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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제주 올레길 예찬 2.

by 김민식pd 2013. 3. 5.

지난 연휴 동안 제주 올레길을 걷고 왔다.

내게 여행은 무엇인가? 

최악의 순간이 왔을 때,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다. 

 

가끔 강연에 가서 전공을 버리고 영어 공부한 이야기, 회사를 그만 두고 대학원에 간 이야기, 나이 마흔에 직업을 바꾼 이야기를 하면 누가 묻는다. "어떻게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나요?"

 

용기가 있었다기 보다 최악을 각오하기가 쉬웠던 덕이다. 대학 4학년 여름방학 때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다. 취업도 전혀 안된 상황에서, 겁도 없이. '취직이 안되면, 배낭 여행이나 다녀야지.' 그런 철없는 생각이었다. 회사를 다니다 사표를 냈을 때도, '통역대학원 시험에 떨어지면, 배낭 여행이나 가야지.' 그런 자세였다. 

 

원래 올해 나의 목표는 새로운 드라마를 연출하는 것이었는데, 교육 발령이 나면서 당분간 현업 복귀가 어렵게 되었다. 경력 개발에 있어 개인적으로는 위기이나, 역으로 생각하면 자기개발에 있어 이렇게 좋은 시절이 없다. 드라마 피디로 살면서 연휴를 즐겨본 기억이 없는데, 이게 웬 떡이냐!

 

Hope for the best, expect the worst. 

최선을 희망하고 최악을 각오하는 자세로 살면, 용기를 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난 힘든 시기가 닥쳐오면 항상 여행을 떠난다. 여행은 일상에서 찾기 힘든 희망을 발견하는 새로운 계기가 된다. 우리에게 올레가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굳이 해외여행이 아니라도, 2박3일 연휴를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순례여행을 즐길 수 있으니까. 제주도의 수려한 자연경관은 덤이다. 

 

1코스 성산 일출봉 가는 길

 

재작년 10월에는 7코스에서 10코스까지 걸었는데, 이번에는 1코스에서 6코스까지 걸었다. 서귀포 시에 면해 있어 관광지가 연이어 나오는 7코스 구간에 비해 3,4코스는 중산간을 걷는 길이라 몇시간을 걸어도 인적도 드물고 가게도 하나 나오지 않아 좀 당황스러웠다. 특히 통오름과 독자봉을 오르느라 진을 뺀 3코스의 경우, 김영갑 갤러리에서 숙소로 돌아왔는데, 그 이후 바다 목장 올레와 신천 마을 올레가 절경이라는 얘기를 듣고 못내 아쉬웠다. 3,4코스를 걷는다면 김밥이나 영양바 쯤은 준비를 해두는게 나을 수도 있겠다.

 

1코스부터 10코스까지 완주하고 느끼는 점은 여전히 7코스, 10코스가 최고라는 거다. 올레길 초행이라면 역시 서귀포를 기점으로 걸어보시길 권해드린다. 

 

이번에 발견한 숙소는 '와하하 게스트하우스'

15000원짜리 도미토리에서 잤는데, 바다를 마주한 마당에 순한 개 한 마리와 해먹이 반겨줘서 좋았다. 날씨가 풀리면 여기서 며칠 묵으며 낮에는 책이나 읽고 주인장 낚시 갈때 구경가도 좋을 듯. 여행 깨나 다니는 주인장이 만든 공간이라 그런지 인도나 유럽의 배낭족 숙소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단, 주위에 가게나 식당이 없는 한적한 해변이라 마트에서 먹을 걸 사들고 가서 직접 요리해야 한다. 전화만 하면 바로 달려나와 픽업해주는 주인장이 있으니, 며칠 짱박혀 놀 때는 최고일듯.

 

올레길 7-10코스 정보는 이전 글을 참고해주시길~

2011/10/05 - [짠돌이 여행일지] - 제주 올레길 예찬

 

 

올레길 4코스인가, 해변을 걷다 만난 글귀.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은

한 번도 쓰러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쓰러질 때마다 일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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