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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방구석 세계일주 먹방여행

by 김민식pd 2020. 3. 27.

짠돌이인 제게 가성비는 무척 중요합니다. 여행을 갈 때도, 밥을 먹을 때도 가성비를 따지는데요. 책의 경우, 가성비를 따지기가 어렵습니다. 책값은 비슷비슷하지만, 만족도는 천차만별이니까요. 이럴 때, 가성비를 키우는 방법 중 하나는 곱셈을 이용하는 겁니다. 혼자 읽고 마는 게 아니라, 여럿이 읽을 책을 사고요, 한번 보고 말 게 아니라 소장해두고 몇번이고 다시 볼 책을 사지요. 그런 점에서 가성비가 높은 책이 있어요. 바로~

<오무라이스잼잼> (조경규 글.그림 / 송송책방)

인기 웹툰을 책으로 묶었는데,  최근 스페셜 리커버판이 나왔어요. 책이 집에 도착하자, 개학 연기로 심심해하던 민서가 환호를 질렀지요. 주말 내내 온가족이 뒹굴거리며 만화를 봅니다. 요리를 소재로 한 만화인데. 읽다보면 먹방같아요. 다양한 음식의 유래가 소개되고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요리가 레시피와 함께 공개됩니다.   

저자는 샌드위치를 이렇게 소개합니다.

 

'샌드위치는 훌륭하다. 일단 그 변주가 거의 무한대라는 점이 좋다. 

어릴 적 엄마가 만들어주시던 '계란 햄 치즈 샌드위치'

샌드위치 백작이 한 손에 들고 먹었을 '로스트 비프 샌드위치'

샌드위치계의 왕자 'BLT 샌드위치'

내가 진짜 좋아하는 '미트볼 샌드위치'

뉴욕의 '연어 크림치즈 베이글'

필라델피아의 '필리 치즈 스테이크'

슬라이스 치즈를 듬뿍 넣은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

우리나라 포장마차에서 아침에 파는 '토스트 샌드위치'

편의점의 단골메뉴 '참치 샐러드 샌드위치'

멤피스의 명물 '엘비스 샌드위치' 등등등

이게 글보다 그림으로 봐야해요. 작가님의 일러스트 덕분에 책을 보는 내내 군침이 돌았어요. 엘비스 프레슬리가 생전에 즐겨먹던 땅콩버터로 만든 엘비스 샌드위치는 조리법까지 나옵니다. 언젠가 민서랑 둘이서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1850년대 뉴욕 근처에서 식당을 하던 조지 크럼이라는 괴짜 요리사가 있는데요. 손님이 음식에 대해 불평이라도 하면 아예 먹을 수도 없는 해괴한 요리를 내어놓았대요. 어느날 손님이 감자튀김이 너무 두꺼워서 잘 익지 않았다고 불평을 하자, 아예 종잇장처럼 얇게 썰어 소금을 듬뿍 뿌려 내놓습니다. '이래도 안 익었다고 할 테냐?' 그런데 이 메뉴가 의외로 대박이 납니다. 인기리에 미국 전역으로 퍼져 '포테이토 칩'이 되었다고요. 심통부리려고 만든 요리가 대박이 나다니, 인생은 참 알 수 없군요. ^^

대만 여행 갔을 때, 딘타이펑의 샤오롱바오를 즐겨 먹었는데요. 입안에 만두를 통째로 넣고 터뜨리면 확 퍼지는 국물이 예술입니다. 만두 안에 고기 국물을 어떻게 넣었을까, 늘 궁금했는데 책을 보고 답을 찾았어요.

 

'진하게 우려낸 사골국물이나 장조림 국물을 냉장고에 넣어두면 젤리처럼 굳는 경우가 있는데, 이같은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돼지고기 껍질, 닭날개와 닭발 등을 파, 생강과 함께 푸욱 끓인 다음 체에 걸러 맑은 국물만 모아 식히면 젤리 형태가 되는데 이걸 잘게 다져서 만두소와 함께 버무린다. 만두가 익으면서 뜨거워지면 고체 상태의 육수는 뜨거운 액체가 되어 만두 안에 담겨 있게 되는 것이다.'

갑자기 다시 대만에 가고 싶어집니다. 

(2016년 가을, 타이페이 융캉제에 있는 딘타이펑 본점에서 먹은 샤오롱바오!) 

우리 민서가 좋아하는 대목이 있어요. 대만사람 오백복이 2차 대전 후, 일본으로 건너가 안도 모모푸쿠로 이름을 바꾸고 세계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합니다.

'면과 밥, 스프 등을 간단하게 조리해 먹는 각종 인스턴트식품 개발에 평생을 바쳐온 안도 아저씨는 2007년 96세로 생을 마감했는데, "나의 건강 비결은 골프와 거의 매일 하나씩 억었던 인스턴트 치킨라면"이라 했다고. 돌아가시기 바로 전날에도 회사에서 직원들과 함께 치킨라면을 먹었다.'

(1권, 170쪽)

이 대목을 가리키며 "엄마!"를 외칩니다. 네, 민서의 라면 사랑은 항상 엄마의 반대에 가로막히는데요. 라면 사랑에 이보다 좋은 알리바이가 없네요. ^^

'그러고보면 건강하게 오래 사는 비결은 보통들 말하듯이 '인스턴트 식품이나 식품첨가물, 기름진 거, 고기 등을 적게 먹고 야채 위주로 소식하고, 유기농에 친환경에...' 뭐 그런 거라기 보다는 그냥 맛난 거 많이 먹고 좋아하는 일 열심히 하면서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 것일 수도 있다.'

(171쪽)

라는 작가님 말씀까지~^^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만화를 읽으며 주말을 보냅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어디에 갈까? 만두 먹으러 강남역 딘타이펑 갈까? 망고빙수 먹으러 나갈까? 일단은 스팸을 사다 지져먹자! 방구석에 앉아 세계일주 떠난 기분입니다. 만화로 즐기는 먹방여행~ 눈으로 보지만, 입으로 맛을 본 것 같은 기분.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맛집 탐방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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