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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날라리 영화 감상문

'Tuck Me In' 누구의 공포인가?

by 김민식pd 2014. 10. 29.

간만에 공짜 피디 스쿨 시간입니다. 먼저 단편 영화 한 편 감상하시죠.

(겨우 1분입니다. 부담없이 잠깐...)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으므로 반드시 동영상을 먼저 보신 후, 읽는 편이 좋습니다.

유튜브 설정(하단 톱니바퀴)을 누르면 자막 기능이 뜨고, 이때 영문 자막을 선택하고 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영화를 먼저 보셨다면 이제 글을 읽어도 좋습니다.)

 

 

아버지가 아이의 침실에 들어갑니다. '알렉스 이제 잘 시간이야.'

아이가 아빠에게 말해요. '이불 폭 덮어줘야죠.'

'물론이지.' 이불로 쏙 아이를 감싸줍니다. 문을 닫고 나가려는데, 아이의 말.

'침대 밑에 무서운 거 있나 봐줘야죠.'

'물론이지.' 아빠가 침대 밑을 들여다봅니다. 거기에 또 알렉스가 있어요. 아이의 말.

'아빠, 내 침대에 누가 있어요.'

..........?!

 

어때요? 완전 무섭지 않나요? 전 처음 이 영상을 보면서 목 뒤에 소름이 쫙!

무서운 장면 하나 없이, 완전 무서운 공포 영화, 그것도 러닝 타임 1분 만에...

아, 죽여요, 완전.

 

저는 90년대 스티븐 킹 작품의 광팬입니다. 당시 그는 일상적이고 친근한 소재에서 궁극의 공포를 끌어내는데 탁월한 작가였죠. 아버지의 가정폭력 (샤이닝) 광견병에 걸린 개 (쿠조) 왕따를 당하는 소녀 (캐리) 등등. 우리 바로 곁에 있는 존재가 알고보니 가장 무서운 존재라는 거...

 

'턱 미 인' (네, 탁월한 유럽 영화 '렛 미 인'과 묘하게 겹쳐요. 코 미인도, 눈 미인도 아닌 턱 미인... 앗, 죄송!)

네, 이 영화 역시 일상을 공포로 둔갑시킵니다. 서양에서는 아이를 어린 나이부터 혼자 재우죠. 아이를 재울 때, 아빠가 해주는 게 2가지입니다. 이불로 폭 덮어주고, 침대 밑을 들여다보고는 '무서운 거 없으니 잘 자.'라고 말해주죠. 그런데, 영화에서는... 침대 밑에 아들이 하나 더 있는거죠...

 

자, 영화를 보면서 당신은 누구의 공포에 감정이입을 했나요?

저는 아빠의 입장에서 너무 무서워 몸서리를 쳤습니다. 이건 모든 아버지의 근원적 공포입니다. '이 아이가 진짜 내 아이가 맞을까?' 하는...

이걸 본 여자 작가님들은 다 아이의 입장에 감정이입했답니다.

세상에 그 아이는 얼마나 무서울까?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무언가가 침대 밑에, 혹은 내 침대에 있다니... 하고 말이죠.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올까요? 성적인 면에서 남녀의 기능은 다릅니다. 남자는 씨를 뿌리고, 여자는 자신의 뱃속에서 아이를 직접 키워냅니다. 아이와 아빠의 유전적 친밀도는 50%이거나 0%인데 비해 엄마와는 무조건 50%의 친밀도를 보이죠. 병원에서 바뀌지 않는 한... 이때 아기가 바뀌는 것은 남녀 모두의 공포입니다. 이 공포에 집착한 것이 한국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출생의 비밀입니다. 누군가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 아이를 바꿔치기하는...

 

남자의 근원적인 공포는, '이 아이가 정말 내 아이가 맞을까?' 이고, 

여자의 근원적 공포는 '누가 내 아이를 해치지 않을까?' 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영화를 보며 누구의 입장에 공감하느냐가 갈립니다.

 

정말 탁월한 영화죠? 1분 짜리 단편을 보고, 많은 걸 느끼게 해주니까요.

 

제가 하는 연출 공부는 이렇게 다양한 입장에서 각각 감정이입해보고 공감하는 것을 연습하는 일입니다. 대본에 나오는 허구의 인물에 감정이입하고 (드라마) 시청자의 입장에서 공감 가능한 자막을 쓰고 (예능) 보편적 정서에 충실한 장면을 나열하는 것 (교양)이 곧 연출이니까요. 다른 이의 감정을 배려하지 못하는 영상은 웬지 불편함을 줍니다. 좋은 예능이나 드라마는 보면서 별 생각없이 쭉 따라가게 됩니다. 뭔가 억지스러워 불편함을 느끼면 재미가 반감되고 결국 채널을 돌리게 되죠. 결국 연출가란 타인의 감정을 배우고 흉내내는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데이빗 핀처의 '날 찾아줘' 역시 탁월한 작품입니다. 결혼에 대한 우화죠. 약간 무서운... ^^

역시나 남녀의 근원적 공포를 다루고 그 차이에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아내가 사라졌다!'는 남자의 공포, '남편이 나를 죽일 지 몰라.'는 여자의 공포.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지는, 꼭 극장에서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의 공짜 피디 스쿨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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