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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4.16 김장겸 전사장에게 묻고 싶다 (11)

기자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책이 한권 있다. 한국 언론의 오보의 역사를 기록한 <뉴스와 거짓말>. 책을 쓴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는 이렇게 묻는다. “조작된 뉴스는 세상을 어떻게 망치는가?” 2012년에 친척 어르신이 내게 보낸 글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장기 파업을 벌이고 있는 MBC 노조는 불법 폭력을 저지르는 종북 좌파 빨갱이집단이다.” 그 글은 거짓 선동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사실 노조에 대해 가장 악의적인 거짓말을 한 건 바로 엠비시 뉴스였다.

 2012년 5월, MBC의 ‘뉴스데스크’에서 정연국 앵커와 배현진 아나운서는 “권재홍 앵커가 퇴근하는 도중 노조원들의 퇴근 저지를 받는 과정에서 신체 일부에 충격을 입어 당분간 방송 진행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말했다. 당시 MBC 기자회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권재홍과 조합원들 간에는 신체 접촉이 없었는데 권재홍 앵커는 어떻게 다친 걸까. 조합원들이 눈으로 레이저를 쏜 걸까? 

 기자회는 이 뉴스가 노조를 탄압할 명분을 찾기 위한 명백한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기자들이 자사 보도가 오보라고 주장한 초유의 사건이었다. 2013년 5월9일 1심 판결과 2014년 4월11일 2심 판결은 결과가 같았다. 재판부는 허위 보도를 인정하고 정정 보도와 2천만원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이제 남은 건 대법원의 판결뿐이었다. 그러나 2015년 7월23일 대법원은 1, 2심 판결을 기각하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당시 김장겸 보도본부장은 양승태 대법원에서 양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2015년 대법원 판결 전날 ‘뉴스데스크’에서는 ‘대법원, 업무 과부하…상고법원이 대안이다?’라는 리포트가 나왔다. 정철운 기자는 책에서 김장겸 본부장과 양승태 대법원장이 재판과 언론 보도를 맞바꾸는 ‘검은 거래’를 한 게 아닐까 하는 의혹을 제기한다.

 2017년 봄 탄핵 정국 막바지에 김장겸 본부장은 사장이 된다. 뉴스를 망가뜨린 장본인이 사장에 선임된 데 대해 노조는 반대 투쟁을 시작했다. 그때 에스엔에스(SNS)에는 노조를 비난하는 글이 올라왔다. “5년 동안 부역자로 잘 먹고 잘 살던 것들이 촛불혁명에 숟가락 얹으려고 나오는구나.” 그 글을 보고 느꼈다. MBC의 재건이 결코 쉽지 않은 과제임을.

 지난해 나는 7년 만에 드라마 연출로 업무에 복귀했다. 드라마를 만드는 일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7년 간 현업에서 쫓겨나있는 동안, 나는 감각을 잃었고, MBC는 방송 시장에서 누리던 독과점 지위를 잃었다. 예능과 드라마의 경우에는 피디들이 MBC를 떠났고, 뉴스와 시사교양에선 시청자가 MBC를 떠났다. 신뢰의 위기와 시장의 변화가 쓰나미처럼 MBC를 덮쳤다.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다. 공영방송을 지켜야하는 이유를 방송으로 보여줘야 한다.

 지난 9일, 한국피디연합회가 주최하는 ‘한국피디대상’에서 MBC ‘피디수첩’은 ‘올해의 피디상’을 2년 연속 수상했다. 시사교양국의 젊은 피디들은, 지난 한해 동안 정치, 종교, 언론 등 성역 없는 비판으로 이슈를 만들고, 특히 고 장자연의 죽음 이면에 가려져 있던 조선일보 사주 일가의 문제를 고발했다.

 MBC에 봄이 찾아오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MBC는 언론이다. 언론은 어두운 시기일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촛불이다. 요즘 MBC가 돋보이지 않는다면, 암흑의 시대를 밝히는 언론의 역할이 두드러지지 않는 탓이라 할 수 있다. 슬픈 건, 빛의 시대에 돋보이는 건 가짜 뉴스다. 대명천지에 사람들의 눈을 어둡게 만드는 가짜 뉴스가 판을 친다. 언론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거짓 뉴스의 폐해를 생각하는 이들에게 정철운 기자의 책, <뉴스와 거짓말>을 권하고 싶다.

 그나저나 김장겸 사장과 양승태 대법원이 서로 보도와 판결을 거래했다는 의혹을 보며, 궁금증을 떨칠 수 없다. “김장겸 사장님, 이거 순전히 우연의 일치인거죠?”


(오늘자 한겨레 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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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수정 2019.04.16 06: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7년이란 긴 시간동안 자기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복귀한다면 누구나 그렇게 느낄꺼에요. 하지만 분명 작가님으로서의 감독님도 멋지시지만 감독님의 유쾌함을 전해줄 드라마도 너무 기다려집니다. 충분히 좋은작품 보여줄 능력 있으세요!!^^ 거짓뉴스가 아직도 판을 치고 당장은 사람들의 눈과 귀를 현혹시킬수 있지만 결국 진실의 힘이 더 크다고 생각하며, 오늘도 거짓뉴스와의 진실게임 하러갑니다. ㅎㅎㅎ

  2. 꿈트리숲 2019.04.16 07: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거짓말 같지만 믿고 싶은 뉴스가 있고,
    사실이지만 믿고 싶지 않은 뉴스가 있어요.
    인간애가 담긴 뉴스, 전 그런 뉴스를 듣고,
    보고, 믿고 싶은데. . . 요즘은 너무 뉴스
    홍수 시대라 뭘 보고 뭘 믿어야 할지 혼돈이 앞서네요.
    이럴때 돋보기 아니라 '믿보기'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지 생각합니다.
    믿보기는 믿고 보는 기자인데요. 저도 줄임말 한번 만들어봤어요.ㅋㅋ

    MBC가 믿보기가 되면 참 좋겠습니다.
    올바른 뉴스를 만드는 기자분들 화이팅이요!!!

  3. 고로 2019.04.16 08: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MBC노조가 방송권 장악해서 적폐몰이로 반대하던 방송인 다 끌어내고 문재인대통령님에게 충성하는 사람들만 골라 정권나팔수 방송 해대니 촛불민주주의가 활활 타오르는것 같아 기분좋네염..

  4. 아리아리짱 2019.04.16 08: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 PD님 아리아리!

    가짜뉴스로 각인된 개념을 바꾸기가 쉽지 않음을
    새삼 느낍니다.

    하지만 양승태 전 대법관이 구속 될 정도로 세상이 바뀌었고
    진실은 언젠가는 드러난다는 말에 힘이 실립니다.

    언론의 정재계의 결탁은 물론 검찰비리, 사법농단, 이 혼탁한 세상을 정확히
    밝혀주고 알려줄 MBC로 거듭나길 응원하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5. 오달자 2019.04.16 09: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영화관에 상영한 "공범자"를 보고 피디님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그 때 마지막 장면.
    피디님의 진실된 외침에 큰 울림을 받았었더랬죠.
    반드시 진실은 이길겁니다!.

    제 주변에 60 대 이상이신 분들이 깨톡으로 가짜 뉴스를 서로 주고 받는 모습을 보면 그져 안타깝기만 합니다.
    온갖 뉴스가 난무하는 이 시대에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눈을 가져야겠습니다.

  6. 새벽부터 횡설수설 2019.04.16 09: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실 그래서 저는 뉴스를 보지 않아요.

  7. cellbijou 2019.04.16 10: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우리는 뭘보고 듣고 믿어야하나,,

  8. 체리짱 2019.04.16 10: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수첩 잘 보고 있습니다.
    메인뉴스는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시고 노력하시는 모습 보이네요
    지칠수록 힘내세요. 진심은 통한다쟌아요 화이팅~~~^^

  9. 황준연 2019.04.16 13: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엇을 믿어야할지, 무엇이 진실인지 늘 헷갈리네요.
    하지만 pd수첩같은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한 좀 더 나아질거라 믿어봅니다 ^^

  10. 보리랑 2019.04.16 22: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촛불집회도 나가셨던 친정엄마가 "방송국을 좌파들이 장악해서 진짜뉴스가 방송에 안나와." 굿뉴스네요. 요즘 노인분들이 SNS로 주고 받으며 유튜브로 가짜뉴스 많이 보신다니 걱정이 됩니다.

    사람의 불안을 정치에 교묘히 이용하고, 곶감 홀랑 다 빼먹고 ㅠㅠ 공공재를 지켜야 할 이유를 조금 알겠네요

  11. 섭섭이짱 2019.04.17 02: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뉴스 홍수 시대에 제대로된 뉴스를 찾아보기 쉽지 않네요.
    이제 사람들은 언론에서 말하는 내용을 그대로 믿기 어렵게 된거 같아요.
    온 국민인 뉴스마다 팩트체크 하느라 제대로 정보를 알 수 없으니...
    거기에 최근에는 유투브 소설뉴스들까지 나오고......
    뭐가 진짜인지 알기 어려운 시대 같아요.

    이런 상황에서도 제대로 된 뉴스를
    만들려는 정철운 기자같은 분들이
    책도 쓰시니 희망이 보이긴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