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꿈의 직장을 소개합니다.

여기 증권회사가 하나 있습니다. 1998년 IMF 이후 많은 증권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문을 닫게 됩니다. 해외 자본에 팔렸다가 다시 어려움을 겪고 상장폐지까지 몰립니다. 보통 이렇게 여러번 이름을 바꾸고 경영이 악화되면 직원들은 다 회사를 떠날 것입니다. 하지만 이 회사 직원들은 달랐습니다. 그들은 외국계 자본으로 넘어간 회사의 지분을 우리사주 형식으로 확보하고 힘을 합해 회사를 살려낼 사장을 찾습니다. 그러다 노동 운동가 출신 기업 인수 합병 전문가를 찾아 CEO로 모셔옵니다. 새로온 사장은 노조와의 상생 정신을 살려 기업을 살리겠다며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사주신탁제도(ESOP)로 노조가 10% 가량의 지분을 가지게 됩니다. 향후에도 직원 우리 사주 지분을 50%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노사가 상생경영을 하는 거죠. 노사가 공통된 가치관을 가지고 힘을 합쳐 경영한다면 얼마든지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노조가 지분 인수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노조가 뽑은 등기이사와 사외이사를 통해 실질적인 경영참여도 가능하게 합니다. 그만큼 회사에 대한 열정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죠.  이제 외국인 대주주는 떠나고 노조는 실질적인 경영참여가 가능한 구조가 된 만큼 스스로 자생력을 키우는 데 역점을 둘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껍데기만 남은 회사를 직원들이 인수하고 노동운동가 출신 사장과 함께 회사를 되살려냅니다. 정말 멋진 이야기 아닙니까? 회사가 망하면 다들 실직의 공포에 시달리는데, 여기 직원들은 회사가 망하면, 본인들이 그 회사를 인수해서 살려냅니다. 이런 곳이야말로 꿈의 직장 아니겠습니까?

 

그 꿈의 직장을 위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노조가 영입해온 사장입니다. 자본금 10억원으로 시작한 자신의 사업이 이제 300배가 넘는 규모로 급성장하게 되자 그는 노동운동가라는 전력은 벗어버리고 성공한 사업가로 행세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올해 초 정리해고를 가능케하는 조건으로 단협을 변경하려 하고 조합의 반대로 여의치않자 노조 파괴 전문회사 창조컨설팅과 손잡고 조합 탄압에 들어갑니다. 꿈의 직장이 깨어진걸까요?

 

골든브릿지 노조 조합원들은 이런 사장의 횡포에 굴하지 않고 파업으로 맞싸웁니다. 그리고 그들의 싸움은 이제 MBC 파업 170일의 기록을 깨고 오늘 200일째를 맞이합니다. 백명의 조합원이 대오를 깨뜨리지않고 200일을 싸우고 있습니다. 언론의 무관심 속에서도 그들은 자신들의 직장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싸웁니다.

 

그분들의 싸움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망해가는 증권사를 노동조합이 인수하여 직원들의 노력으로 회생을 시킨 사례는 한강의 기적에 버금가는 21세기의 기적이 되었어야 합니다. 이상준 사장의 배신만 아니었다면 누구나 부러워할 꿈의 직장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도 골든브릿지 증권은 꿈의 직장이라 생각합니다. 왜냐고요?

 

정리해고를 사측이 요구할 때, 다른 회사에서라면 다들 그냥 체념하고 받아들입니다. '그래, 성과가 안 좋은 몇몇 직원들이 잘리기는 하겠지만, 적어도 나는 안전할거야.' 그러면서 사내 경쟁이 치열해지고 직장 분위기는 흉흉해지겠죠. 하지만 골든브릿지 조합원들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조합을 중심으로 단결했고, 구조조정안을 거부하고, 단협 변경에 맞섰습니다. 그리고 200일이 넘도록 서로 어깨걸고 싸우고 있습니다. 

 

전, 이런 곳이야 말로 꿈의 직장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중 한 사람을 내어주느니 모두 함께 싸우겠다고 말하는 사람들...

이런 직장 동료가 내 곁에 있다면, 그 어떤 난관도 꿋꿋이 싸워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 이런 회사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을 것입니다.

 

파업 200일의 기록, 야만의 시대에는 절대 부끄러운 기록이 아닙니다. 

싸워야 할 때, 싸울 수 있는 것도 행복입니다. 꿈의 직장을 지키기 위한 골든브릿지 증권 조합원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MBC라는 이름이 날로 부끄러워지는 요즘이지만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습니다.

김재철은 한 명이지만, 그에 맞서 싸우는 조합원은 천 명입니다.

MBC, 반드시 꿈의 직장으로 돌려놓겠습니다. 그리고 행복한 기자와 피디가 되어 시청자 여러분의 행복한 삶에 이바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절대 저희를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이 글의 자료를 찾기 위해 참고한 뉴스들입니다.  

껍데기만 남은 브릿지증권, 직원들이 인수하기로.

http://www.leejeonghwan.com/media/archives/000458.html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이상준회장, 노동운동가 탈 쓰고 노조탄압

http://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241257

저는 위의 두 기사를 읽으며 분통이 터졌습니다. 어쩌면 사람이 이렇게 파렴치할 수 있을까요? 이번 정권들어 모습을 바꾸는 이들은 변절하는 걸까요, 본색을 드러내는 걸까요? 정말 부끄러움을 모르는게 시대정신일까요?

 

저는 오늘 골든브릿지 파업 200일 문화제에 달려갑니다.

강정이나 한진은 못가도,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의로운 이들이 모이는데 그들을 외롭게 둘 수야 없지 않습니까. 뜻이 있으신 분들은 오늘 서대문 골든브릿지 증권 본사 앞으로 오셔서 이들을 함께 응원해주세요.

 

덕불고 필유린! 덕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다.

오늘은 다같이 공자님 말씀을 함께 실천해봅시다.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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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페르시안우기 2012.11.08 06: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민식 선배님, 저는 지금 한라산 등반을 위해 성판악으로 가는 제주 버스 안에서 선배님 오늘 포스트를 읽었습니다. 한 명의 직업인으로서 자아와 정체성을 지키면서 살기가 쉬운게 아니구나,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즈음입니다. 부랴부랴 휴가를 내고 무작정 제주도에 왔습니다. 오늘 골든브릿지 연대 현장에는 못 가지만 마음속으로라도 응원하겠습니다. 그리고 선배님을 위한 마음도 한라산 정상에서 떠올리겠습니다. 늘

  2. 페르시안우기 2012.11.08 06: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파이팅입니다.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