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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4.25 다시 생각해! (17)

어려서부터 볼품 없는 외모 탓에 늘 없어 보였어요. 좀 있어 보이려면 책이라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도서관에서 공짜로 빌려 읽은 책으로 어디가서 폼이라도 잡을 수 있다면 남는 장사라고 생각했습니다. 블로그에 독서 일기를 올리다보면 어느 순간, 폼나는 책만 읽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저, 이런 책도 읽었어요. 아이구, 이런 훌륭한 작가님이 쓰신 책에 이런 글귀가 있군요?'

타인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면, 사는 게 재미없어져요. 독서의 순수한 재미는 오로지 읽고 싶은 책을 읽는데서 오는데 말이지요. '책을 읽는 게 즐거운 책벌레의 삶을 포기하지 맙시다. 폼나는 책만 골라 읽지는 맙시당~' 하고 스스로를 경계합니다. 


재미난 책을 읽고 싶을 때는 도서관에 가서 제가 좋아하는 작가의 이름을 검색해 봅니다. 오쿠다 히데오를 좋아하는데요, 문체가 가볍고 발랄하거든요. <공중그네>나 <남쪽으로 튀어>같은 소설을 좋아하지요. 검색해보니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네요. 

<쥰페이, 다시 생각해!> (오쿠다 히데오 / 이혁재 / 재인)


야쿠자 조직의 막내인 쥰페이, 어느날 오야붕에게 지령을 받습니다. 권총으로 경쟁 조직의 중간 보스를 해치우고 감옥에 다녀오라고. 10년 정도 옥살이를 하고 나면 야쿠자로서 자리를 잡게 될 거라고. 줄거리를 들으면 피비린내 풍기는 하드보일드 느와르 같은데요, 작가가 누굽니까. 개그 퍼레이드의 오쿠다 히데오입니다. 어리바리한 야쿠자 꼬붕에게 어이없는 일이 자꾸 일어나는데요. 그의 결행 계획을 들은 한 여자아이가 인터넷에 상담을 요청하는 바람에 온갖 사람들이 쥰페이를 말리는 댓글을 인터넷에 올립니다. 그래서 제목이 <쥰페이, 다시 생각해!>인가 봐요. 


300개가 넘는 댓글들이 하나같이 웃깁니다. 10년의 옥살이를 각오하고 결행하겠다는 쥰페이를 말리는 글중에 이런 글도 있어요. 


#157. 21세의 쥰페이 군이 앞으로 10년 동안 할 수 있는 것. 히치하이크로 세계 일주. 자전거로 세계 일주. 도보로 일본 일주. 선박 면허 따서 태평양 횡단. 등산가가 돼서 세계 3대 봉우리 등정. 권투 도장에 다녀서 프로가 되어 세계 챔피언 타이틀 따기. 좌익 활동가가 되어 혁명을 일으킨다. 책을 많이 읽어 작가가 된다. 극단에 들어가서 연기자가 된다. 예능 프로덕션 요시모토에 들어가 연예인이 된다. 포르노 배우가 돼서 1,000명의 여자와 섹스를 한다. 일식집에 들어가 초밥 장인이 된다. 중국집에 들어가 볶음밥의 명인이 된다. 목수가 되어 자신의 집을 짓는다. 연애를 하고 결혼해서 아이 둘 낳고 행복한 가정을 일군다..... 지금 생각을 바꾸면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by 세계반점.

(위의 책 236쪽)


'책을 많이 읽어 작가가 된다.'라는 대목에서 빵 터졌어요. 어렸을 때 제가 했던 상상이거든요. 작가는 골방에 틀어박혀 글만 쓰면 되니까, 외모를 신경 쓸 일도 없을 테고..... ^^

'앞으로 내 인생 10년을 들여 무엇을 할 것인가?' 가끔 이런 상상을 하면 즐겁습니다. 인생의 계획을 세울 때, 너무 근엄진지해지면 안됩니다. 어렸을 때, 어른들이 '꿈이 뭐야?'라고 물어보면, 진짜 꿈이 아닌 가짜 꿈을 이야기할 때가 많지요. 어른들이 좋아할만한 답을 하는 겁니다. 타인의 기준이 아니라, 나 자신의 기준에 따라 사는 게 즐거운 인생의 시작입니다.

제게 10년이란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냥 지금처럼 살 겁니다. 서점과 도서관을 오가며 사기도 하고 빌리기도 하고, 수천권의 책을 읽을 거예요. 그중에는 즐거움을 주는 책도, 가르침을 주는 책도 있겠지요. 독서의 즐거움을 오래도록 간직하는 어른이 되는 것, 그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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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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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수정 2019.04.25 06: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보다는 동네 도서관들도 많이 생겨서 책을 쉽게 접할 기회가 많아진 것 같아요. 바쁘단 핑계로 늘 못갔었는데 올해는 동네도서관 방문해서 독서하는 즐거움을 만끽해봐야겠어요~^^

  2. 은하수 2019.04.25 07: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0년 동안 할 수 있는 일 목록이 재밌기도, 의미심장 하기도 하네요~
    앞으로 10년 동안 어떤 삶을 살지 기대가 되기도 하구요.
    오늘 하루도 그런 설레임으로 살길 바라며 오늘을 시작합니다.

  3. 꿈트리숲 2019.04.25 07: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서관이 있어 참 고맙고 행복합니다.
    수많은 책을 다 이고지고 했더라면
    우리집이 남아났을까 싶고요, 언제든
    쪼로로 걸어가면 절 위해 대기하고 있는
    책들을 항상 만날 수 있으니 행복합니다.

    책을 많이 읽으면 정말 작가가 되나요?
    그렇담 다독 계속 해볼려고요.ㅋㅋ
    작가가 안되고 재미만 남는다면. . .
    그래도 책을 읽겠어요. 매일 저만의 공간에서
    작가는 탄생하고 있다 여깁니다.

    나 자신의 기준에 맞춰서 독서도 글쓰기도
    시나브로 착착 진행되는 하루가 즐겁습니다.~~^^

  4. 콩장 2019.04.25 07: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오쿠다 히데오 팬인데, 이 책은 아직 못 읽었네요!! 감사합니다:)

  5. 아솔 2019.04.25 07: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회사를 다닌 지 7년정도 되었는데요.
    쥰페이가 10년동안 할 수 있는 일을 보니, 제가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이 드네요.
    조직에서 성공하고 싶어서 10년을 버티겠다라는 게 어찌보면 결국 회사 생활과 같은 건데..
    나는 계속 회사에 다녀야 하는지? 10년동안 더 재밌고 더 바라는 삶을 살 수 있는 건 아닌지?
    작가의 의도가 이런 것이었나 싶기도 하네요 ㅎㅎ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6. 아리아리짱 2019.04.25 07: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pd님 아리아리!
    저의 앞으로의 10년도 도서관과 서점 오가기가될듯 합니다.
    <공즐세학당>을 오가며 책읽기가 날로 더 즐겁답니당! ^^

  7. 정현옥 2019.04.25 09: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갑자기 pd님의 글을 읽다보니 웃음이 나오면서
    pd님도 오쿠다 히데오처럼,,재미있고 희망을 주는 소설을 써보는 꿈을 가져보면 어떨지요?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 소설을 잘 읽지 않지만,,꼭 사서 보겠습니다.

    앞으로 내인생 10년을 들여 무엇을 할것인가? 의미 있는 질문이네요.
    전,,앞으로 10년만 직장생활을 다닐 계획인데,
    그 시간 동안 일 말고 즐거움을 주는 일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독서의 즐거움! 그것이 나의 즐거움이 되는 꿈을 가져봅니다.

  8. 세종시라일락 2019.04.25 09: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믿음 소망 사랑
    웃음
    그중에 제일은 웃음이다 ㅎㅎㅎ

  9. 꿈바야 2019.04.25 10: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블로그 구독하고 드뎌 오늘부터
    읽기 시작했네요 ㅋ
    뭔가 마라톤을 시작하는 맘이랄까요?
    쓰시는분 읽으시는분 모두를 응원합니다♥

  10. 봄처녀 2019.04.25 15: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나간 10년 아쉽지만 어쩔 수 없고... 앞으로 10년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

  11. wonhyuk2@naver.com 2019.04.25 16: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혹시 페이스북 개인 메세지 받으시나요? ㅠㅠㅠ 작가님께 상담하고 싶은 내용이 있어서요..

  12. 비개인 날 2019.04.25 18: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덕분에 티스토리 가입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13. 섭섭이짱 2019.04.26 00: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야쿠자 막내의 이야기.....
    오쿠다 히데오 이름만 들어도
    소설이 기발하고 유쾌할거 같네요.

    찾아보니 영화로도 만들었다하니
    재미는 이미 보장된거 같네요 ^^

    10년후 나는 뭘하고 있을지....
    진짜 나의 꿈이 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한가지 확실한건 지금처럼 피디님 블로그에
    매일 댓글 쓰고 있을듯 합니다. ㅋㅋㅋ

  14. 오달자 2019.04.27 01: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표지부터 솔깃한데요...ㅎㅎ

    10년뒤 음...
    적어도 제 바램은 지금 처럼 봉사도 하면서 책읽고 글쓰고 여행하고...ㅋㅋ
    뭐 거창할 거 있나요.
    하루하루가 소중한 삶이라고 어느 분이 그러시대요~~ ^^

    주말에는 서점엘 가야겠어요:^^

  15. 루시아 2019.04.28 06: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앞으로 10년, 원없이 독서의 즐거움에 빠져보겠습니다~~
    피디님을 알게된후 도서관과 서점가는 일이 점점 더 즐거워지네요. ^^
    감사합니다~

  16. 혜린 2019.04.30 01: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앞으로의 10년 계획을 바로 저것으로 삼아야겠네요! “책을 읽어 작가가 되는 것!” ㅎㅎ 하지만 그저 재미있는 책을 읽고 즐기는 삶이면 좋지 않을까 그러다가 작가가 되면 좋고 아니어도 남는 장사고요^^ 잠이 깬 밤에 피디님 글 읽고 뭔가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낍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17. 루치신 2019.05.05 13: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쥰페이군이 요즘 젊은사람들과 오버랩 되더라고요 언제 중간보스를 총으로 쏠지 궁금해서 계속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