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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3.04 서귀포 우중 드라이브 여행 (17)

지난 설 연휴에 아버지를 모시고 다녀온 제주도 여행 3일차 일기입니다.

며칠 전 회사 복도에서 좋아하는 선배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했더니 깜짝 놀라시더군요.

"어? 지금 제주도에 있는 거 아녔어?"

그날 아침에 제주도 여행기를 올렸거든요. 

"설에 다녀온 겁니다."

"응, 그러잖아도 살짝 걱정했어. 요즘같이 코로나로 민감한 시기에..."

"걱정하시는 분 있을까봐, 설에 다녀오고 잠복기가 지나고 안전한 게 판명된 다음, 한 달 후에 여행기를 올렸어요."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ㅋㅋㅋㅋㅋ 네, 저 나름 치밀합니다.

요즘처럼 어디 나가지 못하고 집에서 칩거모드로 지낼 때는 전에 다녀온 여행의 기록을 정리하며 추억을 되새깁니다. 

 

 

 

설 연휴에 제주도를 찾았을 때, 셋째날 아침에 폭우가 쏟아졌어요. 아늑한 호텔에서 책을 읽고 싶은데 아버지는 좀이 쑤시나 봐요, 자꾸 나가자고 하십니다. 이럴 때 차를 타고 해변으로 향합니다. 제주도에서는 어디든 바닷가 드라이브가 쉬워요. 바다로 향해 달리면 됩니다.

 

 

제가 좋아하는 법환포구 바닷가입니다. 차를 세워놓고 비내리는 바다를 보며 아버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러다 바닥에 난 파란 자전거 일주도로를 따라 차를 몰아요. 멋진 풍광이 보이면 세우고 또 쉬지요. 우중 드라이브 여행도 나름 재미있군요.

 

 

바닷가를 따라 차를 달리는데 옆에 웅장한 절이 보입니다. 

 

 

약천사입니다. 서귀포 바닷가에 있어 바다 전망이 보이는 오션뷰 템플입니다. ^^ 비가 그쳤기에 차를 대고 내려서 걷습니다. 연세가 많은 어르신과 함께 제주도를 여행한다면, 차로 다니기 편한 곳 위주로 보는 게 좋구요. 짧은 동선 내에 자주 쉴 수 있어야 좋습니다. 여행이 아니라 때로는 감정노동으로 느껴질 수도 있어요. 이것저것 비위나 입맛을 맞춰드려야 하거든요. 그래서 중요한 것은...

 

 

휴식입니다. 항상 점심 먹고 오후에는 숙소에 들러 낮잠을 잡니다. 사람은 피곤하면 짜증이 늘거든요. 낮잠도 자고 책도 읽고 쉽니다. 그러다 아버지가 나가자고 하시면 그때 나가요. 부모님과 여행을 할 때는, 최대한 여유있게 시간을 보냅니다. 빠듯하게 다니는 건, 나중에 혼자 와서 해도 되니까요.

 

 

오후 4시, 이제 서귀포 칠십리 시공원으로 향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올레 코스 중 하나입니다.

 

 

공원 안에 있는 갤러리 유토피아입니다. 예전에는 걸어서 지나치던 공간인데, 오늘은 걸음이 느린 아버지를 모시고 왔기에 천천히 갤러리 구경도 하게 됩니다. 같은 것을 봐도 새롭게 발견하는 것도 있어요. 

 

 

벽에 걸린 무수한 호미가 생각을 자극합니다. 여기 호미는 밭을 가는 용도가 아니라, 갯뻘의 돌을 뒤지는 용도입니다. 그동안 제주도에 오면, 전복 돌솥밥이나 전복뚝배기를 맛있게 먹기만 했지, 누군가가 차가운 바닷물에 들어가 호미로 돌을 들추어 캐낸 것이란 생각은 못했네요. 일하는 해녀의 모습이 떠올라 경건해집니다. 

 

 

거울 셀카 놀이~^^

 

 

칠십리 공원에서는 천지연 폭포를 볼 수 있는 곳이 있어요. 

"아버지, 작년 가을에 왔을 때, 저기 갔던 것 기억나시지요? 그땐 돈 내고 봤는데, 여기 칠십리 공원에서는 공짜로 보네요. 아버지같은 짠돌이들이 딱 좋아할 공간이에요."

아버지가 웃습니다. 

"나보다 네 놈이 더 하다, 이 눔아."

ㅋㅋㅋㅋㅋ

 

 

 

이제 이중섭 미술관 거리로 향합니다.

 

 

이중섭 거주지를 찾아온 이유는, 화가가 지내던 작은 골방을 아버지에게 보여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아버지는 옛날 가난하던 시절의 기억을 회상하는 걸 좋아하십니다.

"네가 어렸을 때 말이다. 학교에 갖다 줘야 한다고 돈 50원을 달라는 거야. 그 돈을 주고 나니 내가 버스비가 없어서, 자전거를 타고 직장에 가는데 말이지..."

어리고 가난했던 옛날을 생각해봅니다. 다같이 가난했기에 가난한 줄도 모르고 살았던 시절이 있었지요.

 

 

서귀포 칼호텔 산책로입니다. 예전 올레를 걸을 때 지나쳤던 곳인데요, '당일치기 제주여행'이라는 신문 기사에서 소개한 걸 보고 다시 왔어요.

 

 

주차장에 차를 대고 30분 정도 걷기에 딱 좋습니다.

 

 

저녁 무렵, 서귀포 매일 올레시장에 갑니다. 맛난 먹거리를 찾고 싶었는데, 쇼핑이라면 질색을 하는 아버님이 혼자 휭하니 가는 바람에 튀김만 사왔어요.

 

 

짠돌이 부자의 저녁입니다. 어제 치맥하고 남은 치킨 4조각, 시장에서 사온 튀김 5조각. 아버지나 저나 많이 먹는 편이 아니라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합니다. 아내랑 여행할 때는 어림도 없는 일이지요. 아버지랑 다니면 돈이 안 들어 편해요. 짠돌이라고 욕하지는 마세요. 아들이 돈을 쓰면, 아버지 마음이 불편하십니다. 저는 아버지 마음 편하게 해드리려고 이렇게 돈을 아끼는 거예요. ^^

짠돌이 부자의 제주도 여행, 다음번에는 4일차 여행기로 돌아올게요!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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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새벽부터 횡설수설 2020.03.04 06: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버님도 인정한 짠돌이 김민식PD님.. ㅋㅋㅋ
    좋은 새벽입니다. 오늘은 꿈자리가 너무 좋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여행기보면서 언제 PD님과 함께 자유여행 다녀보면 어떨까하는 재미난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 기분 좋은 하루 되세요!:)

  2. 츨장길 2020.03.04 07: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새벽출근길이 유난히 짜증 났습니다.
    피디님의 여행기를 읽다보니 왠지모르게 기분이 풀립니다.
    법환포구, 약천사, 칠십리공원과 공짜 폭포구경, 올레시장.... 작년봄 다녀왔던 올레길 코스들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잠시 설렙니다.
    지금의 혼란함과 답답함이 지나가면 제주도 여행을 할겁니다. 렌트카 타고 가족과 함께 즐겁게....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3. 아프리칸바이올렛 2020.03.04 07: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모님과 여행은 주로 맛집을 들려 근처
    잠깐 둘러보고 오는 어쩌면 함께하는 것보다
    제 맘 편하려 했던 건지도 모릅니다
    나이가 드신 부모님은 외로움 때문인지
    이젠 맛있는 음식보다 자식과 이야기하는 걸
    더 좋아하시는 것 같던데
    특히 옛날 이야기요
    피디님은 진짜 아버님과 함께하는
    여행이셨네요
    아버님의 회상은 벌써 수 백 번 하시면서
    내가 이런 말 한 적 없는데로 시작하시지
    않았을까 ㅋㅋ

  4. GOODPOST 2020.03.04 08: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주도 올레길을 걷고 서귀포 칠십리 시공원을 구경하는
    상상을 하니,,기분이 좋습니다.
    우울한 세상, 담에 갈 여행지에 대한 생각에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5. 코코 2020.03.04 10: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며칠 전부터 평소보다 일찍 집에서 나와
    전철역 네 정거장을 걸어서 출근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외출이 어려워 회사와 집만 오가다 보니
    오히려 더 피곤하고 마음도 우울해 지더라구요.
    그래서 급하게 내린 처방이 사람이 드문 새벽 출근길 4~50분 걷기.

    피디님과 아버님 두 분이 이렇게 꾸준히 여행 다니시는 걸 보면
    참 마음이 좋아져요.
    오늘 글로 잠시나마 어디 바람 쐬러 갔다 온 느낌이 살짝 드네요. ^_^ !
    건강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6. renodobby 2020.03.04 10: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날씨만 좋았으면 사진이 더 이뻤을거 같습니다.
    PD님 글 보니까 저도 제주도 가고 싶네요ㅠㅠ
    코로나만 아니면 백수인 요즘같은 시기에 유채꽃 보러 다녀올텐데ㅠㅠ
    건강 챙기시고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7. 오달자 2020.03.04 10: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상캐스터가 자리를 잡고 방송하는 곳이 법화포구앞바다이지요.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이라 오히려 다니시기 좋으셨겠어요.
    칼호텐 산책로 풍광도 절경입니다~~

    피디님께서 올리신 제주여행기를 읽다보니....지난 제주한달살이 시절 생각이 절로 납니다.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제주여행기^^
    오늘도 감사한 하루 시작해 볼까요?

  8. 허유 2020.03.04 12: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메일 아침 써봤니?를 읽고 작가님 블로그에 들렀습니다. 어제부터 블로그 글을 정주행하고 있는데 재미있네요 ^*^ 작가님 블로그 염탐이 매일 아침 제 일과가 될 것 같습니다 ㅎㅎ

  9. 더치커피좋아! 2020.03.04 13: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버님과 제주도 여행기!
    넘 재밌네요~ㅎㅎ
    아들과 다녀서 아버님은..
    비가와도 좋고 어디든 좋으셨을듯요.
    피디님 참 효자세요~
    저도 제주도에 다녀온듯합니다.
    무탈한 하루되세요!
    피디님~파이팅!

  10. 보리랑 2020.03.04 13: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정노동 중에 짠돌이 두분이 한바탕 웃으신거죠? 애들 어릴때 시부모님 모시고 일본 다녀온게 생각나네요. 이동이 많은 패키지였는데 즐거우셨는지 힘들다 내색 한번 없으셨어요.

    남편이 회사 비상 걸려 갑자기 귀국하고 저 혼자였는지라 어르신들 일찍 깨서 심심하실까 잠 설치고 참 힘들었었네요.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 해외여행이 된지라 위로가 되긴 해요.

  11. 꿈트리숲 2020.03.04 14: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가 더 하다 이눔아!!!
    ㅋㅋㅋㅋㅋㅋㅋ
    말씀은 저렇게 하시지만 작가님 아버지께서는
    당신을 닮은(짠돌이 성향) 아들이 자랑스럽고
    대견해 하실 것 같아요.
    과연 청출어람이구나 하시면서요.ㅎㅎㅎ

    비오는 제주 도로 드라이브 사진을 보니
    이십대때 혼자 제주도 갔던 때가 생각납니다.
    그때도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는데, 렌트카로
    제주 도로를 드라이브 했었거든요.
    제가 종이인형인지라 평소 비오는 걸 별로라
    하는데, 그때 제주의 비는 아직도 잊히지
    않는 좋은 기억이에요.

    그때 블로그를 했더라면 작가님처럼
    생각날때마다 한번씩 빼먹는 재밌는
    추억이었을텐데 아쉽네요.^^
    4일차 여행기도 기다려집니다.

  12. 아리아리짱 2020.03.04 16: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PD님 아리아리!

    아버님과 함께한 여행기를 이렇게 적을 수 있는
    피디님은 어쨋든 행복하신 분입니다.
    자랄 때는 그 엄격한 교육으로 피디님께 생각꺼리
    추억꺼리를 많이 주셔서 글감을 많이 주셨고,
    지금은 이렇게 함께 추억 쌓기 할 시간을 주시니
    또 감사하시겠어요!
    힘든시기 두 분 건강관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13. 나겸맘 리하 2020.03.04 22: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주도는 비올때 다녀도 운치있고 좋은 것 같아요.
    약천사 규모 보고 저도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오션뷰템플ㅎㅎㅎ 맞아요.

    칼호텔 산책로가 유명하던데
    피디님은 아버님 모시고 좋은 곳만 가시네요.
    남은 치킨과 종이 봉다리 옆구리를 쭉 뜯어 펼쳐놓은 튀김도
    정겹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피디님과 아버님의 콜라보 여행이야기가 너무 재밌어요^^
    알뜰하면서도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느긋한 여행!!!

  14. 섭섭이짱 2020.03.05 10: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이번 코스는 서귀포 방향으로 여행을 하셨군요
    제주도는 비오면 비오는대로 해뜨면 해뜨는대로 다 좋은거 같아요
    바다가 보이는 코스로 드라이브하는것도 정말 좋고...

    오늘도 민식투어 여행사 통해 제주도 여행 잘 하고 갑니다.

    p.s) 피디님 짠돌이라 욕하지는 않는데
    그래도 다음 여행할때는 아버님과 맛난것도 드시며 다니세요 ^^

  15. 혜링링 2020.03.06 15: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으로 멋진 풍경들 잘 보고 갑니다~^^

  16. 황준연 2020.03.08 10: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자주 가는 곳이네요!! 두분이 함께 여행하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ㅎ 코로나가 괜찮아지면 또 두분이 즐거운 추억 쌓으시길 기원합니다

  17. 맛집찾아주는남자 2020.04.20 14: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기서 글을 쓰시는분들은 항상 느끼는거지만 글을 정말 잘쓰시는것같아요. 아직 저는 많이 부족한것같습니다. 그래도 제 블로그에도 숨은맛집들이 소개되어있으니 시간되실때 놀러와주세요. 코로나 조심하시구여!!! 마스크 꼭 잘 끼고 다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