛있을까요?

''맛있다'는 감각은 단순히 우리의 미각이 느끼는 1차적인 감각이 아닙니다. 그 음식에 대해 우리 뇌가 판단하여 내보내는 2차적 전기 신호인 것입니다. 우리 뇌는 우리로 하여금 몸에 필요한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만들기 위해 영양분이 많은 음식에 '맛있다'라는 꼬리표를 붙여 놓았습니다. (...)

튀김이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지방 같은 영양분이 풍부하고, 여기에 더하여 가열되는 과정에서 식재료의 조직이 연화되기 때문입니다.'

(145쪽) 

불을 사용해 요리하는 덕분에 인류는 영양분을 더 효율적으로 섭취할 수 있게 되었어요. 기름진 음식을 조리한 덕분에 조금 먹고도 많은 에너지를 얻었고요. 여분의 에너지가 뇌의 발달에 이용된 덕분에 뇌의 용적이 커지게 되었고요. 시골에서 자랄 때, 소를 보면, 하루 종일 먹습니다. 꾸준히 뭔가 씹고 되새김질을 해요. 우리는 불로 요리한 음식을 먹는 덕분에 식사 시간은 짧아지고, 영양분은 더 풍부하게 섭취한 거죠. 

<튀김의 발견>을 읽으며, 맛난 음식을 먹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어요. 한동안 덴동(덴푸라동)이나 치킨을 많이 먹을 것같은 느낌이... ^^

돈까스집 사위가 되어 튀김과 사랑에 빠진 박사님 덕분에 먹방 같은 독서를 즐겼네요. 고맙습니다!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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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섭섭이짱 2020.08.07 06: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피디님 정말 이러실꼬에요~~~~
    제가 좋아하는 음식을 어찌알고 이런 책소개까지 ㅋㅋ
    지난주는 떡볶이... 오늘은 튀김이라니
    금요미식독으로 맛난 음식 먹을 생각에 행복합니다^^

    빠밤 빠바밤 빠바밤빰 빰빠밤밤 그래 결심했어!
    이번주말에는 튀김 요리 먹는걸로 🍗🍟🍖🍳🍜
    이 책 같이 보며 맛난 쏘울푸드 먹으러 고고고

    오늘도 좋은 책 소개 고맙습니다.
    그렁 불금 ➕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2. 김주이 2020.08.07 06: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밌는 책이네요.
    아침부터 분식집 오징어튀김이 먹고 싶어지네요^^
    바사삭 촉촉ㅋㅋ
    튀김의 식감처럼~ 즐거운 하루 되세요.

  3. 달빛마리 2020.08.07 07: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튀긴 음식은 정말 맛있지만 문제는 거의 모든 음식점에서 북미산 gmo 기름을 사용한다는 점이죠 ㅠㅠ 깨끗한 기름을 사용한다고 홍보를 해도 북미산gmo 대두로 만든 식용유이거나 카놀라유라면 크게 의미가 없어서 아쉬워요. 우리나라도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gmo식품 수입에 제한을 두거나 모든 식품군에 표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오늘은 책의 내용과 상관없이 중요하지만 쉽게 간과되는 점들에 안타까워 답글 남겨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4. 아프리칸바이올렛 2020.08.07 08: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튀김이 소울푸드라는 말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소화력이 떨어져 대사증후군과 치매
    예방을 위해 튀김을 줄이라는 경고가
    치킨과 프렌치프라이 앞에서
    얼마나 쉽게 무너지던지
    생에 고통스런 시간을 또 얼마나 견디게
    해주었는지
    먹고 운동하면 된다는 유혹이
    사기인줄 알면서도 얼마나 자신을 속였던지
    내 살들이 말해주죠
    요즘 불가항력의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는데 튀김으로 오늘 하루
    위로해볼까 해요

  5. 헬스번들 2020.08.07 08: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놀러왔습니다^^

  6. 오달자 2020.08.07 08: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튀김에도 이렇게 위대한 철학이 잠재되어있음을 새삼 느끼게 해 주십니다.

    깨끗한 기름에 튀김옷 묻혀 기름속에 풍덩 빠졌을때 치지직! 소리야말로 세상 근심 다 잊게 해주는 ASMR 이죠.

    다욧에는 최대의 적이지만 가끔씩 이런 바싹한 튀김에다 떡볶이 국물 끼얹어 먹는 일상의 행복을 버릴 수가 없네요. ㅎㅎ
    피디님 덕분에 오늘 점심엔 떡튀~~
    가겠습니다~

  7. 꿈트리숲 2020.08.07 08: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겉바속촉의 대명사, 튀김.
    신발을 튀겨도 맛있을거라는 말을 할
    정도로 미식 요리에서 빠질 수 없는 것 같아요.

    튀김은 튀기는 소리로 한번 먹고
    윤기흐르는 색깔로 한번 먹고
    입에서 바싹 깨물때 이원 생중계하듯
    소리와 맛이 한번에 몰려오면
    세상 근심이 다 녹아내리는 것 같아요.

    튀김의 과학적 접근,
    튀김의 인문학적 해석,
    요리에 큰 관심없지만 꼭 보고 싶습니다. 오늘은 프랑스와 상관없는 프렌치프라이라도 먹어야겠는걸요^^

  8. 아리아리짱 2020.08.07 09: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피디님 아리아리!

    학창시절 난생 처음 켄터키식 후라이드 치킨을 먹었을 때의
    그 감동이 되살아납니다.

    스트레스 받을 때 후라이트 치킨의 바삭함을 즐기고
    싶었던 이유를 알겠어요.
    튀김음식이 쏘울 푸드였네요!

    그래도 반복해서 사용하는 튀김 기름의 해로움을 아니까
    아주 가끔씩만 먹는걸로 하렵니다. ^^

  9. Laurier 2020.08.07 11: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PD님의 사골 진국 같은 진한 튀김 옷 입은 글에 풍부한 영양소 섭취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10. 아빠관장님 2020.08.07 15: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읽는 내내 군침이...
    튀김이 세계인의 소울푸드!! 맞습니댜!! ㅋㅋ

  11. 보리랑 2020.08.08 06: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삭한거 좋아하면 분노가 많고, 따뜻한거 좋아하면 좀 외로운 사람이라네요 ; 튀김... 기름만 산화되지 않고 적당히 먹는다면 좋은 음식이겠습니다. ; 화식은 많이 먹게는 해주는데 인체에 꼭 필요한 미량영양소 파괴해서 생식을 권하는 면도 있습니다.

    저는 회 삼겹살 탕수육 소스 없이 먹어요. 그래야 맛을 아는 사람 같아서리 ㅎㅎ 맛없어 과식 안하겠거니 하고 그냥 먹는건데 넘 맛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