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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3.23 내 삶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 (19)

내 삶의 주인으로 살고 싶지만, 뜻대로 안 될 때가 있습니다. 바로 몸이 아플 때지요. 예전에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어요. 빨간불에 신호 대기 중인데 뒤에서 냅다 달려온 차가 들이받았어요. 정말 황당한 사고였지요. <글로리아>라는 주말 연속극을 녹화하는 날 출근길에 난 사고였어요. 바로 입원을 해야 할 상황인데, 통증 주사 한 대 맞고 회사에 나가 녹화하고 밤샘 편집을 했어요. 아파도 내 일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이 없거든요. 허리가 아프니까 참 서러운게 남들 보기엔 멀쩡합니다. 혼자 힘들어요. 누워도 아프고, 서도 아프고, 앉아도 아프고,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밀려오니까 죽을 것 같더군요. 이럴 땐 고통이 내 삶을 지배하는 느낌이에요. 고통의 노예가 된 것 같지요.

<아파서 살았다> (오창희 / 북드라망)

오창희 선생님이 쓰신 평생의 투병기입니다. 저는 선생님을 남산강학원에서 만났어요. 그때 뵌 기억으로는 몸이 불편한 분이라고 느끼지는 않았어요. 어느날 다른 책에서 선생님이 휠체어를 타고 비행기에 오르는 장면을 보고, '어? 내가 아는 그 오창희 선생님이 맞나?' 했을 정도예요. 이렇게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 무심합니다. 아니 우리가 애써 아픈 몸을 드러내려 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저자는 어린 시절 찾아온 류머티즘으로 평생을 고생합니다. 요즘도 관절의 변형은 진행 중이고 통증도 수시로 찾아온대요. 왼쪽 팔꿈치는 누가 반갑다고 힘주어 잡기라도 하면 바로 '악!' 소리가 나고요. 손가락은 장갑을 끼기 어려울 만큼 변형이 되었다고요. 무릎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고 칠팔 년 만에 걸을 수 있게 된 적이 있는데요. 제가 뵌 건 아마 병세가 호전되었을 때 였나 봐요. 

'처음 류머티즘에 걸렸을 때는 그걸 떼어 버리기 위해 십 년간을 분투했다. 어쩔 수 없어 함께 살기로 마음을 바꿔 먹긴 했지만, 그 이후에도 기회만 있으면 이 병과 이별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피하고도 싶었고 대충 뭉갤 수 있으면 그러고도 싶었다. 그렇지만 눈만 뜨면, 아니 잠자는 시간마저도 잊을 수가 없고, 살아 움직이는 한 정면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으니 어찌해 볼 재간이 없었다. (...)

류머티즘에 감사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나는 정말 이놈이 싫다. 그런데 "만약 이런 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더 잘 살았을까?"라거나, "안 아팠다면 삶이 더 만족스러웠을까?"라고 자문했을 때, "그렇다"라고 답할 자신은 없다. 그러니 내 삶은 재앙처럼 닥쳐 온 류머티즘이란 놈이 나를 지금 여기까지 밀어붙이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걸 부정하는 건 내 삶을 부정하는 것이므로.'

(13쪽)

교통사고가 나고 한동안 괴로웠어요. '그날 아침에 전철로 출근했다면?' '다른 차선에서 신호대기를 했다면?' '뒷 차 운전자가 과속만 하지 않았다면?' 나중엔 허리가 아픈 것보다 정신적 분노 때문에 더 괴롭더군요. 마음을 고쳐 먹었어요. 몸이 아픈 건 어쩔 수 없지만, 그 때문에 마음까지 다치지는 말자고요. 오창희 선생님도 비슷한 결심을 하셨나봐요. 수술 후, 불편한 몸을 이끌고 마음 공부를 시작합니다. '수유+너머'에 찾아가 카프카를 읽어요. 집에서 가깝고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이유로 감이당을 선택한 후, <동의보감> 강좌를 듣습니다. 질병으로 아픈 몸을 돌보며, 또 그 몸을 돌아보는 공부를 합니다.

'철학자 니체는 모든 인간은 노예와 자유인으로 분류된다면서 하루 중 3분의 2를 자기 자신을 위해 쓰지 못할 때 그 사람은 노예라고 말했다. 시간은 돈보다 더욱 귀중하고, 한가로운 시간이야말로 무의식이 비로소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146쪽)

노예가 될 것인가, 주인이 될 것인가? 자칫 우리는 노예의 삶을 살기 쉽습니다. 저자가 류머티즘 투병일기를 쓴 것은 스승이신 고미숙 선생님 덕분이랍니다. 공부가 부족해 책을 쓸 자신이 없다는 저자에게 "공부가 다 되고 책을 쓰는 사람은 없어요. 책을 쓰면서 공부를 하는 겁니다."라는 말씀으로 용기를 주셨다고요.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저도 부족함을 알기에 매일 글을 씁니다. 부족함을 채워가는 방법은 공부고요, 글을 쓰는 것만큼 좋은 공부도 없어요.

'혹시라도 지금 류머티즘을 앓고 있거나 다른 난치병을 앓고 있는 분이 특별한 치료법이 있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이 책을 선택한다면 크게 실망할 것이다. 이 책은 치유에 초점을 둔 것도 아니거니와 책을 쓴 당사자인 나는 여전히 류머티즘을 앓고 있고 앞으로도 이 병이 나을 가망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들 안에, 비록 지금 앓고 있는 병 자체를 낫게 할 힘은 없어도 그것을 내 삶에서 어떤 방향으로 활용할 것인가 하는 선택권은 있다. 이러한 선택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이 저마다의 '류머티즘'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힘이 될 수 있음을 믿는다. 이 책은 주로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그 점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

(14쪽)

코로나라는 몹쓸 바이러스가 어느새 우리 곁에 찾아왔어요. 완전 퇴치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어요. 어쩜 우리는 앞으로도 이름모를 바이러스와 싸우며 살아가야겠지요.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가격리로 인해 스스로를 가두고 살아도,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누려온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하루하루에요. 내 삶의 주인으로 사는 방법에 대해 다시 한번 공부하게 됩니다.

여러분, 이번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세요!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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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리랑 2020.03.23 06: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궁 오창희 작가님의 아픔, 몸의 냉기가 느껴집니다. 저도 체력이 좀 좋게 태어났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데요. 그럼 내몸 전혀 안돌보고 살듯 해요ㅎㅎ 몸은 아파도 마음은 미리 아프지 않도록!!

    녹음하고 나서 편집하며 아차 하는 순간이 많습니다. 2년간의 흑역사가 있기에 지금의 제가 있네요. 한 학생분의 카톡입니다. "영어를 통해 정말 새로운 세상을 알아가고 소통하는게 정말 즐거워요" 피디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2. 2020.03.23 07: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3. 아리아리짱 2020.03.23 07: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 PD님 아리아리!

    코로나로 힘든 일상을 겪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책입니다.

    노예와 자유인의 선택은 우리 각자에게 있는 것임을
    명심하는 시간 가지겠습니다.

  4. 새벽부터 횡설수설 2020.03.23 07: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나에게 또 하루가 주어졌네? 이건 기적이야. 기적이라고!"라고 생각하고 감사의 마음을 담아 오늘에 인사합니다. 저마다 각자의 상황이 있잖아요. 그것을 어떻게 승화시키냐는 비로소 저자의 몫이 될 것 같습니다. 모든 이들을 응원합니다.^^

  5. 아프리칸바이올렛 2020.03.23 07: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솔직히 전 진통제가 없는 세상에
    살았다면 어땠을까 가끔 생각해요
    통증이 나타나면 통증에 압도당하곤 했으니
    류머티스 , 삶의 모든 걸 바꿔도
    몸에서 좀처럼 떠나는 경우가 거의 없죠
    하지만 우리는 다른 문들을 열고
    나올 수 있다는 건 기억해요

    코로나 때문에 그동안 누려운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하루하루라는 말에
    격하게 공감해요
    까뮈의 페스트를 읽고 있는데
    소설 속 이야기를 현실에서 마주
    마주치곤 합니다
    리외도 파늘루 신부도 타루도 보곤합니다
    대구로 달려간 의료진,건물세를 받지않겠다는
    착한 건물주들, 마스크를 나누는 사람들
    손소독제를 만들어 이웃과 나누는 아이의
    손편지,숨 쉬기 흔든 방호복을 입고
    현장을 지키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 어느 때보다 아직 살만한 세상이구나
    느끼게합니다
    오늘 하루 답답한 마스크 쓰고 시작하지만
    마스크를 벗을 날이 곧 오겠지요
    손씻고 사회적 거리두기 잘 먹고 잘 자고
    오늘 제가 할 일들을 충실히 지킬겁니다


  6. 아솔 2020.03.23 07: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책 추천 감사드려요. 어제 드디어 <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에게>를 다 읽었습니다. 이제 피디님의 신간과, 추천해주신 또 다른 책이 제 책상위에 놓여있어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7. renodobby 2020.03.23 09: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PD님도 코로나 조심하시고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 :)

  8. 우리동네리뷰어 2020.03.23 09: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일 아침 써봤니 완독하고 오는 길입니다. 블로그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지만, 막상 매일 실천이 안되어 독서와 필사부터 매일 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그러다가 피디님 책을 보게 되었는데, 참 자극이 많이 되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매일 아침 써보려고 합니다. 노트나 일기장은 공간이 한정적이지만, 블로그는 그렇지 않다는 점, 내 자취를 같은 공간에 매년 남길 수 있다는 점이 참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세상을 대하는 제 패러다임을 바꿔주셔서 흔들리는 자아를 잡아주셔서, 용기를 주셔서 참 감사드립니다. 글의 힘이란게 정말 크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며 저도 제 인생을 한 번 멋지게 살아보겠습니다. 코로나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

  9. 코코 2020.03.23 10: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엔 "건강하세요"란 인사말의 무게가 사뭇 다르게 느껴집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의례적인 느낌이었는데요.
    하지만 이젠 이 말만큼 안부를 묻고 무탈함을 바라는 감사한 말이 없네요.

    '병 자체를 낫게 할 힘은 없어도 그것을 내 삶에서 어떤 방향으로 활용할 것인가
    하는 선택권은 있다.' 이 부분을 여러 번 읽게 됩니다.
    피디님도 요번 주 건강하게 보내세요.^_^

  10. 그릿묭 2020.03.23 11: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점말 좋은 글귀와 내용입니다^^
    좋은 포스팅 감사합니다.
    구독하고 갑니다 맞구독하고 자주 소통해요~

  11. 옥탑 청년 2020.03.23 13: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확 와닿는 좋은 글이네요 ㅎㅎ 잘보고갑니다!

  12. 꿈트리숲 2020.03.23 14: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책은 절 위한 책 같기도 합니다.
    난치병을 뗄레야 뗄 수 없는 삶을 살고 있어서요. 이제는 어쩌면 평생 함께 간다 여기며 살아요.

    병 앞에서 무너지고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저 자신이 일상이 된지 오래라 365일 약없이 사는 삶은 어떤거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 해요.

    읽고 배우고 쓰면서 병을 삶의 방향을 바꾸는데 활용하셨다는 대목에서 큰 깨달음을 주십니다. 저도 제 병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즐겁게 살 수 있었을까 싶어요.
    이번 한 주도 즐겁게 재미나게 보내셔요~~

  13. 오달자 2020.03.23 14: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마다의 류머티즘은 갖고 사는듯 합니다.
    저 또한 저만의 고질병으로 인해 지난 몇 년은 원망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모든건 마음 먹기에 달렸다고나 할까요~
    그져 앞만 보고 내달렸던 제게 브레이크를 걸어주어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졌기에 단지 고질병을 원망의 대상으로 보면 안되겠더라구요.

    삶은 하루하루가 선물이라고 ~~
    피디님께서 말씀하셨죠.
    오늘도 그 선물이 소중합니다.

  14. 2020.03.23 15: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5. 섭섭이짱 2020.03.24 02: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와~~~ 이런 텔레파시가 ㅋㅋㅋ
    제가 오늘 배운 영어속담과 같은 내용이라니

    "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도 매일 매일 피디님과
    랜선 밀착만남은 계속되어 좋습니다.
    내일도 건강하게 만나요..

  16. 더치커피좋아! 2020.03.24 06: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록 지금 앓고 있는 병 자체를
    낫게 할 힘은 없어도
    그것을 내 삶에서
    '어떤 방향으로 활용할 것인가'
    하는 선택권은 있다.
    스스로 선택하는 힘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좋은책 소개 감사합니다^^
    피디님~파이팅!

  17. 슬아맘 2020.03.24 09: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우 대단하시네요 , 아픈 몸을 극복하고 내 삶에 주인공이 되는 작가님
    저도 남이 보기에는 멀쩡하지만 저질 체력에
    이른나이에 지병으로 오랫기간 약물복용이라서
    가끔 혼자 우울할때가 있는데 이 글을 보고 다시 제 인생의
    주인공이 되기위해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감사합니다.

  18. 나겸맘 리하 2020.03.25 04: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억울하거나 속상한 일을 겪을 때 더 힘든 건
    '만약'이라는 가정으로
    스스로를 탓하며 분노하기 때문 같아요.

    이 감정 조절이 안되면 사는 하루하루가
    지옥인데요...
    그걸 오창희 선생님께서는
    '선택권'의 문제로 바라보신 거군요.
    40년간의 통증도 '의지'를 만나니
    한 권의 소중한 기록이 되어 울림을 주네요.
    피디님, 좋은 책 소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