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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4.02 저렇게 나이들고 싶다 (14)

영화 <라스트 미션>을 봤습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나이 90에 감독과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영화입니다. 몇 년 전, <그랜 토리노>를 보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카우보이가 보내는 마지막 인사라고 생각했는데, 이 감독님, 아직 떠날 생각은 없으신가 봅니다. 현역으로 계속 멋진 영화를 만들어냅니다. 

영화의 원제는 Mule이에요. 노새이지요. 암말과 수탕나귀와의 사이에서 난 잡종인 노새는 생식 능력이 없는 짐승이지요. 일만 하다 갑니다. 영화에서 '노새'는 마약을 운반하는 짐꾼이라는 뜻이에요. 미국에서 80대 고령의 트럭 운전사가 마약을 운반하다 잡힌 실화에서 영감을 얻었답니다.

한국어 제목은 <라스트 미션>이에요. '마지막 임무'라니까 액션 활극 같지요? '황야의 총잡이'로 이름을 떨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노년에 멕시코 마피아나 마약단속국 사이에서 최후의 결투를 벌이는 느낌... 그런데 영화를 보면 원제인 '노새'가 느낌을 더 잘 전달합니다. 늙어죽도록 일만 하는 노인의 이야기...

혼자 조조 영화를 보러 갔더니 사람이 없었어요. 자리에 앉는데, 옆에 앉은 분이 저를 빤히 보는 거예요. 낯가림이 심한 저는 고개도 돌리지 못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 분이 그러셨어요. 

"민식이 아니니?"

세상에, 퇴직한 회사 선배님을 영화관에서 만난 거죠.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보면, 쇼 연출의 대가이신 신종인 선배님이 AFKN에서 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을 라이브로 보느라, 조연출인 제게 동시통역을 시키고, 나중에 국장이 되어서는 제게 시트콤 연출의 기회를 맡기는 일화가 나오는데요. 바로 그 신종인 국장님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며 여쭤봤죠.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70대인 선배님은 요즘 중국어 공부에 빠져 사십니다. 강남역 근처 중국어 학원을 다 다니셨대요. 파고다, YBM, 차이나탄, 거기다 공자학당까지. 1단계에서 시작해 5단계까지 마치면, 다른 학원에 가서 다시 중간 단계에서 새로 시작한다고요. 휴대폰 문자를 중국어로 보내시더군요. 제게 휴대폰에서 중국어 문자 입력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셨어요. 

76년에 MBC 입사하신 선배님 아래서 일을 배웠습니다. 연출 시절, 일화가 많은 분이에요. 일에 대한 열정이 엄청난 분이셨죠. 그런 분이 국장이 된 후, 제게 논스톱을 맡기셨는데요. 단 한번도 제 일에 참견하신 적이 없어요. 당신이 연출 시절 하고 싶은 건 다 해보고 살았기에, 연출은 남의 말을 듣는 사람이 아니라고 믿으셨어요. 국장님 덕에 저는 즐겁게 일했어요. 이제는 선배님에게 즐거운 노후의 지혜를 배웁니다.  

젊어서 좋아하던 배우가 나이 90에 영화를 만들었다는 소식이 들리면, 설레는 마음으로 새벽같이 극장을 찾아오고, 매일 어학원에 가서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정해진 시간마다 소리내어 회화 책을 읽으며 공부를 하는 삶. 나이 들어서도 호기심과 즐거움을 잃지 않는 삶. 선배님을 보며 느꼈어요. 평생 열심히 산 사람에게 <라스트 미션>이란 별 거 없구나.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물러나, 조용히 공부를 하고 취미를 즐기는 것로구나.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라스트 미션>도 멋있지만, 한 예능 프로그램의 대가가 보여주는 <라스트 미션>도 멋있네요. 

저도 선배님처럼 취미를 즐기고, 공부하며 늙고 싶습니다.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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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꿈트리숲 2019.04.02 06: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90넘은 것도 놀랍지만
    조조 영화에서 아는 사람을 만날 확률은. . .
    그 어려운 확률을 뚫고 지인을 만나다니요.^^
    70대 선배님의 하루 일과가 정말 빼곡할 것
    같아 존경스럽습니다.
    저도 그 나이가 되면 알차게 재미나게 살 수
    있을까 하고요. 지금부터 계속 그렇게 살면
    가능한 일이겠죠?ㅎㅎ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참 멋있게 나이든다
    생각하는데, 영화 포스터에서 풍기는 아우라는
    자연스레 골이 패인 주름이 그 몫을 톡톡히
    하는 것 같아요.
    대박 멋진 주름!!!

  2. 보리랑 2019.04.02 06: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세상을 하직하고도 남을 나이 90에 젊은 사람도 때론 버거운 현역이라니~ 어찌 살아오셨을지 정말 귀감이 되시네요. 아파 눕지 않고 일하다가 세상과 가볍게 이별하실 듯요.

    피디님을 딱 알아보신 신국장님도 멋집니다

  3. 최수정 2019.04.02 06: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극장에서 저렇게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인연은 인연인가보네요~^^ 열정적으로 사시는 두분의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4. 아리아리짱 2019.04.02 06: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PD님 아리아리!

    우와~! 이런 우연이!
    두 분의 끈끈한 인연에 놀라워요!
    클린트 이스트 우드와 신종인 국장님 두 분다 멋진 노년을 보내고 계시고 귀감이 됩니다.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어 주고 물러나 조용히 공부를 하고 취미를 즐기는것'

    음 ~ "인생은 아름다워라~! 노년은 아름다워라~!"

  5. 김주이 2019.04.02 07: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님, 신종인 국장님 두 분다 멋지시네요. 피디님도 계속 멋지게 나이드실것같아요^^

  6. 언제나스마일 2019.04.02 09: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성이면 감천"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
    늘 열정적인 작가님께는 이런 놀라운 우연도 평범하게 생각됩니다.

    늘 배워요..작가님의 책을 통해. 글을 통해..

  7. 루시아 2019.04.02 10: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노년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려면 지금부터 멋진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취미를 즐기고 공부하는 삶, 저도 실천하겠습니다~^^

  8. 김수정 2019.04.02 11: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후배에게 귀감을 주는 멋진 선배님이 곁에 계시다는 건
    참 행운인 것 같아요.
    저에게 뭔가 능동적으로 해주지 않더라도
    그 분의 발자취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배울 수 있을테니까요

    클린트이스트우드.
    대단한 열정을 가진 배우시네요.
    '90살'이라는 나이를 떠올려보면,
    뭔가 시도하고 싶어도
    주변에서 모두 말리는 나이,
    뭔가 시도하고 싶다는 생각조차 시도해보기 힘든 나이,
    라는 편견이 있는데,
    정말 존경스럽고 멋있습니다.

  9. 황씨네 2019.04.02 11: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봤어요~~
    50로 접어들며 우리 부부의 영화취향이 바뀐것 같아요
    잔잔하고 애잔한 영화가 좋더라구요
    저희도 영화관 전세내고 봤습니다.
    엔딩장면이 생각납니다
    교도소를 화려한 국화로 꾸며놓은 장면
    멋있었어요
    삶을 반추할 수 있는 좋은 영화에 한표입니다~

  10. 샘이깊은물 2019.04.02 18: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이 들어서도 호기심과 즐거움을 잃지 않는 삶! 그렇게 산다면 마음은 늘 싱그러울 수 있을 것 같아요. :)
    집에 아가랑 있을 때면 종종 KBS 93.1을 배경음악으로 틀어놓는데, 오늘은 개국 40주년 특집으로 진행된 프로그램에서 황인용 선생님께서 그러시더라고요. 마흔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무조건 공부를 열심히 하겠노라고, 인류가 쌓아놓은 것들 조금이라도 더 알고 가야 하지 않겠냐고. 지금도 마음에 생기를 주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신 것 같았어요.
    주변에 훌륭한 선배 어른도 계시지만 실제로는 드물고, 간접적으로 글이나 인터뷰를 접하고는, 저렇게 나이들고 싶다 느끼는 경우가 더 많아요. 닮고 싶은 면모를 마주하고 매료될 때면 ‘근사하게 나이듦’의 감각이 제게 스며드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오늘 마디게 읽은 책 속 구절과도 통하네요.
    나이를 먹을수록 더 젊어지는 사람은 많다. 그런 사람은 여러 가지를 경험하고 많은 것을 배워 ‘자기다움’이라는 자유를 손에 넣는다.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고 더욱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다는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p.21
    마음의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자기 눈동자의 빛과 색을 더욱 깨끗하게 갈고닦는 것. 몸의 노화는 멈출 수 없지만 마음의 쇠퇴는 멈출 수 있다. p.153
    마쓰우라 야타로 <안녕은 작은 목소리로>

  11. 은하수 2019.04.02 20: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신종인 국장님 잠깐만 검색해봤는데도 MBC 예능의 대부시네요~ 선배로서 후배 연출에 터치 안하신 것도 감히 말씀드리면 그 시대에도 깨인 분 같습니다... 그런 분을 조조 극장에서 우연히 만나시고 중국어 공부를 하시는 얘기도 나누시고...
    인생의 후배들에게 귀한 말씀을 전하기 위해 이루어진 존경스러운 두분의 만남이었네요~
    평생 학습!!! 학창시절 울며 겨자먹기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즐거워서 하는 시도 때도 없는 공부
    평생~~~~~~~~~~~~~~~ 하고 싶습니다.

  12. 오달자 2019.04.02 23: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슨배님의 그 후배님이십니다~~
    두 분 다 너무너무 멋찌세요~~
    70 대 연세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시는 삶이 꼭 피디님께서 그 분을 따르는 삶 같습니다.
    두 분처럼 나이 들 수 있도록 깨어 있겠습니다!
    두 분의 아름 다운 인생 여정에 박수 갈채를 보내 드립니다~~

  13. 섭섭이짱 2019.04.03 02: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라 이는 정말 숫자일뿐인거 같아요
    스 스로 배우고 도전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트 윽별한 하루하루가 되는 노년의 삶을 살거 같네요
    미 래의 그런 삶을 위해 지금부터 열심히 공부하는걸로..
    션 샤인 같이 빛나는 나의 멋진 노년을 위해

    Bravo Bravo my life 나의 인생아🎵


  14. 장소진 2019.04.03 22: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피디님
    홍천여자고등학교에서 pd가 되고 싶다고 질문 드렸던 3학년 학생입니다! 그 강의를 듣고 정말 너무너무 감동도 받고 더 노력해야겠다는 다짐도 받았어요
    피디님이 말씀 해주신 내용중에 매일아침 일어나서 가장 하고싶은 일을 제일 열심히 하신다고 하셨는데! 저는 지금 피디가 된다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려요! 그래서 이 일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또 공부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pd는 남이 상상해 놓은 것을 보는 게 중요한게 아니라 글을 내 머리로 상상하는 거라고 하신 것 처럼 고삼 수능생활이 끝난 후에 유튜브! 도전해보겠습니다. 도전해보지 않고서는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 거니까요 😊 정말 그 강의 듣고 제가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C u at MBC 이거 보면서 꼭 잊지 않겠습니다 정말 감사해요 엠비씨에서 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