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091 위기를 극복하는 실력 (오늘자 한겨레 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드라마 감독으로 일하며 신인 배우 오디션을 본다. 그럴 때 나는 다짜고짜 상대의 외모나 연기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뱉는다. “아, 이런 얼굴은 밤에 조명 받으면 턱 선이 이상하게 나오는데?” 아마 상대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겠지. ‘저 인간이 지 생긴 건 생각 안 하고.’ 배우란 대중의 부정적 평가에 그대로 노출되는 직업이다. 방송 출연 후, 쏟아지는 악성 댓글에 무너지는 사람을 거르기 위해 면접에서 미리 떠보는 게 감독의 일이다. 진짜 실력은 위기 때 드러나니까. 위험에 처했을 때 대처 방법은 무엇일까? 적을 만난 동물의 반응은 셋 중 하나다. 싸우거나, 도망치거가, 숨거나. 원시 인류는 셋 다 능숙하지 못했다. 송곳니가 퇴화하여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짐승과.. 2020. 6. 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