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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2.20 설맞이 제주 여행 (21)

매년 추석, 아버님을 모시고 해외 여행을 다닙니다. 사이판에 갔다가 깨달았어요. '동남아 어지간한 여행지보다는 제주도가 낫겠는데?' 그래서 작년 추석에는 아버지를 모시고 제주도에 갔어요. "제주도엔 많이 가봤는데 뭐하러 또 가냐?"며 내켜하지 않던 아버지도 막상 가보니 좋으셨나봐요. 올 1월에 전화를 하셨어요. "설에 제주도 어떠냐?" "좋아요!"

지난 설 연휴 기간 아버지를 모시고 제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촉박하게 항공권을 알아본 탓에 연휴 첫날 내려가는 비행기는 자리가 없고요. 설 당일 아침에 표가 있더군요. 12시 제주공항 도착해서 렌트카를 빌려 점심을 먹은 후, 가장 먼저 향한 곳은 한라수목원입니다.

국영 시설인지라 무료입장인 수목원을 동네 산책하듯 걷습니다. 아버지는 근검절약이 몸에 밴 분입니다. 처음부터 유료시설로 모시면 '뭔 돈이 그리 비싸냐?'며 불편해 하십니다. 첫날은 철저히 돈 안 내는 곳만 다니려고 일정을 짰습니다. 다행히 제주에는 그런 곳도 많거든요.

1100고지를 향해 가는데 도로표지판에 '신비의 도로'라고 있어요. 바로 핸들을 꺾었지요. 이렇게 즉흥적으로 다니는 걸 좋아합니다. 가보니 정말 신기하더군요. 어느 가족이 도로에 물을 붓는 데 물방울이 오르막(처럼 보이는 내리막)을 타고 오르는 건 정말 놀랍더군요. 다음에 아이들과 오면 꼭 해봐야겠어요.     

옛날엔 도깨비도로라고 불렸는데, 이제는 이름이 바뀌었네요. 도깨비도로는 영어로 번역하면 '귀신이 나오는 도로' Haunted road가 되니 거부감을 줄까봐 바꾼 걸까요?

다음으로 향한 곳은 천왕사입니다. 한라산 산자락에 안긴 대웅전의 모습이 웅장합니다. 

절 뒤편으로 산책로가 조성이 되어 있어요.

'절로 가는 길'이라고 제주 사찰 순례 도보여행 코스도 있네요. 

관음사 - 석굴암 - 천왕사 - 어리목 - 윗세오름 - 영실 - 오백나한사 - 존자암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이 길도 걷고 싶어요.

이제 천왕사를 뒤로 하고 1100고지로 향합니다.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자연학습탐방로로 갑니다. 

저는 나무 데크길을 따라 걷는 걸 좋아합니다. 

1월에 가면 1100고지에서 눈꽃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왔는데, 날이 너무 따뜻한 탓인지 설화는 안 피었네요. ㅠㅠ 

자전거로 오든, 올레길을 걷든, 늘 해안으로 다녀서 그런지 1100 고지는 처음입니다. 

이제 숙소로 향합니다. 첫날 일정은 단촐해요.

제주공항 - 한라수목원 - 신비의 도로 - 천왕사 - 1100고지 - 서귀포 

2014년 추석에 처음 아버지를 모시고 보라카이에 갔을 때, 사람들이 저를 보고 "와, 대단하시네요!"라고 했어요. 그때 조금 부끄러웠어요. 이제 겨우 처음 모시고 나온 건데... 그때 결심했지요. 매년 다녀야겠다. 이후 매년 추석에 아버지랑 여행을 다닙니다.

한라수목원 입구에 새겨진 글입니다.

<네가지 표준>

우리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데 있어서

1. 진실한가?

2. 모두에게 공평한가?

3. 선의와 우정을 더하게 하는가?

4. 모두에게 유익한가?

 

이게 명절을 보내는 저만의 기준입니다.

모두에게 공평한가? 선의와 우정을 더하게 하는가? 모두에게 유익한가?

아버지랑 큰집에 가서 차례를 지낼 때마다 늘 불편했어요. 큰집 식구들 (특히 며느리들)에게 차례상을 차리는 명절 노동은 너무 과해요. 공평하지 않아요. 매번 고성이 오가며 싸우는 풍경을 보며 가족간의 우애를 돈독하게 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도 않고요. 귀성전쟁을 치르느라 도로에서 고생하면 업무 복귀하고도 한동안 피로감이 오래 가니 유익하지도 않더군요.

그래서 이제는 아버지를 모시고 둘이 여행을 가고, 아내는 아이들과 친정에 가서 명절을 보냅니다. 이게 제 나름 찾은 해법인데요. 아버님 건강이 허락하는 한, 매년 명절마다 즐거운 추억을 쌓으며 살고 싶습니다.

다음에 2일차 여행기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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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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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라피나장 2020.02.20 06: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용기얻어
    힌트얻어
    올 구정연휴
    미국♡캐나다
    강행
    더없이 좋은
    경험
    매일매일
    일상을
    견디는 힘

    분명
    그곳에서
    샘솟습니다

  2. renodobby 2020.02.20 06: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부모님 모시고 1년에 한 번씩 해외여행을 다녀오곤 하는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좀 잠잠해지면 부모님과 제주도 여행 다녀와야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3. 아리아리짱 2020.02.20 07: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 PD 님 아리아리!

    모두에게 유익한 피디님만의 명절 행사!
    모든 며느리들도 기다려지는 명절문화로
    바뀌는 날을 고대합니다. ^^

  4. 꿈트리숲 2020.02.20 07: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가님 인생에 대한 예의,
    아버지와 아내, 그리고 다른 가족들에 대한 배려로 여행을 선택하신거 정말
    탁월하십니다.

    처음 시도때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은데, 실상 용기내지 않으면 얻어지는 것도 없는거 같아요.
    다음 이야기도 기다려집니다.^^

  5. 제니스라이프 2020.02.20 07: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부러운.. 명절 문화네요... ^^;;
    며느님은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나요 .

    하지만 상황은 모두 다르니 제 자리에서 가장 좋은 해법을 찾아보렵니다^^

  6. 보리랑 2020.02.20 07: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모님의 사랑을 젊어서 깨달으셨으니 용기가 대단하십니다. 이미 다 성장하신게 아닐까요? 짠돌이 짠순이는 가는 길도 짜게 굴지 않을까 거시기한 상상도 해봅니다.

    어쩌죠~~ 이번 책도 대박 예감입니다~~

  7. 상식체온 2020.02.20 08: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눈에 익숙한 모습에 절로 미소가 나와 댓글 달아봅니다.

    겨울 제주도 모습 다른 많은 포스팅에서 봤는데 항상 새롭기는 하네요.

    2편도 기대하고 갑니다.

  8. GOODPOST 2020.02.20 08: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주도여행~ 부모님과
    pd님은 참 지혜롭고 현명하신 분입니다.
    전통으로 받아들였던 관습을 타파하고
    삶의 해법을 잘 풀어서 모두가 행복한 명절을 보내시다니요.
    돌아가신 조상님이 아니라 현재의 부모님께 효도하고
    현재 함께 살고있는 부인과 자녀에게 쉬는 시간을 주시고.
    pd님은 여행하며 힐링하고...

    저도 책을 읽고 쓴다면 이런 지혜로운 삶의 초능력을 배울 수 있는가요?

  9. 아프리칸바이올렛 2020.02.20 09: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현명하세요
    명절엔 모두 행복하기가 쉽지않은데
    그 어려운 걸 풀어내셨군요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님과의 여행을
    다음으로 다음으로 미뤘더니
    이젠 부모님 다리가 너무 아파서
    불가능한 일이 되었습니다

  10. ☆찐 여행자☆ 2020.02.20 09: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매년 부모님과 해외여행을 모시고 가기에 얼마나 어려운일인지 잘 알지요-! 대단하십니다!!^^

  11. 오달자 2020.02.20 10: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두에게 공평한 명절을 보내시는 피디님께서는 선구자이세요.
    이 시대의 남자들이 본받아야할 점입니다.

    아직도 구시대적 사고를 갖고 사시는 분들께 4가지 표준을 알려줘야겠어요~~
    아버님과의 여행기~
    신선하고도 부럽습니다~
    피디님의 삶의 지혜 또한 감동이구요~.

  12. workroommnd 2020.02.20 10: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명절보내는 방법, 너무 좋은데요~
    부러워요~~

  13. Mr. Gru [미스터그루] 2020.02.20 13: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두에게 행복한 현명한 선택을 하셨네요.

    제주도를 아직 못 가봤는데 해외보다 났다고하니 궁금하네요.

    즉흥적인, 예상치 못한 만남이 여행에서 정말 기억에 잘 남는 것 같습니다.

    즐거운 여행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14. 아솔 2020.02.20 14: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설날 연휴에 제주도에 다녀왔는데, 왜 피디님이 가신 좋은 곳들은 못갔을까요?
    다음번에는 꼭 소개해주신 곳들 가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15. 혜링링 2020.02.20 15: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멋진 여행인 것 같습니다~!!
    저도 올해 처음으로 부모님 모시고 해외여행 가는데, 앞으로 해외가 아니더라도
    매년 부모님모시고 같이 여행 다녀야겠어요~ㅎㅎ

  16. 아빠관장님 2020.02.20 16: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 천왕사 정말 웅장하네요! 제주도 자주 가도 천왕사는 몰랐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17. 더치커피좋아! 2020.02.20 18: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주도는 찬찬히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곳이 많네요.
    설 연휴 아버님과 좋은 여행 되셨겠어요.
    아버님도 아들과 함께해서
    뿌듯하셨을듯요.
    다 표현하지 못하는
    아버님의 사랑 느끼셨기를..

    오늘도 고생 많으셨어요!
    피디님~파이팅!

  18. 나겸맘 리하 2020.02.21 15: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버님이 참 복이 많은 분이십니다.
    명절때마다 함께 여행 다닐 수 있는 중년 아들은
    정말 희귀하거든요. 희귀품종^^
    지금은 그 옛날을 후회하실 듯해요.
    의사되라고 막 때리셨던 걸 말이죠~~

  19. silahmom 2020.02.24 08: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올 설 명절에는 여행을 안가셨나 보다? 하고 혼자 생각했었습니다.
    이렇게 제주에 다녀왔다는 소식을 접하니 왜이렇게 ㅋㅋㅋ 반갑죠?
    한림수목원 무료입장 좋네요.
    다음에 저도 가봐야겠어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20. 황준연 2020.02.25 22: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주에 사는 저보다 제주도를 더 잘 아시는 것 같아요 ㅎㅎ
    작가님이 다녀오신 곳, 저도 산책하러 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