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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엔도르핀과 멜라토닌의 중요성

by 김민식pd 2022. 4. 29.

나는 누구인가?' 흔히들 묻는 질문인데요. 생리학자는 이 질문 대신, '나는 무엇인가?' 즉, '나를 이루는 물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나 봐요. 국내 최고 뇌의학자가 전하는 '생물학적 인간'에 대한 통찰!

<What am I?> (나흥식 / 이와우) 

나흥식 선생님은 생리학자라 다양한 호르몬에 대해 재미나게 설명해주십니다. 제게 익숙한 이름은 엔도르핀이에요. 

'엔도르핀 <endorphin, endo (안, 내부)+ morphine>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아편입니다. 엔도르핀은 심한 운동, 흥분, 통증, 매운맛 등 강한 자극에 의해 뇌에서 분비되며 고통을 완화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매운맛에 중독되어 있다기보다는 먹은 후에 나오는 엔도르핀에 중독되어 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겁니다.'

(17쪽)

엔도르핀이 우리 몸에서 생기는 마약이라니 귀가 솔깃합니다. 그 비싼 마약을 돈 안 내고 공짜로 맞을 방법이 있을까요? 미친 듯이 달리면 됩니다. 마라톤 선수가 겪는 '러너스 하이가 엔도르핀 덕분이라는군요. 인류가 원시 시절에 사냥을 할 때는 짐승을 끝까지 추적해 잡는 게 생사의 갈림길이었을 거예요. 도망가는 토끼를 쫓아가기 힘들다고 포기하면 굶어 죽죠. 괴로움을 견디기 위해 몸에서 분비한 마약이 바로 엔도르핀이에요. 
한의학에서 침술로 통증을 완화하는 것도, 침이라는 자극이 엔도르핀의 분비를 도와 진통작용을 하기 때문이라네요. 재미난 건, 명상을 할 때 외부 자극이 줄어들어도 엔도르핀이 분비된다는 겁니다. 자극이 아주 강하거나 없을 때 모두 엔도르핀이 분비된다는 거죠. 엔도르핀의 분비를 돕자고 매운 걸 삼시세끼 먹거나, 마라톤을 하거나, 침을 맞거나, 명상을 하거나 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할까요?

'서로의 털을 골라주고 있는 원숭이들은 피부 접촉을 통해 서로에게 엔도르핀을 선물합니다. 반면 털 대신 옷을 입고 있는 인간은 상대적으로 피부 접촉이 부족하기에 피부 접촉으로 얻을 수 있는 엔도르핀 양이 원숭이에 비해 적습니다. 대신 인간은 웃음으로 엔도르핀을 보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많이 웃고, 피부 접촉(스킨십)도 많이 하길 권합니다. 혹 엔도르핀중독에 대해 걱정하는 이가 있다면, 아무리 웃어도 아편중독자가 될 정도로 엔도르핀이 나오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21쪽)



멜라토닌은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인데요. 멜라토닌의 분비는 망막에 들어온 빛에 의해 억제되며 낮보다는 밤에, 여름보다는 겨울에 증가합니다. 나이가 들면 멜라토닌의 분비 시간이 젊은 사람보다 앞당겨지고 분비량도 준대요. 어르신들이 일찍 자고 새벽에 깨는 이유는 멜라토닌의 분비 시간이 앞당겨지기 때문이죠. 

'학습과 기억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멜라토닌이 나이가 들수록 줄어드는 것을 보면 하루가 다르게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는 것이 이해가 됩니다. 멜라토닌은 치매의 원인 물질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의 생성을 억제해 치매를 예방하는 기능도 갖고 있습니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멜라토닌의 분비가 줄고, 이에 따라 치매 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 모릅니다.'

(23쪽)

퇴직한 선배님이 그러시더라고요. 동창들이 모여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남이 말하는 중간에 자꾸 남의 말을 끊고 들어오는 친구가 있대요. 치매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예전만 못합니다. 생각났을 때 그 말을 하지 않으면 잊어버려요. 그래서 생각났을 때 바로바로 하는 겁니다. 누가 말을 자꾸 끊으면, ‘저 친구가 나를 우습게 아나?’ 하고 기분 상하지 마시고, ‘아이고, 어릴 때 그렇게 명민하던 친구가 요즘 자꾸 깜빡깜빡하나 보네,’ 하고 마음의 여유를 보여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멜라토닌은 치매 뿐 아니라 암의 생성을 억제하는 기능도 하는데요. 밤에 밝은 불빛 아래에서 일하면 멜라토닌의 분비가 줄어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는 2007년 '야간 근무'를 '암 유발 가능 요소'로 분류했어요. 제가 드라마 피디로 일하며 밤샘촬영을 할 때가 많았는데요. 당시 건강검진을 받을 때,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더군요. 야간 근무를 마치고, 낮에 잠을 잘 때는 암막 커튼을 꼭 치라고요. 밤을 새워 일하는 게 암 발생률을 높이므로, 멜라토닌의 분비를 촉진하기 위해 그런 충고를 해주셨다는 걸 책을 읽고 깨달았어요. 

'특히 유방암세포는 멜라토닌과 깊은 관련이 있어서 침실을 밝게 해놓는 여성일수록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습니다. 잘 때 빛공해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인에게 안대를 추천합니다.'

(26쪽)

사람이 흥분하면 부신수질에서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이 나오는데요. 둘 다 단기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호르몬으로 탄수화물의 저장 형태인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분해해 혈당치를 높이고, 심장 기능을 촉진시키고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올린답니다. 호흡률과 대사율까지 증가시키는데, 이러한 반응은 사냥감을 잡거나 포식자로부터 도망가는 등 흥분 상태의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데 기여합니다. 

'화를 낼 때 심장이 빨리 뛰고 호흡이 빨라지는 이유는, 앞서 설명한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호르몬이 그렇듯 이 두 호르몬도 분비된 뒤 효소에 의해 순식간에 분해되어 10초에서 20초 정도면 원래 수준으로 되돌아갑니다. 따라서 화가 나더라도 호르몬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시간인 10초에서 20초만 참으면 화를 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화를 다스리기 위해 참을 인 忍 자를 3번 쓰란 옛 어른들의 말은 결국 매우 과학적인 이야기입니다. 10초에서 20초 정도 사이에 화는 사라질 테니까요. 조상들의 경험적 지혜가 느껴집니다.'

(203쪽)

‘행복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우울증에 빠지기 쉽습니다. 오전에 햇빛을 받으며 산책을 즐기면 세로토닌이 분비된다고요. ‘조정의 호르몬’ 세로토닌이 나오면 평온함과 편안함을 얻을 수 있고, 기분이 좋아지고 활력이 증대된답니다. 반면 세로토닌 분비량이 모자라면 우울증이나 강박증, 알코올이나 도박 중독에 걸리기 쉽다고요. 세로토닌이 줄면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져 공부도 못한다니까요. 공부의 능률을 올리려면, 책상 앞에 계속 앉아만 있을 게 아니라 잠깐씩 나가서 햇빛을 받고 일광욕을 하며 산책을 즐기는 것도 좋겠네요.

자주 웃고, 밤에는 방을 어둡게 하고 숙면을 취하고, 남이 내 말을 자꾸 끊어 화가 날 때는 딱 10초만 참아봅니다. 그리고 하루 30분이라도 햇빛을 받으며 산책을 즐기는 삶, 그 안에 건강하고 행복한 삶, 굿 라이프가 함께 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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