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아카데미에서 3개월 동안 교육을 받으며 만난 많은 강사 중에 내가 유난히 좋아하는 선생님이 한 분 계시는데, 그 분의 직업은 정신과 의사이시다. 오랜 파업과 징계 끝에 지치고 피폐해져가는 내게 그 분의 수업은 마치 심리 치료 상담같다. 내 영혼의 주치의이신 하지현 선생님이 이번에 책을 한 권 내셨는데, 그 책에 따르면 대한민국 시청자들을 위한 주치의는 예능 프로그램이란다.
'예능력 - 예능에서 발견한 오늘을 즐기는 마음의 힘'
'예능을 알고 이해하고 즐기면 무엇보다 잘 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우리가 이 빡빡한 삶에서 잊어버려 가던 놀이의 힘, 잉여와 재충전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다. 그리고 이성이 아닌 감성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삶의 태도에서 핵심 키워드가 되어야 할, '의미와 가치', '낙관의 힘', '독창적이고 특별한 나'에 대해, 예능이 반복적으로 알려 준다는 것이다.'
'나를 끝까지 사랑하려면 허세라도 부려라.'
'콤플렉스를 개성과 강점으로 만들라.'
'나만의 캐릭터로 누구나 기억하는 사람이 되라.'
'세상에 리액션 없이 돋보이는 이는 없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던 분이 어느날 문득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마음의 힘을 발견하셨다. 예능 프로그램을 길티 플레저로 즐기는 사람에게 이 책은 복음이 될 것이다. 예전에 친구들끼리 농담을 하다 누가 분위기를 못 맞추거나 썰렁한 조크를 하면 '너 가서 약 먹을 시간 된거 같다.' 라고 말했다. 아마 요즘은 농담을 해도 못 알아들으면, '너 가서 개콘 좀 보고 와야 될 거 같다.' 라고 말하지 않을까? 예능이 대세가 되면서 예능을 이해하지 못하면 대화에 끼기도 힘든 시대가 되었으니 말이다.
10년 전, 여의도 MBC 3층 예능국 복도에는 이런 현판이 붙어있었다. '시청자의 즐거움에 이바지하는 것이 곧 공익이다.' 산업화 시대, 앞만보고 달리느라 바쁜 이들에게 가장 간편하고 저렴한 오락 도구가 TV 시청이었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사회적 평가를 받지 못했다. 밤을 새어 일을 하고도 걸핏하면 저질 오락 프로그램이라고 손가락질 받곤 했다. 그렇기에 예능 피디들끼리는 저런 글로 서로를 위로하며 살았다. '고단한 하루를 버티게 하는 마음의 힘은 예능에서 나온다.' 이 책 덕분에 많은 예능 프로그램 연출자들이 마음의 위안을 얻을 것 같다.
예능 PD를 지망하는 미래의 연출가들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어 공짜 PD 스쿨에서 소개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복무함으로써 세상의 공익에 이바지한다.' 이보다 더 좋은 동기 부여가 어디 있으랴. 하지현 선생님이 서문 끝에 남긴 문구로 오늘의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May the force of variety be wit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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