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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

인생은 웃음의 대학이다

by 김민식pd 2011. 12. 7.
웃음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원시인 한 무리가 사냥을 나갔다. 물소를 발견하고 조심 조심 소리죽여 다가가는데 난데없이 벼락이 떨어졌다. 한 명은 펄쩍 놀라 자빠졌고, 다른 이들은 겁에 질려 바들바들 떨었다. 그걸 본 우두머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두려움에 떨던 이들이 하나 둘 따라 웃기 시작했다. 그러자 모든 이들이 함께 웃어댔고, 놀랐던 원시인도 가슴을 쓸어내리며 계면쩍게 웃음을 지었다. 

예상밖의 일이 터지면, 우리의 첫 반응은 두려움이다. 원시인 입장에서는 벼락이 무서웠을 것이다. 그러나 두려워해봤자 변하는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 반대로 생존 본능은 웃음을 선택한다. 그러면 똑같은 상황을 놓고 웃을 수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무서운 건 뒤집으면 우스운 거다.

한때, 한국 코미디는 바보의 전성시대였다. 사실 어렸을 때 동네 모자란 아저씨가 제일 무서웠다. 실제로 만나면 무섭다. 그 분들은... 그러나 TV는 바보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이주일도, 영구 심형래도 다 바보 흉내로 국민을 웃겼다. 모자란 사람을 놀리는 것, 고차원 개그는 아니다.  

양반님네 놀려먹는 상놈들의 판소리나, 나찌 수용소에서 독일 장교를 조롱하는 유태인의 유머가 수준 높은 코미디다. 자신의 목숨줄을 쥐고 있는 사람을 두려워하기 보다,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것, 이것이 코미디의 최고 경지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 코미디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 준 분은 바로 가카다. 대통령 가카께서 스스로를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칭하자, 국민들은 다소 어리둥절했다. 상식을 벗어난 일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낀다. 사실 저 말은 곱씹어보면 무척 무서운 말이다. 하지만 이때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니, 의외로 많은 이들이 이를 가카의 귀여운 조크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의 일등공신은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다. 가카의 전지전능하고 경이로운 능력에 접해 다들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쫄지마!'를 외치며 홀연히 나타난 나꼼수는 무서워하지 말고 웃으라고 가르쳤다. 

개그콘서트가 다시 부활한 이유? 사회적 강자라고 생각한 사람들을 놀려주기 때문이다.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무능한 경찰과 군과 대통령을 놀리고, 사마귀 유치원에서 연예인과 정치인과 사업가를 놀린다. 대한민국 코미디가 이 정도로 발전할 수 있었던 건 오로지 가카 덕분이다.

인생은 웃음의 대학이다.

인생의 시련은 지나고나면 다 웃음의 소재가 된다. 상처는 숨기고 가리면 아물지 않는다. 드러내 보여야한다. '클클클... 나 그때 못생겼다고 20번이나 미팅에서 차였잖아.' '제가요. 면접에서 한번도 안 떨어진, 면접의 달인이걸랑요? 왜냐구요? 서류에서 다 떨어져서, 면접을 본 적이 없걸랑요.' 

좌절과 실패를 웃음으로 넘기는 법,
그것을 배우는 것이 인생 대학의 목표다.

힘들고, 두려운가? 억지로라도 웃어라.
그래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법'을 배우고,
'자신의 실수를 웃으면서 극복하는 법'을 배우자.
 
무서우면, 웃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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