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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

영화에 짠돌이 정신을 허하라!

by 김민식pd 2011. 12. 5.
영화 '완득이'가 관객 500만을 돌파했다. 참 잘 만든 영화지만, 큰 사건 없이 잔잔한 에피소드 위주로 가는데, 대박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따져보면, 올해 한국 영화 성적 자체가 예상외의 사건이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의 흥행 성적은 1위 '최종병기 활'(745만) 2위 '써니' (737만)에 이어 3위 '완득이' (550만-예상)이다. 이들 영화들에게는 정말 미안한 얘기지만, 사실 전혀 예상 밖의 영화들이 선전했다. 올해 초, 관계자들이 점친 2011 흥행 기대작들은 여름에 개봉한 블록버스터들이었다. '7광구' '고지전' '퀵' 등... 그러나 이런 영화들은 재미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도가니'를 포함해 위 세 편의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고, 특히 '써니' 같은 영화는 손익분기점의 3배가 넘는 수익을 남겼다. 작은 영화들이 선전하는 현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드라마 피디로서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시청률이 어떻게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대중의 취향을 상업적 기준으로 예상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배우의 티켓 파워와 감독의 흥행 성적... 미안하지만 의미없다. 대중문화 시장에서는 투입과 산출이 정비례하지 않는다. 대작들이 망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누구든 흥행에 자신있다고 말 하는 사람 믿지 마라. 결과는 그 누구도 모른다.

이야기가 부실하니까, 그거 티 안나게 돈으로 바르는 영화들 있다. 그렇게 제작비가 많이 들면, 그 돈 회수하려고 마케팅 역시 돈으로 바른다. 비싼 배우 동원해서 홍보 뛰어도, 이야기 부실하다고 입소문 나면 말짱 꽝이다. 장기 흥행은 힘드니까, 첫주에 다수의 개봉관을 돈으로 발라버린다. 입소문 나기 전에 먹고 튀려는 거지. 이거 완전 돈이 돈을 부르는 구조인데, 까딱하면 쫄딱 망한다.
 
지들끼리 올인했다가 망하면 구경만 하겠는데, 문제는 이렇게 덩치 큰 영화들 횡포 탓에 작은 영화들이 고사하는데 있다. 아무리 10 대 90의 논리가 판치는 세상이지만, 10%의 영화가 스크린의 90%를 독점하고, 90%의 영화가 남은 10%의 개봉관을 나눠갖는 세상, 이거 영화광에게는 정말 우울한 세상이다. 요즘 보고 싶은 영화 찾아보면, 전국에서 단관 개봉하고, 그나마 하루에 심야 1회 상영한다...

이 모든 것이, 감독들이 돈을 너무 많이 쓰는 탓이다. 한국 영화, 이제 좀 싸게 만들어야한다. 좋은 영화 싸게 만들고, 홍보비 지출 대신 입소문으로 롱런할 생각해야 한다. 제발 싸게 만들고 싸게 돌리자. 그래서 다양한 영화를 극장에 걸어 관객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자. 그것이 한국 영화가 살 길이다.

영화계여, 짠돌이 정신을 허하라!   



대작들만 스크린 독점 할 때,
영화광의 인생은 꼬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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