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전 읽기'라는 책을 읽었다. 몇 달 전에 집어 들었다가 정말 고리타분한 옛날 고전들만 소개하기에 읽다가 던진 책이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나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는 당기지 않았으니까... 그러다 몇달이 지나 다시 집어들고 보니 김두식 교수의 글이 눈에 띄었다. 최근에 '욕망해도 괜찮아'를 읽고 김두식 님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 상태라 다시 읽었다. 재밌었다. 나의 짧은 안목에 사과하고 다시 책을 붙잡고 하루만에 다 읽었다. 특히 마지막에 나오는 홍세화님의 글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홍세화님이 추천한 고전은 라 보에티의 '자발적 복종'이다. 16세기 프랑스에서 이런 글이 나오는 걸 보면 역시 프랑스는 혁명의 나라고, 열 여덟살에 이런 책을 썼다는 걸 보면 세상에 천재는 따로 있다.

 

'같은 16세기에 쓰여진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한국에서 널리 읽히는데, 정작 라 보에티의 '자발적 복종'이 외면받는 것은 한국 사회의 슬픈 현실이다. '군주론'이 지배자의 위치에서 사회를 바라본다면, '자발적 복종'은 1인 치하의 폭정에 의하여 인간의 자유가 어떻게 저당 잡히고 있는가, 라는 문제에 천착하기 때문이다. 라 보에티는 1인 독재가 구체적인 힘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준 권리를 버리고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신민들에 의해 유지된다고 지적한다.'

 

체제에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이유? 가치관과 의식세계에 따라 그렇게 규정된 삶을 살기 때문이다.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당연히 가장 소중한 것은 자신의 삶이다. 그 삶을 규정하는 것이 가치관이고 의식 세계인데, 내가 어떻게 행동하고 실천해야 하는지를 추동하는 힘이 바로 이것이다. 누구에게나 삶은 한번밖에 오지 않는다. 그만큼 소중한 것이 삶이다. 따라서 삶을 지시하는 가치관이 어떻게 형성되었느냐는 질문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질문이다.'

 

우리는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는가? 기성세대가 가진 보수성의 뿌리는 무엇일까? 이명박 정권을 낳은 것은 박정희 독재 정권에 대한 향수다. 지금 독재자의 딸이 유력한 대통령 후보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는 이미 민주주의의 가치보다 독재의 가치에 길들여진 거 아닌가?

 

홍세화는 라 보에티의 '자발적 복종'을 통해 독재가 가능한 이유는 국민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선택권을 권력에 헌납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교육과 언론을 통해 가치관이 만들어지고 길들여진 탓에 우리도 모르는 새 자율적 선택을 권력에 헌납하고 살고 있다. 그렇다면 교육이나 언론에 의해 자신의 가치관이 휘둘리지 않으려면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가?

 

자발적 복종을 피하려는 이들에게 홍세화님이 권하는 것은 두가지다. 첫째, 책을 많이 읽어야한다. 폭넓은 독서를 통해 주체적으로 의식 세계와 가치관을 형성해야 한다. 둘째, 열린 자세를 통해 토론할 줄 알아야한다. 직접 몸으로 뛰면서 자신의 의식 세계와 가치관을 만들어야 한다. 폭넓은 독서는 인류의 지혜와 만나는 일이고, 열린 대화는 나의 소중한 삶을 살찌우기 위한 경로이다.  

 

나는 내 삶의 진정한 주인인가?

 

책을 읽으며 끝없이 던져야 하는 질문이다.

 

 

 

 

 

 

라 보에티의 '자발적 복종'이 궁금한 분은 아래 블로그 글을 보시기를~

http://librovely.tistory.com/trackback/1116

공짜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래의 원문을 보셔도 좋을듯~

 http://tmh.floonet.net/articles/laboetie.html

 

블로그 시대의 좋은 점은 내가 읽은 글에 대해 보충학습이 언제나 가능하다는 점!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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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rdragonfly1234 2012.07.03 07: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람의 영혼은 원래 자유로운 존재입니다. 그렇습니다... 한없이 자유로운 존재...

    상상의 나래를 펴봅니다. 멀리 수만광년 떨어진 어느 혹성의 바닷가... 물이 다 말라버려서 밑바닥만 남아있는 바다입니다. 바람이 없어서 물이 있었던 당시의 모습이 그대로 있습니다. 여기저기를 거닐다가 인위적으로 만든 구조물의 잔재를 쳐다봅니다. 아마 이곳에도 한때는 문명이 존재했었는가 봅니다.

    영혼이 아무리 자유로워도 그 자유로움을 즐기기 싫어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음습한 곳에 틀어앉아 열심히 기도를 합니다. 잘살게 해달라고... 그리고는 응답이 들립니다. 이렇게 저렇게 시키는대로 하거라... 내가 너를 잘살게 해주마... 응답을 받은 기도는 강한 신념으로 변하고 그 신념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을 준비가 되어있는것은 물론, 남의 목슴을 빼았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무서운 신념입니다..

    무서운 신념을 가진분들은 비슷한 생각을 가진분들을 규합합니다. 한사람보다도 몇명이 뭉치면, 다수가 되고, 다수가 되면 또다른 사람을 불러들여 덧붙이기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그다음에 모여드는 분들은 이중생활에 익숙한 분들입니다. 위로 복종하고 아래로는 복종을 강요하는 분들입니다.

    제일 마지막에는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냥 복종을 강요당하는 분들입니다.

    그리하여 무리를 이룬 , 신념으로 가득찬 영혼들은 자유로운 영혼들을 붙잡아 좁은 구멍에 가두어 버립니다. 정신이 미쳐 나가서 돌아버리든지 아니면 참회의 눈물을 보이며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2. mrdragonfly1234 2012.07.03 07: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옛날 집에 홍세화씨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라는 책이 있었던게 생각납니다. 그 책에서 그분이 타향에서 운전을 하며 여러가지 상념에 사로 잡히는 글로 되어있던 게 생각납니다.

    저도 이곳 외로운 타향에서 매일 혼자 상념에 사로잡힐 때가 많이 있습니다. 스스로 반문하고 스스로 대답합니다.

  3. 빈배 2012.07.03 09: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피디님 처음으로 댓글을 남겨봅니다.
    예전에 홍세화선생의 [생각의 좌표]를 읽고, 정신이 뻔쩍했더랍니다.
    예전 글을 찾아보니 피디님의 생각과 꽤나 비슷한 것이 있어서 링크를 걸어둡니다.
    늘 피디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승리의 그날까지 화이팅!!

  4. 강맥주씨 2012.07.03 11: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나는 어떤 걸 선택해야하나?? 내 가치관이 뭐지??
    책 별로 안 좋아했는데 요즘은 읽으면 읽을수록 머리가 복잡해지고 하나의 선택을 두고도 막 고민하게 됩니다.
    제 의식도 성장하고 있는 걸까요??

  5. 에듀파워 2012.07.03 13: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년을 넘게 남들이 시키는데로 권력자가 바라는데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온 나는 서른이 훌쩍 넘은 지금도 여전히나 나는 누구인지어떻게 살아야 행복한지 몰라 방황하고 있지요...

  6. Jane 2012.07.03 16: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맙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헉! 원문까지 올려주시고 너무 감사합니다. 저두 마키아벨리는 필수여서 읽었지만, 지배자입장에서 쓴 글이여서 그랬는지 공감하기 참 어려웠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머리가 나뻐서 이해를 못했죠. 그런데 링크해주신 보에티 영어원문 읽기시작했는데 마키아벨리와는 달리 술술 읽어지네요. 고개도 끄덕여지구요. 아무튼 좋은 작가소개시켜주셔서 고맙습니다. 블로그쓰실랴, 일인팟캐스트하실랴 또 서늘한 간담회준비하실랴 건강돌봐가시면서 하세요. 제 눈과 귀는 즐겁지만 아무래도 피디님을 드라마통해서 만나는게 가장 좋겠죠. 곧 그런 날이 올테니까 우리 쪼금만 더 '질기고, 독하고, 당당하게' 견뎌요. 간땡이 5인방 홧팅! MBC노조 홧팅! 재처리쓰레기 나빠!

  7. 무지한 제가 2012.07.04 01: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저 바라는 건 언론이 공정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지배에 길들여 지지 말라는 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읽지도 않고 좋은 말 새기게 되었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