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며, 올 한 해 성과를 점검해봅니다. 블로그에 있어 스스로 다행이라 생각하는 점은, 휴일과 주말을 빼고 거의 매일 글을 올렸다는 점입니다. 드라마를 연출하면서 글을 매일 발행하는 건 좀 힘들었지만, 그래도 빼놓은 날은 없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 생각해요. 블로그의 오랜 독자이신 야무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피디님은 매일 아침 든든한 밥상을 차려주신다. 그런데 드라마 하실 때는 그냥 콘프레이크에 우유 한 잔이 올라오기도 하더라."

^^ 멋진 비유입니다. 드라마 촬영할 때는, 오래전에 써놓은 글 중에 아쉬움에 발행하지 못한 글을 올리기도 했어요. 품질 유지를 생각해 그냥 하루 제낄까 고민하기도 했는데요. 한번 두번 빼먹다보면 포기하게 될까봐 그냥 부족해도 올렸어요. 끼니를 거르지는 않는게 중요하거든요. 매일 올리는 글이, 다 마음에 들거나 최선이라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럼에도 빼먹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인문학자 김경집 교수님이 신문에 기고하는 글을 즐겨 읽는데요. 글에서 배울 점이 많습니다. 선생님이 최근에 내신 책을 읽었습니다.

<김경집의 통찰력 강의> (김경집 / 동아시아)


우리는 뭔가 잘하는 사람을 보면 자연스럽게 부러워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재즈카페에서 멋지게 피아노를 연주하거나 색소폰을 폼 나게 연주하는 걸 보면 감탄하고 부러워한다. '나도 저렇게 연주나 노래를 잘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작 그가 그렇게 능란해지기까지 들인 공과 노력은 보지 않는다. 그저 결과만 본다. 그러니 평생 남 잘하는 거 부러워만 할 뿐 자신은 그걸 즐길 수 없다.
다른 사람이 색소폰 연주하는 걸 보고 큰맘 먹고 레슨을 받기로 한다. 그러나 생각처럼 그리 쉽지 않음으로 금세 깨닫는다. 큰돈 들여 악기를 장만했기에 쉽게 포기하지는 못하지만 생각만큼 즐겁지 않다. 왜냐하면 실력이 일취월장하지도 않고 연습이라는 게 꾸준함이 없으면 별 성과도 없으며 초보 시절은 음악적 즐거움도 없기 때문이다. 삑삑 뻑뻑대는 소리는 자신이 들어도 소음일 뿐이다. (중략)
333 법칙이라는 게 있다. 뭐든지 처음 배우고 시작할 때 3주가 첫 고비다. 완전 초보의 입장에서 즐거움이 없다. 그 고비를 못 넘기고 그만둔다. 그 고비 잘 넘기고 나서도 3개월쯤 되면 한계를 느낀다. 이제 어지간한 흉내는 내는데, 매끄럽게 치고 나가지 못한다. 일종의 ‘문턱효과’처럼 해도 늘지 않고 안 해도 줄지 않는 정체 상태다. 그 고비를 넘겨야 하는데, 이때쯤이면 꼭 핑계 댈 만한 일이 생긴다. 그러면 기다렸다는 듯 그걸 핑계 삼아 그만둔다. 하지만 꾹 참고 3년쯤 하면 아무리 둔하고 늦된 사람도 어느 정도 경지에 올라가게 된다. 그러니 뭘 하나 시작할 거면 3년은 진득하게 지속할 각오를 해야 한다. 서당의 개조차도 풍월 흉내 내는 데에 3년이 걸렸다! 3년이라 하면 적지 않은 시간이겠지만, 인생 전체를 고려한다면 그리 대단한 투자도 아니다.

(위의 책 168쪽)



누군가 잘 하는 걸 보면 부럽지요. 그게 영어든, 글쓰기든. 저는 부러워하는 마음을 하루하루 꾸준한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관건이라 생각해요. 올해 저는 탁구를 시작했어요. 약 석 달 가까이 탁구를 배우고 있는데요. 처음엔 잘 치는 사람이 그렇게 부럽더라고요. 그런데 계속 부러워하기만 하면 결국 포기하게 됩니다. 내가 못 치는 게 너무 신경쓰이거든요. 어떤 운동이든 시작하고 처음 석달이 제일 어렵워요.

통찰력은 어디에서 올까요? 상식을 뒤집어보고, 내가 가진 지식을 반문하고, 맥락을 되짚어보는데서 온다고 생각해요. 책에서는, 역사와 현대사를 오가는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통찰력의 중요성을 곱씹어보는데요, 무엇이든 가장 중요한 힘은 역시 꾸준함이라 생각해요. 

작심삼일을 넘어, 3년을 지속하는 어떤 습관을 만드는 것, 저의 새해 목표입니다. 탁구도 한 삼년은 쳐야 좀 알 것 같아요.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얼마나 더 진득하니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모두, 새해에도 화이팅!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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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꿈트리숲 2018.12.31 09: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든든한 밥상과 콘프레이크에 우유라니. . .
    야무님의 탁월한 비유 완전 멋진데요.^^

    드라마 촬영을 하고, 여행을 하면서도
    거르지 않고 글을 발행하시는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을 듯 한데, 그걸 해내셨어요.
    쌍엄지 척!!! 입니다.^^
    피디님 블로그 보면서 저도 성실을 많이 배웁니다.
    나 자신과의 약속 잘 지키는 믿음직한 사람이 되고 싶네요.

    김경집 선생님은 강의로만 만나봤는데,
    책을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올한해 공짜로 즐기는 세상 덕분에 좋은 책, 좋은 여행지
    많이 알게 되어 정말 좋았어요. 내년에도 쭈~~욱 부탁드려요.
    모쪼록 시작하신 탁구, 일취월장 하기를 바랍니다~~^^

  2. 카이리 2018.12.31 09: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3년 정말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인것 같아요
    아들과 외국여행 갔을때 영어로 가벼운 대화를 하는게 목표입니다
    아직 아들이 두살이니 더 여유 잡고 5년후면 가능하겠죠?ㅎ

  3. 2018.12.31 09: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래전부터 하려고 계획 했지만 미뤄둔 일이 있습니다.
    눈으로 도자기 굽듯 지그시 지켜보기만 하면 저절로 될줄 알았나봅니다.
    333법칙 한번 시도해보겠습니다.
    피디님도, 저도, 멋진 섭섭이짱님을 비롯한 이 글을 읽는 분들 모두
    2019년 화이팅!!!

  4. 섭섭이짱 2018.12.31 09: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피디님 어제 시상식 잘 봤어요.
    배우들 사이에서 빛났던 피디님... 멋지던데요.
    <이별이 떠났다> 배우들 상 받으거 축하드려요.

    새해가 이제 14시간정도 남았네요.
    시간 정말 빨리 지나간거 같아요.
    올해도 피디님 글, 책, 강연, 방송 들으며
    즐겁게 보낸 한해였네요.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얼마나 더 진득하니 하느냐가 중요하다"

    공감 만퍼센트 가는 글이네요.
    저도 새해에는 지금까지 하던걸 꾸준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내년에도 블로그뿐만 이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자주 뵐께요.

    기해년도 피디님 해가 되시길 바라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5. 헤니짱 2018.12.31 10: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글 읽으면서 제 내년 계획에 <작심삼일을 넘어 3년을 지속하는 습관 만들기> 추가했습니다~
    2018년 마지막날.. 피디님 글 읽으면서 좋은자극 팍팍 받으면서 마무리하네요~
    올 한해도 고생많으셨구요~ 내년에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꾸뻑^^

    새해 복 많이많이 받으시구요~ 건강하세요^^

  6. 야무 2018.12.31 10: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콘플레이크가 올리더라도 굶기진 않겠다는 의지!

    고맙습니다. 오늘도 든든한 아침글을 잘 먹었습니다^^

    올 한해 좋은 글 감사드리고요

    내년에 나올 새책도 기대합니다.

    더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7. 게리롭 2018.12.31 13: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하~~ 야무님의 비유 정말 찰집니다. ㅎㅎㅎㅎ

    정말 바쁜 스케쥴임에도 불구하고
    피디님의 꾸준함과 끈기의 역작인 하루 1포스팅 대단하신것같아요~~ 짝짝짝

    올 한해 피디님의 블로그에서 주옥같은 글을 읽으며
    용기도 얻고, 감동도 받고, 저를 뒤돌아 볼 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19년에도 좋은 글들 계속 기대하고 응원하겠습니다.


    추신 :
    저 바본가봐요 3년 넘게 꾸준히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데
    제가 원하는만큼 안늘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8. 보리보리 2018.12.31 14: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코칭하는 학생들을 봐도 3개월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예요 ㅠㅠ 3년 하신 분은 10% 될까요? 올한해 유튜브 쉬지 않고 올린 저에게도 짝짝짝~♡

  9. 찬휘헌 2018.12.31 17: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PD 님 말씀대로 한가지를 꾸준히 하는 것이 제일 효과적이지만,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사람에 대해 평가하려면, 그 사람이 여태까지 쌓아 온 것을 보면 된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2019년에 항상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0. 상큼한딸기 2018.12.31 18: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글 잘읽었습니당! 제블로그도 방문해주세요!!

  11. 아리아리짱 2018.12.31 20: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PD님 아리아리!
    피디님책<영어책 한권 외워봤니?>를 통해 블로그를 읽기전 나와, 2년동안 날마다 일용할 양식으로 블로그를 읽어온 나는 엄청큰 변화가 있는듯 합니다. 피디님을 통해 긍정의 에너지를 키우고, 대가없이 가진것 나누려 애쓰는 삶의 변화
    느낍니다.
    우선,영어회화책 한권 외웠구요, 2권의 빵빵한 일기장을 보며 내자신의 머리를 쓰윽 쓰다듬어주고,피디님 추천도서, 영화 다 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블로그 개설 첫글을 쓴것과 날마다 블로그 올릴 글감이 아닌 일기쓰기에 머무는 글솜씨로 지금은 일단 휴식이지만 블르그 글도 재개 할 것입니다.
    피디님을 통해 새로운 삶의 지평이 열린듯 하여 제마음대로 스승님으로 모시고 따라쟁이가 되려구요! 풍부하게 소유하느것이 아닌 풍성하게 존재하는것이 삶의 목표인 피디님처럼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되는 존재로, 담백하게 나이들어
    '나이의 향기'를 풍기고싶습니다.
    한해를 되돌아보며,
    또 힘차게 나아갈 새날을 기대하며!
    쭈욱 피디님과 함께 나아 가겠습니다.^^

  12. 2019.01.01 08: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3. 김수정 2019.01.01 09: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일 아침 피디님 블로그의 글을 읽으며
    좋은 책을 소개 받고,
    재있는 영화를 추천 받고,
    많은 위안을 받았습니다.
    매일 아침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올 한 해도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14. KIMROOCHI 2019.01.01 11: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매일 피니님 글을 읽고 있습니다. 볼때마다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소개해 주신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올해 매일 블로그에 글쓰기 도전 할려고 하는데요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작품을 하신다는 소식이 있던데 잘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15. 2019.01.01 19: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6. 아솔 2019.01.01 21: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연기대상 시상식에 나오신 모습 뵀어요!
    채널 돌리다 갑자기 만나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7. 다락방나비 2019.01.02 00: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의 책을 읽고 다시금 블로그를 시작하는 저입니다. 앞으로 매일 들러서 기운받아 저도 꾸준히 써보려고요. 과연 매일의 글쓰기가 나를 바꾸나..
    뭐든, 또 그 결과가 어떻든, 시작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8. 하하하 2019.01.02 09: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가끔 듣는 말이
    "그러니까 힘들지"에요.
    무슨 일을 하든 '매일 아침 든든한 밥상'이라는
    완벽주의거든요.
    그러니 저는 지레 겁먹고 시작도 못하는 편이에요.
    김피디님은 부족한 걸 아시면서도
    최선이 아닌 걸 아시면서도
    글을 올리셨군요.
    저도 올해는 그 용기를 배워보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결심도 해봤어요.
    '해낼 수 있을까 미리 걱정 말고
    딱 3일만 해보자'
    ^^*

  19. 이채원 2019.01.05 01: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론인을 꿈꾸는 저에게 필수도서인 것 같습니다...통찰력이 어디서 오는지 빨리 배워보고 싶습니다! 통찰력을 갖춘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피디님처럼요:)

  20. 플릇사랑 2019.01.18 12: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행길 새벽 문득 생각 나 피니딤의 글을 만나니 반갑고 저를 다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기쁘고 고맙습니다. 삶에 대한 불평이나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면 글로 써 보는 활동을 하다보니 그 강도가 차츰 얇아짐을 느낍니다. 언제나 좋은 글로 가르침을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어려서 아들을 의사로 만들겠다는 아버지의 욕심 탓에 저는 고교 시절 이과를 가야 했어요. 공부를 못해서 끝내 의대는 못 가고 엉뚱하게 공대를 가게 되었지만요. 영문과나 국문과에 가서 글 쓰는 삶을 살고 싶었어요. 어린 시절의 나를 위해, 작가의 꿈을 이루고 싶었어요. 어려서 나를 막은 건 아버지였지요. 어른이 되어 무언가를 하지 못한다면, 어른이 된 내가 어린 시절의 나를 막는 겁니다. 글쓰기를 꼭 대학에서 배워야 하나? 요즘은 좋은 학습공동체도 많은데 말이죠. 문화센터나 도서관에서 주최하는 글쓰기 교실에서 공부하고 싶었어요. 

몇 년 전 회사에서 힘든 시간을 겪을 때, 특히 글쓰기 교실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어요. 마음 속 가득한 울분을 글로 풀고 싶었어요. 그런데 24시간 교대근무라 시간을 맞추기 어려웠어요. 어떤 날은 주간 근무를 하고, 어떤 날은 야간조로 일하기 때문에, 정해진 요일 정해진 시간에 열리는 글쓰기 강좌를 다니기 힘들더라고요. 수시로 빠지는 건 스승에 대한 예의가 아니잖아요. 어쩔 수 없이 독학의 성지로 찾아갔지요. 바로 도서관입니다. 퇴근하면 도서관에서 글쓰기에 대한 책을 찾아 읽고 서평을 쓰고 글을 썼어요. 강원국, 서민, 이권우, 백승권 등 당대 최고의 글쓰기 선생님들의 책을 통해 글쓰기를 배웠어요.  

독학이 힘든 건, 마음을 내는 건 쉬운데, 꾸준한 실천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함께 공부하는 이들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 글을 읽고 고쳐주는 선생님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제가 다니고 싶었던 글쓰기 교실 중에는 숭례문학당과 감이당이 있어요. 숭례문학당에서 글쓰기 교실을 다니는 학인들의 글을 모은 책이 있습니다. 


숭례문학당의 글쓰기 프로그램은 필사부터 요약, 포토 에세이, 서평, 칼럼, 100일 글쓰기까지 아주 다양하며 수준별, 단계별, 취향별로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은 글쓰기 모임이다. 글쓰기는 상황을 명쾌하게 정리하기도 하지만 치유되지 않은 감정을 사르르 녹이기도 하고, 풀리지 않는 의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게 하며, 안개처럼 흐릿한 미래를 뚜렷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100일 글쓰기’에서는 유독 큰 변화가 일어난다. 곰이 사람이 되는 기간, 100일간의 글쓰기 수련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고행의 시간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삶 전체를 복기하는 성찰의 시간이기도 하다.


(<글쓰기로 나를 찾다> (숭례문학당 엮음 / 북바이북) 7쪽)

우리가 변화를 꿈꾸는 이유는, 삶에서 길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 없을 때, 저는 글을 씁니다. 글을 쓰며, 내 속의 욕망이 어디를 향하는지,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세상에서 길을 잃은 저는, 내가 쓴 글 속에서 나를 찾아봅니다.


숭례문학당에는 글을 쓰며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평소 “이대로 살아도 되나? 내가 잘 살고 있는 건가?”를 고민하던 사람들이다.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은 결혼하지 않은 이유를 찾고, 아이를 키우면서 자신을 잃어버렸다 느낀 사람은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는다. 글쓰기 이전에는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며 살았다면, 글쓰기 이후에는 자신만의 기준을 정해 살아간다. 이기적으로 행동하며 무책임한 삶을 산다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재능과 취향, 소망을 다른 것들과 적절히 균형을 맞춰가는 삶이다.

(뒷표지에서)


'함께 쓰기로 인생을 바꾼 사람들'이라는 부제가 마음을 울리는군요. <매일 아침 써봤니?>의 카피거든요. "매일 써보니 알게 됐다. 인생,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걸." 글쓰기를 통해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글쓰기 교실을 다니는 대신, 저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매일 아침 블로그에 글을 올렸어요. 누구도 숙제검사하는 이가 없지만, 매일 나만의 과제를 인터넷에 올린 겁니다. 다행히 블로그를 통해 독자를 만났어요. 제 글을 읽고, 매일 댓글을 달고 '좋아요'를 눌러주시는 독자 여러분이 스승님이십니다. 여러분을 생각하며 매일 아침 글을 올립니다. 

특히 블로그에 매일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이런 분들은 정말 고마운 분들이지요. 가끔 저도 제가 올리는 글이 마음에 안 찰 때가 있어요. 글이나 주제가 실망스러운 날도 있을 텐데, 그럼에도 꼬박꼬박 꾸준히 반응을 해주시고 칭찬해주시는 건 보통 정성이 아닙니다. 이런 고마운 분들께 특별히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어요. 아이디어는 교보문고에서 하는 '저자와의 점심' 이벤트를 하는 걸 보고 떠올렸고요.


연말을 맞아 질러봅니다.


2018 공짜로 즐기는 세상, 댓글 부대 시상식!


지난 한 달 동안, 댓글을 가장 많이 올려주신 다섯분을 뽑구요, 시간이 되시는 분들께 점심을 대접할까 합니다. 

집계 결과, 대상 수상자는... 


섭섭이짱, 

꿈트리숲, 

농업사랑, 

보리보리, 

아리아리짱, 

이렇게 다섯분입니다.

지난 한 달치 댓글을 집계했습니다. 2019년 2월 2일이나, 2월 9일 토요일 양일 중 하루를 잡아 낮 12시에 서울 모처에서 속닥하게 점심을 먹으며 수다를 떨까 합니다. 다섯분께서는 댓글로 (비밀댓글도 좋아요.) 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 양일 다 좋으면, 다 좋다고, 혹은 선호하는 날짜가 있으면 따로 알려주세요. 가급적 다섯분 모두 가능한 시간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이번 기회를 빌어, 댓글 남겨주시는 모든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여러분 덕에 매일 책을 읽고 여행기를 쓰는 일상이 더욱 즐거웠습니다.

새해에도 '공짜로 즐기는 세상' 속에서 더욱 행복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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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김수정 2018.12.28 08: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꺄앗!
    당첨되신분들 너무너무너무 좋으시겠어요~^^
    진심으로 부럽습니다.
    피디님이 집계내신 종이에 제 이름이 있다는것을 위안삼아 앞으로는 더 분발(?) 해야겠어요ㅎㅎㅎ
    만남의 기회 갖게 되신 분들 축하드려요!

  3. 제경어뭉 2018.12.28 08: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헛...이런이벤이 있을줄알았으면ㅠㅠ 글들을 너무잘쓰셔서 썻다지웠던 댓글이 수두룩한데 으앙~~~ ㅠㅠ
    당첨되신분들 축하드려여~^^
    감독님 멋진연말보내세여~^^!!!

  4. 루나 2018.12.28 09: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멋진 이벤트 최고에요

    당첨 되었다면 설레서 잠도 못잘 뻔 했네요 ^^::

    올해 피디님을 알게된 것 만으로도 행복한 한 해 였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면 블로그에 들어와 글을 읽고 시작하거든요

    시야와 사고를 넓히고 긍정의 에너지도 얻을 수 있는 멋진 글 감사합니다.

    내년에는 행복의 빈도가 더더욱 많아지시길 기원드려요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5. 영쭈리 2018.12.28 11: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감동적인 이벤트에요~!! 모두 행복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피디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6. 하하하 2018.12.28 11: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 피디님 정말 멋지시네요. (반해도 돼죠?^^)

    김피디 님의 아침글을 읽고 나면
    늘 혼자만의 댓글을 떠올리며 잠시 생각에 잠기곤 했어요.
    어떤 날은 용기내서 쓰다가
    결국은 지우고.
    그러면서 늘
    댓글을 다시는 분들의 마음이 대단해 보였어요.

    댓글부대 대상에 당첨되신
    다섯 분들 많이많이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올 한 해
    매일 아침 공짜로 즐기는 세상을 보여주시고
    알려주신 김민식 피디님,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7. 아리아리짱 2018.12.28 13: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pd님 아리아리!
    우 와~~~!
    어케 이런 일이!
    요즘 바쁜일로 사알짝 느슨 해서 글쓰기는 한참 못하고,댓글도 ...
    이렇게 놀라운 이벤트로 또 깨우침을 주시는
    스승님이십니다.

  8. 인풋팍팍 2018.12.28 15: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부럽습니다!!!
    으아... 뜨겁게 부러웁다 허흑......
    ^^!!!!!!
    멋지십니다.!!!

  9. 아따맘 2018.12.28 20: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럽네요. 처음 댓글인데 역시 용기 있는 자가 미남(?)을 얻습니다. ㅋㅋ 적극적으로 2019년도를 살아야겠어요. 실패해도 부딪히며... 축하드려요~ 모임 후기도 올려주실꺼죠?

  10. 저녁노을함께 2018.12.28 21: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이벤트네요. pd님
    2016년 17년 2년 동안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홈 화면에 바로가기 해두고 하루를 시작했었는데 올해는 아침 저녁 1시간 두시간씩 할일이 생겨 몰아서 한번씩 글을 읽곤 하네요.
    글쓰기로 치유한다는 오늘 소개된 책은 꼭 읽고 싶어요.
    영원한 스승님이셔서 언젠가는 저녁 노을 함께 뵐날 있을거라 기대합니다. 멋지게 나이들어 가시는 pd님을 응원합니다

  11. 2018.12.29 12: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2. 헤니짱 2018.12.29 13: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우~ 선정되신 5분 진짜진짜 축하드려요~~ 아이...부러워라~~ ㅎㅎ
    김피디님과 즐겁고 행복한 시간 보내세용~~~대리만족 생생후기도 부탁드려요^^

  13. 두번째달빛 2018.12.29 13: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5분축하드려요.
    저도 첫댓글인데요. 평소엔 좋아요만 누르고요.
    둘째가149일인데요. 새벽에 수유하다가 감기는눈 뜨려고 pd님 글많이읽었네요. 누군가의 엄마라는 정체성뿐아니라 나도 내가 좋아하는글 읽는 나를 알게됩니다.

    지금도 수유중이구요. 대리만족하고 갑니다.
    맛난식사하세요

  14. 보리보리 2018.12.29 15: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캬아아아악~ 일단 온동네 자랑하고 왔어요~
    매일 아침 힘과 위로가 되어주셨어요. 내가 하고 싶은 말 막쏟고 가는듯 해서 때론 죄송했는데, 이렇게 좋은자리 마련해주셔서 감사해요 ㅠ

  15. 봄처녀 2018.12.29 21: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피디님 너무 멋지시고 당첨되신분들너무 부럽습니다!!!

  16. 투썬플레이스 2018.12.30 14: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가님께 멋진 피드백을 하시는 5분 추카드려요^^
    저도 글솜씨가 없다는 이유로 댓글을 망설였는데 글마다 댓글 다시는 분들 멋지세요>_<

    댓글부대를 응원하는 작가님도.. 또 반하겠습니다>_<

  17. 2018.12.31 07: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첨되신 분들 축하드립니다^^
    하트는 꼬박 누르는데 댓글은 잘 안쓰게되더라고요.
    멋진 섭섭이짱님 만큼은 아니라도 저도 종종 댓글 남겨야 겠어요.
    자주 댓글 쓰는 분들도 늘 보다보니까 정들어서
    아는 사람들 같고 그래요.

  18. 아솔 2018.12.31 07: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동안 매일 하트만 누르고, 댓글은 몇 번 달지 않았던 게 후회되네요ㅠㅠ
    새해에는 좀 더 열심히 댓글 달기로 결심하며..
    피디님 덕분에 숭례문학당을 알게되어 오늘 글쓰기 강좌 결제했습니다~
    좋은 글 유익한 정보 감사드립니다!

  19. 도도브라더스 2019.01.02 01: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머~
    너무 부럽네용ㅜㅜ
    저는 올해 연말을 기대해 볼까봐용ㅎㅎㅎ
    다섯분 축하축하드려용~~~~♡

  20. 유쾌한와우 2019.01.09 09: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꺄악~~ 당첨되신 분들 진짜 좋으시겠당~
    섭섭이짱님이랑 아리아리 님은 저도 진짜 이름 많이 봤네요 ^^

    작년한해 김민식피디님 팬이라고 얼마나 자랑을 많이 하고 다녔는지요 ㅎㅎㅎ
    블로그 시작도 피디님덕에 했고,
    영어공부 시작도 피디님덕에 했다고 진짜 자랑 많이 했어요 ㅎㅎ
    2019년에도 민식 사랑은 계~~~속 될 예정입니다 ^^

2018 터키 여행기 6일차

셀축 호텔에서 일어나 걸어서 에페수스 유적까지 갑니다. 터미널에 가면 버스도 있지만, 버스를 타면 중간에 있는 아르테미스 신전을 못 보거든요.  

규모가 200 x 425미터인데요. 높이 20미터 기둥 127개 중 하나만 남았어요. 고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였다는데, 지금은 황량한 폐허의 흔적만 남았어요. 이곳은 로마 시대, 이 지역의 수도로서 해상 무역의 중심지였어요. 배를 타고 장사하는 무역상들은 상선의 안전을 여신에게 빌었겠지요. 

이곳에 최초로 신전이 건설된 건 BC 625년의 일이랍니다. 아르테미스 여신에게 바친 BC 6세기 동전이 이곳에서 발견되기도 했구요.


아르테미스 신전에서 도보 20분 거리에 에페수스가 있습니다. 한때 로마 시대, 지역 경제의 중심지였던 도시입니다. 놀라운 건 그 규모입니다.


24000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극장입니다. 무대 위에 까만 점이 사람입니다. 당시 인구 규모를 생각하면 어마어마하게 큰 극장이지요. 로마 시대의 문화를 엿보게 해주는 장소입니다.

관중석입니다. 로마의 콜롯세움을 봐도 그렇고, 당시에 사람들은 함께 모여 무언가를 보며 놀았나봐요.

마을이나 도시 단위로 즐기던 문화를 바꾼 것은 TV의 등장이지요. TV는 문화를 가족 단위의 여흥으로 쪼갰고요. 스티브 잡스가 만든 모바일 폰은 여흥의 주체를 다시 개인으로 나눴습니다.


에페수스 유적을 대표하는 건축물은 셀수스 도서관입니다. 서기 2세기에 지은 도서관인데요. 서기 260년의 화재로 도서관은 파괴되었으나 건물 정면은 손상되지 않은 덕에 이렇게 원형 그대로 남았어요. 높이 16미터, 넓이 21미터의 석조 건축물입니다. 

2000년 전에도 사람들은 공연을 올리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어요. 공연 감상과 독서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취미인가 봐요. ^^

당대에는 얼마나 화려한 도시였을까요? 상상도 가지 않습니다.


아고라 장터입니다. 문화와 상업이 융성했던 이곳은 유명한 대리석 산지기도 했어요. 나중에 이스탄불에 갔을 때, 박물관에서 에페수스 산 대리석으로 만든 조각상을 많이 봤어요. 

하드리안 신전이에요. 2세기에 지어진 하드리아누스 황제를 기리는 건축물이지요. 하드리아누스는 로마의 식민지였던 스페인 출신의 황제랍니다. 외국인을 황제로 받들었다는 점에서 로마제국의 강점이 드러나지요. 다양한 민족이 어우러질 때 위대한 제국이 탄생하거든요. 기업도 그렇고, 나라도 그렇고, 경쟁력은 다양성의 포용이라고 믿습니다.


오데온이라 하여 의회 모임이 주최되던 장소입니다. 귀족과 평민 출신의 집정관이 시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암투를 벌이는 로마 시대의 정치 이야기는 소설로도 많이 나와있지요. <로마인 이야기>를 즐겨 읽는 분은 이곳에 오면 좋을 것 같아요. 로마 시대 생활상이 눈 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집니다. 에페수스를 보고 나면 로마 이야기가 더 재미있을 것이고요.

론리 플래닛을 보니 에페수스에 갈 때는, 숙소에 있는 가이드북을 빌려 가라고 하더군요. 호텔 리셉션 데스크 옆에 에페수스 가이드북이 각 나라 언어별로 다 있고, 그중 한국어판도 있기에 반가웠어요.

호텔에 있는 가이드북이에요. 낡았지만, 도움이 됩니다. 에페수스 올 때 빌려서 가져와서 현지에서 사진과 설명을 함께 보면 굳이 가이드를 돈주고 고용할 필요는 없더라는... 모든 걸 책으로 공부하는 여행자...^^


책을 보며 건물에 얽힌 온갖 흥미로운 이야기를 읽습니다. 번역한 사람이 텍스트만 작업했는지 사진 레이아웃과 맞지않아 혼동되는 수가 있어요. 전체 지도와 현재 위치, 설명을 중복확인하는 번거로움이 있지요. 역시 출판에는 편집자가 중요하다는... 그냥 보는 것보다는 훨씬 나아요. 역시 문화유산은 역사를 알고 봐야 더 재미있군요.



중국인 단체 여행객을 이끌며, 유창한 중국어로 설명하는 터키인 가이드를 만났어요. 시장 변화에 무척 빠르게 적응하는 사람인가봐요. 지난 10년 사이, 해외 여행자 중 가장 빠르게 느는 게 중국 여행자입니다. 당분간 관광산업의 가장 큰 수요는 중국일 것 같습니다. 중국어를 하는 터키 가이드라면, 당분간 수입도 많이 올릴 수 있겠지요. 새로운 언어를 빨리 익히는 것은 확실히 일하는데 있어 경쟁력이 됩니다. 

서양인들은 자신들의 문명의 기원을 그리스 로마 시대에서 찾는데요. 에페수스는 헬레니즘과 로마 유적을 동시에 간직한 곳입니다. 역사나 문화유산을 좋아하시는 분에게 강추!

혼자 여행하신다면, 가급적 이른 아침에 찾으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낮이 되면 덥구요. 해를 피할 곳이 마땅치 않아요. 유적 보호 차원에서 편의 시설을 따로 짓지는 않거든요. 인근 도시에서 아이들이 단체로 체험학습 옵니다. 11시가 넘으면 꽤 붐비더군요. 일찍 가서 고느적한 로마 시대의 유적을 느긋하게 보는 편을 권합니다.

지난 10월에 다녀온 여행기를 12월에 쓰고 있어요. 여행 다녀온 직후에 글을 쓰기보다, 시간이 지난 후, 천천히 다시 돌아보는 걸 좋아합니다. 제 인생의 경험을 시간의 체로 걸러봅니다. 그럼 남는 것과 잊혀지는 것 사이, 자연스런 구분이 생깁니다. 

폐허가 된 제국의 유적을 보며, 나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 고민해봅니다. 내 인생에서 무엇이 남을까요? 올 한 해, 내가 한 일 중 무엇이 남을까요? 

하루의 일과 중 가장 남기고 싶은 일을 블로그에 올립니다. 매년 수백편의 글이 쌓이고 그 중 가장 남기고 싶은 글을 모아 책을 내지요. 매년 한 권씩 책을 써서, 평생 수십권의 책을 낸다면 그 중 시간을 견디는 책도 나올까요?

알 수 없습니다. 그건 다른 이들의 평가에 달린 일이니까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꾸준히 하루하루 쓰는 일입니다

몇십년을 버티지 못하고 불에 탄 대도서관, 몇 백년을 견디지 못하고 폐허가 된 도시를 생각합니다. 무엇이 남을 지 알 수 없기에, 일단 오늘 하루,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려고 합니다. 운명은 시간에게 맡기려고요.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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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꿈트리숲 2018.12.27 07: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간의 세례를 받은 유산들 앞에서 다가올 시간의 세례를
    받을 나의 작품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쓰지 않았으면 올 한해가 어떻게 기억될지, 어쩌면 기억
    저편에서 먼지와 함께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에요. 피디님
    책 덕분에 저도 뭔가를 끄적여 남겨놨더니 한해를
    뜻깊게 보냈다 자부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기억에
    남는 시간이 더 많아진 듯 합니다.

    피디님이 최선을 다한 하루 결과물, 저는 재밌게 읽고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평가, 하트 꾸욱 누르고 갑니다.~~^^

  2. 섭섭이짱 2018.12.27 09: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에페수스 유적지 잘 봤습니다.
    세가지 여행 팁 기억하겠습니다.

    1. 버스보다는 걸어서 유적지 가기
    2. 아침 일찍 관광하기
    3. 호텔에 에페수스 가이드북 챙겨가기

    오늘 엄청 춥네요. 감기 안 걸리게 건강조심 하세요.

  3. 잘될겁니다ㅎ 2018.12.27 11: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방갑습니다
    요즘 갱년기가 왔는지 몸도 좀 아팠고 지쳐 있었는데 우연히 세바시에서 pd님 만나서 많이 웃었습니다. 잼나서 ㅎ 요즘 제가 좋아하는 남자라고 주위에 홍보하고 있어요
    오늘은 터키 여행에다 저도 무엇을 남길지를 생각해 보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4. 상큼한딸기 2018.12.27 23: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글 감사합니당!제 블로그도 한번 방문해주세요!!

  5. 농업사랑 2018.12.29 06: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터키 여행기는 저의 옛 추억을 소환하네요. 기억이 생생합니다.
    올 한해 작가님 덕분에 1일 1글쓰기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조금씩 삶이 풍성해지고 행복합니다.
    남은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고, 새해에도 늘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6. 보리보리 2018.12.29 22: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페소 도서관 앞에서 넋을 잃고 보았던 기억이 나네요. 피디님 사진 보니 사람이 살았던 향이 느껴져요. 대극장에서 초5 딸이 단소 불었어요. 다른 분은 창 하시고요.

1996년도에 MBC 입사했을 때 이런 일이 있었어요. 어느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분이 그러시더라고요. “너도 관악이지?” 무슨 말씀인지 못 알았더니, “아, 학교 말이야.” 하시더군요. ‘출신 고등학교를 물으시는 건가?’ 나는 관악고가 아니라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고 했더니 피식 웃더니 가셨어요. 나중에 의미를 알아차렸지요. ‘너도 서울대 나왔지?’는 얘기를 둘러서 물어봤다는 걸. 예전에는 피디들 중 서울대 나온 선배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좀 줄었어요. 서울대라는 학벌의 힘이 예전만 못하다고 어렴풋이 느끼던 중인데, 이범 선생님의 <나의 직업, 우리의 미래> (이범 / 창비)라는 책을 보니 이 문제를 제대로 짚어주시는군요. 


한국이 학벌 사회가 된 이유는 정부 주도 경제에 있었답니다. 대학 서열화와 고시 제도가 결합한 결과, 고위 관료나 공무원은 SKY 출신들이 장악했어요. 8,9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산업 발달이 이루어지던 시기에는 기업이 정부의 눈치를 많이 봤어요. 한국의 재벌들은 군부 독재 시절, 정경유착의 결과로 성장합니다. 공기업이었던 한국이동통신이나 유공을 불하받아 성장한 기업도 있고요, 정부에서 차관을 받아 종자돈을 대준 기업도 있어요. 정부의 경제 주도 정책을 따라가자니, 인맥에 신경을 쓰게 되고요. 그 결과 기업에서도 정부 고위 관료들이 나온 대학 출신을 많이 채용합니다. 그 과정에서 학벌을 통한 유착 관계가 심해지지요. 이게 과거에 SKY 출신들이 관료와 기업을 장악하게 된 이유입니다.

요즘은 SKY가 예전만큼 힘을 못 씁니다. 이범 선생은 탈학벌의 원인 세 가지를 드는데요. 

1. 정부는 더 이상 ‘갑’이 아니다. 

경제는 이미 기업이 주도하는 판으로 바뀌었어요. 예전처럼 정부 주도 성장은 사라졌어요. 2014년 삼성 그룹 사장 승진자 명단을 살펴보면, 8명 중 SKY 출신은 단 1명입니다. 서울대, 성균관대, 중앙대, 한국외대, 숭실대, 성균관대, 서강대, 그리고 이건희 회장의 둘째 딸이 나온 미국 대학. 우리나라 1000대 상장사의 CEO 중에 ‘스카이’ 대학을 나온 사람의 비율이 2007년 59.7%이던 것이 불과 6년 만에 뚝 떨어져서 2013년에는 39.5%가 됩니다. 3분의 1이 감소합니다. 

이렇게 된 계기는 1997년의 외환 위기랍니다. IMF 사태로 기업들이 위기를 겪으며 정부의 영향력이 줄어듭니다. 학벌보다 실적이 더 중요해집니다. 인맥 위주의 인사에서, 능력 중심의 인사로 바뀐 거지요. 10대에 공부를 잘 한 시험형 인간의 특징은, 인정 욕구와 성취욕이 강하고 지능도 높고 약간의 강박적 성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시험에 강한 사람들이 반드시 대인 친화력이 좋다거나 위기 대응능력이 뛰어난 건 아니거든요. 오히려 출신 학교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시장 대응력이나 조직 적응력이 뛰어나지요. 그 결과 기업이 학벌주의에서 벗어납니다. 능력있는 사람이 살아남는 조직이 되었어요.


2. 정기 채용에서 수시 채용으로.

공채는 일본의 채용 방식을 도입한 것입니다. 서구의 기업들은 정기 채용 대신 수시 채용을 합니다. 수시 채용에서는, 학벌보다 전문성을 보고요. 개인의 전문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는 대학 성적보다 업무 능력, 즉 경력입니다. 수시 채용의 경우, 교육 훈련비용이 절약됩니다. 뽑아서 바로 쓸 수 있으니까요. 요즘 뜨는 IT 업계 쪽, 판교 같은 곳에 가 보면 고졸도 많아요. 일만 잘하면 되지, 굳이 출신 대학을 따질 이유가 없는 거죠. (<유튜브의 신> 대도서관의 약력을 봐도 알 수 있지요.) 수시 채용을 하면서, 학벌 대신 경력을 중시합니다.

 

3. 도련님, 공주님의 출현.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이 기피하는 신입사원의 유형이 있대요. 바로 도련님과 공주님입니다. ‘스펙’ 좋고 허우대 멀쩡해서 뽑았는데, 뽑고 나서 보니 도련님, 공주님이더란 거죠. 수동적이고 자기만 알아서, 팀워크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을 말해요. 사원 발령이 나면 부모가 전화한대요. “우리 애를 왜 거기로 보냈나요?”하고. ‘스펙’이 뛰어난 사람을 뽑아놓고 보니, 독립성이나 자율적 판단 능력은 오히려 떨어지더랍니다. 부모나 선배, 혹은 교수가 조언하는 대로 했을 때 좋은 ‘스펙’을 얻을 수 있어요. 그런데 사회생활에서는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능력이 중요하거든요. 스펙과 관련없이 혼자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고 또 열중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 사회에서는 필요하지요. 또, 도련님과 공주님들은 이직률이 높습니다. 안정적인 분위기에서 학업과 성장을 해왔기에 직장 생활이 주는 스트레스 환경을 못 견디는 거죠. 


학벌과 스펙의 중요성이 낮아진 이유를 세 가지 측면에서 설명했습니다. 첫째는 경제 구조의 변화, 즉 정부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학연과 같은 ‘연고’의 중요성이 낮아진 것. 둘째는 고용 형태의 변화, 즉 정기 채용해서 교육 훈련 후 배치하는 모델에서 수시 채용해서 즉시 배치하는 모델로의 변화. 셋째는 기존 채용 방식의 결점으로 간주되는 기술적인 문제들, 즉 도련님 공주님의 증가라든가 이직률이 높다는 점 등. (중략)

여기서 “요새는 서울대 다니는 학생들도 취업 걱정 한다면서?”라는 말의 의미를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대생도 취업 걱정을 한다는 것이 취업난의 심각함을 보여 주는 증거로 종종 언급되는데, 이건 너무 거친 논리입니다. (중략) 취업난의 증거라기보다는 노동 시장의 성격이 변화한 탓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즉 한편에서는 명문대라는 간판의 가치와 후광 효과가 하락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전문성’으로 대표되는 개인의 내재적 가치를 요구받게 되는 것, 이것이 서울대생이 취업 걱정을 하게 되는 이유라고 볼 수 있겠지요.

(위의 책 123쪽)


얼마 전 수능이 끝났습니다. 1987년 이맘때가 생각나네요. 대학 1지망 떨어지고, 전혀 원치 않던 전공을 하게 되어 괴로워하던 나날. 그 시절의 이야기를 수능이 끝난 고3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요. 진로특강을 할 때 늘 하는 이야기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어른들은 그동안 여러분에게 나이 스물에 어느 대학, 어느 학과를 가느냐로 남은 인생이 결정난다고 말해왔어요. 그건 여러분들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한 말입니다. 스무 살에 인생이 결정난다면, 스무 살 이후의 삶은 의미가 없을까요? 20대에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외국어를 공부하고, 어떤 일을 하느냐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죽을 때까지 매일매일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저는 서른 살에 예능 피디가 되었고, 마흔 살에 드라마 피디가 되었고, 쉰 살에 작가가 되었지만, 그 어떤 직업도 저의 대학 전공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어려서는 남의 말 잘 들은 사람이 유리했지요. 부모님 말씀 따라,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한 사람이 우수한 학생이라면, 사회에 나가면 달라집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고, 그걸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사람이 좋은 일꾼이 됩니다. 인생은 스무살에 결정지어지는 게 아닙니다. 진짜 인생은 스무살에 시작됩니다. 이제부터가 진짜 공부거든요."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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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농업사랑 2018.12.26 07: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학벌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어야 아이들이 행복해집니다.

    수능점수에 모든 인생을 바치는 삶이 어떻게 행복할까요?

    스펙 껍데기가 아니라 실력 알맹이가 통하는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2. 꿈트리숲 2018.12.26 08: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이범 선생님의 책과 강연을 접하고
    우리 사회가 진짜 그렇게 바뀌어 가고 있나
    생각해봤어요. 그런데 취업 현장은 많이 바뀌는지
    몰라도 교육 현장은 여전히 학력위주로
    달리고 있는 것 같아요.

    도련님, 공주님이 안되게 대학 사용법을 아이에게
    전수해줘야겠어요. 저도 직업과 미래를 위해
    대학 사용법 좀 배워보고 싶네요.
    마흔이 넘어도 인생은 매일 새롭습니다.^^

  3. 헤라사기 2018.12.26 09: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찌해도 뒤집긴 어렵죠...
    이젠 경쟁의 연장일뿐!

  4. 2018.12.26 09: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5. 섭섭이짱 2018.12.26 11: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학벌과 스펙의 중요성이 예전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도 중요한 요소이긴 한거 같아요.
    저는 중요한 순간에 학벌때문에 아쉬운 경험을
    몇번 하다보니 학벌에 대한 고민이 있었죠 ^^;;;

    제 생각에는 관심 분야에 따라
    학교보다는 그쪽 분야를 제대로 배울수 있는
    대학이나 교수님을 보고 학교를
    선택하는게 중요한거 같더라고요.

  6. 카프카 2018.12.26 12: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쎄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만, 3번만 공감되네요. 중요성이 덜해진 건 맞지만, 아직 멀었습니다. 이상해진 입시제도 때문에 능력없는 애들도 많아졌지만, 경향이라는게 있습니다.

  7. deana 2018.12.27 00: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읽었습니다. 그런데, 책에는 명문대의 정의가 따로 설명이 되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글 중에 언급된 서강대, 성균관대 등도 SKY 못지않은 명문대라고 볼 수준 아닌지요? 세계 대학 순위나 요즘 평가&인지도 면에서 볼 때 저 학교 출신 임원이 승진한 게 탈학벌로 보이지는 않아서 지나가다 글 남깁니다.

  8. sky123 2018.12.28 05: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글세요입니다
    8,90년대는 부산대경북대 등 지방대출신 ceo도 많았던걸로 기억합니다만 요즘은 거의볼수가 없어요
    sky대학에서 서강성균중앙숭실 등의 대학으로 바뀌었다고 하지만 다 서울에 있는 대학입니다
    전국의 고교생들이ㅡ
    IN서울ㅡ에 목을 매는 이유입니다
    탈학벌이 아니라 서울지역대학 중심의 폐쇄사회현상이 심해졌다고 봅니다

  9. 겜맨 2018.12.28 07: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글이네요 잘보고갑니다^^

  10. 보리보리 2018.12.29 22: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딸 둘다 대학 안보내고 있어요. (책) 문탁에서 책읽고 글쓰고요 (외국어) 영어 일어 (일) 작은딸은 그림보고 옷 만들고, 큰딸은 디자인 그림으로 독립했어요

  11. 믿음 2019.01.01 12: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글쎄요입니다. 단순히 sky 비율이 줄어든다고 학벌주의가 줄어든건 아니죠. .sky외 학교도 명문대 많습니다. 학벌주의를 sky에 국한되서 보시네요. 그리고 출신학교를 보는 건 전세계 어디나 공통현상입니다. 미국의 고위관료는 아이비리그출신이 허다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학벌로 뽑는다란 소리 안합니다. 좋은 학교를 나왔다는 건 좋은 교육을 받았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사람 뽑을 때 출신학교를 제일 먼저 보는건 다 똑같습니다.

  12. 비누 2019.01.03 13: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재밌게 잘 읽었어요! 좋은 책 추천 늘 감사합니다~

  13. 분석맨 2019.01.04 06: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한국을 떠난 지 10년이 넘어서, 요즘 학벌에 대한 인식과 젊은이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얼마전 한국에 있는 친척 조카와 카카오톡 통화를 하면서 진로 조언을 했습니다. 조카는 대학 4학년 1학기 후 휴학 중인데, 취업을 하지 않고 공무원 시험 공부를 하겠다고 합니다. 이미 결정한 뒤라, 공무원 하지 말고 취업하라고 얘기를 못하고 "무슨 일을 하든지, 네가 즐거워할 수 있는 일, 기뻐할 수 있는 일을 찾아라"고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통화 후에도 기분이 씁씁하더군요. 아직도 한국에서 들려오는 얘기는 삼수를 해서라도 SKY, 인서울 대학에 가야하고, 직업은 공무원을 해서 안정적인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한 것 같습니다.

    한국에선 성공과 행복에 대한 정의가 좋은 대학, 안정된 직장에 꽂혀있고 변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가요? 김민식 PD님의 글과 강연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선한 영향력을 받기를 희망합니다.

  14. 이채원 2019.01.05 01: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등학교 3년을 대학교만 바라보고 살아왔던 저에게 큰 충격과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학벌보다 인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은연중에 학벌을 신경쓰고 있었던 저를 반성하게 되네요. 학벌주의가 만연한 우리 사회를 바꿔나가야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저의 마인드부터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5. 이채원 2019.01.05 02: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리구 20살부터가 공부의 시작이란 말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정말 공감합니다. 이제부터 다니는 여행들과 읽는 책들, 과외 및 알바의 경험 등등이 진짜 공부의 시작이고 사회를 알아가는 과정임을 항상 명심하며 즐기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018 터키 여행 5일차

갑작스레 여행을 떠나게 되면 저는 책을 꺼내듭니다. (맞아요. 살면서 모든 고민의 답을, 책에서 찾는 게 습관입니다.)

론리 플래닛에 나온 가이드북 중에 <World - 세계>가 있어요. 지구상에 존재하는 221개국에 대한 전체적인 소개가 담긴 책이에요. 세계일주를 꿈꾸는 여행자를 위한 궁극의 책이지요. 이 책에서 터키 편을 찾습니다.

나라별로 추천 여행지 10곳을 소개하는데요. 터키편을 찾아봤어요. 1위가 카파도키아, 2위가 이스탄불, 3위가 에페수스네요.

에페수스 : 터키의 유적지 중 가장 유명한 곳이라고 나와있는데, 부끄럽게도 저는 에페수스라는 이름조차 처음 들어봐요. 책의 효용이 여기에 있지요. 내가 모르는 것을 가르쳐주거든요. 아마 책이 아니었다면, 이스탄불과 카파도키아만 갔을 거예요. 

여행을 갈 때 그나라 여행지 탑 텐을 다 보려고 하지는 않아요. 세 개를 보는 게 목표입니다. 열흘 여행이면, 3개 도시를 도는 게 저에겐 맞더라고요. 도시 하나 당 2,3일, 도시간 이동에 각각 하루 씩. 그래서 오늘은 에페수스를 가려고 합니다.


아침 6시 반, 공항으로 가는 픽업 차량을 기다립니다. 같은 숙소에서 머무는 네덜란드 할아버지 둘을 만났어요. 커다란 셰퍼드 개랑 앵무새를 데리고 여행 다니고 있어요.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붙잡고 묻는군요. 남북관계는 어떻게 될 것 같냐고. 지구상에 남아있는 마지막 냉전 지역에 살다보니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이럴 때 저는 보통 씩 웃습니다.

"Peace is cheaper than war." 

터키 내 이동으로는 국내선 비행기를 이용합니다. 이스탄불, 카파도키아, 에페수스, 각 도시간의 이동이 버스나 기차로 12시간 가까이 걸립니다. 이럴 때 저는 그냥 국내선 비행기를 이용합니다. 비행기로는 한 두 시간이면 되니까요. 카파도키아가 있는 카이세리 공항에서, 셀죽 근교 대도시 이즈미르까지 비행기를 타고 갑니다. 

에어비앤비로 셀죽에 있는 숙소를 예약했어요. 셀죽이 에페수스가 있는 도시거든요. 공항에 내려 셀죽까지 버스나 기차로 이동해야 하는데, 물어봐도 영어를 아는 이가 없네요. 괴레메는 관광지라 어디를 가든 영어가 통했는데, 이즈미르는 지하철까지 있는 대도시라 공항에서 만난 대부분이 터키 현지인이에요. 영어를 하는 이가 의외로 적어요. 

이미지 파일로 저장해둔 에어비앤비의 지도를 보니 숙소 근처에 Seljuk belediyesi라는 건물이 있어요. Seljuk은 제가 가려는 도시 이름이에요. 건물에 도시명이 들어가는 건 우체국이나 시청 등 관공서지요. 론리플래닛 책자의 지도를 펼쳐봅니다. 영문판이라 지도에 영어로 표기되어 있는데, 셀죽 town hall 에 belediyesi 라고 적혀있어요. 즉 '벨레디예시'가 터키어로 시청인 거죠. 두 장소를 겹치면 셀죽 지도에서 숙소 위치가 나옵니다. 다섯 블록이군요. 캐리어를 끌고 이동할 만합니다.

여행을 다니는 건 꼭 방탈출 게임 같아요. 공항을 탈출해 다른 도시에 있는 호텔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낯선 표지판과 낯선 기호를 단서삼아 추리를 합니다.

전 이런 놀이가 재미있어요. 공항에서 숙소까지 기차 타고 가는데 요금이 6리라 1200원입니다. 호텔 픽업은 50유로를 불렀거든요. 머리 좀 쓰고, 발품 팔아서 6만5천원을 아꼈네요. 이럴 땐 놀면서 돈 버는 기분이에요.

기차를 타고 가는데 터키인들의 친절에 절로 미소가 나왔어요. 풍경을 보려고 미리 일어나서 통로에 나왔는데 마침 기차가 섭니다. 승객들이 다들 여기는 정차장이 아니라고 손을 흔들어요. 아이란이라는 터키식 요구르트 팔던 직원까지 달려나옵니다. 셀주크는 조금 더 가야 한다고.

생각해보니, 이슬람을 국교로 삼는 나라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다들 온순하고 친절합니다. 그럼 IS 테러리스트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유럽에서 일어난 테러는 대부분 외로운 늑대, 말그대로 외로운 자생적 테러리스트라고 합니다.


종교가 폭력적인게 아니라 그들이 살아온 환경이 폭력적인 거죠. 독일이나 영국 등 이민자 가정에서 은근한 차별속에 자랍니다. 이민자 가정이라 기득권이 없고 대대로 물려받은 부동산 등의 자산이 없어요. 부모 세대는 고향에서 겪은 절대적 빈곤에서 벗어나 만족하고 삽니다. 하지만 자식 세대는 태어나서 본거라곤 험한 일을 하고도 가난한 부모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상대적 빈곤에 시달리는 자신의 운명입니다. '이번 생은 망했어.' 라고 생각하는데 누군가 접근하는 거죠. 현세의 괴로움을 끝내고 순교를 통해 내세에서 천국을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단다. 

테러리스트를 만드는 건, 이슬람이라는 종교의 가르침이 아니라 서구 자본주의의 빈부격차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터키 여행은, 이슬람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을 깨는 기회였어요. 어쩜 우리가 두려워하는 건 우리가 접해보지 못한 것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녁은 간만에 밥을 먹고 싶어 아시안 요리점에 왔어요. 가장 만만한 닭고기 볶음밥을 시킵니다. 20리라 (4천원).

밥을 먹는데 고양이가 어슬렁거려요. 치킨 라이스 시킨줄 아나?

참을성을 가지고 계속 지켜봅니다.

음... 마음 약해지네...


또 이렇게 하루가 갑니다. 

에페수스 여행기로 돌아올게요!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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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행맘 2018.12.24 07: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여행맘입니다^^ 오늘도 터키이야기 잘 봤어요^^ 론리플래닛 더월드라는 책이 있었네요~~~^^ 저희도 몰랐는데~ 방탈출게임^^ 여행하다 가장 힘든게 공항에서 숙소 찾아가기 였어요^^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니 남편도 저도 예민하지는 시간 ㅎㅎㅎ 다음에는 방탈출 안하고 무조건 택시 타고 다니고 싶대요^^ ㅎㅎ

  2. 꿈트리숲 2018.12.24 09: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여행 출발전 책으로 공부하고 숙소까지
    얼마나 잘 찾아가는지, 여행지들 찾아가는 방법
    척척 내놓을 때 그 희열을 즐겨요. 가족들이 저를
    우러러 보는 느낌이 살짝 듭니다.ㅎㅎ

    터키 여행 사진 곳곳에 동물들이 많이 나오네요.
    동물을 무서워하는 저로서는 터키 여행이 좀 겁나요.ㅠㅠ
    카파도키아 열기구를 포기할 수는 없는데,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저를 단련하는 수 밖에요.^^

    오늘 글 보고 이슬람에 대해 달리 생각해보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3. 섭섭이짱 2018.12.24 09: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저도 이슬람 국가는 아직 가본적이 없다보니
    이슬람 국가에 대한 편견이 있는데...
    터키가 그 편견을 깨줄거 같네요.
    요즘은 인터넷에 여행 다녀온 후기나
    자료가 많아서 <론리플래닛>을 볼 생각을
    안했는데 가끔 책도 같이 봐야겠네요.^^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해피 크리스마스

  4. 짹짹이 2018.12.24 11: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행기, 독서일기 다 너무 재밌어요 😆
    피디님 여행책은 언제 나오나요?
    벌써 기다려집니다

  5. 상큼한딸기 2018.12.24 19: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보았어요! 제 블로그도 한번 방문해주세요!!!

  6. 예스투데이 2018.12.25 14: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함께 여행길에 오른 것 같은 글이네요. 이민자 2세가 겪게되는 환경에 대한 이야기도 공감이 갑니다 ^^

  7. midnightradio 2018.12.26 12: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크리스마스 뉴스공장 듣고 바로 블로그 찾아왔어요.^^ 세상에나 반가운 터키 여행기가 올라오고 있다니!! 10년전에 자유여행으로 갔었는데.. 셀죽, 이즈미르... 한번 들으면 잊기 힘든 지명들이 툭툭 튀어나와 너무 반갑습니다.ㅎㅎ 많고 많은 글들도 천천히 감사히 잘 읽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람을 만나면 물어봅니다. “요즘 뭐가 재밌어요?”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하는 건 다 해 봅니다. 의외로 나한테 맞는 새로운 즐거움을 찾는 수도 있어요. 어떤 사람한테 물었더니 “남자친구요.” 하더군요. 정말 부러운 표정으로 엄지손가락을 추켜 세워줬죠. “아, 연애하시는구나. 그렇죠. 남자친구 만나는 게 제일 좋죠.” 했더니... “아뇨, 피디님, 그게 아니라 드라마 ‘남자친구’가 재미있다고요.” TV를 잘 안 보니 이런 사오정같은 대화도...... 드라마 피디인데, 정작 드라마보다 책이 더 재미있다는... ^^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을 만나면 반가워요. 그럴 땐 꼭 물어봅니다. “요즘 무슨 책이 재미있어요?”

재미난 소설을 추천해달라는 이야기에 드라마 후배가 권해준 책이 있어요. <피프티 피플> (정세랑 / 창비). 정세랑 작가님의 책은 <지구에서 한아뿐>과 <보건교사 안은영>을 재미있게 본 지라 달려가서 책을 읽었어요. 와우, 정말 재미난 책이네요.

저는 삶에서 재미가 가장 중요해요. 밤샘 촬영이나 편집이 흔한 직종인지라, 피디로 일하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뜨는 이들을 꽤 봤어요. 드라마나 예능은 사람을 갈아 넣어 만드는 콘텐츠거든요. ㅠㅠ 삶이란 때로 너무 허망하게 끝나요. 언제 죽어도 후회 없는 삶을 살자고 다짐했어요. 커다란 목표 따위는 없어요. 목표를 향해 죽어라 달려가다 갑자기 세상을 뜨게 되면 못 이룬 꿈이 한이 되어 남을 지도 모르잖아요. 그냥 하루하루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며 살려 합니다. 아침에 블로그 글 한 편을 올려도 행복하고, 재미난 소설 하나를 만나도 행복한 그런 삶. 

<피프티 피플>, 병원과 인연을 맺는 다양한 사람들이 이야기가 나와요. 삶과 죽음이 결코 멀지 않음을 알려주는 공간이 병원이지요. 50명의 인물이 각각의 단편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끌고가는데요. 50개의 단편이 하나의 장편으로 씨줄과 날줄로 얽혀 있어요. 책에는 이런 대목도 나와요. 


(의사인) 현재가 보기에 현재의 동료들도 산업재해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현재의 동기들은 40명, 그중 벌써 3명이 심각한 질명을 앓았다. 뇌출혈, 심근경색, 갑상선암이었다. 다른 이들도 30대 중반에 벌써 성인병 초입에서 서성거렸다. 자지 않고 쉬지 않으면 당연히 병이 든다. 주 100시간을 일하니 심혈관계가 망가지고 암세포가 생기는 게 놀랍지 않다.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시도도, 쉬쉬해서 그렇지 격년으로 있었다. 전공의 특별법이 병원협회의 끈질긴 반대를 이기고 겨우 통과되었지만 그 법이 제한하는 것도 주 88시간이다. 유럽에서 주 48시간을 일할 때, 한국에서 88시간을 일한다. 의료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 의사들이 먼저 쓰러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 의료 써비스를 싸게 제공할 수 있는 거겠지만 정말 사람을 갈아넣는 방법뿐인가, 현재는 자주 고민했다. 

“어디 가서 그런 빨갱이 같은 소리 하지 마라.”

오프 때 집에 갔을 때, 아버지가 말했다.

“그래, 버티면 지나가는 시절인데 투덜거리지 마. 다들 힘든 세상이야.”

어머니가 보탰다. (중략)

“요즘 애들은 나약해서......”

“믹서기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건 나약한 게 아니에요.”

(<피프티 피플> 378쪽)


병원 노조 파업할 때, 출정식에 가서 지지 발언을 한 적이 있어요. 

“타인을 돌보기 전에 여러분 스스로를 먼저 돌봐야 합니다. 여러분이 건강하고, 여러분이 행복해야, 환자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돌볼 수 있거든요. 병원 노조가 파업을 하면, 직업 정신이 부족하다고 비난하는 이도 있는데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아픈 사람들, 가장 힘든 사람들을 돌보라고 여러분께 맡겼다면, 그런 여러분의 노동 여건 개선과 복지 개선도 사회에서 책임지고 해결해야 해요. 사회에서 해주지 않을 땐 여러분이 나서서 싸워야 하고요. 그게 노동자의 권리이자 의무고요. 노동조합은 그러라고 존재하는 겁니다.”

환자나 보호자 가족들이 지나다니며 쳐다보는 병원 로비에서 그런 파업지지 발언을 하는 건 소심한 저로서는 눈치 보이는 일이긴 해요. 첫 직장에서 병원 영업을 했던 저는, 3교대로 일하는 당직 간호사의 노동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아요. 우리는 애써 늙고 병든 삶을 외면하고 살지요. 그런 삶을 외면하고 살 수는 있지만, 적어도 그런 이들을 돌보는 사람들까지 외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픈 건 선택이 아니지만, 그런 직업을 택한 건 선택이거든요. 그런 선택을 한 사람들의 노동 여건 개선은 사회의 책임이에요. 

재미난 소설을 소개하는 글이 갑자기 무거워졌군요. 이전에 읽은 정세랑 작가의 책은 판타지 소설이었어요. 짝사랑하는 지구인을 찾아 우리별에 온 외계인 이야기 <지구에서 한아뿐>, 혹은 퇴마사로 악령을 퇴치하는 보건 선생님 이야기, <보건교사 안은영>. 전작에 비해 <피프티 피플>은 작가가 정색하고 쓴 소설같은데요.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든 느낌. ‘선한 사람들의 의지가 모여 위기를 극복하는 이야기네. 좋은 사람이 끝내 좋은 결말을 맞기를 바라는 이야기. 어쩌면 이 소설이야말로 궁극의 판타지가 아닐까?’ 

정세랑 소설은 읽고 나면 늘 행복해요. 작가가 외치는 긍정의 주문에 조금 감염된 그런 느낌이지요. 50명의 이야기 중 저는 골프장 캐디로 일하는 ‘양혜련’ 편이 가장 좋았어요. 사람마다 어떤 이야기가 좋은지는 다르겠지요. 자신만의 최애편을 찾아보세요. 

정세랑 작가의 신작이 나왔군요. <옥상에서 만나요>. 서점으로 달려가 샀어요. 믿음직한 작가를 하나 안다는 것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 하나를 찜해둔 기분이지요. <옥상에서 만나요> 이야기로 다시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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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섭섭이짱 2018.12.21 08: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앗~~~ 정세랑 작가다 ^^
    오늘은 피디님 최애 작가중 한 명의 책이네요.
    로또 서문을 소개해주셔서 확실히 기억나요 ^^

    피디님 덕분에 소설 안 읽는 제가
    좋아하는 작가가 한 명 더 생긴 ㅋㅋㅋ
    정세랑 작가 책은 재밌어서
    읽어보고 싶게 되는거 같아요.

    <피프티 피플> 빨리 읽어보고 싶네요.
    <옥상에서 만나요> 도 바로 장바구니로 고고고~~~~~

    피디님 따라쟁이로써 새로운 작가
    만나는건 정말 신나는 일 같아요.
    편식쟁이인 저에게 맛난 책을 알게해주시고...
    항상 좋은 책과 작가 소개해주셔서
    감사드려요 ^^

    피디님... 그리고 뉴스보니까
    <보건교사 안은영> 이 넷플릭스로 만들어진대요.
    거기에 정유미 배우까지 캐스팅이라니
    정말 멋진 작품이 나올거 같네요 ^^

    p.s ) 책에 대해 더 궁금하신 분들은
    정세랑 작가 인터뷰 글도 같이 읽어보세요

    http://ch.yes24.com/Article/View/32363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89528

    http://blog.changbi.com/220888094945

  2. 꿈트리숲 2018.12.21 09: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미나게 읽기엔 살짝 무거운 주제 같기도 하네요.
    병원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에서 뜨끔했어요.
    책 표지에 등장하는 50명의 이름 중에서 아마 나와 같은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선한 사람들의 좋은 결말이 판타지같긴 하지만
    그래도 어딘가에는 판타지가 현실이 되고 있기를
    바랍니다.
    책 처럼 살아도 재미난 세상이 있다는 걸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3. 이철우작가 2018.12.21 14: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안녕하세요.
    즐겨찾기 해놓고 자주 블로그에 놀러오곤 하는데 이제서야 용기를 갖고 글을 남겨봅니다.
    우선, 그동안 좋은 글 올려주신 덕분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고,
    인생의 방향성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 좋은 영향을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저도 피디님처럼 읽기 편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도와주는 글을 쓰고 싶어요.ㅎㅎㅎ
    들어와보실지는 모르겠지만 블로그 주소 남겨놓고 갑니다!
    언젠가 스벅에서 커피 한 잔 대접해드리고 싶어요!
    펜으로서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

  4. 농업사랑 2018.12.23 07: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덕분에 오늘도 좋은 책을 알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최근에 친구들이 병원에 다닌다는 얘기를 듣고 섬짓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 모두는 결국 다 죽는데, 왜 이렇게 미친 듯이 일만 하면서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내일 행복할려고 오늘을 너무 희생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피디님처럼 지금 당장 여기서 행복할려고요.

2018 터키 여행 4일차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 'Sunset Lover's Hill'을 오릅니다. 6시 20분에 언덕을 올라 보니 계곡 아래쪽에서 부지런히 열기구를 덥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납작한 3층 건물 높이의 풍선에 조금씩 더운 바람을 불어넣어 부풀리는데요. 가스로 불을 붙일 때마다 풍선이 환하게 빛나는 모습이 신기해요.

인내를 요하는 작업이더군요. 승객이 오기 전에 미리 와서 바람을 불어넣는 데 시간이 꽤 걸립니다.

5인 1조로 일하는데요. 열기구를 조종하는 사람이 있고요, 트럭을 운전하는 사람이 있고요, 일꾼이 셋 있습니다. 착륙할 때, 열기구 조종사와 트럭 조종사가 서로 호흡을 잘 맞춰야하고, 내려오는 기구를 붙들어 트럭 캐리어 위에 단번에 올려야합니다. 열기구가 워낙 크고 무거워서 캐리어에 올리는 건 힘들어요. 처음부터 캐리어 위에 착륙하는 게 기술입니다.

수많은 풍선이 하늘에 떠올랐어요. 열기구 여행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어요. 인간은 참 얼마나 대단한가...

처음 시도한 이는 두렵지 않았을까요? 풍선에 바람이 새면 어떡하지? 바람에 날려 어딘가로 가서 부딪히면 어떡하지? 줄이 끊어지면 어떡하지?

 

죽을 듯이 무서웠지만, 그럼에도 용기를 낸 사람이 몇 있었겠지요. 풍선을 타고 하늘을 날겠다고 했던 이들이. 분명 미친 짓이라고 흉 본 이도 있을 거고요. 기술이 미진했던 초기에는 실제로 죽은 이도 있을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는 해냅니다.

지하도시도 그렇고, 열기구도 그렇고, 인간의 집념은 참 위대합니다.

두려움없이 하늘을 나는 여행자들의 선택이, 카파도키아를 열기구 여행의 명소로 만들었어요.


예전에 전쟁이 과학기술의 발달을 이끌었어요. 
평화의 시대, 유희를 즐기는 인간의 즐거움이 기술발달을 가져올 것입니다.


지상에서 트럭 운전사가 풍선을 보고 쫓아갑니다. 착륙 직전에 차를 가져다놔야 캐리어에 바로 실을 수 있으니까요. 한참 쫓아갔는데 엉뚱한 기구라면 낭패겠지요. 결국 서로 차별성을 가진, 다양한 개성을 지닌 디자인과 색상이 선호되는 이유입니다. 편의성이 디자인의 다양화를 불러왔어요. 알록달록 다양한 색깔의 풍선이 하늘을 수놓는 이유입니다.


숙소에서 매일 아침 5분을 걸어 올라가면 열기구가 뜨는 모습을 언덕 위에서 볼 수 있어요. 가격은 2인실 1박에 3만 5천원. 이렇게 싸고 좋은 숙소를 찾은 건 에어비앤비의 리뷰 덕분이지요.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이 남긴 리뷰를 봤는데요. 하나같이 이 숙소의 위치가 좋다고 하더군요. 

2011년에 네팔 포카라를 여행할 때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쫓겨난 적이 있어요. 트레킹 상품을 권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터무니없이 비싸더라고요. 다른 여행사를 통해 예약하니, 바로 짐싸서 나가라고 하더군요. 

쫓겨나서 더 싸고 더 좋은 숙소를 찾았지만 불쾌한 기억이지요. 요즘은 이런 일이 줄었어요. 그렇게 했다가는 트립어드바이저나 에어비앤비에서 평판이 나빠지거든요. 여행자들을 향한 갑질이 줄었지요. 기술의 진보 덕에 여행의 즐거움이 날로 늘고 있어요.

열기구 조종은 높낮이만 컨트롤할 수 있어요. 방향은 바람에 맡겨야 해요. 끈기와 참을성이 필요합니다. 가고싶은 곳을 가는게 아니라 바람이 이끄는 대로 가니까요.


어쩌면 이것이 인생이 아닐까요? 우리는 단지 성실하게 노력할 뿐이지요. 인생의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어요. 빠르게 오르고 싶은 욕심에 급하게 불을 지피면 안됩니다. 채 펴지지 않은 풍선에 구멍이 날 수 있고, 열에 녹은 풍선은 사고의 위험이 있어요. 서서히 부풀어오르기를 오래오래 기다려야 합니다.

오늘은 날이 흐려 일출을 못 봐요. 해가 땅에 길게 그리는 '요정의 굴뚝' Fairy's chimney의 그림자도 못 봅니다. 게다가 바람이 세어 뜨자마자 괴레메 마을 위로 날아간 풍선도 많아요. 레드밸리 위로 간 풍선이 몇 없더군요. 사흘 연속 열기구 여행을 지켜 보니 뜻대로 되는 게 아닌 걸 알겠어요. 어쩌겠어요. 주는 대로 받아서 즐기는 게 인생인 걸.

아침 먹고 레드 투어 갑니다.

맨 처음 들른 곳은 우치사라는 바위성입니다. 1600년 전 로마 제국 시절에 만든 요새랍니다.

암석에 구멍을 뚫어 집으로도 쓰고, 교회로도 쓰고, 성으로도 씁니다. 


볼수록 신기한 카파도키아의 마을.

이제 다시 차를 타고 괴레메 오픈 에어 뮤지엄으로 갑니다. 

다양한 암석 건축물이 자리한 곳을 공원으로 꾸며뒀어요. 입장료를 받는 유료 시설인데요. 볼만합니다. 한국에서 순례여행 오신 팀도 있어요. 이곳에 기독교 유적이 많거든요.

바위에 구멍을 뚫어 예배당을 지었어요. 안에는 성화도 있습니다.

어두운 동굴안에 이런 성화를 그려뒀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터키의 국민 98퍼센트가 이슬람입니다. 그럼에도 카파도키아에는 기독교 유적이 많아요. 동로마 제국의 수도였으니까요. 이 땅을 지키던 콘스탄티노플의 후예, 즉 그리스 정교도들 대다수는 1923에 맺어진 로잔 조약의 결과, 그리스로 이주했어요. 이슬람 국가지만 그리스 정교도의 유적은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터키인들의 종교적 관용은 이제 관광수입으로 돌아옵니다. 소피아 성당처럼요. 

다음에 들른 곳은 상상 계곡. 이매지네이션 밸리라고 합니다. 상상을 자극하는 온갖 형상의 바위가 있는 곳이에요.

여왕 바위입니다. 왕관을 쓴 여왕님의 뒷 모습 같지요?

3일간 카파도키아 여행 상품에만 돈을 꽤 썼어요. 열기구 여행, 은근히 비쌉니다. 150유로에요. 20만원 가까운 돈이지요. 1시간 타고 나는데 20만원이니 꽤 부담스러운 가격입니다. 숙소에 커미션을 많이 주기 때문에 그래요. 열기구 운행사를 직접 찾아갔어요. 커미션 없이 좀 싸게 네고할 수 있을까 해서..... 알짤 없더군요. 말로는 내년까지 다 예약이 차서 안 된다고 하는데요, 가격 담합을 철저히 하고 있더군요.  고민해봤어요. 내가 20대 배낭족으로 이곳에 왔다면 어떻게 했을까? 

열기구를 타는 대신 선셋 연인의 언덕에 해뜰 무렵 산책을 할 것 같아요. 35유로, 30유로 하는 그린 투어나 레드 투어 (5만원 상당) 대신 혼자 걸어서 괴레메 오픈 에어 뮤지엄에 갈 것 같아요. 가이드 설명 대신 위키 백과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설명을 듣고요. 그러다 한국 관광객을 만나면 은근슬쩍 따라 붙지요. 근처에서 서성이며 귀동냥으로 한국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거죠. 저녁은 식당 대신 길에서 8리라 (1600원)하는 도너 케밥을 사서 숙소에 와서 먹을 것 같아요.

카파도키아까지 가서 열기구를 안 타면 서운하지 않냐고요? 20대의 여행은 그래도 되어요. 나중에 또 갈 수 있으니까요. 언덕에 올라서도 볼 건 다 볼 수 있어요. 

이제 로마 시대의 유적지 에페스를 찾아 떠납니다. 다음 여행기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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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농업사랑 2018.12.20 07: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0년전 카파도키아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나네요.

    다시 가 보고 싶네요. 이국적인 풍경이랑 극한 상황에서도 종교적 신념을 지킨 사람들.

    좋은 여행 되시기 바래요

  2. 섭섭이짱 2018.12.20 08: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레드투어 잘 봤습니다.
    저도 기독교 순례여행중 터키도 간다고 들었는데
    이제 알겠네요. 카피도키아가 그 중 한 곳이라는걸.

    그러고보니 카피도키아 3대 투어
    쉽게 외우는 방법이 생각났어요.

    Q) 카피도피아 가면 해야 할 투어는...
    A) 삐~~~~ R.G.B 투어...

    Red, Green, Balloon 의 앞자만 따니
    R.G.B 가 되네요. ㅋㅋㅋ
    다음에 터키 여행가면 3대 투어 꼭 가볼께요.
    놓치지 않을꺼에요..R.G.B 투어

    에페스는 어떤 모습일지
    다음 여행기도 기다려지네요.

  3. 꿈트리숲 2018.12.20 09: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열기구 덥히는 모습이 마치 전구에 불이
    하나 둘씩 켜지는 것 같네요.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숙소를 잘 잡은 덕에 멋진 풍경을 공짜로 즐기셨어요.
    발품도 중요하지만 요즘은 손품을 더 많이 팔아야
    좋은 여행이 되는 것 같아요.

    몇백년 전의 사람과 지금 우리의 상상이 비슷한걸까요?
    그 사람들도 정말 왕관을 쓴 여왕을 상상하며 바위를
    깎았나 모르겠어요. 보면 볼수록 신기합니다.
    로마 유적지도 기대만땅입니다.~~^^

  4. 황준연 2018.12.20 11: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간의 집념을? 배워기네요 ㅎㅎ

    사진과 글을 보며 함께 여행을 떠난듯합니다 ^^ 감사합니다

  5. 즐거운 우리집 2018.12.20 12: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날씨는 괜찮은데 미세먼지가 안좋다고 하네요.
    마스크 챙기시고 건강도 챙기세요~^^

  6. 상큼한딸기 2018.12.21 01: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보았어요!! 한번 제블로그도 방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7. 다시 2018.12.27 20: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케이브 호텔 정확한 이름이 뭔가요?
    원래 블로그는 모르다가 [영어책 한권 외워봤니?] 읽고 궁금하다가
    [매일 아침 써 봤니?] 책에서 블로그 주소 알아서 찾아왔습니다.
    마침 2109년 1월에 조지아에 갔다가 터키를 여행할 예정이라 반가운 마음에 읽었습니다.
    글 계속 기다립니다.

요즘 둘째 딸 민서랑 영화를 보러 다닙니다. 가을엔 둘이서 자전거 타고 한강 가서 피크닉을 즐겼어요. 날이 쌀쌀해지니 극장 나들이가 좋더라고요. 일요일 아침, 조조로 영화를 보고, 교보문고에 들렀다가, 아이가 좋아하는 즉석 떡볶이집에 가서 점심을 먹는 게 둘만의 데이트 코스입니다. 아내는 이제 고3 올라가는 큰 아이를 맡고, 저는 둘째랑 놀아주는 걸로 육아를 분담해요. 

한 달 전에 온 가족이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러 갔어요. 초등학교 5학년인 민서에게 영화가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요. 재미있게 보더군요. 아이는 아이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해석하더군요. 극장에서 나오는 길에 퀸의 노래를 온 가족이 흥얼거리며 집에 왔어요. 아빠, 엄마, 언니, 셋이서 <위 아 더 챔피언>을 부르는 걸 보더니 집에 와서 유튜브를 통해 퀸의 노래를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자막을 보며 열심히 노래를 외우더군요. 아이가 무언가에 꽂혔을 때, 재미난 동기부여가 필요하지요. 신문을 읽다 ‘보헤미안 랩소디 싱얼롱 상영 돌풍’ 기사가 난 걸 민서에게 보여줬어요. 

“민서야, 지난번에 본 영화 있지? 싱얼롱 버전이라고 있대. 노래방처럼 가사가 화면에 나와서 사람들이 극장에서 마치 콘서트 온 것처럼 박수치고 발 구르면서 노래하면서 영화를 보기도 한대. 재미있겠지?”

노래방을 좋아하는 민서가 눈을 반짝입니다. 이럴 땐 슬쩍 작업을 겁니다. “우리도 이거도 보러 갈까?”

둘이 가서 싱얼롱 버전으로 다시 봤는데요. 앉은 자리에서 어깨춤도 추고 노래도 하고 즐거웠어요. 그런데 나올 때보니 민서는 약간 불만스러운 것 같았어요. 

“왜, 재미없었어?” 

“아빠. 이거 싱얼롱 버전 맞아?” 

“그럼, 화면에 가사도 나왔잖아.” 

“그런데 왜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노래를 안 불러?” 

민서는 사람들이 가만히 있는데 혼자 노래 부르기가 민망했나 봐요. 

“아빠는 노래 다 따라했는데?” 

“아빠 혼자 노래하고 춤추니까, 나는 창피했어.”

ㅋㅋㅋㅋㅋ 

산만한 초딩 아들을 둔 엄마가 주위 눈치를 살피듯, 우리집 늦둥이는 철부지 아빠 때문에 창피한가 봅니다. 하긴 우리집에서 제가 제일 철이 없긴 하지요. ^^

나오는 길에 매표소 앞에 들러 영화 전단지를 살핍니다. “다음에 뭐 보고 싶어?” 데이트에서 핵심은 마무리지요. 자연스럽게 다음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계기. 마침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예고편을 본 터라, 그걸 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이제 평소에 작업이 들어갑니다. 스파이더맨 관련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서 보여주고요. 예고편을 찾아서 틀어줍니다.

개봉 첫주에 <스파이더맨> 만화영화를 보러 갔어요. 개인적으로 무척 좋았어요. 샘 레이미의 실화도 좋고, 최근 어벤져스에 합류한 스파이더맨도 좋은데요, 저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새로운 극장판 만화도 좋더라고요. 평행우주론이나 다중우주론에 익숙한 사람은 재미있을 것 같아요. <어벤져스 : 엔드 게임>이 곧 나올 텐데요. 저는 <어벤져스>에서 닥터 스트레인지가 가진 궁극의 능력이 다중우주를 보는 거라 생각해요. 선택에 따라 파생되는 수많은 미래, 수많은 다중우주를 들여다보고, 그중 어벤져스가 이기는 단 하나의 시나리오를 찾아낸 후, 그걸 실행에 옮기는 거죠. 

10년 전, 테러리스트와 싸우는 <아이언맨>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마블의 세계관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통해 우주로 확장되었고, 이제 다중 우주로 확장되고 있어요. 마블의 팬이라면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를 통해 마블의 세계관에 친숙해질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성인용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데요.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는 어른이 보기에 친숙한 슈퍼히어로물이고, 아이가 보기에 아기자기한 재미도 갖추고 있어요. 아이와 어른이 다 함께 만족할 수 있는 만화영화.

아이와 주말을 보낼 때, 저는 모든 선택을 아이에게 맡겨요. 다음에 볼 영화도, 점심 메뉴도, 서점에 가서 뭘 할지까지. 그래야 아이가 아빠와 보낸 시간을 즐거운 추억으로 기억할 테니까요. 관객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스파이더맨이 나오는 시대에요. 아이가 가진 취향도 존중하며 살고 싶어요. 


저는 마블 덕후인데, 민서는 DC 코믹스의 팬이에요. 다음엔 둘이서 <아쿠아맨>을 보러 가기로 했어요. 따님의 취향을 존중하는 덕후로 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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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또기 쭘마 2018.12.19 06: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들 눈에 맞추다보면 어느새 그것이
    제 흥미로 바뀔때가 있어라구요.
    전 히어로나 판타지를 무슨 재미로 보는지 도통
    몰랐어요.영화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거실에 빔을 설치해놓고
    주말마다 영화를 보는데 마블 팬인 아들 녀석을 따라
    보다보니 이젠 제가 새로 나오는 마블을 더 챙겨봅니다.
    아이들과 같이하고 싶으면 아이들이 뭘 좋아하는지 보고
    그곳에 한쪽 발만 살짝 담구면 같이 신나게 놀 수 있는것 같아요.

  2. 보리보리 2018.12.19 06: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새벽에 깨서는 잠못드는 아침... 웃으며 위로 받습니다. 철부지아빠가 딸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가슴깊이 느끼는 날이 올거예요. 아이 취향 존중한다고해서 가정이 부부중심이 아니라 아이위주로 돌아간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요?

  3. 농업사랑 2018.12.19 08: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들이랑 눈높이를 맞추는건 항상 어려운 일이에요.
    조금만 오버하면 "울 아빠, 왜 저러지?"하는 눈으로 보고 있더라구요.

    경계를 찾는 다는 건 항상 힘든 일입니다.

  4. 꿈트리숲 2018.12.19 09: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객의 취향까지 살피며 최대의 만족을 이끌어 내려는
    노력이 느껴집니다.ㅎㅎ
    저는 제 취향으로 보헤미안 랩소디를
    딸과 함께 봤는데요. 이제는 딸이 퀸의 노래에 빠져있어요.
    휘파람도 불고, 콧노래도 흥얼흥얼 하며 퀸 노래 덕후된 듯 해요.

    뭘 알고 보는 사람이나 뭘 모르고 보는 사람이나
    각자 느끼는 바가 다양하기에 영화는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영화보고 얘기 나눌거리도 많구요.

    이 영화도 딸에게 작업을 한번 걸어봐야겠어요.
    즉떡을 미끼로 던지며. . .

  5. 섭섭이짱 2018.12.19 09: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철 안든 일인 여기도 있어요.ㅋㅋㅋ
    요즘 넷플릭스에 빠져 지내다보니
    <스파이더맨> 만화영화가 나온줄도 몰랐네요.
    요즘 볼거 들을거 읽을거가 너무 많아서
    고민인데 이렇게 딱 재밌는 영화를 소개해주시니
    믿고보는 민식 큐레이션입니다.

    피디님 아니었으면 그냥 지나칠뻔 했는데
    이번 주말은 영화보러 가야겠어요.

  6. 동건참치 2018.12.19 23: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블영화도 재밌는 게 많으니 한번 보세요.

  7. 황준연 2018.12.20 11: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가님의 늘 따님을 향한 그 마음이 느껴저서 좋습니다 ^^

    제주도에서 강연때도 가족 특히 따님을 향한 마음이 느껴지던데 ㅎㅎ

    따님을 위한 덕후도 정말 좋네요

    퀸의 노래로 자연스럽게 영어공부도 되는건가요?

    늘 건강유의하세요 ^^

  8. SERENA 2018.12.22 06: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희 가족도 이번 주말엔 영화관 나들이 하려구요~
    아쿠아맨은 초4 딸이 보기 싫다고 해서 (막상 가면 아주 좋아할 것을 알지만;;)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볼까 합니다.
    제가 듣는 영어회화반 원어민 선생님이 스파이더맨 뉴유니버스 보라고 추천했었어요~
    아이에게나 어른에게도 좋은 영화라구요.
    피디님의 비슷한 감상평을 보니 더 보고 싶어집니다.

터키 여행 중 전자책으로 읽은 소설입니다. 
<나는 너를 본다> (클레어 맥킨토시 / 공민희 / 나무의 철학) 

쌍둥이 자매가 있어요. 동생이 어느날 성폭력을 당합니다. 괴로워하는 동생을 본 언니는 경찰이 됩니다.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는 걸 막기 위해 헌신적으로 일합니다. 어느날 동생을 성폭행한 사람이 잡혔다는 연락을 받고 달려가는데 절망적인 소식을 듣습니다. 범인을 처벌할 수가 없어요. 동생이 경찰에 진술하면서 자신은 나중에 범인이 잡혀도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테니 연락하지 말라고 한 거죠. 피해자인 동생의 협조 없이 범인을 처벌하기가 힘든데 말이죠. 
언니가 동생에게 따져요. 왜 그랬냐고. 동생이 그러죠. 몇 년이 지나 자신이 그 사건으로부터 회복되어 평화로운 일상을 누리고 있는데 갑자기 경찰로부터 범인이 잡혔다고 연락이 오는 게 두려웠대요. 성폭행의 피해자로서의 기억은 잊고 온전히 자신의 인생을 살고 싶은데, 뒤늦게 법정에 나가 고통스런 기억을 다시 되새기기 싫었다고. 언니는 동생에게 분노합니다. "너의 그런 결정으로 인해 범인이 자유의 몸이 되어, 그런 짓을 해도 되는 줄 알고 돌아다니며 똑같은 짓을 다른 사람에게 하도록 놔두겠다는 거야?"

경찰이 된 언니는 동생을 이해할 수 없어요. 모든 피해자가 동생 같다면 그녀와 동료 경찰들이 하는 일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피해자가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데 어떻게 싸울 수 있겠어요. 

소설을 읽다 문득 1년 전 생각이 났어요. 2017년 봄, 저를 드라마국에서 쫓아낸 사람이 문화방송의 사장이 되었어요. 그 장면을 보고 괴로웠어요. 주조정실 교대 근무에 근근이 적응하고 있었어요. 유배지에 발령난 덕에 1년에 책을 250권을 읽었고요.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도 주조 근무하는 덕에 쓸 수 있었어요. 드라마가 아니라도 세상에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어요. 
어쩌면 당시 사장님은 오래도록 작가를 꿈꾸던 제게 꿈을 이뤄주신 은인인지도 몰라요. 저는 딴따라에요. 낙천적으로, 긍정적으로,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내가 무슨 제대로된 뉴스나 다큐를 만들겠다고 MBC에 입사한 것도 아니잖아요. 사람들 웃겨보려고 코미디 피디가 된 건데,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 게 제게는 최선입니다. 정권도 바뀌었으니 사장도 이전처럼 방송을 막무가내로 망가뜨리지는 못할 거라 생각했어요. 그러니 그냥 조용히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은둔한 선비처럼 지내고 싶었죠. 그러다 문득 생각했어요.
조용히 사는 게 과연 모두를 위한 최선일까? 방송을 망가뜨리고, 기자와 피디들을 쫓아내고도 멀쩡히 사장이 되고, 또 그 임기를 온전히 채우도록 두는 게 옳은 일일까? 먼훗날 나는, 그 시절을 조용히 숨어서 즐겁게 살았으니 행복했노라, 하고 돌아볼 수 있을까? 그렇게 산 나 자신을, 나는 용서할 수 있을까?

소설 속 피해자의 마음도 이해는 갑니다. 그래요. 싸우는 건 힘들어요. 싸우는 과정에서 더 다칠 수도 있고요. 주위의 손가락질을 받을 수도 있지요. 차라리 시간이 지나 잊혀지도록 하는 게 최선일 수도 있어요. 공개석상에 나온 미투 피해자는 가족이나 친구를 만나는 게 가장 힘들 겁니다. "그냥 참고 살지 그랬어?" 라고 조언하는 이도 있거든요. "이제부터라도 좀 살살해봐. 더 이상 키우지말고." 라고 하는 이도 있고요. 저도 정말 많이 들은 이야기에요.

왜 그래야 하나요? 그래도 되는 줄 알라고? 그런 짓을 하고도 사람들의 비난은 오히려 피해자에게 간다는 걸 보여주라고? 우리 시대에, 피해자가 되고 안 되고는 그냥 운이에요. 운이 나빠 누군가는 피해자가 됩니다. 운이 좋아 피해자가 되는 일을 피했다면, 우리가 해야할 최소한은 피해자가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낼 때, 외면하지 않는 일이겠지요. 용기를 낸 사람을 오히려 비난하지는 말아야겠지요. 

다들 즐겁살았으면 좋겠어요. 피해자도 과거의 고통을 치유받으면서요. 다만, 가해자가 무슨 짓을 했는지, 그런 짓을 하면 안 된다는 건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우리 모두 더 좋은 세상에서 함께 행복할 수 있을 테니까요.

<나는 너를 본다>
쫄깃쫄깃 참 재미난 스릴러입니다. 이렇게 재미난 소설을 읽으며 별 생각을 다 했군요. 7년의 세월이 제게 남긴 상처가 은근히 큰가 봐요. 그 상처를 어떻게 보살피며 살 것인가.... 어쩌면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게 나름의 치유 과정일지도 몰라요. 부끄러운 글에 공감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여러분이 귀한 인연입니다. 늘, 고맙습니다.

누군가 싸울 때,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함께 해주시는 여러분이, 
진정 이 시대의 챔피온입니다. (feat. 싸이)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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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ate 2018.12.18 06: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싸 1등~~~!!!

    이런거 여기써도 되나요? ㅎㅎㅎ

    이 시간에 들어오니 피디님이 막 올리신 글도 보네요~~ ^^

    날씨 추운데 감기 조심하세요~~~ ^^*

  2. 보리보리 2018.12.18 06: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해자가 얼마나 아플지 공감하기란 쉽지 않대요. 내가 겪었다 해도 사람마다 고통이 주관적이래요. 싸울 힘이 없는 분들도 안아드리고 싶네요

  3. 섭섭이짱 2018.12.18 06: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피디님이 7년 동안 받은 상처는
    쉽게 잊혀지지 않겠죠.
    그래도 이제는 예전과 다른 환경에서
    피디님의 끼와 재능을 마음껏 펼치실거라 봅니다.

    피디님!
    앞으로 십년 아니 그 이상
    더~~~~~ 좋은 일들만 있으실거에요.

    피디님과의 인연 오래오래 하고 싶은
    빅팬으로써 앞으로도 계속 응원할께요.
    김민식 피디 파이팅!!!!!

  4. littletree 2018.12.18 06: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도서관에서 빌리려다 두고 온 책이었는데 피디님께서 이렇게 소개해주시니 더 반가워요. 오늘 다시 가서 대출해야겠어요! 올한해 피디님의 추천도서들을 조금씩 따라가며 그동안 독서에 왜그리 인색했을까 싶어요.
    항상 보물창고처럼 와서 위로받고 가고 있어요. 고맙습니다!

  5. 아리아리짱 2018.12.18 07: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pd님 아리아리!

    '누군가 싸울 때,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함께 해주는 여러분이,
    진정 이시대의 챔피온입니다.'

    모두가 챔피온인 날들이면 좋겠습니다.^^

  6. 꿈트리숲 2018.12.18 09: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장 큰 위로는 '나도 그랬어,
    나도 그럴때가 있었어. . .'가 아닐까 싶네요.
    제가 몸이 심하게 아플 때 느낀 건
    함부로 남의 아픔에 어줍짢은 공감을 표하면
    안되겠다였어요.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으로 위로를 전해야 한다고
    생각되네요. 아픔에 소금뿌리지 말고 조용히 손잡고
    같이 눈물 흘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7. 김수정 2018.12.18 10: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만히 있는 것.
    피해를 당하여도, 불의를 보아도,
    자신의 피해나 주장을 드러내지 않고 회피하는 것은,
    제2, 제3의 피해자를 만드는 길이겠죠.
    그러나 피해자의 고통과 두려움도 클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에 자신의 피해를 드러내는데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은 사실인 것 같아요.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지지해주는 성숙한 분들이 많아져서 피해자들이 쉽게 용기낼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8. 농업사랑 2018.12.18 22: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의 나의 무관심이, 방관이 내일 나를 피해자로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의 일이라고, 지금 당장 내 일이 아니라고 피하면 안 됩니다
    우리는 함께하는 공동체입니다.

  9. 그리움 2018.12.18 23: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릴러 소설인데 이런 교훈을 얻을 수 있군요!

  10. 헤니짱 2018.12.19 09: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피디님 글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아주 조금씩 제가 성숙해지는거 같아여 ㅎㅎ
    저역시 늘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김피디님^^

  11. 포말하우트 2018.12.19 12: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가님의 글 꾸준히 잘 보고 있는 팬입니다.
    매일 아침 글쓰기를 보고는 열심히 따라하고 있구요.
    오늘 글은 너무 빨려들어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18 터키 여행 3일차

새벽에 일출을 보러 뒷산에 올랐다가 해뜨는 것보다 더 멋진 장관을 보게 되었어요. 150개의 풍선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입니다.

풍선을 타고 보는 것과, 언덕 위에서 풍선을 보는 건 또 다른 느낌입니다.

언덕에 선 사람들과 열기구를 탄 사람들이 서로 인사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요.

바람을 잘 타면, 레드밸리 위로 날아갑니다. 괴레메 마을 위로 날아간 풍선은 대략 망한 거죠. 볼게 지붕밖에 없거든요.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보고 조종을 잘 해야 하는데, 결국 운입니다. 어떤 조종사를 만나는지, 어떤 바람을 만나는지... 인생이 좀 그렇죠... 

언덕에는 동네 개들이 올라와서 여행자들 사이를 뛰어 놉니다. 고양이도 그렇고 개도 그렇고 사람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아요. 

어느덧 해가 떠오르는데, 일출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다들 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풍선에 시선을 빼앗깁니다. 찬란한 태양도 여기서는 조연이라 서운하겠네요. 동해바다에서는 일출이 짱먹는데 말이죠.  

카파도키아 여행 상품에는 3가지가 있습니다. 풍선 비행, 그린 투어, 레드 투어. 3종 셋트를 하루에 하나씩 해봅니다. 오늘은 그린 투어가는 날입니다.

첫번째 행선지는 비둘기 계곡입니다. 카파도키아 사람들은 예로부터 비둘기를 많이 기르며 비둘기 똥을 다양한 용도로 썼대요. 농업용 비료로 사용하기도 하고요, 비둘기 알은 그림을 그릴 때 염료로 쓰기도 했다는군요. 



그린 투어의 핵심 관광 코스는 바로 지하도시입니다. 화산재가 굳어져 만들어진 부드러운 지반을 파내어 땅굴을 뚫었어요. 

지하 8층 깊이까지 뚫었는데요. 가장 처음 만들어진 동굴의 지하 1층 구역은 약 4000년 전에 만들어졌답니다. 1600년전까지 5000명이 한꺼번에 거주하던 지하도시인데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다가 60년전에 우연히 발견되었답니다. 공놀이하다가 누가 땅에 푹 발이 빠진 거죠. 그렇게 발견된 동굴이 알고보니 지하의 거대 도시였다는...



동굴을 파고 산 이유가 뭘까요? 첫째, 난방입니다. 겨울에는 영하 5도까지 내려가는데, 지하는 영상 15도를 항상 유지한답니다. 두번째는 침략자를 피하는 은신처였어요. 이슬람과 유럽 세력이 자주 충돌하던 지역이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기독교 박해를 피해 지하로 내려간 초기 기독교 신자들이 로마의 카타콤처럼 지하 도시를 만들었다는 군요.

위의 사진은 지하 7층에 있는 교회당인데요. 십자가 모양의 1500년 된 지하 교회입니다.


55미터 지하에 35미터 깊이의 우물을 파기도 했어요. 이곳엔 화장실이 없어 옛날엔 항아리를 사용했다는 군요. 우리가 어린 시절 요강을 썼듯이... 아, 요강을 한번도 안 써본 분들도 있겠군요. ^^ 어렸을 때 할아버지 요강 비우는 게 제일 하기 싫은 심부름이었는데 말이지요. ^^

이랄라 계곡의 수도원으로 향합니다. 3세기, 4세기 시절에 바위에 굴을 뚫어 만든 수도원입니다.

원래 가톨릭 수도원이었다가, 오토만 제국 시절에는 군사 시설로 쓰이는 요새가 됩니다. 셀축 시대가 되어서는 무역상들의 숙소로 이용되기도 했어요. 


낙타의 하루 이동거리가 40킬로래요. 40킬로마다 숙소가 만들어지는데, 그 이름이 카라반세리입니다. 실크로드 교역이 사라진 후, 최근까지는 노숙자들의 거처로 쓰이기도 했다는군요. 보통 새로운 점령자가 나타나면 불지르거나 무너뜨리는데, 바위산에 지어진 동굴인지라 수천년의 세월을 견뎠군요. 


바위를 무슨 진흙 다루듯 합니다. 


"여보, 주방에 수납공간이 더 필요해요." 
"알았어."

하고는 벽을 파서 자리를 만듭니다.

"아빠, 나 동생들 때문에 방이 좁아요."
"알았어."
하고는 벽을 파면 집이 더 커집니다. 

"아빠, 동생들 때문에 공부가 안 되요."

"알았어."

하고는 바닥을 뚫어 아래에 방을 하나 더 만들지요. 

아버지의 노동으로 대대손손 자손들의 삶이 편안합니다. 카파도키아의 동굴집은 수백년을 가니까요. 

바위 속에 지은 수도원의 교회당. 천정에 그을린 자욱은 100년 전, 이곳에 살던 노숙자들이 불을 피워서 생긴 거래요. 불과 백년 전에는 이곳이 훗날 터키의 귀중한 관광자원이 될 지 몰랐겠지요. 화산이 만든 독특한 지형지물을 보기 위해 전세계에서 날아올 줄은...

계곡에, 지하도시에, 바위를 뚫어 만든 수도원을 보는 그린 투어. 

오전 9시 반에 출발해서 저녁 6시까지 진행됩니다. 차로 커버하는 거리만 200킬로예요. 이동하는 와중에도 가이드가 카파도키아의 지형을 설명하고, 이 땅의 역사를 소개합니다.

가이드가 쓰는 영어는 어렵지 않습니다. 본인에게도 영어는 외국어니까요. 전세계에서 온 여행자들이 함께 즐기는 투어니까요. 투어비용은 점심과 호텔 픽업까지 포함해서 35유로입니다. 꽤 알찬 코스라 하루 즐겁게 보낼 수 있어요~ 다음엔 레드 투어를 소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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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꿈트리숲 2018.12.17 06: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터키하면 카파도키아 열기구와 케밥만 알았는데
    신기한 유적이 많군요.
    그나마 아이네이스를 읽으며 트로이 유적에 대한
    관심이 생겨 터키를 좀 더 알게됐다 뿐이지, 피디님
    소개 없었으면 모르고 지나칠 뻔 했네요.

    동굴집의 가장들은 모두다 전문가였겠어요.
    벽파기, 방만들기등 마음만 먹으면 뚝딱해내니까요.
    좁은 집 걱정, 식구 늘 걱정 그런 건 없었을 듯.
    멀리서 보면 사람 사는 거 삼시세끼 먹고 다 똑같다
    싶은데, 그 똑같은 것을 다 다르게 하고 사니까
    여행이 재밌고 즐거운 것 같아요.

    레드 투어도 기다려집니다.~~^^

  2. 섭섭이짱 2018.12.17 08: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카피도키아 투어는 풍선만 타는줄 알았는데 이런 투어도 있었군요.
    다음에 가면 그린투어도 신청해봐야겠네요.
    동굴집을 만든거보니 인간의 능력이란
    대단한거 같아요.

    투어 코스가 생각보다 길군요.
    차로 이동거리가 200km 라니...

    아. 맞다. 그러면 지난번 피디님 타신 열기구는
    레드밸리 위로 지나갔나요
    (사진들이 래드밸리를 찍은 사진인지?)

  3. 여행맘 2018.12.17 08: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다꿈스쿨에서 강의 들었던 여행맘입니다^^ 오늘도 터키여행 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카파도키아는 루트에 있었다가 4인 가족 이동경비와 투어 가격이 맞지않아 포기했었는데 열기구 투어 말고도 레드투어와 그린투어도 있군요^^ 3개를 다 하면 이동하는게 부담스럽지 않을 것 같아요^^ 오늘도 좋은 정보와 여행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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