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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은 '듣보잡'이 지배한다.

by 김민식pd 2012. 1. 9.
 

내가 개인적으로 참 싫어하는 말이 바로 듣보잡이다.

 

나이 마흔에 드라마 피디로 데뷔하게 되었을 때, 시청자 게시판에서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피디가 드라마 한다고 설치나?’라는 핀잔을 들었다. 시트콤을 연출하고, 러브하우스를 만들었으나, 드라마는 처음이었다. 그런 소리 들을만 하긴 한데... 그래도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었다. 신인 배우에게도 저 듣보잡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조금만 연기가 미숙하면 게시판에서 당장 욕이 올라온다. 우리 모두 처음엔 다 듣보잡' 아닌가?

 

얼마 전 방송사 견학을 온 한 초등학생을 만났다. 어린이를 만나면 꼭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요즘 뭐가 제일 재미있니?’ 그리고 아이가 추천하는 것은 게임이건 만화건 드라마건 뭐든 꼭 한번 시도해 본다. 어른들에게는 잘 물어보지 않는다. 어른들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뭔가 의미 있는 영화나, 어려운 책, 비싼 공연 이런 것만 추천한다. 별 재미없다. 순수한 동심을 가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 진짜 재미난 거다. 그랬더니 그 어린 친구가 ‘Smosh! 스모쉬가 제일 재밌어요!’라고 답했다. '스모쉬?' 듣보잡도 이런 듣보잡은 처음 일세. 나름 다양한 분야의 서브컬처를 섭렵한다고 자부했던 나는 13살 꼬마의 답에 약코가 팍 죽었다.

 

집에 돌아와 스모쉬를 검색해보니, 이 분들 유튜브 채널의 스타들이시다. 유튜브에 자작 동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코미디언들인데 수준이 상당하다. 어지간한 공중파 시트콤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상기 이미지는 구글 검색에서 가져왔습니다.)

사실
듣보잡이 득세하는 곳이 바로 소셜 미디어다. 블로그를 뒤져보라. 이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기성 매체에 도전하는 맛집 탐방 기사를 써내고, 본 적 없는 이들이 자신만의 유튜브 채널을 가지고 있다. 소셜 미디어에 도전하라고 얘기하면, ‘나는 이름이 없어 감히 블로그나 유튜브를 만들기 두렵다고 말하지만, 시작은 누구나 다 듣보잡이다. (논스톱에서 조인성 양동근 장나라 조한선 하하 등을 캐스팅했을 때, 다들 그랬다. ‘저렇게 듣도 보도 못한 애들 모아서 뭐가 되겠니?’)

 

어차피 인생은 바닥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그대가 최선을 다한다면 검색의 신, 구글께서 그대의 재능을 발견할 것이고, 유튜브는 전세계에 그대의 재능을 알릴 것이다. 생각해보면 K-POP의 성공도 유튜브의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누가 소녀시대를 알았겠나. 다 유튜브의 공이다. K-POP 영상을 매스미디어가 만들면 다시 소셜이 세계 시장으로 퍼나른다. 소셜이 만든 한류 붐을 타고 다시 공중파에서 공연을 만든다. 즉 매스미디어와 소셜 미디어의 공동 작업으로 만들어진 게 K-POP이다. 요즘 뉴스도 마찬가지다. 속보는 트위터나 블로그 같은 온라인 미디어에서 터지고, 뒤늦게 이를 신문이나 방송이 받아서 중계하고 있고, 다시 그 뉴스를 소셜 미디어에서 분석하고 비판한다. 소셜 미디어가 매스미디어를 앞서가는 경우까지 생겼으니, 정말 격세지감을 느낀다. 

 

소셜 미디어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의 장을 제공한다. '듣보잡'도 뜰 수 있는 곳이 바로 소셜 미디어다. 단 조건이 있다. 그대 스스로가 먼저 즐겨야한다. 당신 자신만의 취향에 정직하라. 남들 보라고 올리기 전에 스스로 즐거워서 일해야한다. 스모쉬 비디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누가 보든 말든 저들끼리 낄낄거리며 웃자고 영상을 만들었다. 스스로 즐기는 게 우선이다.

 


(정말 자기들끼리 좋아서 만든 영상이라는게 눈에 보인다. 모든 콘텐츠 제작의 시작은 그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 세상에 알려라
. 곧 세상이 그대를 발견할 것이다.

 

끝으로 듣보잡이라는 표현에 대한 유감.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이들의 노력을 깎아내리는 말같아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나는 게시판에서 누가 날더러 듣보잡'이라고 흉보면 속으로 이렇게 뇌까린다. '그게 아니고 난 그냥 '무명의 신인'이지... 험험험.' 다음부터는 날 '무명의 신인', 즉 무신이라 불러다오. ^^ '무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좋지 아니한가?

 

세상 모든 무신들이여,
소셜 미디어 혁명이 시작되었다. 기존 미디어의 철옹성을 향해 공격개시!
"피카---------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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