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소개한 다니엘 핑크의 '드라이브'라는 책의 첫 머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1995년에 경제학자 한 명을 앞에 두고 퀴즈를 냅니다. "여기 두 개의 백과사전이 있습니다. 하나는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만드는 것입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전세계에서 모아 백과사전을 편찬하게 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금전적 보상과 함께 명예를 안겨줍니다. 또 하나의 백과사전은 기업에서 만든 게 아니에요. 수만명의 일반인들이 재미삼아 만든 거죠. 자격 요건이나 전문가 검증도 없어요. 무엇보다 이들에게는 보상이 없어요. 돈 한 푼 안 받고 일주일에 열 시간, 스무 시간을 투자해서 글을 쓰죠. 자, 두 개의 백과사전 중 15년 뒤에 무엇이 성공할까요?" 온전한 정신을 가진 경제학자라면 누구나 전자를 선택할 겁니다. 돈 한 푼 안받고 하는 일에 어떠한 동기 유발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알죠. 마이크로소프트의 야심작 엔카르타는 망해서 2009년에 공식 사업을 접었고, 위키피디아는 지금 현재 가장 성공적인 온라인 백과사전이라는 걸.'

 

동기유발 하면 우리는 당근과 채찍을 떠올린다. 당근과 채찍은 말을 움직이기 위한 수단이지, 사람을 움직이는 수단이 아니다. 경제적 보상은 20세기 산업 혁명 시기에 단순 노동을 하는 이들을 움직이기 위해 만든 장치다. 21세기 창의산업에서 당근과 채찍으로 인재들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경영자로서 자격미달이다. 이제는 상명하달으로는 절대 좋은 결과를 끌어낼 수 없다. 그렇다면 창작자의 능률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까? 다니엘 핑크는 책에서 3가지 조건을 든다.

 

1. 자율성 (Autonomy) 2. 전문성 (Mastery) 3. 목적성 (Purpose)

 

 

 

더 즐거운 일을 찾기 위해서는 그 일이 3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는가 살펴보아야한다.

1. 자율성, 이건 이해하기 참 쉽다. 누구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더 뛰어난 능률을 발휘할 수 있다. 어떤 일이든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부분이 많아야 더 즐거운 법이다. 내가 하고자하는 일이 매뉴얼이나 상사의 명령대로만 해야하는 직업이라면 다시 한번 고려해보시라. 전혀 재미없는 일일 가능성이 크다.

2. 전문성, 작업의 숙련도가 높아야한다. 능숙하게 해내기 어려운 일이어야 한다. 수학 시험 80점을 목표로 공부하는 아이는 성적이 오르면 흥미는 떨어지지만, 수학만큼은 제일 잘하고싶다는 아이는 쉽게 지치지 않는다. 단기 목표보다는 도달하기 어려운 장기 목표를 향해 노력할 수 있어야 한다. 

3. 목적성,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무언가에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이라는 생각으로는 창의적 동기 유발을 끌어낼 수 없다. 내가 하는 이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세상을 바꾸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고 믿어야 매진할 수 있다. 

 

돌이켜보니 내게 영어 공부가 그랬다. 학교 전공이 싫어 영어를 선택했다. 혼자 독학을 했으니 자율성이 주어졌고, 쉽게 마스터할 수 없는 과목이라 전문성을 얻게 되었고, 영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겠다는 나름의 목적이 있었다. 영어공부를 통해 몰입의 즐거움을 느낀 이유는 자발적 동기 유발 덕분이다.

 

나이 마흔 다섯에 블로거가 된 과정도 비슷하다. 회사에서 월급을 받고 드라마를 연출하다보니 현장에서 스트레스가 많았다. 작가 배우 스태프 등, 드라마 하나를 만들기 위해 수십명의 전문가들과 일을 해야 하다보니 내 욕심대로만 움직이기는 쉽지 않았다. '나 혼자 만들고 내맘대로 만들 수 있는 건 없을까?' 그런 고민에 시작한 취미 활동이 블로그다. 무조건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만 쓴다. 1번, 자율성 충족. 글쓰기란 것이 쉽게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아무리 많이 쓰고 아무리 연습해도 늘 부족하다. 쉽게 마스터할 수 없는 일이라 전문성이 필요하다. 2번, 전문성 충족. 하루에 한 시간, 내 삶의 일부분을 내어 쓴 글이 20대의 나처럼 진로를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3번 목적성 충족.

 

중년의 덕후가 매일 새벽 6시만 되면 자동적으로 눈이 떠지는 이유, 다니엘 핑크의 '드라이브'를 읽고 깨달았다. 블로그 포스팅이 동기유발의 3조건을 충족시키는 일이었구나!  

 

15년 전, 엔카르타의 실패와 위키피디아의 성공을 예측한 경제학자는 없었을 것이다. 결국 어떤 분야가 잘 되고 어떤 산업이 성공할 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지금 우리가 내릴 수 있는 선택의 기준은 하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21세기형 창의적 인재는 돈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재미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다.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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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에듀파워 2013.02.13 08: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외적보상에 철저히 길들여져 자기 마음속 소리를 듣지 못하는 가여운 아이들이 너무나 많아요.. 하긴 아이들만 그럴까요... 어른들도 그러내요 ㅋ

  2. 에듀파워 2013.02.13 08: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외적보상에 철저히 길들여져 자기 마음속 소리에 귀기울이지 못하는 가여운 아이들이 너무 많아요.. 드라이브 읽고 내적동기를 가지고 움직임으로서 얻는 기쁨과 충만함을 아이들이 그리고 내가 느껴볼 수 있도록 아자!

  3. 나비오 2013.02.13 10: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을 하는데 동기유발에만 집중했었는데 자율성이 중요한 요소였군요 ^^

  4. 꿈꾸는 희망멘토 2013.02.13 10: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 pd님의 공짜로 즐기는 세상 열렬 구독자인 꿈꾸는 희망멘토입니다.
    오늘 글을 읽고나서 제 자신을 생각해보았는데요.
    제가 블로그 포스팅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도
    바로 자율성, 전문성, 목적성에 해당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좋은 글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__)!

    www.dreamerjob.com

  5. 암바사 2013.02.13 11: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는군요.. 책을 한번 찾아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6. 김요한 2013.02.13 12: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위키피디아 보다는 엔하위키가 더...ㅋㅋㅋ

  7. 삼쾌 2013.02.13 13: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읽었습니다.
    저도 인생연장전을 위해 새로운것을 하고있는데 이글을 읽고 3가지 조건 중
    목적성이 결여됐는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저 노후대비 경제적인것만 추구했는데 주위를 둘러불 수 있는 여유를 찾게 되었습니다.

    • 김민식pd 2013.02.14 07: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그렇죠. 등산할 때 앞사람 꽁무니에 바짝 쫓아가다보면 노스페이스 등짝 밖에 안 보이지만 가끔 줄에서 벗어나 뒤돌아보면 훨씬 더 멋진 풍경이 눈에 들어온답니다. 가끔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가 필요하죠.

  8.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02.13 22: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아침에 저절로 꺠요...
    이 미디어를 하면서 생활 패턴이 바뀜.....

  9. 함께가자 2013.02.14 05: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맞는 말이죠 하지만 요즘 많은 20대에게는 다른 상황으로 다가올듯해요 절박감이 우선이겠지요 그래서 사회적 안전망이 더 필요해요~~
    재미를 위해 일하는 청년들이 계속 늘어나기를......

  10. 켐코지기 2013.02.19 15: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가장 중요한 건 '자율성'인 것 같습니다. 다른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하고싶어서 하는 게 가장 즐겁고 좋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