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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날라리 영화 감상문

당신의 피아노를 사랑하십니까?

by 김민식pd 2013. 3. 18.

얼마전 제주 올레길을 다녀왔다. 혼자서 올레 여행을 가면, 나는 게스트하우스의 도미토리에서 묵는다. 낮에는 걷고, 밤에는 책을 읽거나 갤럭시 노트로 영화를 본다.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이런 저런 사색에 젖는다.

 

그러다 본 영화가 일본 애니메이션, '피아노의 숲'이다.

두 명의 피아니스트 지망생 아이들이 나온다. 하나는 어려서부터 음악가 집안에서 자라 연주가의 길만을 생각하며 매일 연습에 열중하는 슈헤이, 또 하나는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아 숲 속에 버려진 피아노를 가지고 놀다 음악에 눈뜨는 카이. 영화는 두 천재 소년들이 음악을 통해 우정을 쌓고 나중에 서로 경쟁하게 되는 이야기다. 

 

영화 속 대사 하나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연습 벌레 슈헤이가 피아노의 대가를 찾아가 묻는다.

"어떻게 하면 저도 카이처럼 피아노를 칠 수 있을까요?" 

그때 선생님의 말씀.

"너 자신의 피아노를 더 좋아하는게 좋겠다. 그럼 알게 될 거다. 다른 사람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는 걸."

 

(왼쪽이 피아노가 즐거워 피아노를 친다고 말하는 카이,

오른쪽이 연습은 결코 즐거울 수 없고 그렇기에 노력과 헌신의 결과로 피아니스트가 만들어진다고 믿는 슈헤이.)

 

내 블로그나 책을 보고 아내가 가끔 핀잔을 준다.

"당신은 심리적 노출증 환자같아. 항상 자기 이야기를 해야 직성이 풀리지."

굳이 변명을 하자면, 이것이 내가 나의 삶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어렸을 때 자살을 꿈꾼 적이 있다. 그때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부부교사였던 부모님이 항상 나를 학교 제자들이랑 비교하는 일이었다. 수백명의 아이들 중 최고인 반장이나 전교 일등이랑 비교하면 나는 너무나 못난 아들이었다. 맞기도 참 많이 맞았는데, 그때 늘 했던 고민이 '왜 부모님은 나를 더 사랑해주지 않을까?' 였다. 그러다 어느날 깨달았다.

'남이 나를 사랑해주기를 바라기 전에, 왜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나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즐겁게 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내 자신의 삶이 너무나 소중해 술 담배 커피도 안 하고, 좋아하는 독서나 여행만 즐기며 산다. 하기 싫은 일은 죽어도 안하고, 하고 싶은 일이라면 아무리 말려도 저지르고 본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이유도 없고, 남과 자신을 비교할 이유도 없다.

  

"너 자신의 피아노를 더 좋아하는게 좋겠다. 그럼 알게 될 거다. 다른 사람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는 걸."

이 대사는 여러모로 바꿀 수 있다.

  

"너 자신의 인생을 더 좋아하는게 좋겠다. 그럼 알게 될 거다. 다른 사람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이렇게 다짐하기도 한다.

 

"너 자신의 아이를 더 좋아하는게 좋겠다. 그럼 알게 될 거다. 다른 사람의 아이와 비교할 필요가 없다는 걸."

 

우리의 불행은 비교에서 시작된다. 그렇다면 비교를 멈추면 행복은 절로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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