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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1.13 독서는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23)

어제 저녁 새로 올라온 <꼬꼬독> 영상을 보다, 웃겨 죽는 줄 알았어요. 아무리 바쁘셔도 이번 영상 도입부 30초는 꼭 봐주세요. 50대 아재의 발연기를 커버하기 위해 총동원된 CG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열일하는 꼬꼬독 피디님들, 정말 고맙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무기는 다양할수록 좋습니다. 전쟁에 가려고 검술을 열심히 연마했는데, 갑자기 적이 창을 가지고 나타나 던지면 망합니다. 불화살을 준비했는데, 폭우가 쏟아진다면 또 망하지요. 무기는 다양해야 합니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라는 책을 읽고 나면요. 50명의 철학자가 우리 손에 무기를 들려주는 기분입니다. 철학자가 평생을 통해 연구한 콘셉트를 핵심만 추려서 정리한 책입니다. 50개의 서로 다른 무기를 들고 전쟁터에 나갈 수 있어요.

피디로 살면서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 어떤 환경을 만들어야 할까 고민합니다. 저는 피디에게 제작 자율성을 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동료들 중에는 보상과 징계를 통해 성과를 끌어낼 수 있다고 믿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 이들과 논쟁을 할 때 도움이 되는 무기 하나를 책에서 찾았어요. 사회 심리학자 에드워드 데시의 창의성 연구의 결과입니다.

‘사람이 창조성을 발휘하여 리스크를 무릅쓰고 나아가는 데는 당근도 채찍도 효과가 없다. 다만 자유로운 도전이 허용되는 풍토가 필요하다. 그러한 풍토 속에서 사람이 주저 없이 리스크를 무릅쓰는 것은 당근을 원해서도 채찍이 두려워서도 아니다. 그저 단순히 자신이 그렇게 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59쪽)

그래요,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것만큼 창의성을 키우는 환경도 없지요. 살면서 우리는 악당을 만나기도 합니다. 아니 때로는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하기도 하지요. 그럴 때 ‘이 사람이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걸까?’하고 고민을 하면 상처만 깊어집니다. 이럴 땐 악을 연구한 철학자의 이야기를 찾아봅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쓴 한나 아렌트는 ‘평범한 사람도 악이 될 수 있다’고 말하지요.

‘(유대인 학살이라는) 인류 역사상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악행은 그 잔인함에 어울릴 만한 괴물이 저지른 것이 아니라, 생각하기를 멈추고 그저 시스템에 올라타 그것을 햄스터처럼 뱅글뱅글 돌리는 데만 열심이었던 하급 관리에 의해 일어났다는 주장은 당시 큰 충격을 주었다.
평범한 인간이야말로 극도의 악이 될 수 있다.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한 사람은 누구나 아이히만처럼 될 가능성이 있다. 그 가능성에 관해 생각하는 것은 두려운 일일지 모르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그 가능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사고하기를 멈추면 안 된다고 아렌트는 호소했다. 우리는 인간도 악마도 될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이 되느냐 악마가 되느냐는 시스템을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101쪽)

타인을 보고, ‘아, 한나 아렌트 말대로 저런 평범한 사람도 악인이 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절반의 공부입니다. 공부는 타인을 향하는 게 아니라, 나를 향하는 겁니다. 아, 나도 악인이 될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나를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철학의 시작은 윤리와 도덕입니다. 철학을 왜 공부하는가, 그래야 우리 자신이 악인이 되는 걸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니체, 사르트르, 헤겔처럼 친숙한 철학자의 이름이 연이어 나옵니다. 그들의 생각을 핵심 개념만 뽑아 쉽게 설명해줍니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에게 불확실한 삶을 돌파하는 생각 도구를 50개나 안겨줍니다. 이름만 아는 철학자도 열 명이 안되는데 말이지요.  그러다보니 낯선 이름도 등장하는데요. <자살론>을 쓴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이 그랬어요. 저자는 뒤르켐의 자살론을 가져와 현재 일본의 위기를 진단합니다. 뒤르켐은 자살을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합니다.

이타적 자살 (집단본위적 자살) 이기적 자살 (자기본위적 자살) 아노미적 자살 (욕망을 추구하다 허무감에 빠져 일으키는 자살)
아노미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저자는 3가지를 제안합니다.

첫째, 가족의 회복. 둘째, 소셜미디어를 통한 공동체 결성. 셋째, 회사라는 종적 커뮤니티를 대체할 횡적 커뮤니티, 즉 길드의 부활. 지난 수십 년간, 한국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공동체 는 회사였어요. 입사하면 종신고용을 통해 수직적 커뮤니티에 들어가게 되죠. 이제 사람의 수명은 늘고, 회사의 수명은 짧아집니다. 기업 중심의 종적 구조 사회는 지속되기 어려워요. 이럴 때는 직장보다 직업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저자는 권합니다. 

‘회사라는 종적 구조의 커뮤니티가 자신에게 더 이상 안전한 커뮤니티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자율적으로 자신이 소속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를 갖는 것이다. 가족도 소셜네트워크도 직업별 길드도, 그것을 만들어 내거나 혹은 참가해서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성립한다. 지금은 바야흐로 그렇게 해야만 스스로 아노미 상태에 빠질 위험을 막을 수 있다.’

(226쪽)

혈연, 지연, 학연이 무너지는 시대에 새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노력이 중요하고요. 저는 <꼬꼬독>을 구독하고 좋아요를 눌러주고 댓글을 달아주시는 여러분들이 취향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책 읽는 사람들의 공동체를 만들면 허무주의의 아노미 상태가 오는 걸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올해 초, 저는 세대 갈등 문제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제게 답을 보여준 책이 <쇠퇴하는 아저씨 세대의 처방전>이었어요.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를 읽고 야마구치 슈라는 저자에게 신뢰가 생겼거든요.

드라마 감독으로 일할 때 가끔 배우들이 그래요. “감독님은 어쩜 그렇게 말을 잘 하세요?” 어려서부터 꾸준히 책을 읽었고요. 책에서 만난 숱한 저자들이 저의 스승이 되어 인생을 살아가는 든든한 자산을 주었어요.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이 책 한 권을 읽는다면, 50명의 철학자가 여러분의 친구가 되어드릴 겁니다. 이 책 속에 탐나는 무기들, 든든한 스승님들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이 책 한 권을 장착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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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비개인날 2019.11.13 09: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독서 리뷰 감사합니다

  3. namhoiryong 2019.11.13 10: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꼬꼬독 책소개를 위해 꼼꼼히 작성된 스크립트를 보고
    또 존경스럽네요.
    아침마다 들려주시는 책, 새로운 여행 이야기도 좋지만
    피디님의 이런 과정, 태도들을 듣고, 보고,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독서의 이유 오늘도 새기고 갑니다~*

  4. 나겸맘 리하 2019.11.13 10: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리얼한 연기 보다가 '진짜 칼인가?'했습니다. 아침부터 큰 웃음 터트려 주십니다~
    중학교 도덕 교과서 귀퉁이에도 한나 아렌트와 아이히만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나옵니다.
    그 부분을 읽고 '나도 언제든 악인이 될 수 있으니 늘 경계하자....' 학생들이 이런 생각까지 가기에는
    어려울 것 같아요. 어른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삶의 무기로 철학이 필요한 이유를 알았으니 조금씩 공부해 나가야겠습니다.

    폭정 아래에서는 생각하는 것보다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게 쉽다고 하더군요.
    아이히만처럼 되지 않으려면 깊게 생각하며 횡적커뮤니티를 통한
    공동체의식, 연대의식도 길러야 하겠고, 무엇보다 자유의지에 의한 일을 해야겠고요.
    여배우들도 인정하시는 피디님의 말솜씨가 독서에서 나왔다는 사실과
    이 책 내용 설명에 홀려서 꼭 읽어봐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감사합니다~

  5. 새벽부터 횡설수설 2019.11.13 10: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철학이나 인문학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릴 때, 철학을 좋아하는 사촌형을 보면서 "철학 책?! 철학 그거 이상한 사람들이 보는 거 아니야? 저 형 진짜 이상하네.."라고 생각했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사촌형은 삶의 진리를 그 어릴 때부터 깨우치려고 하였구나.. 하면서 놀라곤 합니다. 열심히 삶의 진리를 깨우치며 보통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정진해야겠습니다.^^

  6. 보리랑 2019.11.13 10: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인가족 증가 등 가족 해체의 시대, 무엇보다 공동체가 절실하다 봅니다. 당연히 독서 학습하는 공동체가 지속가능성이 높죠.

    나도 악인이 될 수 있다! 나도 모르게 남에게 상처 줄 수 있다!

  7. 샤프슈터 2019.11.13 10: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기들이 다 CG였군요. ㅎㅎ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이 책도 꼭 읽어볼게요.

  8. 아프리칸바이올렛 2019.11.13 12: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독서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지
    아침부터 재밌는 영상 즐겁게 봤습니다
    이제부터 삶의 악당과 힘든 문제를 만나면
    도대체 왜 나야 상처를 키우는 대신
    책 속의 스승이 건네주는 무기를 들고
    힘껏 싸워볼겁니다
    공짜로 주는 세상도 사실 엄청난 무기고죠
    보상과징계의 한계, 직장에서도 아이를 키우면서
    크게 깨달아요
    결국 내가 원하는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리스크를 무릅쓰고 도전하게 된다는 말도
    새겨요
    철학의 중요성은 많이 들었지만
    솔직히 철학 공부의 필요성은 잘 몰랐어요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는 순간
    누구나 아이히만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깊은 울림을 주네요





  9. 오달자 2019.11.13 13: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헉!
    피디님께서 우찌 제 마음을 읽으셨는지요~~ ㅎㅎ
    "도대체 저 사람은 나한테 왜 그럴까? "
    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는 요즈음~
    답을 주시는 피디님!

    "비판적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철학책을 읽으라!

  10. 물레방아토끼 2019.11.13 14: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이책 구매해서 읽어봐야겠네요^^

  11. 더치커피좋아! 2019.11.13 15: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가오는 수요일.
    허무주의적 아노미 상태를
    이겨낼수 있는 비법이 담긴 책.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읽어보겠습니다.
    즐겁게 삶의 의미를 만들어 가는
    피디님~파이팅!

  12. 봄처녀 2019.11.13 17: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총동원된 CG 잘봤습니다~~ 읽고싶은 책이 쌓여가서 큰일입니다~ 더 부지런떨어야 할텐데요^^

  13. 빛나는별 2019.11.13 17: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렌트가 아이히만에 속았다는 최신 연구도 흥미롭게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악의 평범성이라는 주제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 너머를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멀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철학'이 내 삶의 무기가 될 수 있다니 바로 책 사러 가야겠습니다

  14. SORA& 2019.11.13 19: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 [쉰들러 리스트]에 나온 실존인물 쉰들러같은 사람을 보면 아이히만은 히틀러 그 자체일 뿐 이해될 가치는 없어보입니다.
    남의 고통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인간이니까요.
    얼마전 김훈 작가님이 하신 말씀처럼 지금 우리 사회도 남의 고통 이해못하는 분위기라는 점 안타깝습니다.

  15. 세라피나장 2019.11.13 21: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눈에 익숙한
    귀에 즐겨듣던
    한나 아렌트

    역쉬^~~
    공유
    공감

    직업 보다
    직장을 적게 생각하라

    일터
    피곤함

    물리칠수 있는
    에너지 ~^^

  16. 마이클빅 2019.11.14 05: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인문학콘서트 강연 너무 잘 들었습니다. 40대 초반인데 막연하게 생각했던 미래에 대한 준비를 구체화 하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17. 아빠관장님 2019.11.14 08: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책 역시 수북이 쌓여 있는 놈들 중 하나입니다.ㅎㅋ 올 초에 제목에 너무 끌려서 구매 후, 머리말만 읽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마치 독서 후 깨달음을 얻은 듯하게 '태권도는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라는 거창한 제목으로 태권도 광고를했습니다^^:;; 그 뒤, 손 놓고 있었는데, 피디님의 소개로 '급' 다시 관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
    좋은 영상, 글 감사합니다! !

  18. 섭섭이짱 2019.11.14 10: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필살기 무기가 필요한 요즘...
    무기 장착하러 서점으로 고고고하겠습니다 ^^

  19. 랄라 2019.11.15 05: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어 공부 시작하면서 피디님의 <영어책 한권 외워봤니?> 다시 읽고 있어요. ^^ 피디님의 책을 읽는 새벽 시간이 좋아서 피디님 블로그도 왔다 갑니다.

    이영상은 피디님의 화려한 연기가 재미있어서 우울할때 마다 들어와서 보고 갑니다 ㅎㅎㅎ
    오늘 좋은하루 되세요 ~

  20. 시골사람 2019.11.15 23: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딸과 공유하고 싶어 꼬꼬독 영상을 보내고, 보라하니 '왜죠?'라는 답이 와 네게 무기를 만들어주고 싶어 그런다하니 답이 없네요.
    좋은 영상을 보내면 나중에 보겠다며 보지않는 딸이 이 영상만큼은 꼭 보길 바랍니다.

    • 시골사람 2019.11.15 23:21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동안 딸에게 책을 읽게 하려고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미동도 하지 않았었는데, 말씀하시는 분이 활기차 보이신다며, 책 재미있겠다 해서 책값 입금해주기로 했네요. 좋은 글, 좋은 영상을 제공해 주시고 제 딸까지 감화시켜주신 피디님께 깊이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21. 쿨냉 2019.11.16 12: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튜브에서 먼저 봤어요 ㅋㅋ
    이벤트응모도 했는데!! 안되면 사서 밑줄 마음놓고 치면서 다시 읽어야겠어요 도서관에서 빌려읽었더니 아수움이 남네요~

    작가님 연기 잘 봤습니다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