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짜 PD 스쿨/딴따라 글쓰기 교실

PD로서의 글쓰기

by 김민식pd 2026. 4. 2.

지난번에 올린 글쓰기 인터뷰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6) 매일 아침 글을 쓸 때 어떤 마음으로 쓰나요?

도서관 강연을 가서 독자에게 저자 사인을 할 때 매번 쓰는 문구가 있습니다.
‘삶은 하루하루가 다 선물입니다.’
매일 아침 글을 쓸 때도 같은 마음입니다. 어제의 하루는 내게 찾아온 큰 선물이었어요. 그런 선물 같은 날, 나는 무엇을 했던가? 나의 일상을 감사한 마음으로 기록합니다. 저의 글쓰기는 감사 일기입니다. 

7) 드라마 PD의 글쓰기와 다른 영역의 글쓰기는 어떤 점이 다른가요?

드라마 PD의 독서와 다른 영역의 독서가 어떻게 다른가? 그 점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드라마 PD로 일하며 정말 행복했습니다. 아니, 저는 평생 책을 읽으며 참 행복했습니다. 책만 읽으면 활자가 튀어 올라 내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림이 그려졌어요. 저는 머릿속에 생생하게 장면이 그려지는 책을 좋아합니다. 드라마 피디의 독서란, 활자를 영상으로 바꾸는 작업입니다. 대본을 보며 머릿속으로 영상 콘티를 그리지요.
대본 심사를 할 때 기준도 명확합니다. 대본을 읽었을 때 장면이 쉽게 그려지는 시나리오가 있고요,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대본도 있어요. 저는 전자가 좋은 대본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글을 쓸 때도 에피소드 위주로 내가 직접 겪은 일, 내가 살면서 시도해 본 일을 글로 씁니다. 
일단 책을 읽고 배운 대로 살아봅니다. 내가 살면서 시도한 것에 대해 책을 씁니다.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매일 아침 써봤니?> <월급 절반을 재테크하라> 다 제가 직접 해보고, 아, 이렇게 사니까 인생이 정말 좋아지는 구나, 직접 느껴봤으니 독자에게 글로 권할 수 있는 거죠. 
피디가 프로그램을 만들면 일곱 살난 아이부터 칠십 노인까지 다 봅니다.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어야 하지요. 작가로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쉽고 재밌게 술술 읽히는 글을 쓰는 게 제 글쓰기의 목표입니다.


8) 글 쓸 때와 안 쓸 때의 차이점이 있나요?

글을 쓸 때보다 안 쓸 때 더 행복합니다. 글을 안 쓴다는 건 글쓰기보다 더 재미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뜻이거든요. 탁구를 치거나, 산책을 하거나, 춤을 추거나. 무조건 그 시간이 즐거워야 합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보면 갑자기 글감이 생깁니다. ‘아, 이런 주제로 글을 써도 재미있겠다.’ 
퇴직하고 탁구장에서 운동하고, 서울둘레길을 걷는 게 즐거웠어요. 재미나게 운동도 하고, 건강 관리도 하고, 건강하니까 멀리 지방까지 도서관 강연을 다녀도 지칠 줄 몰라요. 아, 건강 관리가 왜 중요한지 글로 써야겠다. 그냥 쓰는 것 보다는 의사들이 쓴 건강 관리 책을 읽고, 내가 직접 실천해 본 것들 위주로. 그래서 다음에 나올 책은 <김민식의 내 몸을 바꾸는 평생 루틴>(예약 판매중)입니다. 즉 글을 안 쓸 때 저는 글감을 모으며 지내요. 작가는 어쩌면 24시간 근무 모드입니다.



9) 글쓰기 책과 강좌가 많아진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가 오래 살기 때문이지요. <007 두 번 산다>라는 영화 제목이 있지요. 이제는 모든 사람이 두 번 삽니다. 한번은 아무 생각 없이 삽니다. 정신없이 바쁘거든요. 어려서 어른들이 공부하라니까 공부를 해요. 커서는 회사에 가서 상사가 시키는 일을 하죠. 가정을 꾸리고는 아이를 돌보기 위해 정신없이 일하고 돈을 벌죠. 그러다 어느새 50이 넘어 회사에서는 나가라고 하고, 아이의 방에 들어가면 사춘기 아이도 “아빠 나가”라고 하지요. 나는 어디로 갈 것인가? 제일 만만한 곳이 도서관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둘 중 하나입니다. 와, 이렇게 잘 쓴 책이 다 있네. 나도 이런 책을 써봤으면. 아니, 뭐 겨우 이런 걸로 책을 냈대? 이 정도는 나도 쓰겠다. 자, 이제는 글쓰기 강좌에 등록할 시간입니다.

삶이 길어지고 우리는 두 번째 인생을 살 기회를 얻었어요. 첫 번째 삶에서 얻은 교훈을 두 번째 삶에서 글로 푸는 작업. 그게 우리의 노후의 일자리를 정의할 것입니다. 글쓰기 책과 강좌가 늘어난 건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뿐 아니라, 자기 삶을 정리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SNS와 온라인 플랫폼이 확대되면서 누구나 생산자가 되는 시대입니다. 글쓰기란 단지 표현의 기술이 아니라 자기 삶을 해석하고 공유하는 도구가 되었어요. 글쓰기는 경험과 감정을 말로 정리하는 능력입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다른 사람과 연결되며, 동시에 자신을 돌아보는 작업을 갈망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분야가 확장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이 부분에서 사람들의 욕망을 갈수록 커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야 하고요.

10) 김민식 PD에게 ‘PD로서 글쓰기’란 무엇인가요?

AI의 시대, 갈수록 일자리는 줄어들 것입니다. 이런 시대에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자신의 업을 다시 정의하라는 조언을 많이 하지요. 저는 평생 나의 업이란 무엇인가를 책을 읽고 고민하며 살았습니다.
첫 직업은 치과 외판 사원이었어요. 외판 영업은 참 힘들었는데요. 어느날 나의 직업을 재정의했어요. ‘나는 이야기꾼이다.’ 내가 아는 신제품의 장점과 특성을 이야기의 형식으로 고객들에게 전하는 사람. 이야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거든요. 나는 이야기꾼이라는 각성에서 자연스럽게 두 번째 직업으로 넘어갑니다. 영어로 된 재미있는 이야기, 의미 있는 이야기를 우리말로 옮기는 번역가, 통역사라는 직업으로. 다만 그 직업에는 문제가 있어요. 남이 한 재미난 이야기를 옮기는 일이라는 거죠. 어느 순간 깨달았어요. 나는 나의 이야기를 하는 걸 더 좋아하는구나, 그래서 피디가 되었는데요. 피디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작가가 쓴 이야기를 영상으로 옮기는 사람이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최종적으로 작가가 되었어요. 이제 저는 나의 이야기를 만들고 나누는 사람이 되었어요. 피디의 글쓰기, 그냥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이죠. 저는 인공지능이 활약하는 시대에 모두가 이야기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생성형 AI는 말 그대로 이야기를 생성해주는 인공지능입니다. 연설 원고나 인터뷰 답변, 잘 만들어줘요. 어쩌면 사람들은 인공지능에게 이야기를 대신 만들어달라고 할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모르는 게 있으면 인공지능에게 물어볼 생각입니다. 하지만 직접 글을 쓰는 즐거움을 인공지능에게 맡기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반응형

'공짜 PD 스쿨 > 딴따라 글쓰기 교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쓰기의 즐거움  (5) 2026.04.09
나에게 글쓰기란?  (7) 2026.03.30
삶을 바꾸는 책쓰기  (18) 2025.09.15
어버이날 깜짝 선물  (8) 2024.05.17
자서전을 써봅시다.  (12) 2023.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