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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

세상에 믿을 사람은 없다

by 김민식pd 2011. 12. 27.
성탄절 어떻게 보내셨는지? 나는 크리스마스 날, 혼자 스노우보드 타러 갔다. 하루 종일, 열심히 혼자서 보드 타다 왔다. 해외 파견 중인 아내가 아이들을 데려가서 기러기 아빠로 살고 있다.

어려서 왕따 생활을 오래 한 탓인지, 나는 혼자 노는데 달인이다. 나는 주로 혼자서도 가능한 놀이에 꽂혀서 산다. 독서, 영화, 여행, 인라인, 자전거, 스노우보드, 거기다 블로그까지...^^ 

노는데 고수는 혼자 논다. 내 지론이다. 어떤 이는 '영화를 어떻게 혼자 보느냐?' '여행을 무슨 재미로 혼자 다니냐?'고 묻는데, 난 간단하게 대답한다. '진짜 좋아하면 혼자 할 수 있어야 한다.' 혼자서 절대 영화 안 본다는 사람은 진짜 영화광이 아니다. 

어차피 인생은 외로운 거다. 남에게 의존하지 말라. 위기나 시련이 닥치면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학교 1학년 때, 싸이클을 타다 큰 사고가 난 적이 있다. 지금도 내 얼굴을 자세히 보면 열다섯 바늘 정도 흉터가 있는데, 그때 상처다. 내리막에서 속도를 내다가 넘어져서 정신을 잃었는데, 눈을 뜨고 보니 왼쪽 눈이 보이지 않았다. 실명한 줄 알고 겁을 먹었는데, 알고 보니 왼쪽 눈두덩이 붓고 찢어져서 안 보였던 거였다. 

그때 당시,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병원까지 걸어가는데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응급실이 어딨냐고 물으니까 다들 피가 묻을까봐 멀찌감치 서서 손가락으로만 가리켰다. 그때 깨달았다.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
 
살면서 실패나 고난이 오면 그때를 떠올린다. 정말 죽을만큼 괴로운 일이 생기면 그때를 생각한다. 죽을 만큼 괴로워도 혼자 힘으로 일어나야한다.

시트콤 연출할 때, 시청률이 안나와 조기종영 당한 적이 있다. 그때 연출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인터넷에서는 초딩도 나를 조롱하고, 신문마다 비평뿐이고, 배우들도 나를 원망하는 것 같았다. 나 때문에 제작사도 어려워지고, 작가도 어려워지고, 스탭들까지 고생하는구나... 사람을 만나기도 두려운 시절이었다. 내가 일을 못해서 겪는 실패인데 누구에게 하소연할 것인가? 그때 정말 외로웠다. 하늘 아래 피디가 가장 외로운 직업이다.

입시나 시험에 실패해서 괴로운 이들 많을 것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좌절에 빠진 그대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은 그대 자신 밖에 없다. 그대 혼자의 힘으로 땅짚고 일어나야 한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 가는 것이라는 걸 절절히 깨달아야한다. 주위 둘러보지 말고, 그냥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라.

그리고 열심히 놀아라. 혼자서도 즐겁게 놀 줄 알아야한다. 그래야 진정으로 강해질 수 있다. 
혼자 놀기 두려워하면, 사람에게 매달리기 시작하고, 그러면 추해진다.
실패했을 때 혼자 일어나지 못하면, 실패가 두려워지고, 그러면 시도도 못하게 된다.

실패를 두려워말고, 혼자 놀기 두려워말라.
혼자서도 즐겁게 살 줄 알아야, 더불어 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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