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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날라리 영화 감상문

'러빙 빈센트' 사랑하는 고흐에게

by 김민식pd 2017. 12. 15.

제가 애정하는 예술영화 전용관 <아트나인>을 찾았습니다. <러빙 빈센트>를 보려고요. 저는 창작자로서 빈센트 반 고흐의 오랜 팬입니다. 고흐는 가난해서 전문 모델을 쓸 수 없었어요. 그의 그림에는 주위 사람들이 많이 나옵니다. 자화상도 많이 그렸지만, 일상에서 만나는 마을 사람들을 그림에 담았어요. 여관집 주인 딸, 친구인 고셰 박사, 마을의 뱃사공, 우체부, 등등. 그 덕분에 이런 영화가 가능해졌어요. 고흐가 그린 풍경화가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되고, 고흐가 그린 인물화 속 사람들이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화면 위에서 움직입니다. 

'고흐는 과연 자살한 것일까요?' 저 역시 늘 궁금한 대목입니다. 그는 삶에 대한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거든요. 영화는 고흐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쫓아갑니다. 이야기도 좋지만, 역시 화면이 압권이지요. 100명의 화가들이 수작업으로 완성한 이 영화에서 고흐의 붓터치가 마치 살아움직이듯 화면을 수놓습니다.  

영화 끝에 이런 글귀가 나와요. 고흐가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8년 간 800장을 그렸는데 그중 돈을 받고 판 그림은 달랑 한 장이었노라고. 저는 고흐처럼 살고 싶어요. 그는 자신에 대한 확신이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그가 생전에 불행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림을 열 장 스무 장을 그려도 팔리지 않아 불행했다면, 고흐는 어느 순간 그림을 포기했을 것입니다. 그림이 팔리건 말건 사람들이 그의 그림을 좋아하건 말건, 그는 해바라기를 그리는 순간,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리는 순간, 매순간 행복했을 겁니다. 그렇기에 수백장의 그림을 남긴 거예요.

 


반고흐, 마지막 70이라는 책을 보면, 고흐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전 오베르에서 70일을 지내며 80장의 그림을 그렸어요. 그가 남긴 마지막 그림들을 보면 오베르 쉬르 우아즈라는 프랑스 시골 마을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있는 그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 마을의 풍경화들이 이번 영화의 배경이 되어 곳곳에서 스크린을 채웁니다. 고흐는 결과보다 과정을 즐긴 사람입니다.

이번 영화는 무조건 5백만은 넘겨.” “이 대본은 시청률 20은 반드시 넘게 되어 있어.” 연출 경력 20년이 넘으니, 흥행 결과를 장담하는 이들은 대중문화를 모르거나 아니면 사기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비자의 취향을 가늠하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문화 상품의 흥행 여부를 점치기 쉽지 않기에 창작자에게 필요한 것은 결과를 즐기는 것보다 과정을 즐기는 것입니다.

직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앞으로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잘 살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어떤 일이든 해보기 전에는 맞는지 안 맞는지 알 수 없어요. 그렇기에 일을 선택할 때는 그 일을 하는 과정을 즐길 준비가 필요합니다. 과정을 즐긴다면 결과가 나빠도 후회는 없으니까요


영화 <러빙 빈센트>를 보며 다시 결심합니다. 고흐처럼 살고 싶습니다. 결과는 알 수 없는 인생이기에 지금 이 순간, 현재에 충실하며 최선을 다해 살고 싶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의 팬이라면, 이 영화, 가급적 극장에서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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