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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2.05 덕후를 위한 종합선물세트 (22)

1990년대 초반, 저의 영어 선생님은 아이작 아시모프였어요. '신동아'라는 잡지에서 아시모프의 과학 칼럼을 영한대역으로 연재했는데요. 아시모프 글의 특징은 쉽게 술술 읽힌다는 것이었어요. 아시모프의 팬이 되었지요. 어느 날 용산 미군 부대 앞 헌책방에 갔다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SF'라는 잡지를 봤어요. 당시 미국에서 2달러하던 잡지가 헌책방에서는 권당 500원에 팔렸어요. 아시모프가 엮은 잡지를 만난 게 반가워서 몇 권씩 사들고 와서 영어 독해 공부삼아 읽었는데, 그러다 SF에 중독이 되었어요. 그게 나중에 제가 SF 번역가가 된 계기고요.  

SF의 세계에 입문한 덕분에 제 삶의 즐거움이 늘었어요.

최근 한국 SF계가 비약적으로 발전을 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데요. 과학소설 전문 잡지 <오늘의 SF> 창간호를 받아들고, 감회에 젖었습니다. '오래도록 덕질을 하며 산 보람이 있구나!' 드디어 한국에도 SF 전문 잡지가 나왔군요. 한국의 독자들에게 SF의 즐거움을 소개할 창구가 생겨 정말 반갑습니다.

책에는 한국 SF 단편소설 6편, 중편소설 1편이 실려있고요. SF 작가론, SF 인터뷰, SF 서평, SF 칼럼, 심지어 한국 SF가 다룬 공간에 대한 기행문까지 실려있으니 SF 독자를 위한 최고의 종합선물셋트입니다. 

<지치지 않는 창작자, 연상호>라는 제목의 인터뷰를 읽었습니다. 한국의 SF 대중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분이지요. <부산행>으로 한국판 좀비물을 흥행시켰고, <염력>으로 초능력 영화를 만들고, 지금도 다양한 SF 시나리오를 쓰고 있으니까요.

"최근 일을 왜 그렇게 많이 하냐는 말을 듣는데, 일을 많이 하는 이유는 단순하거든요. 영화를 하다 보니 스토리텔링 부분에서 지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2시간, 3시간 안에 완결성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이야기를 만들다 보니 지치더라고요. 그래서 웹툰을 하기도 하고 드라마 대본을 쓰기도 하고. 영화 외의 작업을 하며 재미있었어요. 힐링이 된다고 해야 하나."

굉장히 많은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는데 이야깃감을 어떻게 찾고, 모아 두시나요.

"집에 만화책이 굉장히 많아요. 재밌게 본 책을 다시 봅니다. 재밌게 읽은 소설을 다시 읽는다든가. 예전에 좋았는데 다시 꽂히면, 이런 걸 나도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지거든요. 최근 다시 재밌게 본 소설은 사와무라 이치의 <보기왕이 온다>(아르테, 2018)입니다."

결국 창작자로 가는 길은 팬이 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만화든, 영화든, 소설이든, 스토리텔링을 즐기는 거죠. '지금 하는 일이 힘들 때는 다른 일을 또 한다.' ^^ 1990년대 영어 공부를 하던 제가 이랬어요. 영어 문장을 외우다 지치면, 원서를 읽고, 원서를 읽다 지치면, AFKN으로 시트콤 시청을 하고. 일이 힘들다고 아예 그만두지는 않아요. 어떻게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합니다.

SF를 즐기는 다양한 방법이 한 권의 잡지에 총망라되었어요. <오늘의 SF>, 상상력의 신세계를 찾아 떠나는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입니다.

덕후의 세계는 이렇게 또 풍성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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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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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달자 2020.02.05 06: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들 덕질을 잠시 휴덕하신 즤 장녀를 이해를 못해주는 엄마인 제게 일격을 가하는 한마디군요.

    진정한 덕질은 창작으로 발전할 수 있다...ㅎ

    저는 아이와는 달리 무언가에 푹~~ 빠져서 미친듯이 덕질을 해본적이 없는것 같네요.
    그렇담 열정도 그만큼 없었다는 결론이고....
    덕질을 할 수 있는것도 열정이 있어야한다는 건데 그런 열정이 있는 아이를 나무라기만 했던 에미라 좀...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어떤 분야든 열정을 가지고 관심을 가지는것을 굳이 나쁘게만 보지 않고 열정 가득 마음을 높이 사야겠어요.

    진정한 덕후 피디님의 가르침을 깊이 새기며....

  2. 배수의 진 2020.02.05 06: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정보네요
    저도 영화든 만회든 SF물을기장 좋아합니다
    우리나라잡지도 나왔으면 서점가서 좀봐야겠네요

  3. 새벽부터 횡설수설 2020.02.05 07: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SF를 읽는 데에 큰 취미도 없었고고, 삶에 큰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현재로서는 읽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에요. 저도 PD님처럼 어릴 때, SF를 만났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잡지가 독립출판물의 커버처럼 나오네요. 시대의 향기가 묻어나는 창간호입니다.~^^

  4. 에가오 2020.02.05 08: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오달자님께 한표입니다~^^

  5. renodobby 2020.02.05 08: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덕질을 할 수 있는 뭔가가 있다면 좋겠는데... 생각해보니 좋아하는건 많지만 모두 어정쩡하게 좋아하네요ㅠㅠ

  6. GOODPOST 2020.02.05 08: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쩜 80년대 비슷한 교육을 받은 보통의 우리는 덕질하는걸 포기했는지도 모릅니다.

    진정한 덕질은 50 이후라 생각하며 희망을 가져봅니다.

  7. Mr. Gru [미스터그루] 2020.02.05 08: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에 재밌게 읽었던 책들은 다시 봐도 재밌고 다시 볼 때마다 새롭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근데 저는 주로 어렸을 때 재밌게 읽던 판타지 소설이나 만화책이더군요.
    그래서 독립 후 돈을 벌기 시작한 다음 제가 읽고 싶은 책들을 다시 사서 읽기도 했죠.
    신기한 것이 만화책과 판타지 소설책이 그저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철학이 담겨있고 책에 나오는 사람들 각자의 개성이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책들의 주인공들을 보며 '나는 이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이런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했었거든요.
    SF 창간호 찾아서 읽어봐야겠습니다.
    이 나이에 읽는 SF가 나중에 어떤 영향을 줄지 궁금하네요.
    읽어 본 후 지금처럼 몇 년 뒤에도 즐겁게 이야기하는 날이 오겠지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8. workroommnd 2020.02.05 10: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덕후가 되는게 참 좋은거라 느껴요.
    스스로 재미도 찾고 관련분야에도 전문가도 되고,,,,
    놀이가 일이 되는 상상을 매일 하고 있어요~

    매일매일 영어문장 복습해서 뎃글달수 있어서 감사 드려요~

  9. 더치커피좋아! 2020.02.05 10: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SF덕후. 피디님을 응원합니다.
    덕분에 상상력 풍부하고
    때론 위로가 되는 글을 읽으며
    저희도 덕을 보고 있으니까요^^

    자기가 좋아하는 무언가는
    열심히 좋아하다보면
    남에게 도움이 되는 날이 오리라
    생각합니다.

    쓸데없는 짓은 없다.
    남에게 쓸데 없는짓도 나에겐 의미있는 일.
    덕후의 길은 내가 삶을 찾아가는
    길을 만드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보는 아침입니다.

    무탈한 하루~♡
    피디님도 파이팅!

  10. 불곰이된엄마 2020.02.05 10: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 전 SF장르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지난 하반기 청소년문학에 SF장르를 집중적으로 읽어보았어요.
    AI과 로봇이란 주제가 많았고 평행이론 양자이론 등 과학적 이론들을 문학으로 녹여내니 새롭고 재미난 것 같았어요.

    <오늘의 SF>라는 잡지가 나왔다니, 정말 궁금하면서도 반갑네요.
    SF가 성인문학에서도 청소년문학에서도 소외 받는 장르인데 말이죠. 잡지가 지속적으로 나오길 바래봅니다.

  11. 꿈트리숲 2020.02.05 10: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덕후의 꽁꽁 숨겨둔 유물을 오늘
    소개해주셨네요. 책 표지만 보고도
    과거로 타임슬립하는 기분입니다.

    누군가는 필요없어 헌책방에 팔았을텐데
    덕후의 눈엔 보석 발견 같은 귀한 책이니
    그 기쁨 얼마나 컸을까 싶어요.

    SF 전혀 관심없다가 작가님 덕에 SF에
    조금씩 마음을 주려고 합니다. 세뇌를
    확실히 당하는 것 같아요. 기분 좋은 세뇌입니다.
    독서 영역이 넓어지니 그만큼 재미가 더 늘어나서요.
    덕후 만세, SF 덕후 만만세~~

  12. 코코 2020.02.05 11: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작 아시모프의 팬이 되면서 SF 번역가가 되셨다니 ..
    그 계기가 참 흥미로워요.
    역시 무언가에 재미를 느끼고 푹 빠져서 파고드는 건 만큼
    정신적 만족감을 주는 건 없는 것 같습니다.
    몇 주 전부턴 경제 관련 책들을 읽고 있답니다.
    오늘 피디님의 글을 읽으니 SF 소설의 재미가 다시금 떠오르며
    조만간 추천해 주신 책을 읽어봐야겠습니다. ^_^

  13. 아빠관장님 2020.02.05 11: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SF덕후 민식 피디님! 언젠간 피디님께서 연출하신! 조선에서 왔소이다, 부산행 을 뛰어 넘는 SF물 기대합니다!^^

  14. 박작가님 2020.02.05 13: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SF좋네요. 잘보고 갑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

  15. 보리랑 2020.02.05 13: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SF 는 잘 몰겄고, 공즐세 댓글 거르면 거시기한 것이, 이것도 덕질 아닐까요? 덕분에 삶이 여러 면에서 나아지고 있어요. 남의 덕질 덕에 내가 누리니, 나도 좀 남기고 가야할 텐데요

  16. 아프리칸바이올렛 2020.02.05 20: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SF영화는 익숙한데 SF소설은 낯설게
    느껴졌는데
    피디님의 열정적이고 흥미로운 소개에
    귀가 솔깃한데
    이 책을 시작으로 보면 좋겠다 느껴요

  17. 섭섭이짱 2020.02.06 13: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이 책을 전자책으로 구매해서
    시간될때 하나씩 야금야금 읽고 있어요 ^^
    재밌는 내용이 많더라고요.

    전 연상호 감독 인터뷰가 인상 깊었는데
    토크쇼에도 나오고 그 분이 쓴 드라마가
    다음주 방송을 해서 더 관심있게 보게 되더라고요.

    요즘은 SF 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SF 거장과 걸작의 연대기> 를 읽고 있는데 ^^
    피디님에게 귀동냥한게 있어서 그런지
    아는 이름들이 조심씩 보이네요. ㅋㅋㅋ

  18. 나겸맘 리하 2020.02.08 03: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산행도 염력도 재미있게 봤었는데요.
    연상호 감독이 영화 외의 작업을 하면서
    창작으로 지친 시간들을 견뎌나갔던 거군요.
    힘들다고 작업에서 손을 놓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도로 감을 유지하는 것.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떤식의 변주도
    즐겁게 감당하나봅니다. 그런 마음을 배우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