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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1.14 인생은 내맘대로 안됐어도 (25)
<그놈의 소속감>을 읽고 쓴 리뷰에, '후배들에게 점심 먹자고 먼저 연락하지 않아요. 후배가 부르면 그때 나갑니다.'라고 썼어요. 페북에 올린 글에 기자 후배가 '선배, 밥사주세요.'하고 댓글을 달았어요. 약속을 잡았어요. 후배들을 만나면 물어봅니다. 
"요즘 뭐가 재밌어?"
"요즘 뭐가 힘들어?"하고 묻지는 않아요. 고민이 있어도, 회사 선배인 내게 털어놓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충고랍시고 괜히 주제넘은 소리를 할 수도 있고요. 제가 애용하는 질문은 "요즘 뭐가 재밌어?"에요. 어린 30대 후배들의 취향에서 배우고 싶어요. 
"선배, 사기병 보셨어요?"
"응?"
속으로 '사기병? 사마천이 쓴 사기가 아니라 사기병?' 했어요.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웹툰인데요. 후배가 좋아하는 작품인데, 어느날 책으로 출간된 걸 보고 인터뷰를 했대요. 문화부 기자로 일하는 즐거움이지요. 좋아하는 작가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것. 
"MBC 구내서점에 선배님 이름으로 주문해뒀으니 곧 연락이 갈 거예요."
그렇게 후배가 선물해준 책을 읽었어요.  

<사기병> (윤지회 / 웅진 지식하우스)

어느날 위암 4기 진단을 받은 작가가 인터넷에 정보를 검색하다 느낀 점. 의외로 많은 정보들이 암 환자에게 힘든 이야기를 담고 있더라는 거죠. 직접 항암 일기를 써서 작가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대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기 쓰듯 진행되는 책, 3월의 첫글에서 '쿵'하고 내려 앉았어요.

'어제까지 두 돌도 안 된 아들과 씨름하며 
겨우 어린이집에 보내고 그 사이에
정신없이 일하다 저녁 반찬 걱정을 했는데,
오늘은 내 옆에 죽음이 찾아와 
기다리고 있다.'

구내 서점에서 책을 받은 날, 회사 점심 메뉴가 제가 좋아하는 회덮밥이었어요. 4천원에 회덮밥을 먹는 날이지요. 가성비 끝판왕입니다.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을 땐 혼자 갈 때가 많아요. 후배더러 밥 사준다고 하고, 짬밥을 사줄 수는 없잖아요. 혼밥이라도 괜찮아, 오늘은 책이 있으니까. 하면서 <사기병>을 식당에 가져 갔어요. 혼자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도 덜 민망하도록 분주한 시간을 피해 내려가 밥을 먹었어요. 책이 펼쳐지기 쉽게 제본했기에 밥 먹으면서도 읽을 수 있어요. 그런데 책을 읽다가 갑자기 눈물이 와락 쏟아졌어요. 회사 식당에서 혼자 회덮밥 먹다 울기 싫어 눈물을 참느라 너무 힘들었습니다. 아, 중년의 아재는 호르몬 문제가 좀 있나 봐요...

저는 가벼운 성격이라 누군가를 위로하는 게 참 서툽니다. 그런 제가 보고 '아, 이건 알아둬야겠다.'싶었던 이야기가 있어요.

내게 힘이 된 말들
가볍게 꾸준히 보내 주는 안부 문자
"힘내지 않아도 돼."
"네가 얼마나 힘든지 내가 몰라서 미안해."
"멀리서나마 항상 응원하고 있어."

가끔 힘 빠지게 했던 말들
신앙 전도
"위암은 잘 낫는데."
(나보다 중증인 분이 해 주면 좋다.)
"억지로라도 먹고 힘내야지."
(억지로도 못 먹는데...)
"잘 지내고 있지?"
(못 지내는데...)
"요즘 암은 별거 아니래."
(내겐 큰일인데...)
"몇 기인지가 뭐가 중요해."
(많이 중요한데...)
(98쪽)


'인생은 마음대로 안 됐지만 투병은 내 맘대로'
윤작가님의 다음 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책은 제가 후배에게 선물하려고요.
끝으로 후배의 리포트를 공유합니다.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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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섭섭이짱 2019.11.14 08: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전 이분을 인스타에서 사기병 태그를 보고 알게되었는데요.
    다른병도 아니고 힘든 암치료 과정에서도
    자기 얘기를 공개적으로 말한다는게 쉽지 않을텐데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을 했죠

    작가님의 다음책 저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윤지회 작가님 꼭 완쾌하세요. 기도드립니다 🙏🙏🙏

    최근 작가님 근황이나 직접 작가님과
    얘기하고 싶은 분들은 인스타도 방문해보세요.

    https://www.instagram.com/sagibyung/


    #전국모든수업생
    #수능대박기원
    #꼬꼬정
    #민지양파이팅

  3. 더치커피좋아! 2019.11.14 08: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가 얼마나 힘든지 내가 몰라서 미안해..'
    옆에서 가만히 함께 있어주기.

    내인생의 고마운하루도 시작.
    윤지회 작가님도 응원합니다.

    두근두근
    맘은 수능시험장에 가 있을
    피디님도 파이팅!

  4. 브릭 2019.11.14 08: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능장 들어가는 딸보면서도 안울었는데 책소개 뉴스영상보며 펑펑 울었네요. 작가님은 저렇게 다 커서 시험 보러 가는 아이를 보는것이 소원이겠지요. 무엇을 바라고, 지향해야 하는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해줍니다. 감사합니다

  5. workroommnd 2019.11.14 10: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분이 쓰신 유아그림책 "우주로 간 김땅콩" 선물받아서 애기랑 같이 봤어요~
    그림 아주 재밌고 발랄해서 애기가 엄청 좋아한 책이에요.
    또 새삼 지루하지만 소소한, 평범한 일상에 감사함을 느껴야 겠네요~

  6. 보리랑 2019.11.14 10: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은딸이 대학은 안가지만 경험 삼아 수능시험장에 갔어요. "엄마~ 수학은 찍는게 점수가 더 잘 나올텐데~" 😅

    30대에 위암으로 친구 둘을 보내고, 40대에도 암 선고 받은 친구가 있고ㅠㅠ 어설픈 말로 상처 주었습니다. 용서를 빕니다 __()__

  7. 단별 2019.11.14 10: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힘이되는 말을 주고 싶었는데, 의도치않게 힘들게 하는 말을 보냈던 과거의 저를 반성하게 하네요ㅠ

  8. 새벽부터 횡설수설 2019.11.14 10: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음이 무겁네요. 정말 위로해준다는 건 어떤 걸까요?
    저도 제 주변 지인들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사람이 되고 있나 생각해보게 되네요~

  9. 아빠관장님 2019.11.14 10: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거 뭐지요... ㅠ.ㅠ
    올리신 보도 영상 보면서.. 맥도날드에서 눈물 참느라 힘드네요...


    작가의 인터뷰 내용처럼...죽어서 그 어린 자식의 성장을 못 보는 거에 비하면.. '죽음' 그 자체가 뭐가 두렵겠습니까...

    윤지회 작가님 엄마님.. 응원합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피디님의 꼬꼬독에서 이 책이 소개되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어쩌면 피디님의 뜨거운 눈물을 보게 될 지도^^;;;;

  10. MoonyGo 2019.11.14 10: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꼭한번 읽어보고싶은 책이네요ㅠㅠㅠㅠ

  11. 2019.11.14 11: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윤지회 작가님의 완쾌를 응원합니다!!!
    꼬꼬독도 더 번창하세요~~

  12. GOODPOST 2019.11.14 14: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후배나 직장동료에게 "뭐가 재미있는지"를 물어보는 센스?
    pd님에게서 또 배웁니다.
    그리고,
    윤지회 작가님~
    멀리서나마 항상 맘으로 응원하겠습니다. 다음책 기대합니다.

  13. 인풋팍팍 2019.11.14 15: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눈물이 났습니다..
    반성하게 됩니다..

  14. 묭수니 2019.11.14 16: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거 인스타툰으로 종종 보고던건데 책이 나왔군요

  15. 빛나는별 2019.11.14 17: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윤지회 작가님 '방긋아기씨' 그림책을 참 인상깊게 읽었어요. 암 투병중이시라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웠는데 투병과정을 담은 책을 내셨더라고요.

    책 '옵션B'에서도 남편을 잃은 작가가 들은 다양한 위로의 말에 대한 부분이 나오는데, 피디님이 옮기신 부분과 통하는 것 같아요. 말하기 난감하다고 대화 자체를 피하거나 상투적인 위로를 전하는 사람들에게 상처입은 적이 많았고, 솔직한 마음을 전하고 옆에 있어주는 사람들에게서 큰 힘을 얻었다고요.

    저는 암병동 특파원입니다 라는 책도, 암투병 뷰티 유투버 새벽씨도 같이 생각났어요.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 안에 매몰되지 않고 스스로를 지켜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저런 힘은 어디서 나오는걸까 존경심이 듭니다.

  16. 오달자 2019.11.14 17: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모에요~~ㅠㅠ
    저 근무하다가 잠시 휴게시간에 영상 보고는 눈물 참느라 혼났네요.ㅠㅠ

    "내가 아이스라떼를 마셨어!"
    한잔의 커피에 황홀한 고백을 하는 윤지희 작가님을 응원합니다.

    오늘따라 불치병을 앓고 있는 30 년지기 친구가 생각나는 날입니다.
    오늘은 그 친구에게 상처가 아닌 위로가 되는 말을 전해야겠습니다.

  17. 옥이님 2019.11.14 18: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감의 글입니다

    가끔 누군가를 위로한다고 상처를 주는건 아니었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그냥 들어주는거 그게 위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18. 봄처녀 2019.11.15 19: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환자입장에서 공감되는 말입니다^^ 아픈이들에게 저도 힘이되는 얘길 해야겠어요~~

  19. 나겸맘 리하 2019.11.17 12: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독서중에 눈물 흘리시는 아재와 아줌마들의 모습은
    참 반갑습니다. 나만 그렇게 늙으면서 눈물이 흔한 게 아니구나.
    누군가의 아픔에 같이 아파해 주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구나...
    이런 느낌이 드는 날은 '세상 여전히 참 좋고 따뜻하다'...생각이 들죠.
    워낙 그림책 작업을 많이 하셨던 작가님이었는데
    암투병중이시라 너무 안타깝고 슬펐습니다.
    아이의 성장과정을 곁에서 지켜봐 주실수 있을만큼
    회복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수능 마친 따님. 원하는대로 좋은 결과 있기도 바랍니다~
    가족분들과 편안한 일요일 되세요~

  20. 눈부은날 2019.11.18 08: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기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인터뷰 장면을 보며 울컥거리는 것을
    참느라 힘들었네요..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1. silahmom 2019.11.25 08: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움되는 글이예요.
    저도 위로가 많이 힘들었는데~
    작가님 신문에 기사 난거 보고 참 대단하다 싶었는데
    책까지 내셨네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네요.
    멀리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