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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날라리 영화 감상문

주말엔 <칠곡가시나들>

by 김민식pd 2019. 3. 16.

오랜 세월 독서를 즐긴 저는 언젠가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는 게 꿈이었어요. 2012년 MBC 노조의 170일 파업 끝에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받았어요. 멘탈이 너덜너덜해졌죠. 이렇게 힘들 때는,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자. 6개월이면, 책을 한 권 쓸 수 있지 않을까. 망했을 때는 어떻게든 그 안에서 재미와 의미를 찾습니다. 정직 기간 동안 MBC 로비에서 노숙 시위하고, 삭발 농성하고, 단식 투쟁을 했는데요. 그 와중에도 틈만 나면 글을 썼어요.

그렇게 해서 낸 책, <공짜로 즐기는 세상>, 망했어요... ㅠㅠ 물론 2쇄까지 근근이 찍었으니, 아주 망한 건 아닌데... 기대한 만큼의 성과는 없었어요. '징계를 받은 피디가 정직 기간에 쓴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다!' 이런 전개를 내심 기대했거든요.

당시 그 책이 안 팔리는 걸 보고 안타까워하던 친구가 있어요. 입사 동기인 다큐 감독 김재환입니다. 제가 170일간 파업 투쟁하느라 고생하고, 책 역시 고전하는 걸 보고, 혼자 고민을 했나봐요. 어느날 저를 부릅니다. "형, 저 잠깐 봐요."

갔더니 <공짜로 즐기는 세상> 50권을 사서 책상에 쌓아두었더군요. 

"이렇게 좋은 책은 주위에 알려야해. 사람들에게 나눠주게 저자 싸인 좀 해줘요."


아........ 이런 친구였구나.....


7년의 세월이 흘렀어요. 얼마 전 김재환 감독의 새 영화 <칠곡 가시나들>이 멀티플렉스의 횡포에 고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블로그에 글을 올렸지요. '이렇게 좋은 영화는 주위에 알려야 합니다. 여러분이 시간을 내어 영화를 보러 와주세요.'

지난 금요일 저녁, 저 진짜 감동먹었어요. 영화관을 빼곡이 채운 90분의 모습을 보는 순간, 콧등이 시큰했어요. 티 안 내려고 명랑한 척 막춤도 추고 했지요. 소중한 금요일 저녁에 시간을 내어 달려와주신 블로그 독자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그날의 단체 관람 이벤트가 기사로 나왔어요. 


‘칠곡가시나들’ 멀티플렉스 횡포에 경종을 울리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movie/885340.html

    

(기사를 보시려면 위 링크를 눌러주세요.)


그날 극장에 오신 어떤 분이 그러셨어요. 

"김민식 피디님 보러 왔다가 김재환 감독님 매력에 푹 빠졌어요."

네, 그날 오신 분들은 직접 확인하셨겠지만, 저는 감히 김재환 근처에도 못 가는 사람입니다. 진짜 멋진 사람이지요. 옆에서 기웃거리며 조금이라도 배우고 싶어요. 김재환 감독의 인터뷰도 소개합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movie/885339.html


주말입니다. 근처에 롯데시네마나 예술영화관이 있다면, 찾아보실 수 있어요. 

<칠곡 가시나들>, 5월 가정의 달까지 쭉쭉 롱런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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