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오늘은 드라마의 제작 단계별 작업에 대해 알아보자.

1. 프리프로덕션 (기획, 대본 집필, 캐스팅) 

기획: 어떤 시간대, 어떤 포맷으로 방송할 것인지 결정하고, 소재와 대본을 찾는다. 외주 기획 공모를 통해 좋은 기획안과 대본을 찾는다.
 
대본: 작가가 정해지면, 기획 방향을 잡는다. 기획의도와 전체 줄거리, 그리고 인물 소개와 함께 1,2부 대본을 집필한다. 2회 정도 대본이 나와야 세트 구성도 가능하고, 무엇보다 캐스팅을 진행할 수 있다.

캐스팅: 작가 선정과 함께 가장 중요한 프리 프로덕션이다. 나온 초반부 대본을 보고, 인물 설정에 맞는 배우를 찾는다. 이때 주요 시청층의 취향 조사도 필요하다. 젊은 층을 공략할 미니시리즈에는 청춘 톱스타를 기용하고, 중장년층이 많이 보는 연속극에는 TV에 자주 나오는 친근한 인물의 캐스팅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대본을 읽었을 때, 머리속에 그려지는 이미지와 맞아떨어지는 배우를 찾는 게 중요하다. 

스탭 구성: 촬영,편집, 미술, 조명, 동시녹음, 음악 등 각분야의 전문가들을 찾는 작업이다. 대본의 성격에 따라 선택은 달라진다. 미니시리즈의 경우, 역동적인 카메라 워킹을 보여주는 촬영 감독을 선호하고, 로맨틱 코미디의 경우, 감각적인 장면 편집을 보여줄 편집 기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극의 경우, 가로등이나 전기 조명 대신 달빛이나 횃불의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는 경험 많은 조명 감독이 필요하다. 이처럼 각분야의 전문가들의 특징을 알아 이들을 적재 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드라마PD의 일이다.

촬영 준비: 캐스팅한 배우들의 일정과 세트 제작 일정, 방송 일정 등을 고려해 촬영 스케줄을 짜고, 로케이션 답사를 다니며 촬영 감독과 장소에 대해 상의하고, 미술 감독이 그려온 세트 도면을 보고 드라마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음악 감독이 가져온 OST용 주제가나 테마곡을 들어 연출이 생각하고 있는 드라마 톤과 어울리는지 고민하고 주제가 선곡 작업까지 진행한다.

2. 프로덕션 (촬영)  

촬영: 대본에 담겨 있는 내용을 그림으로 옮기는 작업이다. 
대본 리딩을 통해, 작가가 생각하고 있는 대사톤과 배우들이 준비해온 연기톤을 맞춘 후, 현장 리허설을 통해, 연기자의 동선을 점검하고 그에 따라 조명과 마이크 설치, 카메라 워킹을 맞춘다. 수십명에 달하는 촬영 스탭의 작업을 연출 혼자서 일일이 지시할 수는 없다.

나는 촬영에 있어 위임을 많이 하는 편이다. 촬영은 카메라 감독에게, 조명은 조명 감독에게, 녹음은 동시 기사에게, 엑스트라의 동선은 예술 반장에게 맡긴다. 물론 촬영에 앞서 협의를 통해 내가 구상하는 씬이 어떤 것인지, 미리 협의를 한다. 그리고 배우들과 카메라 리허설을 한다. 리허설을 본 촬영 감독과 어떤 카메라 워킹이 맞을 지 이야기하고, 카메라 동선이 정해지는 걸 보고 조명 감독은 조명팀들에게 세팅을 지시한다. 

결국 촬영은 수많은 전문가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과정이다. 드라마 PD의 과제는 소통이다. 전 국민을 상대로 드라마의 감동을 전하기 위해서는, 먼저 연출이 주위 스탭과의 소통에 힘을 기울여야한다. 방송 현장에서 모든 일은 사람을 통해 이루어지니까.


(내조의 여왕 연출 당시, 아역 배우와 대본 리허설 중... 난 8살난 아역 배우에게도 절대 먼저 연기톤을 지시하지 않는다. 항상 먼저 물어본다. "여기서 넌 오지호 아빠에게 어떻게 이야기 할 것 같애?" 아이가 준비해 온 톤을 들어보고, 꼭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바꾸고 그렇지 않으면, 배우가 준비해온 대로 촬영을 한다. 그래야 배우가 편안하게 자신이 준비한 감정대로 연기를 할 수 있다. 촬영을 해 본 후, 연출의 의도와 다르다면, 다른 버전으로 추가 촬영을 하면 된다. 처음부터 연출이 생각한 톤만 고집한다면, 배우들은 연기하며 대본을 연구하는 흥을 잃어버린다. 다음부터는 수동적으로 연출의 지시만 기다리게 된다. 이것은 공동 작업의 바람직한 과정이 아니다. 나는 항상 함께 일하는 상대의 의견을 먼저 듣는다. 그것이 나의 연기 연출론이다.)

3. 포스트 프로덕션 (편집, 효과 더빙, 음악, 자막 완제)

편집: 촬영된 테잎을 보고 편집기사가 가편집본을 만들면, 연출이 보고 파인 커팅을 통해 편집본을 완성한다. 

더빙: 대사 전달을 위해 촬영 당시에는 배제시켰던 생활 효과음(전화벨 소리, 자전거 바퀴 소리, 도시 소음)을 되살리는 작업이다. 효과 더빙이 들어가야 드라마가 더욱 자연스러워진다. 이후 음악 더빙을 통해 감정선을 살린다. 요즘은 OST 작업이 드라마 수익의 주요 창구 중 하나라, 배경 음악 선곡 역시 세심한 공이 필요한 작업이다. 

완제: 간판 모자이크 처리나 자막 생성 등의 작업을 마친 비디오와 효과/음악 더빙을 마친 오디오를 다시 합치는 작업이다. 완제 편집이 끝나면 최종 방송본이 만들어진다.

이상의 과정에서 보았듯이 드라마 작업은 연출 혼자의 힘으로 완성될 수 없다.
고로 연출의 눈은 항상 세상을, 그리고 그 세상을 구성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향해 있어야 한다.
머리속에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많아도, 주위 사람들에게 그 뜻을 전달할 수 없다면, 
그 아이디어는 세상에 나올 수 없다. 드라마 PD는 만화가가 아니니까.
 
딱딱한 연출론은 여기까지하고,
다음 이시간부터는, 드라마 PD를 위한 아이디어 훈련법을 소개하겠다.

MBC 공채는, 작문과 면접이 관건이다. 
제한된 시간내에 창의성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작업...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다음 이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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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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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쏘옹지이! 2011.10.28 10: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연출가가 작가에게 먼저 아이디어와 소재 혹은 이야깃거리를 제안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작가가 대본을 쓰기 시작하는 경우도 있습니까??

  2. mrdragonfly1234 2012.05.31 00: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 PD님, 상당히 솔직하고 재미있으신 분이네요 !! 너무 도움이 되는 글이 많아서 처음부터 읽기로 하였습니다. 훌륭한 생각이 있으면 이렇게 나누는게 다 즐거움이자 다른사람을 돕는 일이지요. 좋은글을 게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3. mrdragonfly1234 2012.05.31 00: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국에 와서한때 영어공부삼아 디비디를 사면 뒷부분에 감독이 얘기하는 부분을 듣곤 했는데, 훌륭한 감독일수록, (마틴 스코세지 감독으로 기억) 시나리오를 강요하기 보다는 올바른 캐스팅을 하여 자연스럽게 배우의 개성을 살리는 연기를 유도한다는 것을 배웠지요. 김피디님도 그런 철학을 가지신 모양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