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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한강 자전거길 예찬

by 김민식pd 2018. 4. 20.

봄이 왔어요. 겨울 동안 쉬었던 자전거 출퇴근을 다시 시작합니다. 날이 포근해지길 기다렸거든요. 몇 달만에 자전거를 꺼내어 한강을 달리는데, 계속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라? 회사까지 이렇게 멀었던가?' 집에서 회사까지 한강 자전거도로로 30킬로가 넘는 거리니 좀 멀긴 하지요. 하지만 매일 출퇴근하다보면 이게 별로 멀게 느껴지지 않거든요? 그런데 간만에 자전거를 타고 가려니 정말 멀게 느껴지네요. 역시 매일 하는 연습이 있고 없고가 큰 차이를 가져옵니다. 

간만에 자전거 출근을 하다보니 그새 한강에 못보던 명물이 생겼군요.

<서울함 공원>


서울은 이게 참 좋아요. 새로운 여행의 명소가 금세 생겨납니다. 무엇보다 자전거길 위로 구름다리를 만들어 공원 이용객과 자전거 라이더들의 동선이 겹치지 않게 배려한 점이 참 좋네요.


지난 2월에 영국 런던 출장을 다녀왔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것이 강변 산책인지라 템즈 강변을 따라 걸었어요. 그때 느낀 점, 템즈 강변에는 한강 같은 자전거 전용 도로가 없어요. 생각해보니, 뉴욕 허드슨 강변에도 자전거 전용 도로는 없었던 것 같아요. 한강 자전거 도로는 연결이 잘 되어 있어요. 양재천 도로나 탄천, 중랑천, 등등 서울 시내 어디에서든 자전거 도로로 한강까지 갈 수 있지요. 

예전에 예능국에서 일할 때 '일요일 일요일 밤에' 박수홍의 러브하우스를 1년 정도 연출한 적이 있어요. 그때 만난 건축가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서울의 도시 설계에 아쉬움이 있다면, 한강에 대한 접근성이다. 88 올림픽 대로와 강변북로 때문에 한강으로 가는 길은 차도로 막혀있다. 도시가 너무 빨리 팽창하느라 차도를 우선으로 설계되었지, 사람 중심 걷고 싶은 길이 없다. 외국에 큰 도시에는 강변을 따라 산책로가 잘 발달되어 있는데, 서울은 한강까지 가는 길이 차도로 막혀 있다. 어쩌면 그 덕분에 한강 자전거 도로가 발달한지도 몰라요. 도시가 강과 유리된 덕분에...

간만에 자전거를 끌고 나와 헉헉대며 페달질을 하는데, 옆을 쌩하니 추월해가는 라이더가 있어요. 안장 뒤에 커다란 작대기가 하나 매달려 있는데, 모양이 특이해요. 마치 깔때기처럼 입구가 넓고,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 '응? 저건 뭐하는 물건이지?' 궁금한 마음에 유심히 자전거를 살펴보니, 자전거를 타는 모습도 뭔가 색달랐어요. 다시 보니, 한쪽 다리로만 열심히 페달을 젓더군요. 사고나 질병으로 다리 한 쪽을 잃은 분인데, 자전거를 타니 쌩쌩 날아다니는군요. 

오늘도 한 수 배웁니다. 장애가 무엇인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거. 드라마 촬영으로 한동안 운동을 할 수 없어 아쉬웠는데, 자전거 출퇴근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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