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 공부를 위해 잘 쓰여진 드라마 기획안을 놓고 기획안 작성예를 살펴보면 좋겠으나, 드라마 기획안과 대본은 작가 고유의 저작권 재산이므로 함부로 공유할 수가 없다. 그래서, 허접한 기획안이나 내가 직접 쓴 독립 영화 기획안과 대본이 있어 올린다. 마음껏 비웃으시며 '이 정도면 나도 쓰겠다!'는 자세로 각자 셀프 영화 제작에 도전해 보시기 바란다. A4 2장 짜리 줄거리가 첨부되어 있어 스크롤의 압박이 있을 것이다. 양해하시고, 그럼~^^)

2011 여름 고래방 SF-캠프 영화 2탄

1. 제목 : "막장의 비밀"

2. 장르 : SF 코미디

3. 형식 : 10분. (단편 영화)

4. 순제작비 : 15만원 (펜션 장소 사용료 5만원 + 배우 식비 10만원)
       그외 배우 출연료, 스탭 제작비, 편집료, 연출료, 극본료 전액 무상 (^^)

5. 기획의도 : 흥행 보증 수표 작가와 흥행 부도 수표 감독이 만나 벌이는 신경전. 막장 드라마의 상업적 성공 뒤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6. 줄거리 :

  PD는 지난 몇 번 드라마를 말아먹고 회사에서 궁지에 몰려있다. 그런데 웬일로 잘나가는 양작가가 김PD와 작품을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양작가는 막장 드라마의 지존으로 악명은 높지만, 시청률 보증수표라는 게 업계 평이다. 욕먹을 게 뻔한 드라마지만 김PD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한다.

작가와 연출, 제작사 대표와 조연출과 마케팅 PD이 함께 강원도 펜션으로 기획회의를 가는데... 기획회의에서 나온 양작가의 새 드라마 기획안이 점입가경이다. 기존 모든 막장 드라마의 공식이 총출동한다. 우연히 자꾸 마주치는 남녀 주인공은 알고 보면 어린 시절 서로의 첫사랑이다. 그런데 사실은, 남자주인공의 아버지가 여자 주인공의 엄마와 과거의 연인이었고, 여자의 할아버지는 남자의 할아버지 집안을 몰락시킨 가문의 원수다. 그러다 여주인공이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고 죽어 가는데, 가난한 남자 주인공이 알고 보니 재벌 총수의 숨은 상속자이고, 결국 재벌2세가 되어, 여자친구를 살리자, 결혼 직전 남자 주인공의 엄마가 여주인공을 찾아와 이 결혼 반대한다고 한다. 이유는, 둘은 이복 남매니까. 막장 드라마의 총합이라 할 기가 막힌 대본에 김PD ‘허걱!’ 한다.

 

조연출더러 대본이 왜 이래?’ 하면 조연출은 모르셨어요? 이 작가 드라마는 욕하면서 보는 걸로 유명하잖아요.’ ‘근데 왜 이 대본이 나한테 온거야?’ ‘다른 PD들은 다 이 분이랑 일 안 하려고 해서요. 국장님이 제일 안 나가는 애한테 맡겨!’ 그래서 선배님한테 온 거 잖아요.’한다. PD, 허걱!’

 

발 빼고 싶은 마음에 제작사 대표더러, ‘제가 시청률이 매번 안 좋은 편인데, 이번 작품 맡기가 부담스러운데...’ 하고 떠 봤더니, ‘PD님이 스코어는 안 좋지만, 워낙 저렴하게 빨리 찍으신다면서요. 저희 회사는 다른 거 없구요, 괜히 예술한다고 촬영 일수 늘려서 제작사 부담 주는 연출은 싫습니다. 퀄리티 좀 떨어져도 싸게 찍는 연출이라고 소문나서 김PD님 찍은 겁니다.’ 라고 해서 김PD, 또 허걱! 한다.

 

작가가 자신을 까 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작가에게 대본을 보니 남자 주인공 캐릭터가 욕 먹을 배역이라 캐스팅이 어렵겠다, 고로 캐스팅 파워 좋은 다른 감독 찾으시라고 말한다. 그랬더니 작가 왈, ‘톱스타 조인선(^^)이랑 친하시다면서요? 이번 작품, SK본부에서도 다 콜 왔는데, M본부에서 조인선 캐스팅 해주신다는 얘기에 온 겁니다. 욕 먹는 캐릭터지만 조인선이 연기한다면 누가 욕하겠어요? 감독님이 조인선씨 잡아주실거죠?’ 라고 해서 더욱 허걱! 한다.

 

작가 앞에서 체면 상하는 건 싫어 조인선 매니저에게 전화를 한다. ‘어이, 박실장. 요즘 인선이 영화 끝나고 잘 쉬고 있지? 드라마 한 편 해야지. 데뷔시켜준 나한테 신세도 갚아 줄 겸 말이야. 어떤 드라마냐고? 양은영 작가님 알지? 그 분이 말이야...’ 하는 데 바로 전화 끊긴다.

 

조인선이 막장 드라마에 나올 리가 없지... 출연료 핑게대고 신인이나 써야겠다. 싶은 생각에 마케팅 PD를 찾아간다. ‘조인선이 출연료를 너무 세게 부르네. 편당 1억 달래요. 그냥 다른 배우로 가야겠죠?’ 했더니, 마케팅 PD , ‘, 조인선님 팬이에요. 그 분이 나오신다면 그 정도는 맞춰드려야죠. 제작 지원 다 받아뒀어요. 상조회사랑 대부업체 등등...’ 근데 협찬 회사들이 어째 좀 다들 이상한 회사뿐이다. 알고 보니 드라마 제작사는 조폭 소유. 대표가 건달이란다. 어째 그러고 보니 대표 인상이 심상찮다. 조연출이 귀뜸해준다. ‘저 대표, 자기 애인을 데뷔시키려고 회사 차린거래요. 발연기로 소문난 A양 아시죠? 이 드라마 여주인공이래요. 지난 작품때 연기못한다고 현장에서 욕한 감독이 다음날 퍽치기 사고로 입원했는데, 아직 의식을 못차렸다죠?’ PD, 또 사색이 된다.

 

결국 이 지옥 같은 작품에서 빠지는 방법은 작가와 싸우고 쫓겨나는 수 밖에 없다! PD 작정하고 작가와 한 판 뜬다. ‘작가님, 이번 대본, 너무 한 거 아닙니까? 상식으로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너무 우연이 남발하잖아요. 남자 주인공들은 과거 게이 커플이었고, 남녀 커플은 알고 보면 이복 남매이고, 부모끼리는 가문의 원수고... 이게 말이 됩니까? 인터넷 게시판에서 양작가님 별명이 뭔지 아세요? 외계인이에요, 외계인. 주인공 4명이 다 혈연으로 메이고, 집안끼리 3대가 다 악연으로 얽히는 사회, 전체 인구가 50명 밖에 안 되는 외계문명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라는 거죠. 지구인의 상식으로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대본이래요.’

 

PD 오버해서 들이대는 데, 작가, 갑자기 찔리는 표정을 짓는다... ‘그런가요? 역시 지구인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대본이었군요. 제 대본이...’ 일동 아연실색한다. ‘뭐야, 그럼 진짜로 이 작가가.....?’ 그때 양작가, 입을 연다. ‘그런데요... 전체 인구가 50명 밖에 안되는 사회가 왜 꼭 외계문명일거라 생각해요?’ ‘?’ ‘지구의 미래일거라는 생각은 안되나요?’ PD 또 허걱... 그럼 이 작가, 외계인이 아니라 시간여행자였던 거야?

 

PD, 놀라서 작가에게 묻는다. ‘그럼 혹시 양작가님은...?’ 양작가 조용히 대답한다. ‘제 드라마가 왜 매번 30% 넘긴지 아세요? 500년 전 과거 한국에서 30% 넘은 드라마 성공 공식을 제가 미래에서 가져 왔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김PD, 제가 왜 매번 조기종영 당하는 PD님과 작업하고 싶은 지 모르시겠어요? PD, 지난 번 작품, 조선에서 왔소이다. 그 작품, PD님 사후에 걸작으로 재평가되요. 그리고, PD님은 이번 작품으로 막장 드라마를 예술의 경지로 올린 거장이라고 칭송받게 됩니다. 이번 드라마 역시 30%를 넘길 거구요.’

 

PD,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린듯, 작가에게 묻는다. ‘근데요... 진짜 미래에서 오셨다면,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이번 드라마 남자 주연은 누구인가요?’ 양작가, 씨익 웃는다...

 

펜션 외딴 일각, PD, 전화기에 대고 외친다. ‘인선아! 난데, 그래. 너도 이제 시청률 30%짜리 드라마 한 편 해야지!’


에필로그
, 제작사 대표, 양작가와 속닥속닥. ‘탁월하십니다. 막장 드라마라고 아무도 연출 안 한다고 난리치는데, 이번 연출은 잘 설득하셨네요.’ 양작가, 야릇한 미소 지으며, '제가 덕후들 보는 눈이 좀있잖아요.'

                                                             -끝-




(2011 여름 고래방 SF-캠프 영화 제작단)

다음번에는 대본 수정 회의를 거쳐 완성된 대본을 올립니다~^^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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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해 2011.09.26 22: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ㅎ... 감독님이 신나게 자랑하던 막장의 비밀....

    이러다,, 우리도 막장 대열에 합류~ 고고싱~

  2. 윤PD 2011.10.25 18: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스토리 라인 허를 찌르네요. 제가 자주쓰는 작문스타일이 위같이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 내리락하는 스타일인데 쉽지 않은 길이네요. 한시간 안에 주인공을 잡고 스토리를 짜고 하는 것이 ,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즐거움도 있지만, 창작의 고통 역시 크더군요. 어쩔때는 쩔쩔 매다가 완성을 못하곤 하는데...작문시험당일에 이런 스토리가 떠오르면 그냥 슈퍼패스 될 것 같네요ㅎㅎ ... 좋은 영감얻고 갑니다~

    • 김민식pd 2011.10.25 22: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윤피디님, 아이디어는 평소에 많이 챙겨두세요. 당일날 쑥 떠오르는 아이디어, 정리가 잘 안되요. 평소 킬러콘텐츠 몇개 준비해두었다가, 작문 주제 나오면, 끼워맞추기만 잘하면 되요~^^ 얼마나 많은 작문 아이템을 갖고 있느냐가 관건! 저 역시 도전이에요. 매일 하나씩 블로그 포스팅, 과연 언제 이야기감이 떨어질까? 중요한건 도전 정신이죠~^^

  3. 박상성 2013.08.13 10: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연히 들어와 읽게 됐는데 재밌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