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내가 MBC 노동조합에서 집행부 일을 맡게 되었다고 하니, 어느 동료 드라마 피디가 그랬다.

"형, 왜 드라마 피디가 노동조합 일을 하는거야? 우린 노동자가 아니잖아."

"노동자가 아님, 그럼 우리가 고용주냐?"

"감독이잖아. 우린 예술가지."

 

드라마 피디는 예술가일까, 노동자일까?

 

한때 '조선에서 왔소이다'란 시트콤을 만들었다가 쫄딱 망한 적이 있다. 그때 위에서 시청률 저조, 광고판매 부진, 제작비 초과를 이유로 조기종영을 요구했을 때, 결사반대하고 부딪혔다. 작품으로서의 완결성을 보장하기 위해 약속한 방송분은 다 내보내야 한다고 우겼다. 그랬더니 그러더라.

"민식아, 예술할거면 집에가서 네 돈 가지고 해라."

그때 깨달았다. 자신의 돈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은 예술가고, 회사의 자본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은 노동자다.

 

배고픈 예술가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예!"하고 사표를 과감하게 던져야 맞겠지만, 나는 예술가라기 보다 노동자라 생각했기에 꾹 참았다. '뭐, 다음에 더 잘 만들면 되지 뭐.' 하지만 그때 아쉬웠던 점은 있었다. 분명 내가 보기에 당시의 조기종영 결정은 회사의 부당한 조치였는데 아무도 항의하는 사람이 없었다. 피디들은 다 예술가인양 살며 대중의 반응이 싸늘할 때는 스스로 고독한 창조자의 괴로움을 곱씹으며 혼자 아픈 속을 달래야 했다. 예술가라면 그렇게 살아야겠지만, 노동자라면 입장이 다르다. 회사의 결정이 부당하면 노동조합에 달려가서 호소해야지!

 

작년 한 해, MBC 직원들은 피디 수첩 피디들의 수난사와 기자들의 탄압 사례를 지켜보았다. 그들이 혼자 외로운 싸움을 하도록 내버려 둘 것인가? 아니면 노동자끼리 연대하고 함께 싸울 것인가?

 

사람들은 예술가라 하면 자랑스러워하고 노동자라 하면 웬지 부끄러워하는 것 같다. 예술가는 창조의 번민 속에 외로운 삶을 살고, 노동자는 연대와 조합의 힘으로 버틴다. 나는 고독한 예술가가 되기보다 세상을 바꾸는 노동자가 되고 싶다.

 

 

 

우리는 다 노동자의 자식으로 태어나 노동자로 살아가는데 왜 정작 노동자의 삶은 부끄러워하는 걸까?  '세상을 바꾸는 시간'에 나온 하종강 선생님의 강연을 들으며 느꼈다. 우린 평생 십수년의 교육을 받아도 노동자 교육은 단 한번도 받지 못하고 산다. 정작 수십년은 노동자로 살아야하는데 노동자의 권리가 무엇인지, 노동자가 행복한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고민없이 산다... 단15분의 특강으로 노동자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바꿔놓을 하종강 선생님의 명강, 오늘의 공짜로 즐기는 특강입니다!!! 

 

'노동, 우리가 알아야 할 것'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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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비오 2012.11.06 11: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죠 자기 돈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는 사람들이 노동자가 아니죠 ㅋ

  2. 에듀파워 2012.11.06 15: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가 무슨 힘이 있어 장감(교장,교감)이 하라면 해야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교사는 노동자라고 하면 "아니야 교사는 성직이지!"라고 말하는... 알 수 없는 정신세계를 가진 교육노동자들이 떠오르네요 왜 우리는 정신분열 상태로 살아가는건지 하종강쌤이 알려주셔서 고마웠던 강연이에요~~ 문어와 영적교감을 위해 과감히 삭발하신 모습 보았습니다 삭발식은 늘 비장함과 울분으로 가득한데 글을 읽다 삭발사진보고 킥킥대고 말았내요 죄송함돠~~ ^^ 힘내셔요~!!

  3. 임채원 2012.11.06 23: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로비에서 뵙고 인사를 드렸어야 마땅했으나 괜시리 울컥하기도 하고 송구스러워져서 외면하고 말았네요. 흑형은 역시 삭발이듯이 형께 삭발은 약간 어울리시지만서도.... 누군가의 말처럼 앞날은 밝지만 길은 구부러져 있기에 우리는 오래고 고된 길을 돌아나오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 길을 부끄럽지 않게 뒤따르겠습니다.

  4. 2017.02.25 15: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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